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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화 〉3막 (下 - 1/2) 이 숙녀가 우리의 빛인가 (11) (71/111)



〈 71화 〉3막 (下 - 1/2) 이 숙녀가 우리의 빛인가 (11)

마틴이 보이는 모습이 수상쩍은 의도라는 생각이 든 건 코넬리아 만이 아니었다.


“대가 없는 헌신은 믿기 어렵다. 라이트 소위.”
“헌신이 아니라 직업 정신입니다. 군인 정신을 무시하는  아니시겠지요. 참령님.”
“그럴 리가 없다. 나는, 음.”


바로 반박하려던 로드리는 뭔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는지 말을 가까스로 멈췄다.

간신히 기특해진  모습에 코넬리아는 감탄했다.

‘그래. 그거야, 로드리!’

평소에 구원군에서 그가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는지는 몰라도 코넬리아가—정확히는 렉스 휴크레이가—아는 로드리는, 조금 지나칠 정도로 과묵한 성격이다.

말수가 적은  꼭 흠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입담이 필요한 순간에는 늘 아쉽기 마련이었다. 상대가 조금만 말발이 강하면 바로 밀려버리니까.


그렇게 늘 알면서도 늘 당했던 흐름을 지금 로드리가 스스로 끊어낸 것이었다.


“나는 당신의 모든 면을 존중한다. 그리고… 나는 말재주가 없으니 바로 물어보겠다.”
“예. 뭐든지 물어보세요.”
“라이트 소위. 코니를 좋아하는가?”

그 말에 소녀의 입에서는 “뜨업”하는 신기한 기침이 터져 나왔다.


“좋아… 하냐고요?”


마틴 또한 로드리의 허를 찌르는 질문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가 놀란 정도는 코넬리아만큼은 아닌 모양이었다.


“좋냐, 싫으냐로 따지면 싫어할 리가 있겠습니까.”
“좋아한다는 거지.”
“참령님이 생각하는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는 아니에요.”
“‘그런 식’이라는 게 어떤 식을 말하는 건가.”
“짓궂으시네요.”

마틴은 가볍게 웃었다.

“저한테는 분이 넘치도록 멋진 숙녀분에게 품으면 실례가 되는 생각. 그런 건 아니란 뜻입니다.”
“이성으로의 호감은 아니라는 거로군.”

뭔가 로드리답지 않게 집요하게 캐묻는 모습도 수상쩍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열 몇 살짜리 애한테 이상한 생각은  품겠지….’

어린 영애에게 찬사의 열의를 품는 도련님들을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때로는 딸뻘의 나이인 가정부를 욕보이는 몹쓸 소식도 심심찮게 신문 지면에 오르내린다.

그런 사람들이 화제가 되는 건, 그런 사람들이 전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넬리아가 마냥 마틴이 생각하는 「멋진 숙녀」였다면  모를까. 바다 건너 공화국 인형처럼 잘 만들어진 조형의 외견을 채우고 있는 속 알맹이는, 마틴과 다를 바 없는 이십 대 중반의 청년이다.

겉과 속이 너무 이질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도록 코넬리아는 자신의 사고방식을 조절하고 있다, 라고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이 흉내를 완벽하게  순 없을 것이며, 그러잖아도 미숙한 외형에 아저씨 같은 성격이 버무려진 결과물에 그 누가 끌릴 것인가.

‘그럴 리가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이렇게 반복하여서 다짐하는 자체가 이미 자기 자신도 그렇게까지 믿을 순 없다는 뜻.

약간 불안해지는 코넬리아의 감정이 어떻게 전해졌는지는 몰라도. 마틴은 소녀가 괜한 오해를 하지 않게 하려는지 딱 잘라서 말했다.

“어디까지나. 인간적으로 느끼는 호감입니다. 보통은 그런 관계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는 멍청이는 없겠지요. 그런데 저도 어지간히 멍청했나 보네요.”

그렇게 말한 마틴은 잠깐 말을 멈추더니, 품속에서 지갑을 꺼냈다.

“이 사람이 제 여자친구입니다.”


