소설리스트

그림자로 인류 최강-1화 (1/110)

그림자로 인류 최강

1화

100년 전, 지구상에 차원 게이트가 처음 생성됐다.

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차원 게이트가 곧 블랙홀로 진화할 거라고.

빨리 없애지 않으면 지구가 소멸할 거라고.

이에, 핵미사일을 비롯한 최첨단 무기들이 총동원되었다.

- 콰콰콰콰콰콰콰….

지구를 파괴시킬 만큼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고.

인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차원 게이트를 소멸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에, 인류는 게이트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제일 먼저 동원된 사람들은 각국의 사형수들이었다.

그들이 동원된 지 얼마 후, 인류는 경천동지한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게이트 속은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그곳엔, 이름을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살고 있었고, 게이트를 소멸시키기 위해선, 그곳의 괴물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괴물들을 죽이면 마정석이라는 새로운 광물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 광물은 특수한 장비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게이트 속의 신비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전혀 새로운 힘도 얻을 수 있었다.

인간을 초인으로 만드는 신비로운 힘이었다.

게이트 속에서 힘을 얻은 자들.

인류는 그들을 헌터라 불렀다.

***

“…씨발.”

욕설이 절로 나왔다.

왜냐하면,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기 때문이다.

인체에 5개밖에 없는 혈관인 상박 대동맥이 끊겼다.

상박 대동맥이 끊기면 1분에 30리터의 출혈이 발생한다.

사망까지 불과 5초밖에 안 걸리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경우.

나 같은 헌터는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다

…뭐,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우웩-!”

한 움큼의 핏물이 터져 나왔다.

“큭….”

나도 모르게 실소도 새어 나왔다.

정말 어이없는 죽음.

이젠 정말 마지막인 듯했다.

눈이 감기고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일 수 없을 지경….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야….

그저, 주마등처럼 과거의 기억들만 스쳐 지나갔다.

***

내 나이 52세.

헌터가 된 지 올해로 35년째였다.

내가 처음 헌터가 됐을 땐,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초인이 됐음은 물론, 헌터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각성한다는 특수 능력까지도 보유한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헌터의 기본 능력인 검기도 사용 못 하는 반쪽짜리 헌터.

게다가 특수 능력은 보잘것없는 최하급 수준의 능력.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

<특수 능력>

◈ 중급 실드 : 뱅가드 등급의 실드를 생성한다.

==============================

실드.

이것이 내가 가진 특수 능력이었다.

얼핏 보면 꽤 좋은 능력처럼 보이지만, 실전에서는 그야말로 무용지물.

실드로 몸을 보호하는 것이 전부다.

‘특수 능력 따윈 개나 주라지.’

실드를 빼면 최하급 수준의 헌터.

헌터의 기본인 검기도 사용 못 하는 힘만 센 일반인.

그 덕분에 교육생들 혹은 훈련생들은 날 빵셔틀 모지리로 놀려댔다.

‘…젠장.’

50이 넘어선 나이에 20, 30대 까마득한 후배들 따까리나 하는 삶이다.

오죽하면 내가 가르쳤던 10대 교육생들조차 날 무시할까.

실력 없고 무능력한 기간제 훈련 교관.

언제 잘릴지 모를 하루살이 일용직 교관.

한 달에 몇 번씩,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궂은일만 도맡아 처리하는 땜빵용 빵셔틀 교관.

늦은 나이에 겨우 얻은 교관 자리도 이론만 강하고 실전은 약해, 이미 잘린 지 오래였다.

그런 정도의 삶이 행복할 리 없다.

그저 죽지 못해, 하루하루 버티고 사는 게 전부다.

당연히 결혼은 못 했고 모아둔 돈도 없었다.

혼자 아등바등 살다 보니 부모님과 여동생을 돌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야말로 한심하고 비참한 인생.

그런 쓰레기 같은 인생이 내 삶이었다.

***

오늘도 난, 어김없이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마감청을 찾았다.

마감청.

마력 감시청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생성되는 모든 게이트들을 총괄 관리하는 곳으로, 실력도 백도 없는 하급 헌터들에겐, 그야말로 구명줄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요즘은 비수기라, 기간제 교관이나 일용직 교관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찾기 어려운 시기.

그래서 일용직 조교라도 하기 위해 매일같이 마감청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하필이면 이곳에서 경천동지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울린 희대의 악질 빌런들.

