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2막 (中) 의원을 증오하는 사람 - 5
벽 높이 달린 창문으로는 오후의 햇살이 부드러이 퍼져 들어온다. 미지근한 물이 받아진 세면대 옆으로는 하얀 수건이 반듯하게 개켜져 있었고.
“봤지, 동생? 이게, 히끅, 내 진심이라고.”
“이제 나랑 오빠밖에 없으니까, 진심은 그만 흘려도 될 거 같은데.”
약간은 놀랜 기색인 재클린의 말. 코넬리아는 허둥지둥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렇지만 마치 눈동자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흐르는 눈물은 진정이 되지 않는다.
세면대에 얼굴을 파묻고 어푸어푸하면서 한참 씻고 나서야, 소녀는 간신히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
‘휴우….’
물기와 눈물로 축축해진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 코넬리아는 거울 속 새빨개진 눈 흰자위를 보았다.
“오랜만에 울어서 그런가. 이상하네….”
“어라. 의도하고 일부러 우는 거 아니었어?”
“일부러 운 거 맞아─라고 뻥 쳐봤자, 너한테는 금방 들키겠지.”
후후, 웃으면서.
양손은 세면대에 얹은 채 코넬리아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처음에는 네 말대로 일부러 연기로 우는 시늉만 하려고 했어. 그러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정말로 화가 나고 눈물이 나더라고.”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목소리는 그새 제법 진정이 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렇다고는 해도 조금 전 자신의 모습은, 그저 ‘눈물이 난다’라는 말로 설명이 될 수준이 아니었다.
“내가 너무 추하게 울었지? 부끄럽네.”
“울고 싶어서 우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잖아.”
손수건으로 머리칼의 물기를 닦아주면서, 재클린이 미소를 지었다.
“원래 눈물을 흘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오빠도 싫지는 않아.”
“그래? 역시 미움받는 것보다는 낫네.”
코넬리아가 주먹을 내밀었다. 살짝 웃는 얼굴로 재클린은 가볍게 주먹을 맞부딪혔다.
“수고했어. 오빠.”
“이제부터 시작이지. 무사히 공방 안에는 들어왔으니까.”
묶어 올린 긴 머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모자를 단단히 고쳐 쓰고, 손가락을 활짝 펼친 코넬리아는 말끔하게 다듬어진 손톱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지금 내 몸의 나이에 맞게, 그 할아버지를 대할 거야.”
“어린애답게 하겠다는 거네.”
“그래. 어린애답게, 단순하게.”
흩뜨려진 목덜미 소매를 탁탁 반듯하게 세웠다.
눈은 아직 퉁퉁 부어 있어도, 어느 사이엔가 진정이 된 코넬리아의 행동은 귀족의 기품이 배 있다.
“잔머리는 안 굴릴 거야. 일대일 승부다.”
원래의 자신이 스물여섯 살에 다다른 청년이었다는 게, 지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의원이라는 본업도, 경의사라는 직책도, 현재는 감추고 있는 상태다. 귀족 집안 자제분이라는 위장 신분은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로저 클레멘트는 복잡하게 수를 따져 가면서 접근하기엔 영 좋지 않다. 코넬리아와는 상성이 좋지 않은 상대다.
그러니, 대화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난 애처럼 떼를 쓸 거야. 얻을 수 있는 건 최대한 얻어내자고. 그쪽에서 원하는 게 있으면 줄 수 있을 만큼 주고.”
“그러면 내가 도와줄 건 없어?”
“무슨 말이야, 재클린.”
거울 속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몸을 돌려서. 코넬리아는 재클린에게 고개를 숙여달라는 손짓을 했다.
별생각 없이 동생이 허리를 굽히자, 양팔을 뻗은 소녀는 그대로 재클린을 품에 끌어안았다.
“오, 오빠?!”
“잠깐만 있어 봐.”
스읍- 하-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재클린의 목덜미에 파묻은 소녀의 코에서는 친숙하고 편안한 동생의 체취가 감돌았다.
한층 마음이 진정되고 나서, 꽉 안고 있던 허그를 풀고. 코넬리아는 어째선지 약간 발그랗게 물든 재클린의 입술을 오른손 엄지로 다물어 주었다.
