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락 흥신소-34화 (34/190)
  • 제34화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전국 흉가 전문 탐방 스트리머 상이와 현이의 상이입니다.”

    “저는 현이입니다.”

    흉가 체험을 주 컨텐츠로 하는 스트리머 윤한상과 박이현이 카메라를 보며 오프닝 멘트를 한다.

    “오늘 찾은 곳은 정말, 아주 많이 유명한 곳이죠.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성지로 불리는 곳입니다. 어디냐고요? 이런 쪽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 봤을 겁니다. 양평 용문산에 있는 성한 정신병원입니다.”

    카메라가 두 사람 뒤쪽을 비춘다.

    오래전부터 사용하지 않았는지 여기저기 파손된 하얀색 5층 건물이 보인다.

    “성한 정신병원이 유명한 이유가 뭐냐! 바로 환자들이 집단 자살을 해서 폐쇄가 됐기 때문이죠. 폐쇄된 이후 누구도 이곳을 매입하지 않아 이렇게 방치되어 있다고 하네요.”

    “인근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성한 정신병원에서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몇몇 스트리머들이 이곳을 방문했죠. 하지만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허탕을 쳤습니다. 상이야 그 이유가 뭐지?”

    “뭐긴. 쫄아서 낮에 왔으니까 그렇지.”

    “빙고. 흉가 체험 스트리머라면 낮이 아니라 밤에 왔어야지. 어떻게?”

    “우리처럼.”

    “오케이. 시청자 여러분. 대한민국 최초로 밤에 성한 정신병원에서 생방송 스트리밍을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시간?”

    윤한상이 시간을 확인한다.

    “열한 시 오십칠 분.”

    “이제 삼 분만 있으면 자정이네요. 시청자 여러분, 바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윤한상과 박이현, 그리고 카메라 촬영을 하는 사람까지 셋은 성한 정신병원의 정문 앞에 섰다. 잠금장치는 되어 있지 않았다.

    끼이익-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녹이 슨 철문이 요란한 비명을 내지른다.

    “문에서 나는 소리도 으스스하네요. 바로 가시죠.”

    두 사람이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간다.

    과거였다면 환자들이 휴식을 취했을 제법 넓은 정원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이름도 알 수 없는 풀들이 마구 자라 있었다. 바람이 불어와 풀들을 스치며 으스스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윤한상과 박이현은 아주 느릿하게 이동하고 있다. 방송 컨텐츠를 위해서였지만 실제로 이곳이 굉장히 으스스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흉가들을 체험했던 그들이지만 이곳만큼 으스스한 곳은 처음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윤한상이 마른침을 삼키며 문을 당긴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안으로 진입한다.

    그리고…….

    “으아아악-!”

    “사, 살려…….”

    * * *

    멍- 멍-

    꼬리를 흔들며 주위를 빙빙 도는 강아지를 보며 인호가 환하게 웃는다.

    “해피 많이 컸네요.”

    “그렇지? 해피가 아주 똑똑해. 말하면 다 알아들어.”

    “그래요?”

    할머니의 자랑에 인호가 자세를 낮춰 앉으며 손을 내민다.

    “해피, 손.”

    놀랍게도 해피가 앞발을 들어 인호의 손에 올린다.

    “어쭈. 제법이네. 해피, 누워.”

    멍-

    해피가 벌러덩 눕는다.

    그 모습이 예쁜지 할머니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정말 똑똑하네요.”

    “그렇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매일 똑같지 뭐.”

    혀를 차며 말하는 것을 보니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폐지 가격이 너무 떨어졌어. 그리고 아랫동네가 원래 내 구역이었는데 웬 할아범이 오토바이 끌고 다니면서 다 주워가고 있어.”

    자신의 구역에 침범한 할아버지가 괘씸한 것 같다.

    “저기 아래 사거리에 호프집 있는 것 아시죠?”

    “알지.”

    “거기 실내 인테리어 공사해요. 제가 아는 사람이 공사하니까 가셔서 제 이름 대고 철근하고 이것저것 챙기세요.”

