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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74화 (74/74)

〈 74화 〉 18세 겨울(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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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정리를 잘 해야 나중에 그 구멍 통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여기는 동쪽 밀밭 끝으로 나가는 통로고 이쪽은 서쪽 마을 울타리 넘어 강가 절벽으로 가는 통로야.”

거리가 엄청나게 멀다.

통로의 길이가 못해도 몇 백 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만약 몬스터나 산적이 마을 목책을 넘으면 이리로 와서 들어와. 통로 문 닫는 건 아까 설명했지? 거기 머물면 안돼. 불 지르면 자칫 숨막혀 죽을 수도 있으니 여기까지는 와 있어야 해. 기다리면서 잠깐씩 가서 살피고. 집이 타버렸거나 누군가 들어온 기척을 느끼면 곧장 비상 통로 통해서 마을 밖으로 나가야 해. 끝에 가면 가방 두 개씩 있어. 필요한 것 조금 넣어두었으니 그걸 가지고 도망쳐야 해.”

“어디로?”

데이지가 물었다.

“가방 안에 갈 곳을 표시해 놓았어. 위치마다 갈 곳이 다르니까.”

“알았어.”

“모포하고 비상식량 따로 준비해 놔.”

“그럴게.”

일리나가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존슨이 가족들을 건사하는 동안에도 마을은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운좋게 비켜 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단단히 준비해두려는 것이다.

존슨도 연락을 받고 무장을 갖추어 자경단으로 향했다.

존슨 일가는 밀 포대 절반 크기의 작은 주머니 네 개를 마련했다.

그 안에 모포, 부싯돌, 칼, 육포와 비스킷과 말린 과일 같은 걸 넣어두었다.

일리나는 그렇게 꾸린 자루 하나를 제티에게 들려 존슨에게 전해주었다.

존슨도 자경단의 숙소에 머물면서 숲으로 정찰을 나가기도 했다.

일단 덫이건 뭐건 사냥을 할 줄 아니 정찰팀에 소속 시켰다.

존슨은 사냥을 다니면서 마련해둔 곳으로 향했다.

마을로 들어오는 몇 개의 길목 중 한 곳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봉우리.

그쪽 방향이 가장 유력한 곳이다.

세덴 마을이 그쪽이기 때문이다.

길이 고개를 넘어서는 곳을 멀리서 관찰 할 수 있는 곳.

발견 즉시 비탈을 뛰어 내려가면 빠르게 마을에 알릴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도 명적이라 해서 소리내는 화살을 날려도 된다.

몇 개의 통로를 따라 여러 명의 순찰대를 보내놓고 마을 자경단은 담장 밑에 물을 길어 모아놓았다.

식량과 장비를 몇 곳으로 이동시켰다.

식사를 준비할 곳도 마련해두었다.

화살, 창, 볼트 등을 만드는 일도 즉시 시작했다.

마을 울타리 밖으로 말발굽을 걸어 넘어뜨리는 로프도 묻었다.

목책위로 올라가는 자경단원은 손도끼를 지참하도록 명령을 받았다.

산적들의 전술이라는 것이 뾰족한 울타리에 로프를 던져 걸고 그걸 말로 끌어당기는 식이다.

그 로프를 끊어내는 도끼가 필요하다.

기껏해야 창이나 들고 있던 자경단원이라면 난감한 일이다.

그래서 각자 손도끼를 반드시 지참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도 울타리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워낙 여러 놈이 달려들어 로프를 걸어 당기기 때문이다.

알고 대비하고 있다가 울타리로 싸우는 것이면 좋을 것이다.

문제는 기습적으로 나타나 울타리에 로프 걸고 당기면 자칫 손도 못써보고 당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니 해자라도 파놨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만.

존슨의 마법이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굳이 나서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리저리 준비를 해놓지만 어느 것이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아예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준비를 해둔다.

존슨은 그저 거드는 수준.

마법동전주머니 안에는 각종 무기가 들어 있고 식량도 넉넉하다.

창이나 활이나 각종 무기에 능숙하고 마법에도 숙련되어 있다.

그러니 존슨 자신이야 어떤 상황이 되었거나 도망칠 자신이 있다.

