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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화 〉3막 (下 - 2/2) 네가 죽으면 나도 죽어야겠지 (7) (81/111)



〈 81화 〉3막 (下 - 2/2) 네가 죽으면 나도 죽어야겠지 (7)

불빛 하나 없는 공장의 어두움은, 알게 모르게 광원(光源)이 흩어져 있는 바깥과는 또 다른 차원의 어둠이다.

“역시 이 냄새는 예사롭지 않네요.”

먼저 들어온 마틴이 작은 목소리로 둘을 맞이하였다. 로드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끄러워지는 밖이 신경 쓰이는지 뒤돌아보았다.

“증거품을 발견하기만 하면, 이제 이송하는 걱정은 없겠군. 곧 있으면 오토마톤이 도착할테니.”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끼리 남자마자, 바로 말이 짧아지는 로드리의 변화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공장 내부 구조는 외우고 있다. 코니는 나를 믿고 나를 따라 움직이면 된다. 에스코트 부탁하겠다, 라이트 소위.”

그렇게 말한 그는 마틴의 답변을 기다리지도 않고, 공장 안으로 파고들어가기 시작했다.

작전 장소,  제르바의 공장.

공장의 기능을 다 하던 때에는 증기 퍼실리티를 기준으로 구획이 나누어져 있었겠지만. 폐공장의 내부는 정말 처참한 폐허였다.

사람키보다도 커다란 지름의 컨베이어 휠과 톱니바퀴가 층층이 쌓여 있는 기계들은 다시 녹여 재사용하는 것조차도 포기한  방치되어 있다. 그런 폐기계들이 무수히 깔려 있어서 숲을 만들고 있었다.

녹슨 철의 숲 사이로 셋은 움직였다.

여기저기 녹이 슬고 바스러진  흉물스러운 모습에서, 요란하고도 힘차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던 예전 시절은 이제 상상으로만 떠올릴 수 있다. 그마저도 램프의 빛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은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꿈에서는  나오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득 코넬리아는 고개를 들어서 위를 보았다. 밑에서는 미처 몰랐었는데 이미 천장도 여기저기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거기서 보이는 건, 별빛도 달빛도 아닌, 새까만 하늘뿐.

깨어진 바닥 사이로 자라난 풀을 헤치며 걸음을 걷는 동안 느껴지는 기척은 자신들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코넬리아는 “쉿.”하고 로드리와 마틴을 잠깐 멈춰 세웠다.

“여기는… 그냥 빈 거 같은데. 이미 다 철수한 걸까.”
“그러진 않았을 거예요.”

마틴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땅을 지나, 완전히 녹으로 뒤덮인기계가 덩그러니 놓인 곳을 바라보았다.

“의도적으로 방치한 폐허로 보이네요. 저희처럼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불청객을 한 번 거르려는 거겠죠.”
“라이트 소위의 말이 맞다. 문제 시설은 지하에 있을 것이다.”

로드리는 코넬리아가 조금 전 그랬던 것처럼 시선을 위로 향했다.

“단층으로 높게 위 공간이 트여있는 공장 안에서, 한참 동안 버려진 설비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지하일 뿐이다.”
“참령님. 그저 추측으로 하는 말씀은 아니시지요?”
“물론이다.”

오직 자신의 머리 안에만 있는 지도를 떠올리는지 로드리는 허공에 선을 그렸다.

“공장 내부구조 설계도에는 지하 창고의 존재도 확실히 기재되어 있다.”
“야, 그럼 확실히 거기로 안내하라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코니.”

절제된 코넬리아의 분노로는, 로드리의 강한 정신력에 머리카락 한 가닥 만큼의 상처도 주지 못했다.

“너와 라이트 소위는 다른 장소의 가능성을 몰랐기에 면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나에게는 어려운 집중력이다.”
“저도 그 말씀이 맞다고 봐요, 경의사 님.”

마틴은 양손으로  권총의 총구를 땅으로 향한 자세로 로드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덕분에 참령님이 미처 못 보고 지나간 증거를 발견할 수 있는 거죠.”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춘 마틴은 왼손으로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이런 폐허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으로 깨끗한 유리 조각이었다.

사방이 지저분한 사물로 가득 찬 와중에, 나무 파편 사이에 끼워진 유리 조각은  좋게 광채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

“흐음….”

앞뒤를 돌려봐도 어느 면에도 글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깨져서 남은 건지는 알 수 없어도, 지금 셋에게 중요한 건 유리 조각이라는 존재  자체였다.

