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락 흥신소-172화 (172/190)
  • 제172화

    - 도와주세요.

    인호는 이민정이 내민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 귀곡산장에 갔는데…….

    “쫄미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스트리머에요. 주로 흉가체험이나 초자연적인 컨텐츠를 다뤄요. 초반에는 외모 때문에 인기를 끌었지만 연이은 컨텐츠 실패로 인기가 많이 줄어들었죠.”

    “요즘 이런 걸로 방송하는 애들이 많나?”

    “아무래도 사람들이 자극적인 것을 원하니까요. 그리고 귀신 얘기 좋아들 하잖아요.”

    “좋아할 걸 좋아해야지.”

    “그러게요. 정작 보게 되면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모르니까 그러죠.”

    영혼을 보는 것은 축복이 아닌 저주란 걸 알고나 있을까? 자신들에게는 잠시의 여흥일 뿐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죽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이란 걸.

    “방송 촬영을 도와주는 사람이 귀곡산장에서 큰일을 겪었다고 하네요.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 버렸데요. 의사들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할 뿐이라네요.”

    인호가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망령의 음기 때문일 거야.”

    “그게 가능해요?”

    “망령은 본래 음기를 띤다. 여자 망령들이 음기가 더 강하지. 최고는 손말명이고.”

    “처녀귀신이요?”

    “그래. 이런 말 들어봤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여자의 한이 무섭다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여자 망령의 음기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야.”

    “고칠 수 있어요?”

    인호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한다.

    “불계 스님이나 동호 형님이면 쉽게 치료가 되지. 불가의 기운이 망령의 한기와는 상극이거든. 법력이 높은 스님의 가사를 이불처럼 덮으면 금방 좋아질 거야. 최고는 동호 형님의 부적이고.”

    “도와주시면 안 돼요?”

    “굳이?”

    위험한 곳인 줄 알면서 찾아가 화를 자초한 경우다.

    “그냥 두면 저절로 나을 거야. 물론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그래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줄 알아. 나는 차라리 그 사람보다 귀곡산장인지 그곳이 더 흥미롭네. 도대체 어떤 망령이 있길래 산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지.”

    “가 보시게요?”

    “그래야 하지 않겠어?”

    * * *

    병원 앞 벤치에 인호와 이민정이 앉아 있다. 한 여자가 캔 음료 세 개를 손에 들고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쫄미니님?”

    “네. 이혜수라고 해요.”

    “전 극락 흥신소 이민정이에요. 이쪽 분은 소장님이고요.”

    “우리 창민이 고칠 수 있는 건가요?”

    이민정이 계속 귀찮게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오게 되었다. 인호가 음료수를 받아 한 모금 마신다.

    “위험한 걸 알면서 그런 곳에는 왜 가는 겁니까?”

    “방송 때문에요.”

    “다른 방송 하면 되잖아요. 요즘 미튜브 보니까 별의별 것으로 다 방송하던데. 아가씨처럼 예쁘면 뷰티 방송이나 그런 것 해도 되잖아요.”

    “제가 이쪽에 관심이 많아서요.”

    인호가 고개를 흔든다.

    “그런 관심이 자칫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죠. 아, 이제는 알려나?”

    “네……. 그것보다 창민이를 좀 어떻게…….”

    “그러려고 왔어요. 그전에 일단 그곳에서 찍은 동영상이나 사진 좀 볼 수 있을까요?”

    이혜수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여기요. 이게 촬영한 영상이고 그 아래가 사진이에요.”

    휴대폰을 건네는 이혜수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분명 사진 찍었을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인호가 사진을 확인한다.

    방에서 찍은 사진이다. 침대에 앉아 창문을 등지고 찍은 사진인데 창문에 쳐진 커튼에 누군가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망령이네요. 여자 망령.”

    “그런가요?”

    다음 사진은 야외에서 찍은 사진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찍은 사진인데 이혜수의 뒤쪽에 있는 석등 옆에 한 여자 망령이 서 있었다.

    “역시 그렇네요.”

    “네?”