군용 가죽 지갑 안에서 자그마한 흑백사진 하나를 꺼낸 그는 그것을 탁자 위에 올렸다. 그걸 본 로드리와 코넬리아, 둘의 입에서 동시에 “오~….”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어느 강의 다리에서 찍은 풍경 속 사이좋게 나란히  있는 커플. 말이 좋아서 커플이지, 군복을 입은 채 뭔가 어색하게 딱딱한 자세로 서 있는 남자는 누가 봐도 마틴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마틴의 왼팔을 끌어안고  있는 여자는.

“나랑 별로  닮았는데?”

통이 넓고 하늘거리는 외출용 원피스에 커다란 챙이 달린 모자를 쓴 여성. 덩굴처럼 부드러이 둥글게 휘어지는 짙은 빛 머리칼은 어깨 아래로 살짝 내려오고, 날카로운 눈매와 강한 의지가 담겨 보이는 입술은 끓어 오르는 정열이 느껴진다.


여러모로 코넬리아와는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완전히 반대다.”

로드리는 조심스레 사진의 모퉁이를 집어 들었다.


“라이트 소위의 여자친구와 너는 완전히 반대다.”
“알았으니까 굳이 두 번 안 말해줘도 되거든….”
“음.”

작게 꿍얼거리는 코넬리아를 무시하고. 로드리는 사진을 뒤집어 보았다. 뒷면에는 아마 사진의 촬영일로 보이는 날짜와 함께 어떤 문구가 휘갈겨 적혀 있었다.

“‘원 스텝스 브리지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페니가 마틴에게’… 2년 전에 찍었군.”

슬쩍 마틴으로 눈길을 돌린 로드리는 사진과 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하하. 참령님과 같은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그 시절보다 피부는  상했지만요.”

마틴은 로드리로부터 돌려받은 사진을 원래대로 지갑 안에  집어넣었다.

“이제 행여나 모를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네요. 저의 호감은, 참령님이나 코니 양이 걱정할 만한 게 아니에요.”
“난 라이트 소위가 거짓말을 하는 거로는 들리지 않는다.”
“나도 동의.”

코넬리아도 한쪽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만일 마틴의 상부로부터 코넬리아를 해(害)하려는 명령이 있었다면. 로드리가 끼어들 사이도 없이, 자신은 망자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이유를 찾으려고 하니까  되는 거였어. 그냥 마틴을 믿고 싶었던 거야.’

대가 없는 호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소녀의 마음가짐이었고, 렉스 휴크레이의 인생관이었다.


아무리 인간적인 호감을 가졌다고는 해도, 어째서 이렇게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건지는 아직 알 수는 없었다. 앞으로도 알 수 있을 거 같지도 않다.

‘내가 이상한 건가?’


엘리자베스와 말을 나눌 때 느꼈던 위화감이, 다시 한번, 박동치듯 가슴 속 깊숙이 저며 든다.


그리고 이렇게 겸연쩍고 편하지 못한 기분은 혼자서 사색을 만끽할 때에 느끼는 거로 족하다.


“로드리!”


조금은 소꿉친구에게 미안하긴 해도. 코넬리아는 괜히 목소리를 살짝 높였다.


“난 마틴을 믿어. 내가 믿으면 그걸로 된 거지?”
“다행이네요. 이걸로 제가 코니 양과 당신의 작전에 깊숙이 끼어드는 건 문제가 없겠죠?”
“그렇다. 이제야 겨우 시작선에 섰군.”

코넬리아와 마틴, 둘을 번갈아 바라본 로드리는 깍지를  손을 테이블 위에 턱- 놓았다.


“미끼 작전이 진행되는 곳은 바트나 북구. 북구 안에서도 최북단, 산업단지 섹터로 분류된 제3지구.”

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로드리는 여태까지 계속 피해왔던 정보를 말하기 시작했다.


“에버라드 무역상사와 그 자회사의 모든 화물 이동을 파악했고, 소거법으로 남은 마지막 장소다. 무력 충돌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지.”
“오. 세상에.”


마틴은 조금 놀랐는지 오른손으로 입을 살짝 덮었다.

“참령님이 저를 데려온 것도 당연하네요. 주의해서 가는 거도 이해는 되는군요.”
“어라. 마틴은 아는 데야?”
“바트나에서 생활하다 보면 종종 들려오는 이름입니다. 저처럼 법무부 건물에서 지내다 보면 더더욱.”
“하에… 무지하게 수상쩍은 느낌인걸….”

그 지역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틴은 여태 품었던 의문이 알아서 풀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3지구가 무엇을 뜻하는 건지 모르는 코넬리아는 아직 의아함이 가시지 않았다.