    “고마워. 매번 이렇게 신세만 져서 어떻게 해.”

    “별말씀을요. 저는 그만 갈게요.”

    할머니와 헤어진 후 도착한 사무실에는 이민정밖에 없었다.

    “왜 혼자야?”

    “다들 근처 장례식장에 갔어요.”

    “뚱보도?”

    “아마도?”

    “그 녀석 미친 거 아니야? 거기가 어디라고 지가 가? 오랜만에 근사한 제삿밥 얻어먹겠다고 간 망령들 놀라 자빠지겠네. 자기가 뭔지에 대한 자각이라는 게 없어요.”

    “호호, 그러네요. 거기 온 망령들 다 도망치겠네요.”

    소파에 앉으니 이민정이 커피를 타 온다.

    커피를 막 마시려고 할 때였다.

    똑- 똑-

    인호와 이민정이 동시에 출입문을 바라본다.

    “요즘 이상하게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고객이 많으면 좋은 거잖아요.”

    이민정이 웃으며 문을 연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 두 명이 안으로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두 남자 중 머리가 짧은 남자가 말한다.

    “양평경찰서 강력계 소속 최철주 형사입니다.”

    최철주가 명함을 건넨다.

    “아-, 형사님. 형사님이 무슨 일로 오셨어요? 그것도 양평에서 여기까지.”

    “제가 2년 전까지 강남서 소속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한 번 뵌 것 같기는 하네요.”

    “하하, 그렇죠? 전에 사건 해결에 도움 주실 때 잠시 뵌 적 있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유 형사 소개로 왔습니다.”

    인호가 고개를 돌리며 ‘유 형사 씨방새’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고개를 바로 한다.

    “유 형사 소개로 오셨구나.”

    “이번에 양평에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혹시 성한 정신병원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성한 정신병원이요? 아니요. 처음 듣는데요.”

    “흉가 체험을 컨텐츠로 하는 미튜브 스트리머들이 있습니다. 상이와 현이? 아무튼 그런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인데 이번에 성한 정신병원에서 촬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촬영 도중 실종됐습니다.”

    “실종이요?”

    다른 형사가 휴대폰을 앞으로 내민다.

    “이게 그때 촬영한 겁니다. 실시간 스트리밍이라 미튜브에 자동 저장이 되었더라고요. 일단 보시죠.”

    - 안녕하세요……

    스트리머들의 방송이 시작된다.

    “분위기 죽이네요.”

    성한 정신병원이라는 곳은 겉으로만 봐도 으스스했다.

    - 실내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면을 통해 좁은 복도가 나왔다.

    폐쇄된 곳답게 보이는 모든 곳이 파손되어 있었다.

    첫 번째 방으로 들어가니 망가진 집기들과 벽에 그려진 이상한 낙서들이 보였다. 피가 묻은 손으로 문지른 듯한 이상한 자국도 보였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스트리머들이 1층을 모두 둘러보고 2층에 올라갈 때 최철주가 말한다.

    - 2층에 올라오니 더 으스스한데요. 귀신이 출몰한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네요. 부디 오늘은 우리 시청자분들을 위해서 귀신을 만나야 할 텐데 말이죠.

    “미친놈들이네.”

    귀신을 만나면 뭘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2층의 방을 한 곳, 한 곳 둘러보다 마지막 방에 들어서려 할 때였다.

    무언가 히끗한 것이 휙 지나간다.

    그리고…….

    - 크아아악-.

    - 사, 살려…….

    스트리머들이 비명을 내지른다. 카메라가 한 바퀴 돌며 바닥에 떨어진다. 무언가 카메라를 밟는 듯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스트리머들의 비명은 계속해서 들려온다.

    영상을 종료한 형사, 안민수가 휴대폰을 가져갔다.

    “최근 세 달 사이에 거기서 실종된 사람이 모두 여섯 명입니다.”

    “이 사람들이 처음이 아니고요?”

    “저희도 처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하다 보니 세 사람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더 있을지도 모르고요. 최근 관내에서 실종된 사람들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절 찾아오신 이유는 이번 실종사건이 사람들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

    인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의뢰를 받아 주시겠습니까?”

