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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화 〉3막 (下 - 1/2) 이 숙녀가 우리의 빛인가 (1) (61/111)



〈 61화 〉3막 (下 - 1/2) 이 숙녀가 우리의 빛인가 (1)

종립구원군(宗立救援軍).

일반적인 정규군 기관이라면 왕가의 군림(君臨) 아래에서 정부 관료의 통제를 받지만, 구원군은 그 ‘일반’의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남방지역 밖에서는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구원군은, 항만도시 바트나에서 도시와 함께 성장한 중앙 교구가 운영과 관리를 맡은 종립 군사 조직이다.

 시작은 연합 왕국으로 흡수되어 사라지기 한참 전.

옛 바론트 왕국은 신의 은총을 최대한 백성들에게 효율적으로 베풀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백여 년 전 왕국의 황혼기에조차  베풂은 줄지 않았다.

그로 인해 불필요한 국력을 너무 소모하여서 왕국이 멸망하였다는 건 사가(史家) 사이에선 우스갯소리가 아닌 정설로 받아들일 정도로.

불필요하게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는 절차는 지우고, 최대한의 효율을 위하여 꾸려진 상명하복의 군사 조직.

구원군은 바론트 왕국이 멸망하는 그 순간에도 왕국을 위하여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긍휼히 여기는 신민을 위하여 행동한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로드리는 자신이 앉은 좌석 옆의 창문에 서린 김을 닦았다. 뽀드득뽀드득하는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창밖의 시야가 보였다.

좁은 객석에서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코넬리아는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두꺼운 유리로 가로막혀 있는 둥근 창문 너머에는, 바트나의 야경(夜景)이 보인다.

검푸른 바다에 포위당하듯 에워싸여 있는 항만도시 바트나의 밤은 전혀 어둡지 않았다.

관광객을 위하여 번화하게 꾸며진 시가지는 물론, 고깃배와 소형 여객선이 뒤섞여 정박하고 있는 항구와 대형 무역선이 자리 잡고 있는 항만은 제각기 노랗고 하얀빛의 혈관을 그린다.

예전과는 달리 유리창과 조명이 활발하게 쓰이기 시작한 도시에서는 일반 주택이 많은 거주 지역에서도 밤이 낮처럼 환하다.

“예쁘다아….”

코넬리아는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건물 안에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건 머리로만, 지식으로만 다가온다. 하지만 저 불빛 아래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오늘도 긴 밤의 시작을 함께 하고 있다는  깊숙이 와닿았다.

“저들을 위해 우리가 존재한다.”

화기엄금의 비행선 내부에서도 안전하게 축전지를 통하여 빛을 내는 전등(電燈) 아래에서 로드리는 말했다.

“나라는 바뀔  있다. 왕실도 영원불멸하지 않아. 같은 땅과 같은 하늘 사이에서 오로지 신의 백성, 신민(神民)이 겪을 괴로움의 굴레를 벗겨낸다. 그것이 구원군이다.”
“그 발언은 좀 위험한  아니야, 로드리?”
“만약 네가 나를 고발한다면 위험하겠지. 네가 나에게 그럴 리가 없다는 신뢰가 있기에 말한 것이다.”
“좋게 평가해주는 건 고마워. 하지만 네가 걱정해야 하는 건  쪽이 아닐  같은데….”

코넬리아가 턱 끝으로 가리킨 건 로드리가 아닌, 그 옆에 좁은 객석에서 거의 어깨가 닿다시피 바짝 붙어 있는 마틴이었다.

“진짜 군인 옆에서 그런 말 해도 될까.”
“하, 하핫….”

상당히 뻘쭘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마틴은,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지도 못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대화하세요.”
“그래서는 곤란하지.”

아마도 마틴은 나름대로 고민하고 꺼낸 말이었겠지만.  말을 단칼에 부정하는 로드리는 망설이는 척도 하지 않았다.

“당신과 나는 바트나의 거주민이라는 유대로 이어진 사이다. 좀 더 적극적인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게 어떨까 싶다만.”
“저기, 전 그냥 단기 교류로 파견되었을 뿐이라서….”
“내년 봄까지는 거주하지 않는가. 충분하다.”

누가 봐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대화를 꾸역꾸역 이어가려는 로드리. 그 옆에서 애써 마틴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해도, 거북한 티를 숨길 수 없다.

다  남자끼리, 그것도 별 일면식도 없는 사내 둘이 지나치게 가깝게 앉아 있는 게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9호실에서 매일 같이 봤으니까 좀 친해질 법도 한데.’

연신 푸닥거리는 둘을 보면서 “흐음—” 하고 턱을 쓰다듬는 코넬리아.

정규군과 종립구원군 사이가 별로 친하진 않기에, 조직 간의 거부감이 조직원의 관계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그것마저도 아니라면.

‘좀 더 내 마음에 안 드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겠지.’

몇 시간 전.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코넬리아는 팔뚝에 닭살이 돋는 걸 느꼈다.

어째서 이 셋이 한 비행선을 타게 되었는가.
어쩌다가 이렇게도 서로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는가.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아이는 괜히 발밑을 바라보며 나뭇바닥에 그어진 선의 개수를 세곤 한다.

