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파일럿 단편】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색(紫色)-왕족을 상징하는 색은 함부로 사용하면 극형까지도 당할 수 있다. 자줏빛의 묵주를 쓴다는 것은, 단순한 의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왕실 가문에 속한 의원이란 뜻이다.
물론 이미 백여년 전부터 수도와는 별개로 행정이 독립되다시피 한국경 지대에서는 왕실 정부의 권력은 유명무실이긴 하다.
그럼에도 한 나라의 왕족이란 건 시대와 공간을 막론하고 동경과 경외의 대상인 것이다.
에릭슨에게 처음부터 자초지종 사정을 듣는 왕실 의원의 앞에 놓인 음식은, 여전히 딱한 음식이긴 하지만 교도소 운운한 식사보다는 사정이 나아 보였다.
브라운 루가 진하게들어간 스튜에 자기 얼굴만 한 양고기를 뜯어 먹으면서 방문객은 말했다.
"당신은 독수리 사냥꾼이라면서 감방은 왜 들어갔다가 온 거야?"
"별일은 아니었다. 단지 행정상 사소한 오해를 샀을 뿐이다. 외지인이다 보니."
"흐음. 그렇다는 거지. 그곳에 당신의 동료란 사람도 함께 들어갔던 거야?"
"아니. 그 녀석은 나중에 합류한 일행이다."
"그래. 이제야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군."
수저를 내려놓은 방문객은 에릭슨을 향해 말한다.
"나란 분이 댁의 입장이었다면 저 애송이를 신뢰하진 않을 거야. 아는 거라고는 쥐뿔만큼도 없는 수행 의원에게 목숨을 맡겨보기엔, 이 집 뒤편에서 오늘도 달걀을 어디에 숨길지 골몰하고 있는 암탉마저도 가여울 정도지. 댁의 동료가 이런 녀석의 손에 다뤄지는 건 위험하다고."
"그건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격이 다른 식사를 보니 자신의 비참한 음식이 목구멍에 넘어갈 리가 없다. 이미 숟가락을 내려놓은 니스는 나름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었지만.
"자신감이 넘치는군. 좋아. 당신에게 부탁하지.“
그 앞을 가로막은 건 여행객이 아닌 에릭슨이었다.
"에릭슨 씨."
"미안하지만 나도 지명수배를 당한 의원에게 부탁하고 싶진 않군. 모르면 상관없겠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꺼림칙한 건 어쩔 수가 없다고. 무엇보다도 당신보다 유능한 의사가 나타났는데, 내가 수행의원인 당신에게 부탁할 이유는 사라진 게 아닌가?"
"지극히 현명한 판단, 대단히 멋지십니다."
박수를 짝짝 두들기는 여행객.
"그러면 식사가 끝나는 대로 환자를 뵙도록 하지. 사례는 선지급으로."
"그래. 얼마 정도면 되지?"
"나란 분은 빈자에겐 돈을 안 받는다만, 보아하니 당신에겐 마땅한 몫을 받아도 되겠군."
그렇게 말한 여행객은 둥글게 말아 쥔 손에서 검지와 중지를 펼쳤다. 에릭슨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2실링이면 꽤 저렴한ㅡ"
"2크로네."
"말도 안 돼."
사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치료해 달라는 것도 아니야. 상태를 봐 달라고. 그게 2크로네라고?"
"그 정도의 돈을 나에게 주기 싫으면 당신 옆에서 아직 애처롭게 싹도 제대로 피어나지 않은 수행 의원에게 경험을 선물해주라고. 하지만 말이야."
에릭슨과는 달리 오히려 한층 더 느긋한 미소를 머금으며 여행객은 말했다.
"2크로네만도못한 당신 동료의 목숨값은 이제 저승 가는 노잣돈으로 써야 할 것이고, 그건 댁에게도 큰 손해이니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일 년 장사의 대가를 봐서 그다지 무리가 되는 금액이긴커녕 오히려 훨씬 싸게 먹힌다고 말해주고 싶군. 영업 비밀이지만. 아차, 지금 말해버린 건가?"
속사포처럼 말한 여행객은니스와 에릭슨의 앞에는 올라오지 않았던 양고기를 와구와구 씹었다. 서민적인 음식을 먹고 있음에도 왕족 여행객이 먹으니고급 음식처럼 보인다.