이름하여 13의 적귀들… 그들 중 무려 제3의 적귀가 잡혀 온 것이다.

마감청 발표는 이랬다.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대규모 빌런 소탕 작전.

마감청 최고의 가디언들이 총동원된 이번 작전에 13의 적귀들 중 무려 여섯이 그 자리에서 사살되고, 제3의 적귀만이 생포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지금, 마감청이 난리가 난 상태였다.

거의 숨만 붙어있다시피 한 제3의 적귀.

놀랍게도 제3의 적귀는 여자였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고 있던 나는 우연찮게도 그녀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순간, 서릿발 같은 전율이 일었다.

그러더니 곧, 차갑고 살벌한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 꿈도 희망도 없는 인생이구나. 그저 죽지 못해 하루하루 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겠지. 정말 버러지만도 못한 삶이다. ]

깜짝 놀란 나는 기함했지만, 살벌한 음성은 계속해서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 네가 원한다면 그림자 투사의 힘을 주겠다. 보다시피 난 이곳에서 죽어. 지금도 죽어가고 있고 살아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니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아. 내 모든 것을 다 주겠다. 엄청난 힘과 막대한 부 그리고 원한다면 공명정대한 명예까지도. ]

목소리와 함께 제3의 적귀가 지닌 엄청난 능력과 출처를 알 수 없는 막대한 돈들이 심상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돈들이 다 내 것이라고…!’

[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아. 이것은 네 삶을 역전 시킬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다. 잡아라. 어서 잡아. 다른 자들이 기회를 가로채기 전에 어서 빨리 잡으란 말이다. ]

뭔가에 홀린 듯…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이런 미친… 죽어!”

제3의 적귀가 요상한 기운을 발산하자, 소스라치게 놀란 가디언이 그녀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시간이 멈춘 듯, 파로나마 필름처럼 그녀의 목이 떨어지고….

극도의 차가운 어둠이 내 몸을 감싸 안았다.

여기서 소름 끼치는 건, 목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그녀의 두 눈은 정확히 날 향해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웃는듯한 표정으로.

순간, 눈앞이 암전되더니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 쉬이이이이….

‘…뭐지.’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몸의 감각이 점점 돌아오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

‘맙소사!’

내가 서 있는 곳은 마감청이 아니었다.

순간 이동을 한 듯,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무척이나 생소한 장소에 와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아무리 봐도 게이트 안이었다.

내가 다니던 하급 게이트가 아닌, 고등급 헌터들만이 다닌다는 상급 게이트.

“아….”

나도 모르게 침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고 보니, 눈앞에 엄청난 사내가 서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당황해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사내는….

“유… 육… 명… 왕.”

대한민국 최악의 빌런이자 제1의 적귀인 육명왕 하무일이었다.

날 발견한 하무일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내게 다가왔다.

“왔구나.”

그는 지니고 있던 단검으로 인체의 가장 치명적인 부위인 상박 대동맥을 단번에 끊어 버렸다.

“…억울해할 필요 없다.”

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윽고, 단검으로 내 흉부를 가르기 시작했다.

“커헉!”

“너 같은 쓰레기가 날 위해 죽는다는 것은… 무한한 영광일 테니까.”

악마 같은 속삭임과 함께 놈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고.

세상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멈추고 있었다.

***

시체의 흉부 속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단번에 심장을 뜯어내 버렸다.

눈부신 빛이 번쩍이고.

심장은 놀랍게도 황금빛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드디어 얻었구나. 크리스탈 코어.”

크리스탈 코어.

이것은 권능이었다.

하무일, 그가 크리스탈 코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우연과 행운이 겹친 덕분이었다.

신전 탐색.

일명, 외계 문명이라고도 불리는 게이트 속의 신비한 건축물들.

그 건축물 벽에 새겨진 아름다운 그림과 기형학적 문양들.

헌터가 게이트를 탐색하다 보면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것이 바로 외계 문명의 건축물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외계 문명의 건축물을 발견하게 되고, 그 건축물 벽에 새겨진 그림과 문양을 운 좋게 해독하게 된다.

비밀의 힘 혹은 비밀의 권능일까.

크리스탈 코어를 알게 된 하무일은 각고의 노력 끝에 비밀의 문을 열게 되고 그곳에서 크리스탈 코어를 획득하게 된다.

크리스탈 코어.

이것은 막대한 마력을 지닌 수정체였다.

크리스탈 코어를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막대한 마력을 지닌 크리스탈 코어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