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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화 〉4막 (上) 유학소녀 - 10 (109/111)



〈 109화 〉4막 (上) 유학소녀 - 10

“뭐어, 렉스가 이딴 식으로 말하기는 해도 아가씨에게 정말 해를 입히려는 건 아닐 겁니다.”


어느새 빈 접시만 덩그러니 남긴 올리버는 소매 단추를 여미었다.


“당분간 저희와 어울려 주시지요. 로즈 양. 저와 재클린이 당신을 보호하겠습니다.”
“당연하지! 우리 로즈가 이제  동료가 되었는데, 오빠도 말은 저래도 그렇게까지 생각은 안 할 거야.”
“생각하니까 말한 건데~”


양 손가락을 입술 옆으로  코니는 혓바닥을 붸- 하고 내밀었다. 있는 그대로 사실 만을 말하는 소녀를 바라보던 로즈는.


“저는, 당신의 동료가 되겠다고 말한  없어요.”

마지막 한 발자국을 내딛지 못한 채, 망설였다.


“뭔가 곤란한 상황이면 도와드릴 거예요. 제 약혼자인… 아니, 약혼자였던 당신이 위기에 빠지면, 못 본 척하고 넘어갈 정도로 야박한 성격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가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일에는 하지 못해요.”
“가문, 가문. 그놈의 프리스카 가문.”


어딘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엄지 검지로 턱을 문지르는 코니.

연합왕국에서는 수도 앨버스 다음으로 큰 도시인 레인폴이다.  거대 도시에서─국가 파견 행정직을 포함하여─실질적인 지배 역할을 떠맡고 있는, 국가보다 오래된 계보를 가진 몇 안 되는 명문 가문이 『프리스카』 이다.

그 가문의 당주는 이제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할아버지.


계승권을 세보면, 코니도 알기로는 프리스카 가문 장손녀인 로즈는 열 손가락 안에는 들어간다.

아주 높지는 않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높은 위치.


 가능성을 로즈 자신이 발로 차는 일을, 할 리가 없다.

“커빗 가문에서도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은 비밀로 하고 있는 거잖아요, 렉스 씨. 자신이 가장 의지해야  곳에서조차 이렇게 비밀스러운데, 외부인인 저에게 도움을 바라다니 제정신인가요?”

어느 사이엔가 따지는 말투가 된 로즈의 공격을. 코니는 순순히 인정했다.


“네 말이 맞아. 엄청나게 수상한 일이야. 나는 살짝 제정신이 아니고, 네가 잘못하면 큰일 날  있지.”
“거봐요. 제가 뭐랬어요? 그러면 저는 참여할 수 없어요.”
“그래? 그러면 가던가. 겁쟁이에겐  어울리는 일이니까.”
“겁…쟁이요?”

그저 흘려들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저는 겁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위험한 일에 얽히면, 제 가문은 잃을  너무 많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제가 당신을 도와서 뭘 얻을지도 모르는데, 렉스 씨가 저라면 무턱대고 참여할  있겠어요?”
“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갈 거면 빨리 가. 남은 팬케이크는 포장해줄 테니까.”
“오빠!”

무신경한 코니의 말이 해도 해도 너무한지, 옆에서 재클린이 대신 화를 냈다.


그렇지만 손바닥을 세워 동생에게 ‘잠시만 말하지 마라’는 제스처를 취한 코니는,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억지로 붙잡을 생각 없어. 가고 싶으면, 이대로 네 저택으로 돌아가던가. 그리고 여기로  번 다시 오지 말고 연락도 하지 마. 소문도 듣지 말고.”
“뒤끝 있는 성격이셨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서운한걸. 널 위해서 한 말인데, 나만 못된 사람인 것처럼 보이잖아.”


코니는 아직 팬케이크가 절반 정도 남아 있는 접시를 앞으로 물렸다.


“네 의견을 묻는데 넌 자꾸 가문 이야기만 하는구나. 로즈, 네가 당주야? 네가 프리스카 가문 그 자체냐고. 걸어 다니는 프리스카야?”
“그, 그야 당주는 아직 아니죠.”
“그치? 그럼 네가 하고 싶은 걸 말해주면 좋겠어.”

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들기고. 코니는 빙긋 웃었다.


“로즈. 같이 다닐래? 그러고 싶지 않아?”
“하고 싶어요, 하고 싶죠! 하지만 마음대로 할 입장이 아니라니까요?”