"어차피 나도 저 멍청이도 여기에서 내일 아침엔 떠날 거니까 그 전에 미리 결정해주면 좋겠어. 아, 이름을 안 알려줬네."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행객은 품속에서 자그마한 종이를 꺼내었다. 연락처와 이름 따위가 적힌 종이다. 니스는 기억을 되짚어봤다. 비슷한 것을 예전에 수도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긴 하지만, 수도 안에서도 그렇게까지 널리 퍼진 관습은 아니었다.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위와, 번듯한 직업과, 고정된 연락처를 동시에 가진 사람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런 국경 지역에서 보게 될 줄이야.
"본인은 왕립의사학회 소속, '린'이라고 합니다. 피곤하니까 먼저 올라가 보겠어. 그럼 이만."
과장된 인사 흉내를 내고는 여행객 의원ㅡ린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 자리에서 멍하니 명함을 쥐어 들고 있던 니스와 에릭슨은, 시선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전 돈을 받지 않으니 일단은 저에게 받아보시고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때 린 의원에게 부탁하는 게 어떨까요?"
"으음, 그래도 상관없긴 하겠지만…."
조금 전에 심한 말을 했으니, 어딘가 에릭슨은 미안한 기색이었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아직도 내 동료를 봐 줄 생각을 하는 거냐."
"물론 당신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 아프다는 당신의 동료를 치료하지 않는 것은 의원이 된 도리가 아닙니다."
아무리 수행의원이라고 해도 자존심이 없는 건 아니다. 조금 전에는 그 왕립 의원인가 하는 건방진 여자에게 와장창 깨졌고, 그 이전에는 수배 명단과 닮았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 정말로 수배범이긴 해도.
하지만 이 남자의 동료가, 지금 의원을 필요로 하는 환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식사도 끝났으니 가능하면 지금 미리 보면 어떨까요."
"글쎄. 그리 급하진 않으니, 내일 아침에 댁이 떠나기 전에 잠깐 보는 게 낫겠군."
"예? 아무리 그래도…."
"말했잖아, 그리 심각한 건 아니라고. 그냥 얼마나 아픈지, 상태가 어떤지 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말을 하는 에릭슨은 애써 설득력을 가지려는 듯 보였다. 어딘가 의문스러운 점이 잔뜩 있었던 니스도 억지로 캐묻지는 않았다.
첫 만남 때부터 바로 만나지 않고 계속 미루었던 걸 보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분명하다. 그게 자신에게 손해나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굳이 파고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렇게 어수선한 식사를 끝마친 니스는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어야 할 그 방에는 이미 먼저 온 손님이 한 명. 특별히 놀랄 것도 없이 누구인지는 바로 알 수있었다.
"린 의원님."
"님은 빼고, 의원 대신에 선배라고 불러주지?"
그렇게 말한 린의 오른손에 로사리오는 보이지 않았다. 즉, 의원이 아닌 입장에서 찾아온 거란 건가.
"그나저나 우리 후배는 하늘 같은 선배님을 보고도 긴장감이 전혀 없네."
"거야 이런 일에 긴장해봤자 달라질 건 없으니까."
여태까지 별꼴을 다 보아왔던 자신이다. 린이 먼저 의자에 앉아 있으니 빈자리는 침대가 전부다. 담요 위에 편하게 걸터앉으며 니스는 말했다.
"그래서 선배님은 이 누추한 곳에 어인 일로 행차하셨는지?"
"그런 노골적인 비꼬는 어투는 오히려 즐거울 정도야. 오랜만이네. 내 앞에서 후배님처럼 당당한 사람."
콧방귀도 뀌지 않고 린은맞받아쳤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이런 곳에서 운 좋게 후배를 만나서 본인은 정말로 반가워. 이 몸은 혼자서 여행하는 건 영 적응이 안 되어서 힘들거든."
"그래도 수도에서 여기까지 오면 꽤 겪을 만큼 겪었을 건데."
"뭐라고 해야 하나… 여행 자체가 간만이거든. 물가도 잘 모르겠고, 여러 가지로 대화가 잘 안 통하기도 하고."
"으음?"