    인호가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이혜수 씨 만나기 전에 이곳에서 찍었다는 심령사진을 본 적 있거든요. 그때 이상한 점을 느꼈어요. 사진에 찍힌 망령들이 뭔가에 잔뜩 겁에 질려 있어요. 이 사진도 마찬가지예요. 보세요. 이혜수 씨 뒤에 서 있는 망령이 입을 살짝 벌리고 있잖아요. 뭔가 말하고 싶은 거예요. 위험을 경고하려고 했거나 자신이 두려워하는 뭔가를 알리고 싶었던 거겠죠.”

    인호가 사진을 모두 확인한 후 동영상을 재생시킨다. 동영상 속에도 망령들이 보인다. 사진과 동영상에서 확인한 망령만 셋이고 모두 여자 망령들이다.

    세 번째 동영상을 재생시키다 인호가 고개를 돌린다. 동영상 속에서 이혜수가 최소한의 옷만 입고 온천에 들어가고 있다.

    “여기 나오는 남자분이 입원해 계신 분이에요?”

    “네. 제 남자친구예요.”

    “아-, 남자친구분. 남자친구분이 계속 한쪽을 바라보네요? 그쪽에 뭐가 있어요?”

    “아주 오래된 우물이 있어요. 뭔가 소름 끼치는 분위기의 우물이었어요. 거기도 귀곡산장 심령스폿 중 한 곳이에요. 우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귀신이 함께 찍히거든요.”

    “흐음, 주박駐縛이네요.”

    “주박이요?”

    “네. 한 곳에 붙잡아 묶어두는 거예요. 심령스폿이라고 말하는 그 장소들. 모두 사람이 죽은 장소일 겁니다.”

    이혜수가 흠칫 눈을 크게 뜬다.

    “우물에서도 누가 죽었다고요?”

    “제 생각이 맞다면요. 혹시 온천을 할 때 안개가 끼지 않았나요?”

    “네, 맞아요. 산장 사장님은 새벽녘에나 안개가 낀다고 했는데 그때는 밤인데 안개가 끼었어요.”

    “창귀라고 아세요?”

    “물귀신이요?”

    이런 쪽을 컨텐츠로 방송 촬영을 하는 사람답게 기본적인 지식은 갖고 있는 듯하다.

    “창귀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아-, 안개.”

    “맞아요. 창귀가 나타나는 징조 중 하나가 안개에요. 우물에 빠져 죽었다면 창귀가 되었을 확률이 높죠?”

    “그래서 안개가? 그러면 우리들이 온천을 즐길 때 창귀가 나타났었다는 뜻인가요?”

    “아마도?”

    인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지만 이혜수는 당시를 떠올리는 것인지 몸을 부르르 떤다.

    “거기 사장이라는 사람은 어땠어요?”

    “사장님요? 굉장히 친절한 분이셨어요. 설명도 잘해주셨고요.”

    “그렇군요. 혹시 그 사장이 이혜수 씨의 신체 부위 중 특정한 곳을 계속 쳐다보지 않던가요?”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설명하거나 데리고 간 적은요?”

    이혜수가 잠시 생각하다 말한다.

    “주차장 옆에 크지 않은 온실이 있었어요. 사장님이 최근에 만든 거라면서 몇 번이나 가 보라고 했어요. 저녁을 먹기 전에는 직접 안내도 해 주셨고요.”

    인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네요.”

    “네? 뭐가 다행이죠?”

    “남자친구분이 화를 당해서 이혜수 씨가 화를 피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혜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호를 바라본다.

    “산장에 주박되어 있는 망령들. 그 사장이 죽인 걸 겁니다.”

    “네? 말도 안 돼요. 굉장히 친절하신 분이었어요. 사람을 죽일 것 같지 않았는데.”

    “흐음-. 연쇄살인범들이 이마에 살인마라고 적어놓고 다니지 않잖아요. 오히려 사냥감을 찾기 위해 좋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하죠. 온실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고 직접 안내해주기도 했다고 했죠?”

    “네.”

    “거기가 이혜수 씨를 죽일 장소였을 거예요. 직접 안내해 준 이유는 이혜수 씨가 그곳에 어울리는지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 한 것이고요.”