톡톡, 톡.


탁자를 두들기던 손가락을 멈췄다.

자리에서 일어난 코니는 머리에 쓰고 있는 카추샤를 벗으려다가 “아, 이건 변장이 되려나.”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로즈의 앞에 바짝 다가왔다.


“뭐… 뭐예요.”
“따라와라. 모험하자.”

코니의 말은 이미 부탁하는 자세가 아니었다.

“나는 네가 필요해.”


간결한 소녀의 명령에 로즈는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몇  후.

재클린에게 부탁해서 로즈가 보낸 전보는 두 통이었다.


지금쯤 다리 아래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사용인에게 한 통. 그리고 저택에서 아마 자신이 빠져나온  진작 눈치채고 있을 할아버지에게도 한 통.

별다른 내용은 아니었다.

“커빗 가문에서 잠시 머무른다고. 그렇게 전했어요.”
“응. 그러잖아도 집사한테도 별관에 네가 와 있다고 전해뒀으니까. 적당하게 말 앞뒤 정도는 맞춰주겠지.”

마치 남 일처럼 느긋하게 말하는 코니는 자기 머리보다도  치수는 커 보이는 고글을 쓰고 있다. 옷도 어느샌가 후덥한 가죽 재킷을 위에 걸치고 있었다.


조수석에서 등을 시트에 기댄 소녀는 고개를 어깨너머로 돌렸다.


“바쁠 텐데 자꾸 시간을 내게 해서 미안해, 동생.”
“괜찮아. 오빠 부탁인데.”

웃으면서 브이 자를 그리는 재클린과 그 옆에  뻣뻣한 자세로 앉아 있는 로즈도 마찬가지로 가죽 재킷을 걸치고 있다. 운전석에서 핸들을 쥐고 있는 올리버만이 원래 입고 왔던 프록코트 차림이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출발하겠습니다!”
“출발!!”

조수석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던 코니가 한 옥타브는 높은 목소리로 힘껏 외치며 오른팔을 번쩍 들었다. 곧이어 뒤따라서 재클린도 왼손을 들었다.

“출발~♬”
“어… 추, 출발…?”

분위기를 따라 눈치껏 로즈가 슬금슬금 오른팔을 어깨높이로만 살짝 들어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지, 올리버는 가속 페달을 꾸욱 밟았다.

“「취이이이익—」”


아까 로즈가 타고  모노휠과 비슷한 정도의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모터 구동으로 전환하는 모노휠과는 달리 외연기관과 연결된 구동계로 달리는 증기자동차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여기서 차를 타고 나오는 소식이 미리 전달된 건지, 저택 서문으로 다다르는 타이밍에  맞게 경비원 둘이 쇠창살 철문을 열어젖혔다.


“고마워요~”

재클린이 가볍게 모자를 벗는 시늉을 하면서  둘에게 인사를 하였다.  모습도 순식간에 뒤로 밀려 나갔다.


드높이 뻗은 울창한 활엽수림이 만든 「숲의 천장」. 작고 좁은 틈에서 내려오는 빛이 여러 가락의 선을 그린다.

아주 오래전 반듯한 돌과 타일로 포장이 된 도로 위로 달리는 자동차는  빛과 녹색 이끼가 그려내는 공간 사이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넓은 숲을  깜박할 사이에 벗어난 차는, 조금 전 로즈가 질주하였던 평원의 길로 나아간다.


구름 조각이 떠 있는 하늘과, 봄밀이 일렁이는 들판과.
낮은 구릉을 따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포장도로.


그 위를 질주하는 증기자동차는 마차와는 비교가 안 되는 스피드로 가속하고 있었다.

“역시  차가 좋아. 진동이 훨씬 적은데.”


경치를 구경하려는 코니는 열심히 창문 손잡이를 돌려서 유리창을 내렸다. 미리 고글을 쓴 소녀는 머리 양옆으로 동글게 묶어 올린 경단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올리버가 운전을 해줘서 다행이야. 내가 직접 하고 싶지만, 페달을 밟을 정도로 아직 다리가 길어지지 않아서.”
“과찬이십니다. 경의사 님.”

