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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흥신소-103화 (103/190)
  • 제103화

    이민정이 탕탕탕 사용법에 빠져 있을 때 인호는 휴대폰으로 연쇄살인에 관련된 카페 몇 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거참. 제정신으로 댓글을 쓰는 건지 모르겠네.”

    세상에 악명을 떨친 연쇄살인마를 주제로 댓글로 대화를 나누는 카페인데 몇몇, 아니 대부분 회원들이 연쇄살인마를 영웅시하는 글들을 쓰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자신도 연쇄살인마가 되어 사회를 정화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들은 연쇄살인마를 신이 보낸 사자로 여기는 듯하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닌 듯싶네.”

    “그거보다 더한 애들 많아요.”

    이민정이 인호의 앞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혹시 잭 더 리퍼라고 아세요?”

    “영국 연쇄살인마?”

    “네. 매춘부들을 갈갈이 찢어 죽인 연쇄살인마죠. 연쇄살인마 카페 중에 잭 더 리퍼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어요. 잭 더 리퍼의 광신도들로 이뤄진 카페죠. 그 회원들은 잭 더 리퍼가 사회악인 매춘부들을 없애는 신의 사자라고 찬양하죠. 개중 몇몇은 자신도 잭 더 리퍼처럼 사회악들을 벌하겠다고 떠들어 대고요. 소장님이 아실지 모르지만 최근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 중에 이런 카페의 회원인 사람들이 간혹 있대요. 카페 회원들끼리 살인 수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연구하기도 하죠.”

    “정말 무서운 세상이야. 인터넷으로 살인 기법을 배울 수 있다니.”

    일진 학생들의 카페가 있어 맞짱을 주선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미, 민정아.”

    컴퓨터에서 빠져나온 탕탕탕이 떨리는 음성으로 이민정을 부른다.

    “다 찾았어?”

    “나 너무 힘들어.”

    이민정이 쏘아보자 탕탕탕의 몸이 사라졌다 인호의 뒤에 나타난다.

    “12시간 넘게 일했잖아. 나한테도 휴식이 필요해. 넌 근로기준법도 모르냐!”

    “망령이 근로기준법이 어디 있어. 당장 가서 찾아.”

    “싫어. 드라마도 보고 예능도 보면서 쉴 거야.”

    그 말을 남기고 탕탕탕의 몸이 천장을 뚫고 위로 사라져 버렸다.

    “저렇게 투덜거려도 할 건 다 해요.”

    “알아. 탕탕탕이 은근히 너 무서워하거든.”

    “저를요? 정말요?”

    “성격이 워낙 꼬장꼬장해야지.”

    이민정이 도끼눈을 뜬다.

    “꼬장꼬장이요?”

    “탕탕탕이 찾아 놓은 거 확인해야지?”

    “이씨.”

    이민정이 탕탕탕의 자리에 앉는다.

    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였다.

    “소장님. 이것 좀 보셔야겠는데요.”

    이민정이 보여 준 것은 연쇄살인마와 관련된 카페였다. 곳곳에 푸른 기운이 일렁이는 것을 보니 탕탕탕이 표시해 둔 카페인 것 같다.

    - 나 신기한 거 봄.

    이민정이 보여 준 게시글의 제목이었다.

    - XX 캠핑장에 갔다 인근 산에서 이상한 것 봤음. 한 사람이 망치로 뭔가를 막 때리고 있었음. - 동영상 첨부 – 멀어서 때리는 게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마지막에 그 사람이 나 쳐다볼 때 눈이 빨갛게 빛났음.

    이민정에게 눈짓을 하자 곧 동영상을 재생시킨다.

    먼 거리에서 촬영되었지만 스마트 폰 제조기술이 워낙 발달해 화질이 아주 깨끗한 편이다.

    한 남자가 망치로 무언갈 때리고 있다. 자세히 보면 남자의 얼굴에 붉은 액체가 잔뜩 묻어 있다. 아래쪽에서 위를 찍는 것이고 나무에 교묘하게 가려져 있어 무얼 때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글을 올린 사람이 마지막 장면.