가족만 인질로 잡히지 않는다면.

만약 가족이 잡혔다해도 존슨은 앞에 나설 생각이 없다.

앞에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몰래 뒤따르면서 어떻게든 기회를 마련하여 기습을 하거나 수를 써서 구해내는 것이 최선이다.

산적을 일부러 애타게 기다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 올려나 내일 올려나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것도 사람 피를 마르게 하는 일이다.

지금도 어느 마을인가가 공격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세금은 우라지게 걷어가면서 이럴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니!”

마을 사람들의 불만이다.

불만을 토해내 봐야 도움 될 일은 없다.

귀족이나 영지 관리들은 그런 것쯤은 못들은 척하는 굉장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

또 절대로 책임지지도 않는다.

나중에도 딱히 위로를 해주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재해쯤으로 여긴다.

몬스터라면 토벌을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기습 받아 마을 몇 개가 쑥밭이 되고 나서일 가능성이 더 많다.

하여간 산적이고 몬스터고 기세가 강할 때면 영지 관리들이나 영지병들은 나서지 않는다.

그러다가 물러가고 나면 그때야 우르르 몰려나온다.

피해 상황을 조사하지만 도움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상황만 파악하지 그 손해를 감해주거나 메워줄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놈들 눈에는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떤 존재로 보이는 걸까?’

존슨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항상 사람이 모자란다며 아우성친다.

이곳에서의 좋은 영지란 이눅가 많은 곳.

그렇다면 영지민들을 좀 도와주고 사망자를 줄여야하는 거 아닐까?

그러나 영지관리들은 도시에 사는 이들만 사람으로 치는지, 농촌 마을들이 공격 받을 때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여기서도 자력갱생이라니! 북한도 아니고 말이야!’

존슨은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만 혀를 찬다.

이미 관리들 욕은 어른들이 실컷 했으니까.

어차피 존슨은 이 마을에 대단한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몸담고 있고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야 할테니 그럭저럭 못이기는 척 돕기만 하는 것.

그러나 여차해서 마을이 불리해진다면?

그때는 그냥 손털고 가족들만 데리고 도시로 이주할 생각이다.

그러니 애착 따위가 있을리가 있나?

일리나라면 혹시 또 모르겠지만.

이 마을 저 마을로 연락병이 가고, 다른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달려 온다.

굉장한 네트워크다.

어느 마을이 공격을 받았고, 어느 마을은 아직 안전하다.

산적들은 몇 명이고, 말탄 자들은 몇 명이다.

무장은 어떻고, 전술은 어떤지에 대한 소식도 있다.

산적들은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마을을 파괴한다.

몬스터는 이기면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을 다 끌고 간다.

패하면 동족의 시체라도 질질 끌고 도망친다.

산적은 재물도 다 털어가고, 쓸만한 남녀를 모조리 끌어간다.

마을에는 아기들과 노인들만 남는 경우도 있고, 그 사람들을 싹 다 죽이기도 한다.

몬스터는 불을 지르지는 않는다.

마을 사람들이 불을 질러서라도 쫒아내려는 작전이 아닌다면.

산적들은 자기들이 몽땅 쓸어가고 대개는 남은 집들을 불질러 버린다.

그래서 몬스터도 토벌하지만 산적도 토벌해야 한다.

그러나 산적은 몬스터와 달리 머리를 쓰고, 도망도 치기 때문에 몬스터보다 토벌하기가 어렵다.

때로 무리가 커진다면 토벌하러 나온 영지병을 공격하기도 한다.

성공해서 영지가 무인지경으로 변한 경우도 있다.

실패하면 영주성으로 끌려가 고문 받고 줄줄이 목매달리는 것이다.

하롯 마을은 이 번엔 운이 없었다.

산적들이 몰려 온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조금 운이 좋았다.

마을을 두른 목책을 해두었기 때문이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일단 대피소나 집으로 도망쳤다.

일부 여자들만 나서서 도움을 주었다.

마을 주민의 거의 대부분이 나섰다.

제티같이 아직 나이가 모자라는 애들도 모두 동원했다.

하다못해 화살이라도 공급하고, 물이라도 떠다 주는 한이 있어도.