이미 운전에는 익숙한지, 올리버는 조수석 창문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흩날리는 앞머리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다. 그는 정면을 주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로즈 양, 멀미할  같지는 않지요? 공화국에서도 비슷한 거 많이 타보셨으니 말입니다.”
“예. 공화국 쪽 자동차는 훨씬 시끄럽고, 훨씬 덜컹거려요.  차는 괜찮네요.”
“그치~? 그치 그치? 이거 우리 집 차인데~ 완전 좋지!”
“아, 렉스 씨가 원래 이렇게 방정맞은 성격이었습니까?”

이해가 가는 로즈의 실망.


올리버는 “프훕!!” 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터뜨렸다. 찌릿하고 노려보는 코니의 시선을 무시하고 웃던 올리버는 “하하, 아닙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저런 어린애 같은 모습에 너무 놀라지 마세요. 저건 렉스가 특이한 게 아닙니다. 남자는 복잡한 기계를 보면 흥분하거든요.”
“그래. 기술이나 공학 발달은 정말 무시무시 하다니까~”


코니는 열린 창문 너머로 팔을 걸쳐서 경치를 바라본다.


푸른빛이 상쾌하게 채워진 하늘과 땅 사이의 지평선을 아련한 눈빛으로 좇으며 말했다.

“과학은 다들 떠올리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 그런데 우리가 생활에서 마주치는 건, 대부분 좋은 쪽으로의 변화만 보이지. 이 신식 차량처럼.”

좋지 않은 쪽으로의 변화는,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높은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야 하는 거지. 참고로 내 성벽은 힘차게 왕복하는 실린더의 상하 운동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오빠.”
“네?!”

아연실색한 로즈의 옆자리, 재클린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인 부분만 보인다고 그걸 전부라고 여기면 안 되겠지.”
“아, 아아, 그쪽 말입니까….”


안도하면서 로즈는  줄기 흐르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 사이에, 어느 샌가 들판에서 벗어난 자동차는 레인폴의 구도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서히 시야에 담기는 집의 비율이 늘어나고, 수은등으로 교체되는 가로등과 목제 전봇대가 늘어지는 거리에는 띄엄띄엄 자동차와 마차가 어지러이 섞이기 시작했다.

속도를 낮추고 슬슬 달리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코니의 어깨를, 로즈는 툭툭 두드렸다.


“저, 렉스 씨.”
“집에서 나왔을 때는 코니 라고 불러줘.”
“코니 씨. 제가 하나 물어볼  있거든요. 죄송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답을 못 들을 거 같아서 물어보겠습니다.”
“푸흐흐.”


모든 것을 포기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허탈한 웃음이 소녀의 입술 사이에서 유령처럼 튀어 나왔다.

“어떤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내가 뒷감당을  수 있는 질문을 해줘.”
“예. 코니 씨. 당신은 저를 처음 봤을 때 왜 환하게 웃었나요?”
“눈빛이 마음에 들었거든.”

 일 초도 뜸을 들이지 않고 코니는 즉답했다.

“그때의 네 눈빛은 짜릿할 정도로 멋있었어. 어째서 아무도 너한테 춤을 권하지 않는 건지 알겠더라고. 사교클럽의 남자들은  비겁하거든.”

흘러내리는 옆머리를 빨개진 귀 뒤로 넘기는 코니.

“너처럼 맹진하는 소녀에겐 아무도 손을 안 내밀었지.”
“그렇지만 그때, 당신은 웃으면서 저한테 춤을 권하셨습니다.”
“나는 비겁하지 않으니까. 겨우 열다섯 살이었던 너에게 성적 매력은 없었지만, 난 너와 정말로 친하게 지내고 싶었거든.”
“으… 으으…?”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실망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진실.

날것 그대로의 진실을 마주하고 혼란에 빠진 로즈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코니는 줄줄 말을 이어나갔다.

“참고로 난 나보다 키가 큰 여자가 좋아.”
“내가 좋다는 거야, 오빠?”
“당연히 좋아하지.”


아마도 별생각 없이 던졌던 동생의 능글맞은 질문에 답하는 코니의 얼굴이, 화로 속 달구어지는 부지깽이처럼, 서서히 빨개지고 있었다.

“내가 이런 몸이 되기 전에도 좋아했고, 당연히 지금도 좋아해. 세상에서  번째로 좋아해. 동생.”
“그, 그, 그래~…? 하하, 오빠도 차암~ 하하….”
“네가 물어보고 네가 부끄러워하지 마…!”