어딘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다.
무슨 목적인지 몰라도 이런 외진 곳까지 여행을 하는 의원이라면 잔뼈가 굵을 건데. 생각해보면 수도와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긴 해도, 바로 주위의 거점 도시까지는 두어 차례 비공선을 갈아타면 금세 올 수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열차를 타고 올 수도 있고.
‘아하. 그런 거구나.’
즉, 정말 본격적인 여행을 하려니 낭만 속에 있던 것과는 달랐다. 이거겠지.
왕가에서 곱게 자란 영애와 여행을 한다니, 그것도 신분을 뛰어넘는 선후배 관계마저 있다니.
마치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다.
"하여튼 본인은 일단은 자유 여행을 하는 중인데, 후배님이 거절하지 않는다면 옆에서 선배의 마음으로 여러 가지를 도와주고 싶군."
"어, 요컨대 길동무해 달라는 말이야?"
"나란 분의 지척에서의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과 소양과 마음가짐을 전수 받을 기회를 주겠다는 거지."
역시 프라이드는 장난이 아니다.
"아무나 제자로 받을 수는 없으니, 내일 아침엔 물 건너에서 온 녀석의 동료를 한번 진찰해보라고."
그렇게 말하는 린도 이목구비가 이국적인 색채가 짙다. 정작린 자신은 전혀 그런 걸 의식하지 않는 듯했지만.
"그리고 너도 어차피 그 남자에게 ‘난 수행의원이니 돈을 안 받는다, 그러니 먼저 나에게 진찰받고 마음에 안 들면 왕실 의원에게 다시 가보던가 해라.’ 그렇게 말했겠지?"
"으윽…."
마치 뻔히 본 것처럼 알고 있었다.
"네가 얼마나 물러 터졌는지는 내일 아침이면 확인해볼 수 있겠군. 그러니 일단 한숨 푹 자두라고."
"고작 이걸 이야기하려 이 시간에 들어온 거야?"
"고작이라니. 나란 분과 대화를 섞는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시골뜨기 초짜 의원."
"그러니까 난 촌뜨기도 시골뜨기도 아니야…!"
아무리 봐도 자기 동생뻘로 보이지만, 니스는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아슬아슬하게 짜증을 참는 쪽을 선택했다.
로맨스는 무슨 놈의 로맨스.
왕실의 황금 낙하산을 탔든지 아니든지, 일단은 수행의원인 자신보다는 선배인 것은 분명하다. 정수리가 자신의 가슴팍에 올 법한 작은 체구의 방랑 소녀를 눈앞에 두고 공경한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그렇다고 해도, 후배 입장에서 너무 건방지게 구는 것도 위험했다.
"아."
그러다가 문득 의아한 점이 떠올랐다.
"선배가 정말 왕실 의원이라면 그 로사리오 말고도 다른 징표가 있을까?"
지금까지는 린의 자주색 묵주만을 믿고 있었지만, 목숨을 걸고 대담하게 의원과 왕실 징표를 동시 사칭했을 수도 있다. 니스의 질문에 일리가 있다는 듯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문을 가지는 태도는 마음에 드는군. 나란 분의 신원을 증명해야 하는 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빙글빙글 걷다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거 곤란한데."
"예?"
"후배님에게 내 본명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말이야."
연기하는 거로는 보이지 않는, 심각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나란 분의 진짜 신원은 단지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주위에 큰 혼란을 줄 수 있거든. 후배님의 입이 가볍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대신 가명을 알려주면 안 될까? 우리 영특한 후배가 내 처지를 이해하리라 믿는데."
"자기 입으로 가명이라 말해봤자…."
국가에서 설립한 왕립의학원 외엔 엄격히 육성부터 관리까지 제한하고 있는 의원은, 학생 신분일 때부터 국유재산으로 취급한다. 모든 의원마다 정규번호와 가명(假名)이 부여된다. 지금 선배가 말하려는 건 그 가명 중 하나일 것이리라.
"아까도 말했다시피, 일단은 린이라는 이름의 왕실 의원 신분을 사용하고 있어. 그리고 이 의원 면허는 25년마다 자동 갱신하게 되어 있지. 왕실 가문의 일원이라면 그 어느 때라도 쓸 수 있도록."