“무력 충돌을  수도 있다는 건 그냥 치안이 나쁘다는 뜻으로 말한 건 아니겠지.”
“단순하게 나쁜 정도가 아니다. 무법지대에 가깝다.”
“말도 안 돼. 요즘 세상에 무법지대라고?”
“요즘 세상이니까, 라고 말하는 게 맞다. 코니.”


그가 무심코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은 어느 사이엔가 달라졌다. 점점이 보이던 도시의 불빛이 사라진 둥근 창문에는 시커먼 칠흑 만이 한가득 담겼다.

“제3지구는 이백 년 전부터 오베론 강 상류를 복개(覆蓋: 물이 흐르는 하천 위에 구조물을 덮개로 씌우는 것)하고 세워진 곳이다.  자체를 경계로 하는 밧화 나와 레드우드, 양 도시에 애매하게 겹치고 있지.”
“아하… 그런 식인가.”


로드리의 설명에 코넬리아는 생각이 닿는 기억이 있었다. 수도 앨버스에서도 거미줄처럼 얽힌 ‘옛 도심’, 동부 권역에서 가끔 이런 곳이 있었다.

백지에서 도로 구획을 재정비한 신도심과는 달리, 어느 아무개 씨의 건물인지도 모를 낡고 허름한 건물이 세워지고 부서지는 가운데에, 서로 다른 교구의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는 누추한 길거리.


만약 쓸모가 있는 위치라면 서로 자신의 교구로 삼으려고 하고, 그늘이 항상 지는 음침한 뒷골목이라면 언제나 외면받는다.

그리고 그런 동네라고 해서 전혀 쓸모가 없는 건 아니리라.

무법천지가 된 거리의 사용법은 모두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가해자나 피해자나.


“내 자전거 훔친 자식, 그런 동네로 아주 빠르게 튀었지….”

이를 뿌드득 가는 소녀의 혼잣말에 마틴도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지 말을 얹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요. 산업단지 정도의 쓰임새면 어느 쪽 도시든지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바트나 시청에서는 그럴 의지가 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없는 때도 있다.  년 가까이 쌓인 문제는 어디부터 건드려야 하는지  수가 없지.”
“그래. 공권력이 개입하기 어려운 곳이란 거지. 무역상사가 거길 쓰려는 것도 알겠어. 알긴 하겠는데….”

끄응~ 하고 코넬리아는 목구멍 안으로 앓는 소리를 내었다.

“걔들이 그렇게 했어야만 하는 이유가 뭐야, 로드리?”
“미끼 작전은 구 항만의 환각제 보관 창고를 노리는 본대 작전과 관련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코니, 무역상사는 바트나 안에서 환각제의 대금(代金)을 어떻게 받았을까?”

이번에는 로드리가 코넬리아에게 거꾸로 질문을 던졌다.

“높은 순도의 환각제는 상상 이상의 가격이다. 그걸 도매 단위로 거래할  재화가 오갔으면 그 흔적이 반드시 남게 된다. 회사 차원에서는 그럼 곤란하겠지.”
“여기가 아니라 바트나 바깥에서 어음 거래를 했을 수도 있…진 않겠네.”


의식의 흐름으로 떠오른 말을 꺼내던 코넬리아는, 서둘러 자신의 말을 부정했다.

지급 보증서로 차후에 대금을 받는 방식을 쓴다면 당장 바트나 내부에서 자금 흐름이 추적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아주 약간의 시간 벌기에 불과할 뿐, 연합 왕국 안에서는 추적의 눈길을 완전히 피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더군다나 한두 푼도 아니라 자릿수가 무시무시하게 불어나는 금액일 것이다. 하물며 누군가가 떼먹고 모른 척하여도 법적으로 따지기 어려울 ‘더러운 물건’이다.

세상 그 어느 누가 미치지 않고서야 마약을 어음으로 거래할까.


“로드리. 미안하지만 이쪽 방면은 내가 지식이 얕아서 그런데, 바로 말해주면 안 될까?”
“알았다. 어차피 퀴즈를 할 생각은 없었다.”