넌 이미 날 도와주고 있어. 고마워, 동생.
말로 꺼내진 않았지만, 그 의미는 전달이 되었으리라.
코넬리아는 동생의 손을 잡고, 욕실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 안으로 향했다. 보통 ‘공방’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가지기 십상인 편견과는 달리, 집사가 관리하는 공간인 응접실은 흠잡을 곳 없이 깔끔했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를 집사는, 뭔가를 손에 든 채 둘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주인님께서 여러분들을 작업장으로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이걸 쓰시길 바랍니다.”
그가 코넬리아와 재클린에게 건네준 건, 회백색의 모직 필터로 만들어진 간이 마스크였다. 이미 의학국에서 익히 사용해 본 적이 있는 물건이기에, 둘은 능숙하게 마스크를 썼다.
코넬리아와 재클린이 쓰는 걸 확인한 다음에서야 집사 자신도 마스크의 끈을 당겨 양 귓바퀴에 걸었다. 그리고 그가 응접실 한쪽 벽의 문을 여니, 지하로 향하는 내리막 계단이 퀭하니 뚫려 있었다.
별다른 조명 없이 컴컴한 계단.
“저를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계단이 가파르니 주의하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먼저 앞장서는 집사. 그의 뒤를 따라 코넬리아랑 재클린도 함께 내려갔다.
뚜벅뚜벅. 내려가던 계단의 마지막 바닥을 디딘 집사는 돌아서서, 뒤따라 오는 둘이 마스크를 똑바로 썼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그리고 뻑뻑한 지하실 문손잡이에 힘을 주었다.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문틈 사이로.
훅— 하고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에취, 엣취이—!”
뜻밖의 간지러운 눈의 자극에, 코넬리아는 힘차게 재채기를 하였다.
곧이어 활짝 열린 문 너머 작업실은, 온통 시뿌옇고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을 밝히는 수은등 불빛 만이 간신히 연기 사이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아, 내려왔는가.”
그 가운데에 서 있는 클레멘트가 반갑게 셋을 맞이하였다.
양손에 끼고 있는 안전 장갑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덩어리를 잡아도 안전할 정도로 튼튼해 보인다. 발걸음을 떼기가 버거울 만큼 커다랗고 무거운 신발도, 클레멘트의 발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
거기에 얼굴의 반은 넘게 가리고 있는 스킨 마스크는, 무엇보다도 클레멘트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훌륭한 보호 도구다.
연신 콜록거리는 코넬리아의 등을 두드려주며 재클린이 물었다.
“환기가 안 되는데 창문을 열면 어떨까요, 클레멘트 씨?”
그 물음은 ‘아침이 되었으니 해가 동쪽에서 뜰까요?’처럼 답변이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환기를 하지 않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흐음….” 하고 살짝 고민하던 클레멘트는 집사를 손짓으로 불렀다. 가까이 다가온 집사의 귀에 뭐라고 속삭인 후, 그는 재클린에게 답하였다.
“원래는 낮에는 환기를 잘 안 해. 주변 공방이나 주택에서 자꾸 뒷말이 들려 오거든. 그렇기는 하지만 댁들이 이 환경에 익숙지 않다는 걸 간과했군. 미안하게 되었네.”
클레멘트는 뜻밖에도 순순히 사과하였다. 거기에 마치 추임새라도 얹듯, 집사는 곧장 작업장의 벽에 굳게 닫혀 있던 창문을 열어젖혔다.
「피슈슈우우—……」
작업실 안에서 맴돌고 있던 자극적인 연기가 눈에 띄게 엷어졌다. 빠져나가는 연기만큼 밖에서는 신선한 공기가 들어왔다. 코넬리아는 창문 밖으로 연기가 사라지는 걸 지켜보다가 깜짝 놀랐다.
분명히 지하실로 내려왔는데, 차양이 드리워진 창밖으로는 탁 트인 하늘이 보였다.
클레멘트는 코넬리아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열었다.
“거리를 바라보는 방향이 아닌 뒤쪽으로는 내리막 언덕이거든. 그래서 이렇게 멋진 경치가 보이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그는 외부 도시 증기와 연결이 된 증기관 밸브를 잠갔다. 그리고, 옆으로 몸을 비켜서, 등 뒤로 가리고 있던 작업대를 코넬리아에게 보여주었다.