    그의 말대로 눈이 빨갛게 빛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호는 글을 쓴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동영상 속 남자에게서 몸서리가 쳐질 정도의 악한 기운이 느껴진 까닭이다.

    “이놈이다.”

    * * *

    동영상을 본 정재훈이 눈살을 찌푸린다.

    이들이 보고 있는 동영상은 영상 전문가가 손을 댄 것이다. 남자의 얼굴을 확대하자 얼굴의 반이 피로 짐작되는 액체로 범벅되어 있었다.

    “동영상이 촬영된 곳은 충북 제천의 월악산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동영상 게시자에게 확인해 보니 보름 전에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촬영한 것이기에 오차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 형사의 브리핑이 시작된다.

    “나이는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까지입니다.”

    얼굴만 보고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세상이다. 피부 관리를 잘하면 60대가 40대로 보이기도 하지 않는가.

    “키는 170대 중반 정도이고 범행 도구는 망치입니다. 특이점이라면…… 여길 자세히 보세요. 자해의 흔적이 있습니다.”

    망치를 치켜드는 남자의 오른쪽 손목에 칼로 인한 자상 몇 개가 보였다.

    “우선 관할 경찰서에 20일 전부터 월악산 인근의 CCTV 영상을 확인 요청했습니다. 얼굴에 굉장히 선명하게 찍힌 편이기에 CCTV로 찾을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인호가 유 형사에게 말한다.

    “교도소에 있는 이충선에게 한 번 보여줘 봐. 저놈이 그놈이 맞는지. 아니면 인터넷 카페 같은 것을 보고 모방 범죄를 한 것인지. 이충선이라면 딱 알아보지 않겠어?”

    인호는 동영상 속 남자가 이충선이 말한 악령이 빙의된 남자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악령 빙의자가 있지 말라는 법도 없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브리핑을 마치고 유 형사가 교도소로 가기 위해 떠나간다.

    “도대체 이 영상 어떻게 찾으신 겁니까?”

    정재훈이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다.

    “우리 쪽도 소장님처럼 연쇄살인마에 관한 미튜브 영상, 관련 카페를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투입 인력이나 전문성을 보더라도 우리들이 먼저 찾았어야 했는데 말이죠. 나쁜 의미로 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잘 알죠. 실력 뛰어난 직원이 새로 들어왔거든요.”

    “아, 그래요? 다음에 가면 소개 받을 수 있는 겁니까? 가끔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니 잘 보여야겠네요.”

    “소개를 해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인호의 말에 정재훈이 ‘아’하며 탄성을 토해낸다. 새로운 직원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누구요?”

    정재훈이 모니터 속 동영상을 가리킨다.

    “증인이요.”

    * * *

    박경훈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어제 뉴스 봤냐? 월악산 살인사건.”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는 두 명의 친구가 고개를 끄덕인다.

    “뭐라고 했냐? 내가 살인이라고 했지? 내가 찍은 동영상 때문에 살인사건이 밝혀졌다는 거 아니냐.”

    기분이 좋은 이유는 단순하다.

    캠핑장에 갔다 인근 산에서 우연히 찍은 동영상이 그가 활동하는 연쇄살인마 카페에서 대박이 나 버린 것이다.

    항상 눈팅이나 하고 자극적인 댓글을 다는 것이 전부인 카페 내 아웃사이더였는데 동영상 하나로 대번에 인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저기 입구에 아저씨 두 명 보이지?”

    박경훈의 말을 들은 친구들이 입구 쪽을 바라본다. 그때 직원이 테이블 위에 안주를 내려놓는다.

    “저 아저씨들 형사야.”

    “형사?”

    “그래. 내가 살인사건 목격자잖아. 그것도 유일한 목격자지. 그래서 증인 보호 프로그램인가? 그거 때문에 저러고 있는 거야.”

    “아-. 씨발. 나 드라마에서 본 것 같아.”

    “나도, 나도.”

    친구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며 박경훈이 또 우쭐한다.

    “대단하지 않냐? 경찰이 날 지키기 위해 저러고 있는 거. 크크. 그런데 조금 불편하긴 해.”

    그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친구가 말한다.