이 자리에 마틴이 없었다면 ‘야이 씨, 그럴 생각이 있었으면 그냥 처음부터 바로 말하라고!!’라는 코넬리아 마음속 태클은 현실로 나타나서 로드리의 고막을 때렸을  분명했다.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호흡을 조절하는 코넬리아의 속도 모르고, 로드리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들은 구상무역을 사용하였다. 무환(無換)으로 운용할 바터 시스템으로….”


막 무수한 지식을 빨래처럼 널어놓으려던 로드리는 겨우 말을 멈추고 둘의 눈치를 살펴본다. 코넬리아와 마틴, 그 어느 쪽도 지금 자신이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반응에 잠깐 생각을 정리하고.


“쉽게 말하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다. 물물교환에 가깝다.”


그야말로 바보라도 이해가 되는 설명이었다.

“환각제를 주고, 그에 버금가는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받아갔다. 제3지구에 연금술사라도 존재하지 않는 한 성립하기 어려운 거래다.”
“문제는 그 불가능한 거래가 진짜 있었다는 거고.”
“그렇다. 이 또한 정상적인 상품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했다. 구원군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어떤 더러운 물건이—”

로드리가 거침없이 말을 이어 나가려는 순간.

“「텅- 터엉-」”

벽면의 황동 전성관에서 둔탁한 망치 소리가 두 번 울렸다. 뒤이어 나오는  귀에 익은 파일럿의 목소리였다.

“『코드 그린. 코드 그린. 난기류의 강한 진동에 조심하십시오.』”
“조심하라고 해봤자….”

의자에 바짝 앉아 있는 것 말고는 달리 대책이 따로 없었다. 소녀가 좌석 등받이에 몸을 바짝 붙이니, 발끝이 살짝 떠올랐다.

“자리가  크네.”

별생각 없이 말하면서 고개를 든 코넬리아의 눈에 들어온 건, 정말 한 번도  적이 없던 로드리의 깊은 한숨이었다.

맨땅에서 내쉬었으면 흙먼지가 일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길고 깊은 한숨을 몰아쉰 로드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코니.”
“어, 으응.”
“여기서 내리면 네가 내 상관이다. 위엄을 지켜다오.”
“그 정도는 쉽지.”

코넬리아는 의자 손잡이에 오른팔을 올린 채 턱을 괴었다.


“경의사의 의무와 권리를 행하면 되는 거지? 이해관계가 무지하게 복잡한  동네에서?”
“너라도 쉽지 않을 거다. 골칫거리의 매듭은 겹겹이 얽혀 있다.”
“그런 걸 단칼에 자르는 게 경의사의 역할이잖아. 찰캉 찰캉.”

왼손으로 가위 흉내를 내면서 소녀는 소리 없이 웃었다.


“우리 지금 제3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나쁜 역할을 맡은 건가.”
“우리가 아니라 네가 맡은 거다.”
“로드리, 네 혓바닥이 언젠가 널 해쳐도 난 몰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코넬리아는 별로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전의 지루한 대화를 나눌 때보다는 한결 밝아 보였다.

“여하튼 나한테만 맡겨. 구원군의 얼굴에 똥칠하기 싫은 건 이 내가 하지.”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얼굴에는 비스듬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쁜 일은 내 전문이거든.”


* * * * *


바트나 북구.

시영 산업단지 제3지구의 서쪽 편으로는 삼나무가 우거진 험준한 산세가 톱니처럼 솟아나 있다. 오솔길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내버려진 땅.

제3지구에서 보면 그 산은 흡사 방패처럼 자신들의 터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가림막이다. 그리고 이 지형으로 누군가의 시선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비단 제3지구뿐만은 아니었다.


「휘이이이익—」

짙은 안개가 프로펠러의 바람에 휘말려 시계방향으로 흩어진다.  거센 바람 사이로 미리 설치해  이동형 계류대의 꼭대기에서, 누군가가 새빨간 불빛을 흔든다. 그 빛을 따라 무사히 계류대에 접속하고 안전 로프를 고정하고 나서야 셋은 경식 비행선에서 내릴 수 있었다.

“구름 위를 걷는 건가….”


마틴이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할 정도로, 한 치 앞도 제대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개는 여간 짙은 게 아니다. 각자 허리에 끈으로 옭맨 기름 램프의 불빛으로 겨우 자신의 발밑 정도만 볼 수 있을 정도.


먼저 도착해 있던 구원군 일행들이 마중을 나온 것도, 완전히 코앞에 도달해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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