바로 얼마 전까지 누군가가  공간에 있었다.

“단면에는 마모가 된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는커녕 조각 면에 흠집 하나 없군요.”
“다음 수색은 날이 밝을 때 해야겠군.”

로드리의 말에 코넬리아는 “과연 다음이라는 기회가 올까?”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럴 사이도 없이 이변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자리에서일어난 마틴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지 유리 조각을 위로 치켜들었다. 어깨에 붙이고 있던 램프 앞으로 가까이했다.

희미한 램프 불빛으로도 유리 조각이 반짝, 빛을 낸 순간.

“「탕—!]”

갑자기 울려 퍼진 총성!

마틴은 곧장 코넬리아 위를 온몸으로 덮듯이 엎드렸다. 이건 로드리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마틴을 따라서 바로 땅에 몸을 붙였다.

“적의 공격입니다. 제 잘못입니다.제가 경솔했습니다!”

자책하는 마틴을 안심시키려는지 로드리는 작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했다.

“괜찮다. 라이트 소위. 작전 중 교전은 당연한 것 아닌가.”
“로드리의 말이 맞아. 마틴. 괜찮아. 괜찮으니까 좀 비켜줘….”
“앗, 죄송합니다!”

소녀의 간절한 부탁에 마틴은 바로 몸을 옆으로 돌려서 피해주었다.

“파하~” 하고 숨을 돌린 코넬리아는 무의식중에 허리를 들어 상체를 세우려다가 아차 하고 다시 엎드린다.

불행  다행이라면, 처음부터 로드리는 항상 엄폐물 사이로 움직였다. 완전히 엎드리지 않고 몸을 조금 숙이는 것만으로도 사방  세 방향은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여기서 발이 묶이면 곤란한데.’

소녀의 걱정을 읽기라고 한 것처럼. 마틴은 곧장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참령님, 총성은 한 번이었죠.”

그의 질문을 들은 로드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확인하고. 마틴은 군화 한쪽을 벗어서 우의를 씌우고, 엄폐물 위로 천천히 내밀었다.

어둠 속에서 모양새로만 보면 쏴도 무방한 상황에서, 아무도 공격하지 않았다.

방수 우의를 다시 입고 군화를 신은 마틴은 발밑에 떨어져 있는 주먹만  돌멩이를 쥐어서 곧장 옆으로 던졌다.

“「따악-, 떽, 떼굴, 떼구르르── 까앙—!」”

제법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돌은 바닥을 튕겨 구르다가, 폐기계에 부딪혔다.

사람 실루엣을 흉내 내었던 조금 전보다도 훨씬 노골적인 어필. 충분히 위협 사격을  법한데도 이번에도 역시 어떤 공격도 따라오지 않았다.

“아하…….”

뭔가 눈치를 챘는지, 마틴은 씨익 웃었다.

방수 우의 안에서 조그마한 거울 하나를 꺼낸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긴 널빤지 하나를 주워들었다. 그걸 세로로 길게 쪼개어 나무 막대기를 만들고 그 끝부분에 거울을 끈으로 동여 감았다.

어깨에 고정되어 있던 전등 램프를 떼어낸 마틴은 그것을 막대기와 함께 로드리에게 건넸다.

“참령님. 제가 셋을 세면 이것을 정면 기준 10시 방향 위로 들어주세요. 그다음에 이걸로.”
“알았다.”

그걸 건네받은 로드리도 뭔가 짐작이 가는 게 있는 눈치였다.

“전부 바깥으로 대피한  알았는데, 책임감이 있는 누군가가 남았던 모양이군.”

낭패감이 섞인 로드리의 혼잣말. 마틴은  수 없다는 양 어깨를 으쓱하였다.

“적이 우리를 눈치챈 건 어쩔 수 없지만, 반대로 우리도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다친 사람이 없는 이상 득실은 제로입니다.”

마틴은 잠금장치를  권총을  채, 왼손으로 손가락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로드리가  막대기를 내민 후, 반대편 손의 전등 램프를 거울 방향으로 돌렸다.
반짝, 하고 램프의 빛을 반사하자마자.

“「타앙──!!」”

저만치 앞에서 격발하는 총성.

막대기 끝 거울이 박살이 나는 순간과 그 총성을 뿜는 불꽃을 찾아낸 마틴이 정확히 목표물을 겨냥한 순간은 거의 동시.

깨져 나간 거울 조각이 마틴의 얼굴을 날카롭게 그었지만,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그의 사격이 어딘가에 명중했는지, 파츠츠- 하고 결합 부품이 부서지면서 사방팔방 흩날렸다.