    인호가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확인한다.

    “아-, 스캐줄이 조금…… 민정 씨. 박 차관님 의뢰가 언제죠?”

    “박 차관…… 님 스캐줄은 이틀 후죠.”

    “흐음, 이것저것 준비하려면 시간이 빠듯한데. 그래도 형사님들이 이렇게 찾아오셨으니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최철주가 말한다.

    “의뢰비는 당연히 드릴 겁니다. 얼마를 드려야 할까요?”

    인호가 웃으며 말한다.

    “정말 바쁘지만 형사님들 일이니까 도와드려야죠. 한 장만 주시면 됩니다.”

    “하, 한 장이요? 저희가 공무원이고 수사비가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니라 1억은 좀…….”

    * * *

    “소장님.”

    “응?”

    인호가 운전을 하며 대답한다.

    “아까 정말 1억 부르신 거예요?”

    “설마 그랬겠냐? 형사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아-, 그렇죠? 저도 깜짝 놀랐잖아요. 그런데 천만 원도 많은 돈 아닌가요?”

    “크크크, 그렇지.”

    “왜 웃으세요?”

    신호에 걸리자 인호가 크게 웃는다.

    “푸하하. 사실 나는 백만 원 이야기하려고 했거든. 그런데 자기들 끼리 쑥덕대더니 천만 원 준다고 하잖아.”

    “아-, 백만 원이었구나. 어쩐지 소장님이 너무 세게 부른다 했어요.”

    신호가 바뀌자 묵직한 배기음과 함께 벤츠가 지면을 미끄러져 나아간다.

    서울을 빠져나오니 도로에 차가 확 줄었다.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 나들이 기분을 내본다.

    부우우웅-

    벤츠가 속도를 높인다.

    “역시 승차감 최고네요.”

    “비싼 값 하는 거지.”

    “그런데 거기 정말 귀신이 있을까요?”

    인호가 의아한 듯 이민정을 바라본다.

    “못 봤어?”

    “네?”

    “형사들이 보여 준 동영상 봤잖아.”

    “봤죠.”

    “그런데도 못 봤어?”

    “왜요? 거기 귀신 있었어요?”

    “내가 확인한 것만 해도 셋 이상이야.”

    “어머! 정말 사람들 실종사건이 귀신하고 연관이 되어 있는 건가 봐요.”

    인호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귀신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사건이 귀신의 소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무슨 말이에요?”

    “민정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뭔지 알아?”

    “글쎄요.”

    인호가 툭 내뱉듯 말한다.

    “사람이야. 그것도 산 사람.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매번 절실하게 깨닫는 것이기도 하지.”

    돈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돈 때문에 새어머니가 딸을 죽이고. 죽은 망자인 척 사기를 치는 것도 결국 산 사람이다.

    “그래도 귀신, 망령이 더 무섭죠. 악령들은 정말 무섭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사람들이 그런 존재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아?”

    “거의 없죠.”

    “그래. 너나 나 같은 사람들 아니면 평생에 한 번 보기 힘들어. 하지만 사람은 다르잖아. 돈 때문에, 명예 때문에, 권력 때문에 못 할 게 없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야.”

    “일부러 멋있는 척하려고 하시는 말 아니죠?”

    인호가 피식 웃는다.

    “멋이 있기는 했냐?”

    “쬐금요? 그런데 우리 휴게소에는 안 들러요?”

    “양평 가는데 휴게소는 무슨.”

    “나 배고픈데.”

    “도착해서 먹자. 일이 먼저잖아.”

    “그렇기는 하죠.”

    인호는 형사들이 보여주었던 동영상을 떠올려 본다.

    “이상하단 말이지.”

    “네?”

    “아니야.”

    분명 망령이 있기는 했다. 그것도 다수의 망령이.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었다.

    “역시 이상해.”

    부우우우웅-

    인호가 가속 패달을 더욱 세게 밟았다.

    “가 보자. 어떤 망령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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