    “방금 안주 주고 간 직원.”

    “응? 누구?”

    박경훈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어디 갔지? 방금 안주 내려놓고 저리 갔는데. 화장실이라도 갔나?”

    “그런데 그 사람은 왜?”

    “팔에 상처가 있더라고. 자살할 때 손목 긋잖아. 꼭 그런 상처 같더라.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다섯 개나 되던데.”

    “다섯 개? 5학년이야 뭐야. 크크.”

    박경훈과 친구들은 안주가 나오자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주점의 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인호가 안으로 들어온다.

    주점 안을 살피다 박경훈을 본 인호가 바로 옆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는다.

    “두부김치하고 소주 한 병 주세요.”

    인호가 종업원에게 주문하자 옆 테이블의 박경훈 친구가 말한다.

    “이 작은 가게에 직원이 두 명이나 되네? 아까 그 사람 아닌데. 돈 많은 사람이 취미로 하는 가게인가?”

    “알 게 뭐야? 한잔 마시자.”

    박경훈과 친구들은 술을 마시며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의 중심에는 박경훈이 있었다. 그는 월악산 살인사건에 대해 떠들며 마치 자신이 대단한 영웅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주문한 안주가 나오고 인호가 소주 한 잔을 따라 마신다. 두부에 잘 볶은 김치를 올려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가격이 저렴한 것에 비해 맛이 나쁘지 않다.

    “니들이 그걸 직접 봤어야 해. 망치 내리칠 때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데 와아-, 진짜 소름이 쫙 돋드라.”

    “아이씨. 나도 같이 갔어야 하는데.”

    “씹세야. 너 그때 여자 만났잖아. 그날 나는 집에 있었는데 같이 가자고 말이나 하지.”

    아쉬워하는 친구들을 보며 박경훈의 어깨가 더 높이 올라간다.

    인호는 혼자 술을 마시며 박경훈과 친구들의 대화를 듣는다.

    “진짜 졸라 멋있어. 망치로 빡, 빡. 미쳤더라니까.”

    소주를 마시고 김치를 입으로 가져가던 인호가 말한다.

    “나이를 먹어도 철이 없는 걸 보니 아직 애구나, 애.”

    무슨 말인가를 하려던 박경훈이 인호를 쏘아본다.

    “아저씨. 지금 나 들으라고 한 말이에요?”

    인호가 어깨를 으쓱한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철이 없는 애니, 뭐니 했잖아요.”

    “다행이네. 귀는 멀쩡한 것 같으니.”

    “이 아저씨가 정말…….”

    “그냥 앉아 있어라. 괜히 어깨에 뽕 들어가서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덤비다가 개망신당하지 말고.”

    엉덩이를 의자에서 조금 떼었던 박경훈은 인호의 말에 다시 앉으려다 친구들의 눈을 의식해 벌떡 일어난다.

    “말을 좀 함부로 하시네요. 아저씨. 나 알아요?”

    “알지.”

    다시 한잔의 소주를 마신 인호가 박경훈을 향해 몸을 돌린다.

    “지가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모르고 설쳐대는 몸만 크지 여기는 크려면 아직 한참 남은 머저리.”

    인호가 자기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린다.

    “아저씨.”

    “야!”

    인호가 짧게 외치자 박경훈이 흠칫 뒤로 물러선다.

    “나 미혼이다. 아저씨 아니야.”

    “하아-, 나 미치겠네.”

    인호가 피식 웃는다. 하지만 이내 그 웃음을 지우고는 박경훈에게 싸늘하게 말한다.

    “친구들에게 영웅담 이야기하듯 말하고, 친구들은 또 그 얘기 듣고 와, 와와 해주니까 니가 뭐라도 되는 것 같지?”

    “…….”

    “잘 들어. 너 아주 위험한 상황이야. 넌! 사람을 열 명일지, 스무 명일지, 아니면 백 명을 넘게 죽였을지 모를 연쇄살인마의 살인 현장을 본 목격자란 말이다.”

    인호가 답답하다는 듯 박경훈을 바라본다.

    “만약 니가 연쇄살인마라면…… 목격자를 그냥 살려두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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