“「탕, 탕, 탕.」”

흔들리지 않고, 부동자세로, 연달아 사격.

후둑 투둑- 하는 소리가 뒤따라 들려 온다. 마치 누군가가 자갈을 마구 던지는 양, 맨바닥에 어떤 것의 파편이 쏟아졌다.

몇 초 후, 로드리가 이번에는 대담하게 램프를 손에 쥔 채 엄폐물 위로 살짝 들어봤지만, 아무런 공격도 찾아오지 않았다.

무겁고 긴 침묵.

공장 바깥으로는 요란한 소음과 함께 드물게 총소리도 퍼져 안으로 들려 왔다.

그 사이에서 기다리던 시간은 길어도 일 분 남짓이었지만, 마치  시간은 지난 것만 같은 긴장감으로 채워진다.

이윽고 램프를 든 채, 로드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에 쥔 마틴의 램프에 더해서 어깨에 부착된 자신의 램프까지. 누가 봐도 눈에  정도인 그에게 찾아오는 공격은 없었다.

“흐음.”

공격이 왔었던 곳을 뚫어지라 바라본 로드리는, 이내 몸을 다시 숙였다.

“빛에 반응하는 장치가 있었다.”
“어머나. 요즘 과학 기술로 그런 것도 만들 수 있어?”
“말보다는 확인이 쉽겠지만 그보다는 이동이 먼저다.”

로드리는 마틴에게 전등 램프를 돌려주었다.

“다음 안전 포인트로 먼저 이동하겠다. 내가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서, 경의사 님을 에스코트하도록.”
“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드리는 낮은 자세로 십여 미터를 가로질러서, 커다랗고 녹슨 방적기 옆 그림자 아래로 왔다. 그 뒤를 따라서 마틴과 코넬리아도 몸을 움직였다.

“지하 창고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세 군데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배수실 옆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서곧장 끝까지 가면 된다.”

뭉툭한 쇠막대기 같은 손가락 끝으로 바닥에 약도를 그리면서 로드리가 설명했다.

“바로 지하 창고로 향하는  이 경로다. 그리고 조금 전 공격 지점의 무력화를 점검하려면, 먼저 여기를 뒤로 돌아서 벽을 따라가면 된다.”

로드리의 손가락이 새로운 선을 그어서 둥글게 빙 우회하는 경로를 그렸다. 그걸 보던 코넬리아는 “으음~” 하고 팔짱을 꼈다.

“로드리. 체크하고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릴까?”
“3분 정도면 충분하다.”
“3분이라.”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애매한 시간.

고민에 빠진 소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한다는 걸 알아차린 마틴이 스스로 가리키는 시늉을 하고, 입을열었다.

“전 위험 요소를 줄이는 쪽을 선호합니다. 제가 경의사 님이라면 확실하게 체크하고 갈 거예요.”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게 맞다. 작전 수행의 성공률은 아주 조금이나마 낮아지겠지만.”

덧붙여진 로드리의 말은 묘하게 사람을 망설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힘을 코넬리아는 겨우 이겨냈다.

“검사하고 지하로 가겠다. 로드리, 안내를 부탁한다.”

곧바로 몸을 일으킨 로드리를중심으로 셋은 조금 전 공격이 찾아왔었던 곳으로 향했다.

어두운 곳에서도 한층 더 어두운 그림자를 찾아 움직이느라 코넬리아는 한  넘어질 뻔하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별다른 탈 없이 로드리를 따라 도착하는 데에 성공했다.

마틴은 반으로 부서지고도 꽤 기다란 원통을 주워들었다.

“잠망경(periscope)이네요.”

아마도 거기에 함께 고정되어 있었을 총기 장치도 옆에 굴러다녔다. 로드리는 그걸 주워서 잠깐 살펴보더니 재장전 부품만 분해하고 내려놓았다.

“네가 쓰기엔  크지.”
“응.”

코넬리아는 한 손을 허리에 짚고 비딱하게 섰다.

“로드리. 리볼버 있어?”
“나는 없다.”
“마틴은 가지고 있었지. 다른 무기가 있으면 리볼버는 나한테 빌려줘라.”
“예.”

부탁이 아닌 명령이다. 이미 권총을 사용하고 있는 마틴은 우의 안에서 기꺼이 리볼버가 들어있는 홀스터를 꺼내서 코넬리아에게 건넸다.