“보고 싶다고 했지? 카르노 기관. 실컷 보고 집에 가서 그림일기라도 그리라고.”
노인의 말에는 빈정거림이 섞여 있다. 그게 귀에 들어오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단지, 클레멘트가 보여준 카르노 기관을 향하여, 일순간, 코넬리아의 모든 감각이 집중되었을 뿐이었다.
‘이상기체(理想氣體)’의 팽창과 압축을 이용하는 카르노 기관.
소녀의 몸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인공심장을 구성하는 동력계이자. 완전하게만 제작된다면,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수 있는 영구기관.
왕립학회와 의학국의 기술로도 아직 온건하게 만들 수 없었기에, 테스트용으로 만든 시제품(試製品)으로 코넬리아의 인공심장이 만들어졌다. 이 기관은 당장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미완성품.
원래의 자신, 『렉스 휴크레이』로 돌아가기 전에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코넬리아는 직접 수도를 떠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개발도시로 온 것이었다. ‘카르노 기관의 완성품’을 만들었다는 소논문 하나를 믿고.
“이게… 당신이 만든 카르노 기관입니까?”
“그래. 건방진 비유일지도 모르겠지만, [기적]과도 같은 효율을 자랑하지. 여태까지 그 누가 만들어낸 그 어떤 엔진보다도 성능이 좋다네!”
자신만만하게 클레멘트가 소개한 카르노 기관은 첫눈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정교한 부품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태엽이 감겼다가 풀렸다가를 쉴 새 없이 반복하는 가운데, 손톱도 들어가지 않게 톱니바퀴가 바짝 맞물려 돌아가고. 정밀 세공된 실린더의 부드러운 상하 운동과 함께 황동색 크랭크가 돌아가는 회전 운동.
자그마한 증기 기관차의 엔진처럼 박력을 뿜어대는 카르노 기관은, 작업대 위에 올려질 수 있는, 마차 바퀴 정도의 크기였다.
그걸 본 코넬리아의 입에서 망연자실한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너무 커….”
“이게 크다고? 농담도 참. 뉴커먼처럼 집채만 한 것과는 수준이 다르지 않은가?”
소녀의 말에 핀잔을 놓는 클레멘트의 주장도 틀리진 않았다. 기계 장치를 움직이기 위하여 제작되는 다양한 증기기관은, 「크고 강한 동력」에서 「작고 가벼운 기관」으로 유행이 바뀌고 있었다. 그가 말한 ‘뉴커먼 엔진’을 비롯하여서 다른 외연 기관도 충분히 소형화의 길을 찾는 중이었다.
지금 노인이 보여주고 있는 정도의 크기라면 왕국 어딜 가더라도 ‘진짜 작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크기다.
그 정도는 코넬리아도 비록 공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알고 있는, 평범한 수준의 상식이다. 그래도 소녀의 분노에는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었다.
“아니, 이거, 이거 보세요. 이거!”
주머니에 접어 넣고 있었던, 몇 번이나 읽었는지 너덜너덜해진 종이를 꺼내어 그에게 들이밀었다.
“소논문에서 당신이 적었던 건! ‘손바닥만 한 크기’였잖습니까!”
코넬리아가 기대하고 있던 카르노 기관의 완성품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마차 바퀴만 한 크기의 카르노 기관은, 분명 다른 증기 기관에 비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크기인 건 분명했다. 이것만으로도 과학 기술의 타임라인을 몇 년은 앞당길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이걸 인공심장에 쓰려면, 소녀의 온몸에 내장이라는 내장을 다 끄집어내도 모자랄 것이었다.
“우리가 지금 저걸 보자고 여기에 온 줄 아십니까? 저거 당신 손바닥에 올릴 수 있어요? 올릴 수 있으면 올려 보라고!”
“아하. 그걸 읽었구나, 이런 이런. 물론 뻥이지.”
“뻥이라고—!!?!”
코넬리아의 경악에 오히려 노인은 적반하장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양 되물었다.