애초에 본명은 알려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이게 거짓말이 아니라면, 오히려 왕실 의원이라는 게 하찮게 여기질 만큼 상상 이상으로 높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해타산적으로 어울려서 손해 볼 건 없다.
그렇게 생각한 니스는 린을 보았고, 아차 싶었다.
"후후, 지금 튼실한 인맥 하나 건져냈다고 자축하고 있었지?"
"아니 그게….“
"부정할 건 없어. 단지 나는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후배님이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좋겠어."
린은 어딘가 비틀어진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수행의원이 이런 때에 북방 지역에 있다는 건 라우리로 가는 거지. 어째서 직행으로 가지 않고 이 외진 도시로 오는 걸까. 이젠 이쪽 사정을 듣고 싶은데."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라우리는 의학의 여신님이 처음 세상에 내려온 곳으로 전해져오는 유명한 성지이다.
유명세만큼이나 그 도시에서부터 널리 흩어진 여러 성유물을 중심으로, 숱한 도시와 마을이 여러 갈래의 길로 이어진다. 그중에서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지역은 의학원을 다니는 동안 꾸준히 알아두었다.
“그건…….”
예부터 신은 혼세에 도래하여 세상을 평안케 한다고 하였다. 간혹 여신을 자칭하는 자가 반역을 일으키는 사건도 있었지만,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보여지는 여신은 언제나 악한 자에게는 벌을 내리고 약한 자에겐 따스한 손을내민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해도 외람된 발상이지만, 정말로 여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의로운 사람은 불현듯이 나타난다. 그 의로운 사람의 선행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가면서 '여신님의 은총'으로 포장된다.
그렇기에, 그 사람은 <구세주>라고 불리는 것이다.
라우리로 이어지는 길에 흩어져 있는 몇 곳의 성지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만들어진 곳이다. 그곳에 강림한 구세주의 흔적을 뒤쫓는다. 비효율적이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가장 확실히 정보를 모으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걸 말해도 괜찮을까?'
시간으로만 따지자면 불과 수 시간 전에 만난 사이. 오히려 말해주었다가는 터무니없는 오해를 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찔리는 게 있어서 도망 다니는 거 아닐까, 후배? 그래, 분명히 그 외지인이 그랬었지. 지명수배라고 했던가?"
지금 사고 있는 오해보다는 나을 것이리라.
자초지종 설명이 끝났을 때는 창밖의 달이 꽤 솟아오를 정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
본의 아니게 사정을 털어놓았지만, 뜻밖에도 정답인 모양이었다. 뜻밖에도 엄청 진지하게 듣는 린의 미간에는 가느다란 주름이 잡혀 있었다.
"…십 년전이면, 서방 지역의 역병 창궐 시기와 겹치는군. 댁이 그때 생존자라고?"
"믿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어."
"아니야. 믿고 있어. 믿지 않을 이유가 없지. 의외로 후배님 같은 케이스가 많거든.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야."
좀 전의 장난기가 가득했던 얼굴은 간데없다. 엷은 촛불 때문일까. 한쪽으로 살짝 올려 묶은 사금빛 머리칼이 그림자를 드리워 어두워진 얼굴로 린은 중얼거렸다.
"댁이 그 구세주를 의원이라고 확신하게 된 계기. 또는 증거품. 그걸 보고 싶은걸."
"아, 그거라면."
니스는 왕진 가방을 가리켰다.
"어릴 때부터 책가방처럼 들고 다니던 거였어. 금세라도 잊어버릴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 귀한 걸 참 험하게도 다루었다 싶지."
이제는 수행의원이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여겨져도, 아직 정규과정을 배우러 다닐 때 왕진 가방은 주위에서도 두드러지게 튀어 보이는 디자인이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이걸 집에 두고 학교로 간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호오. 이게 바로 '구세주'에게 받은 물건이로군."
그것을 무릎 위에 올리고 이리저리 살펴보던 린은, 왕진 가방 안쪽을 훑어보며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혹시 네 이모부, 종교에 심취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
"됐어. 선배에게 말을 한 내가 잘못이지."
뺏어 들다시피 왕진 가방을 다시 가져온 니스는 탁자 옆에 반듯하게 세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