“리볼버를 사용할 줄 안다는 건 농담이 아니었군요. 경의사면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는 건가요?”
“뭐어… 그럴 수도 있겠지.”

홀스터를 허리에 차면서코넬리아는 적당히 말했다. 어차피 자신이  다른 경의사는 자신의 대리역으로 행동한 재클린이 전부였지만.

그 사이에 로드리는 전등 램프로 바닥 부분을 살펴보았다. 그의 사격으로 부서진 잠망경은 지금 1층 플로어에 노출된 일부분일 뿐이었다.

아직 부서지지 않은 부분은 얼마나 깊숙할지 모르는 구멍을 따라 저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거울과 프리즘을 이용한 잠망경은, 몸을 드러내지 않고도 시야 바깥의 상대방을 관찰하게 도와주는 장치다.요컨대 지금처럼 지하에서도 지상의 코넬리아 일행을 노릴 수 있었다.

“수동으로 조작하는 거였구나.”
“맞는 말씀입니다. 누군가가 저희를 보고  거겠지요. 정확히는 저희가 아닌, 참령님이 일부러 노출한 빛을 겨냥한 거겠지만 말입니다.”

수 미터 아래에서 이런 비상시를대비한 감시 장치를 만들 정도라면, 함께 붙은 총기의 방아쇠를 밑에서 당기는 장치를 만들기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리라.

그렇지만이렇게까지 박살을 내버린 이상 더는 남아있는 신비감도, 기능도 없다.

“이런  더 있으면, 공장 가운데를 가로질러서 이동하는 건 확실히 곤란하겠군요.”
“지금부터 움직이는 경로는 바로 밑으로 증기관이 설치되어 있다. 두더지처럼 숨어서 머리만 내미는 장치는 있을 수 없지.”
“그러면. 우릴 공격했던 곳은 완전히 체크했고.”

코넬리아는 홀스터에서 리볼버를 꺼내어, 약실이 꽉  있는  확인하였다.

“내가 이걸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없을 거다, 아마도.”

확신에  어조로 불확신한 대답을 하는 로드리는 마틴에게 무어라고 수신호를 보낸 후, 소녀에게 말했다.

“배수실로 이동하겠다. 나를 따라오면 된다.”

코넬리아가 다시 홀스터에 안전하게 총을 넣는  확인하고 나서야 로드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폐공장 입구로 들어왔던 방향에서 완전히 반대편. 끝과 끝에 가까운 곳까지 이동한 셋은, 문이 닫혀 있는 배수실 앞에 도착하였다.

그냥 발로 차는 것만으로도 부서질 것 같은 허술한 잠금 자물쇠가 달려 있었지만, 지금 코넬리아 일행이 들어갈 곳은 배수실이 아닌 그 옆의 내리막 계단이었다.

어깨의 전등 램프 앞에 붙여두었던 천이 제대로 붙어 있는지 단단히 확인하고.

가장 먼저 앞장서는 건 밤눈이 밝은 마틴이었다. 로드리는 뒤에 서고, 코넬리아는 그  사이에 샌드위치에 낀 오이처럼 납작하게 걸음을 움직인다.

문자 그대로 ‘한 발자국 앞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어둠이 입을 벌리고 있는 지하 계단. 천으로 앞을 가린 전등 램프의 희미한 빛으로는, 둥글게 빙글빙글 원형을 그리며 내려가는 계단 통로의 시야는 답답하기 그지 없다.

거기에 점점 짙어지는 건 어둠뿐만이 아니었다.

“괜찮은가, 코니.”
“내 걱정은 하지 마. 두두두려운  어, 없다.”

당당하게 말하는 코넬리아의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나는 두렵지 않아. 공포에 떨고 있는 건 내 몸이야.’

렉스 휴크레이에게는, 아주 어렸을 적, 친척 별장에 놀러 갔다가 근처 동굴 탐험을 하던  길을 잃고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이 하나 있었다.

 기억을 제외하면.

렉스 자신이 생각하는 어둠은 그저 빛이 존재하지 않는 어떤 순간일 뿐. 그 사이에는 그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도 없다. 귀신은 없고, 괴물은 어린 애 벽장 속에서나 존재한다.

그렇게 담대한 경의사가 고작 이런 좁다란 어둠에 겁을 낸다고?

아닌데? 말도 안 되는데?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심장이 박동칠 때마다 넘쳐 솟아오르는 활력이 대단한데?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이 있는데?

“있을 스스스수 없는 일이지, 아, 아암.”

중얼거리는 코넬리아의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서 달달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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