    이혜수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인호를 바라본다. 인호가 다 마신 음료수 캔을 구긴다.

    “선대 극락 흥신소 소장님이 남긴 기록 중에 비슷한 사례가 있어요. 부산의 어느 절의 스님이 있었어요. 겉모습만 스님이지 불공을 드리러 온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던 끔찍한 살인마였어요. 그는 살인을 할 때도 단숨에 죽이지 않았다고 해요. 계속해서 고통을 주다 죽였다고 해요. 그에게 죽은 사람들의 영혼은 죽을 당시의 공포 때문에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그에게 주박당했는데. 선대 소장님께서 그 절에 갔을 당시 주박되어 있는 망령들의 수가 서른이 넘었다고 합니다.”

    인호의 아버지 해결한 일이다. 아버지는 그 스님인 척하는 살인마를 잔인하게 죽였다. 당연히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만약 그 일이 알려졌다면 그 미친 살인마 스님은 희대의 연쇄살인마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 사람에게 남는 게 뭐죠?”

    인호가 이혜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까 제가 이혜수 씨에게 왜 이런 일을 하냐고 물었죠? 이혜수 씨는 이쪽에 관심이 많아서 라고 대답했고요.”

    “네.”

    “그겁니다.”

    “네?”

    “큰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 짓을 해서 즐거우니까 하는 거예요.”

    “사람을 죽이고 영혼을 속박하는 것이 즐겁다고요?”

    이혜수가 끔찍하다는 듯 몸을 떤다.

    “즐거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요. 무서운 것이라면 질색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혜수 씨 같은 사람도 있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을 죽이며 희열을 느끼는 싸이코도 있는 겁니다.”

    인호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디 가세요?”

    “남자친구분을 치료해야죠.”

    * * *

    “상태가 심각하네요. 흐음-, 이해가 안 되네요. 거기 있는 망령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어요. 이렇게까지 해코지를 할 리 없는데 말이죠.”

    침대에 누운 송창민의 얼굴은 냉동고에서 이제 막 꺼낸 사람처럼 푸르딩딩했다. 확실히 망령의 음기에 당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인호가 사진 속에서 본 망령들은 누군가를 해코지할 망령들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누군가 자신들을 끔찍한 고통에서 구원해주길 바라며 말이다.

    “혹시 남자친구분이 뭔가를 했습니까? 가령 망령들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이나 그런 것 말이죠.”

    “그때 전 씻고 있었어요. 창민이 비명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어요. 그때는 이미 이런 상태였어요.”

    말을 하던 이혜수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인호를 바라본다.

    “손전등.”

    “네? 손전등이요?”

    “네. 저희가 활동하는 카페에서 네임드 회원들에게 손전등을 샀거든요. 전등에 특수 도료를 도포해서 불빛을 비추면 영혼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엑토플라즘.”

    인호가 중얼거린다.

    엑토플라즘은 영매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물질이다. 딱히 그것이 어떤 것이라 규정지을 수 없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도 아니지만 이쪽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물질이다.

    간혹 엑토플라즘을 이용해 여러 가지 퇴마 도구를 제작하는 이들이 있다. 송창민이 구입했다는 손전등이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제작된 물건인 것 같았다.

    “그 손전등이 망령에게 위협으로 느껴진 것 같습니다.”

    인호가 송창민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생각한 것보다 상태가 많이 심각하다. 이곳에 오기 전 황동호에게 부탁해 만든 부적을 꺼낸다.

    “양의 기운을 품은 부적입니다.”

    양陽의 기운은 불火의 기운과는 다르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설픈 도사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치료를 시도하다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곤 한다.

    “도력이 높은 도사가 그린 부적입니다. 보통은 하루 이틀 정도면 정상으로 돌아왔을 테지만 남자친구분 상태가 좋지 않아 며칠 더 걸릴 것 같네요. 그러면 남자친구분 간병 잘하세요.”

    인호가 몸을 돌린다.

    “어디 가세요?”

    이혜수의 물음에 인호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한다.

    “원인을 제거해야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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