존슨 역시 마을 주민의 집 지붕에 올라가 있었다.

궁수들에게 그렇게 시킨 것이다.

존슨은 나무 판자에 손잡이를 달아 방패처럼 만들어 끌고 올라갔다.

방패는 울타리에 올라선 이들이나 출입문 뒤에서 대기하는 젊은이들에게나 필요한 것.

존슨은 활을 꺼내 시윗줄을 걸었다.

화살통 몇 개를 꺼내 발치에 놓았다.

화살통 하나에 20대 정도의 화살이 들어 있다.

제르넨 성에서 구입한 것도 있고 자신이 만들기도 하고, 저번 몬스터 토벌 때나 이번 방어전에 공급 받은 것이기도 하다.

눈을 반쯤 감고 산적들이 움직이는 것을 마법으로 감지했다.

빠르게 숫자를 세어보니 140명이 조금 넘는 숫자였다.

‘다른 마을 공격하다가 부상자가 좀 생긴 걸까?’

처음 들었을 때보다 인원이 줄어 있었다.

‘첫해 들은 것 말고는 산적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었는데...혹시 나로 인해 이리 된 것은 아닐까? 에이, 설마 그럴라가 있겠어? 내가 뭘 했다고!’

잠시 착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곧 머릿속에서 흔들어 털어냈다.

존슨은 통로 감시조에 있다가 마침 임무를 교대해 마을로 들어와 있을 때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감시하는 애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무거운 것들은 그냥 지붕 위에 두고 몸만 내려왔다.

이웃집 마당에 불 피워 놓은 곳에 다른 자경단들 틈에 끼어 불을 쪼이며 서 있었다.

갑자기 온 몸이 저릿거렸다.

‘2-1 지점을 통과하나 보구나.’

존슨은 몇 개 통로에 각각 따로 몇 개의 포인트를 지정해 놓았다.

마법을 걸어두어 다수의 사람들이 움직이면 자신만 아는 신호가 느껴지는 것이 가능해지도록 해두었다.

사실은 세리들 때문에 걸어둔 마법이었지만 이런 때 슬쩍 변형해서 사용해 보려는 겁이다.

서둘러 지붕위로 올라간 존슨은 마법동전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입에 물었다.

어쩌면 밤늦도록 싸워야 할지 모른다.

지금 비록 오후지만 전투에 딱히 정해진 시간 따위가 문제가 되겠어?

어쩌면 중간에 밥 먹을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런 마을을 수도없이 상대해온 산적들인데 대책없이 정면으로 달려들까?

생각해보면 지키는 쪽이 더 불리할 수도 있다.

산적들이 기묘한 방법을 써서 단번에 울타리를 쓰러뜨리면 마을은 아비규환,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아무리 자경단이 훈련을 받았어도 산적들과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작은 몬스터 마을 하나 공격하는데도 세 개 마을이 참여했었다.

피해를 줄이려 했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수십 명이 죽고나 다쳤다.

하물며 딱 요만한 마을, 딱 이런 방어력의 마을을 한두 번 상대해봤을까?

촌장이며 유지들도 궁리를 했겠지만 존슨으로서는 미덥지 못했다.

‘허긴 남이 운전하는 차 타면 늘 불안하기는 하지. 이것도 마찬가지려나?’

그런 생각이 들어 속으로는 웃음이 났다.

사실 이곳에서 깨어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떨 때는 문득 꿈같기도 하고, 믿어지지 않기도 했다.

“삐이이이익!”

긴 명적 소리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각에 울려 퍼졌다.

존슨도 고개를 들어 소리나는 쪽을 바라 보았다.

세덴 마을이 있는 쪽인 오빌 마을 방향이 아닌 제버린 마을 방향에서 명적을 쏘아 올렸다.

목책 뒤쪽에 조금 떨어진 곳에 마련한 화덕에서는 즉시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사람이 들 수 있는 작은 솥에 물을 채워두었다.

불을 피워 물을 끓여 목책을 기어오르는 산적에게 끼얹는 작전이란다.

‘공성전도 아니고...목책이 쓰러지면 어쩌려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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