표정의 변화가 적은 게 오히려 압박스럽게 다가오는 로드리와, 그 옆에서쏟아져 오는 말의 폭풍우를 겨우 헤쳐 나가고 있는 마틴. 이 둘과 마주 앉은 코넬리아의 생각은 수 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 * * * *

수 시간 전.

우편집중국의 어수선한 현장 분위기를 곧바로 휘어잡은 건, 로드리와 함께 찾아온 구원군이었다.

마틴과 대화를 나눈 그들은 곧바로 경찰 대부분을 현장 범인 수색으로 보내버리고, 붕괴 위험성이 있는 뚫린 벽과 잔해물을 제거하는 일은 소방관들과 함께 처리한다.  가운데에서 남겨진 단서를 찾고, 일에 휘말린 희생자들과 범인 일행들의 유해를 수습하는 것 또한 구원군의 업무였다.

“휴우.”

이마의 진땀을 닦으면서 마틴은, 접수대 뒤 의자에서 뭔가 생각에 잠겨 있는 코넬리아 앞에 앉았다.

“이렇게 일을 시원시원하게 처리하니 누가 미워하겠어요.”
“예? 아, 그러게 말이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던 소녀는 한 박자 늦게반응하였다.

유탄과 도탄으로 엉망진창이 된 접수대는 여기저기 벌레가 파먹은 것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나마 소녀가 앉은 의자가 성한 것도 다리만 성할 뿐, 등받이는 반으로 쪼개진 상태.

마틴이 기대어 앉은 접수대도 체중이 실릴 때마다 삐적- 삐적- 하는 불길한 소리가 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 코니 양?”
“범인 생각.”

생각을 아직 정돈하지는 못했지만. 코넬리아는 자신들을 습격한 범인들이 어떠한지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시체 신원 확인은 언제쯤 나올까.”
“시립 병원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거예요. 저들이 범죄자였다면 의외로 금방 나올 수도 있지만….”

마틴이 말끝을 흐린 이유는 코넬리아도 대충 짐작이 되었다.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신원등록규칙」을 사용하고 있다. 왕국 전체에서 일정한 규격대로 촬영한 범죄자의 정면과 측면 사진, 거기에 이목구비의 특징과 언어적 습관과 행동 습관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가벼운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각 도시 경찰서에서 기록물을 관리하지만, 중범죄나 지명 수배가 된 용의자는 왕국 전역에 「신원등록규칙」의 정보가 전파된다.

만약 코넬리아와 마틴을 습격하였다가 죽은 이들이 예전에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면, 짧게는 하루에서 길어도 일주일 안으로는 파악이  것이지만.

‘하지만 전과가 없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나올 리가 없지.’

턱을 쓰다듬는 코넬리아는 마틴에게 말했다.

“군으로도 지문 정보 보내는 거 잊지 않았지.”
“예. 그것도 전달하긴 했습니다. 군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 자신도 군인에 속해 있으니 아무래도 그다지 내키지 않아 보여도, 마틴은 확실하게 코넬리아의 말에 대답하였다.

군인은 신원을 확인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병적을 올릴 때 양손의 지문 정보를 기록해둔다. 일부러 산(酸)으로 지문을 지운 흔적은 없었으니까 확인이 어렵진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소녀는 입을 열었다.

“사격에 능숙한 군인이었다. 현역 군인일 수도 있고….”

축 늘어져 있었던 네 구의 시체.

언뜻 보면 건장한 골격과 반듯한 코트 차림에 이미지가 위압 당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수염은 지저분하고 뺨은 핼쑥하였다.

그리고  형편 없는 몰골을  순간 코넬리아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던 풍경이 있었다.

“퇴역 군인일지도.”
“퇴역 군인이요?”
“응. 어쩌면, 이 아니라 분명히. 현역일 가능성보다는 높겠지.”

엘리자베스와 함께 지역 지부 빌딩으로 가는 길에서, 그 짧은 거리에서도 마주쳤던 오토마톤과 조종수.

‘군에서 나온 기계 장치가 인기 있거든.’

엘리자베스가 한 말은 분명히 이족 보행 기계 장치인 오토마톤을 설명한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담겨 있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군에서 나와서 인기가 있는 건 태엽 구동계로 작동하는 쇳덩어리뿐만은 아닐 터였다.

“바트나의 아주 넓은 항만에서는 오토마톤을 쓰고 있어. 그 조종사는 퇴역 군인들이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 몇 명을 꼬셨던 걸까.”

소녀의 말에. 마틴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어, 그렇습니까?”

뜻밖에도 소녀가 말한 정보를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마치 엘리자베스로부터 처음 오토마톤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던 자신을 보는 듯한 모습이 마틴으로부터 비친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도 밖에서 온 사람이지.’

예전부터 바트나 시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의견이 필요하였고 마틴은 그 적격은 아니다.

코넬리아는 일 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야! 로드리! 야!!”

소녀는 큰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는 약간의 소음으로 채워져 있던 우편집중국의 로비 정도는 가뿐하게 관통하며 퍼져나갔다.

 외침에 카키색 제복을 입은 십여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반응하였다.

행동은 모두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었다는 놀라운 얼굴로, 금발 소녀를 떨리는 동공으로 바라보았다.

오직 한 사람, 로드리만을 제외하고.

경찰과 뭔가를 열심히 대화하고 있던 로드리는 잠시 양해를 구한  고개를 돌렸다. 그를 보면서 소녀는 손을 까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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