훈훈한 대화의 와중에 올리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풉크크크, 야. 렉스, 그래서 첫 번째는 뭐야? 누굴 제일 좋아해? 설마 나야?”


암묵적으로 아무도 묻지 않았던 금단의 질문을 꺼내고 말았다.
그 질문이 불러올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한 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명이야.”
“크하, 공동 일등이냐? 욕심쟁이네~ 렉스~!”
“천국에 계신 부모님.”
“아.”


지금까지의 싱글벙글했던 분위기는.
정말,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거워진 공기 속에서 덜컹덜컹, 구동계의 크랭크가 회전하는 소리만 들린다.

“어, 그, 미안하다. 렉스.”
“하아…….”


코니는 묵직한 한숨을 뱃속 깊숙이 꺼내서 입 바깥으로 길게 빨래처럼 늘어놓았다.

“이 분위기 어떡할 거냐고. 야 올리버, 어떡할 거야? 엉?!”
“나한테 묻지 마라. 운전 집중한다.”
“너 진짜…. 그리고 집에서 나오면 내 이름 꺼내지 말라고 몇 번은 말했잖아.”

이마를 짚은 소녀는, 손으로 올리버의 옆구리를 쿡쿡 쑤셨다.

“올리버  여기서 내릴래? 어? 운전기사만 아니었으면 여기서 집어 던졌어. 사실 지금도 던져버리고 싶어. 어차피 내가 아니라 재클린이 운전할 거니까.”
“섭섭하네. 너한테서 나는 잘 쓸만한 하인일 뿐이냐고. 나도 재클린처럼  헌신적으로 도와주는데.”
“언제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너도 좋아하는 사람 순위에서 스무 손가락 안에는 있으니까 힘내.”
“이상하네. 너  두 개 아니었던, 가!”

핸들을 손바닥으로 살짝 내려치며. 올리버는 왼발 쪽의 레버를 잡아당겼다.

「피슈우우욱—!」


증기를 내뿜으면서, 차가 갑자기 속도를 낮췄다. 급제동을 걸면서 올리버가 핸들을 크게 시계 방향으로 돌렸다.

“이… 이히이….”


예상 못 한 회전에 이상한 비명을 흘리는 코니.
그도 그럴 것이었다. 차가 거의 옆으로 쓰러질 것처럼 높은 각도까지 기울어졌고.

「쿠웅-」

다행히 뒤집히기 직전에 간신히 차체는 원래대로 내려왔다. 조금 전까지는 쭉 뻗은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면, 지금은 차 두 대가 간신히 마주 스쳐 지나갈 정도의 동네 길로 들어섰다.

그러자마자 곧바로 이번에는 반시계방향으로 힘차게 돌아가는 핸들!

츠그그그— 하는 소리와 함께 좌회전하는 차의 천장이 담벼락에 긁혔다. 이번에도 용케 안 뒤집힌 증기자동차는, 차  대도 겨우 지나갈 것 같은 좁다란 골목 안으로 쭈욱 들어갔다.

그리고 멈추어 서자마자, 곧바로 시동키를 돌려서 뽑은 올리버는 후다닥 내렸다.


“다들 몸 낮춰. 재클린! 방수포!”
“응!”

미리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뒷좌석 밑 공간에 켜켜이 접혀 있던 얼룩무늬 방수포를 쭉 꺼내서 차체와 엔진 보닛을 덮었다. 증기엔진을 식히고 나서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운전석과 좌석으로 돌아와, 납작하게 쪼그려 눕듯이 몸을 숨겼다.


“미행이 붙은  같았다. 검은색 T자형 자동차. 동생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올리버 오빠의 말이 맞아. 누군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어.”
“으윽… 언제 뒤를 잡힌 거지…?”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코니는 겨우 균형을 잡았다. 소녀의 질문에 재클린은 “으~음” 하고 고민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까 시가지 안으로 오고 나서니까 얼마  되었어. 내가 오해한 거면 좋겠는데, 아니겠지?”
“아니겠지.”

그렇게 말을 하던 코니가 검지를 입에 대었다.


‘쉬잇-’

조용히 말을 멈추고. 소녀만 아주 살짝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방수포 사이로 뒤쪽을 바라보았다.


아까 골목길로 꺾어 들어오기 전에 달렸던 길로, 검은색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한 갈래 더 좁은 골목길의 그림자 밑에서 가만히 있는 코니 일행은 놓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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