“특허를 내기 위한 약간의 과장인데, 왜 그리 놀라는가?”
“약간? 지금 이게 약간입니까! 요만~한 것과 이따~만한 차이가 ‘약간’이라고요?!”
양팔을 좁혔다가 활짝 펼치면서, 온몸으로 파닥파닥하는 코넬리아.
“이걸 보려고 몇백 킬로미터나 남방으로 온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런 거로 어떻게 심장을 만드냐고요!”
“심장? 무슨 비유인가, 그게.”
“아하하~ 그게 말이죠, 클레멘트 씨♪”
뒤에서 품속으로 끌어안듯 코넬리아를 감싼 재클린이 말했다.
“비유가 아닙니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요. 카르노 기관으로 심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허어…. 카르노 기관으로 심장을 만든다… 그렇다면 설마, 당신들이 말하였던 샘플이라는 게.”
클레멘트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씩씩거리는 코넬리아를 바라보았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렇습니까? 갑자기 없던 흥미가 생기셨습니까?!”
“그래. 안 생겼으면 큰일 날 뻔했군.”
클레멘트가 집사에게 눈짓을 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창밖에 드리웠던 차양의 각도를 아래로 내려서,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못하게 조절하였다.
“지금 너희들에게 보여준 이건, 신문 기자들을 대비해서 만들어둔 예제품이라네.”
그는 브라우니 카메라(*초창기 일회용 카메라)를 쓰는 시늉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젠 시대가 바뀌어서, 사진으로 찍으면 그것만으로도 분석이 되는 시대다. 예전처럼 눈으로 보고 머리로 외우는 때는 지나가 버렸지.”
“헤에~. 엔지니어분들도 여러모로 힘들군요.”
재클린이 순수하게 감탄을 했다. 그렇지만 동생과는 달리, 코넬리아는 대화의 화제가 옆길로 새어 나가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게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엔진이라는 거면. 진짜 개발품은 이거보다는 나은 겁니까?”
“호기심이란 건 좋아. 그건 좋지만 실은 댁들에게도 별로 보여주고 싶진 않아.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콜록, 콜록!”
스킨 마스크를 벗는 클레멘트의 얼굴에는 검은 분진과 땀이 얼룩이 되어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내가 이 아이의 인공심장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해 주게. 그럼, 당신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개발품을 보여주지.”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고 약속을 하신다면, 기꺼이 승낙하겠습니다!”
“어, 어라…?”
기꺼이 승낙한 건 코넬리아가 아니었다. 재클린이었다. 애초에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양 소녀가 끼어들 틈도 주지 않는다.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코넬리아를 보면서. 클레멘트는 웃는 얼굴로, 손을 단단히 감싸고 있던 안전 장갑을 벗었다.
“클클. 그 정도야 당연히 지켜야지. 그러면 먼저 우리 꼬마 도련님의 인공심장부터 관찰할까.”
그 말을 듣고서야 코넬리아는 아차, 싶었다.
아직 이 영감은 날 남자애라고 생각하고 있을 건데.
코넬리아는 오늘 처음 보는 노인에게 가슴을 까서 보여주는 것 정도는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특별하게 부담이 될 정도로 자신의 신체 발육이 두드러지진 않았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납작한 가슴이라고는 하여도, 남자아이라고 마냥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피감은 있었다.
“저기… 옷은 어디 가서 벗습니까.”
약간은 쭈뼛하며 물어보는 코넬리아의 말. 일단은 이 작업실에서 나와서 어느 공간에서 관찰을 당해야 하는지 걱정이 담긴 말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클레멘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응? 아아, 옷은 안 벗어도 돼.”
“예?”
“혹시 이런 거 본 적 있나? 수도에서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작업대의 서랍에서 클레멘트는 흑백 사진 하나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거기로 시선이 간 코넬리아와 재클린은,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하게 떠졌다.
그 사진은 누군가의 손이 찍힌 사진이었다.
단순하게 손만 나온 사진이었다면 놀라울 건 없었겠지만, 인화된 사진 속에 담겨 있는 손은 평범한 손이 아니다.
살갗과 근육 아래에 숨어 있는, 새하얀 골격이 그대로 비쳐 보이는 사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