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73화 (73/74)

〈 73화 〉 18세 겨울(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존슨은 겨울동안 쥐 죽은 듯이 지냈다.

2주에 한 번 정도 당일치기로 숲에 들어가 가족들이 먹을 산짐승만 사냥했다.

그것도 주로 토끼와 꿩 같은 새들뿐이었다.

사슴이나 멧돼지가 잡혀도 일단은 마법동전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다.

꺼내 놓는 것은 상황 봐가면서 천천히 할 것이다.

사냥 가는 것 말고는 집안 일만 했다.

장작을 패거나 가축을 돌보거나.

화덕에 쌓이는 재를 긁어내다 버리거나 눈을 치우거나.

눈이 녹고 강의 얼음이 풀리면서 다시 시골의 생활이 꿈틀거리며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다.

시골의 삶은 늘 이렇게 똑같다.

그래서 시골사람들은 몇십 년 전에 벌어진 일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일처럼 기억하고 말하곤 한다.

잘 들어보면 아주 오래전에 벌어진 일인데 마치 엇그제 또는 바로 지난 해, 길어봐야 그저 몇 년전에 벌어진 일처럼 말하곤 한다.

그 사이의 시간동안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일상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을 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대해서만 기억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렇다.

‘좋았어. 이제 차분하게 이렇게 시골에서 살아가면 되는 거야. 조용하게.’

그게 바로 존슨이 꿈꾸는 새 삶인 것이다.

아직까지는 크게 어긋나지 않고 있다.

촌장이 괜찮은 사람이라서 그렇다.

사실은 그게 아니지만 존슨에게 협조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운 좋게 존 포우가 죽어서이기도 하다.

미리 여러 가지를 궁리하여 위험은 줄여나갔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려 애쓰는 자신의 덕분이기도 하다.

존슨은 사냥을 하여 자기 식구들이 먹을 동물을 사냥한다.

하지만 숲에서 만나게 되는 몬스터들을 잡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음에야 실력이 없으니 당치도 않은 얘기였다.

오히려 살기 위해 숨거나 도망쳤다.

실력이 늘어나고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게 되면서 부터는 가급적 몬스터를 잡아 없애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물론 언제나 사람이다.

늘 가까이서 함께 생활하고 한 공동체니까.

하지만 이쪽 세상의 마을 밖, 자연환경에서는 몬스터가 가장 위험하다.

그래서 1차적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궁리하고 애를 썼다.

촌장과 친분을 다져놓았다.

어지간한 것은 힘들고 어려워도 촌장에게 잘 보이고 싶어 꾸역꾸역 해결했다.

존 포우를 없앨 궁리를 하고 에거시를 몰아냈다.

귀족이 위험하다지만 아직은 멀리 있으니 당장 걱정할 것은 아니다.

영주의 기사나 병사나 세리들도 위험하지만 존슨은 아직 어리다.

물론 이곳 기준으로는 성년이 되기는 했지만 성년 중에서는 많이 어린 편이다.

‘자경단에서 직책을 맡을 정도가 되면 조금 나아질까?’

그래봤자 시골 마을의 자경단 간부는 별 볼 일 없다.

조금 권력이 있지만 같은 마을사람이라서 나중을 생각한다면 극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에거시는 좀 다른 케이스고.

그에 반해 영주의 기사와 관리는 전혀 다르다.

이들 시골 사람들에게는 생사를 가늠할 엄청난 권력자들인 것이다.

‘그냥 농사 조금 짓고 적당히 세금 내고 조용히 시골 농부로 살면 그게 최고지.’

그러기에는 벌인 일이 많지만 아직 들키지 않았으니 잘 된 것이다.

‘넓지 않은 농토에서 농사를 짓고 적당히 작은 동물 사냥하고 개울에서 수정이나 사금 캐는 정도의 삶이면 완전 만족이지.’

보통의 평민 농부라면 욕심을 내는 것이 정상이다.

‘아니, 그저 보통사람이라면 그게 당연한거다. 향상심, 욕심, 질투, 탐욕, 그런 것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힘숨마라 할 수 있지. 힘을 숨긴 마법사. 큭큭.’

이렇게 생각하면서 무슨 대단한 흑마법사라도 되는 것처럼 음침하게 웃곤 했다.

이제 고작 18살이다.

‘이 나이에 중2병이 온 것일 수도 있다. 전혀 다른 세상이니까 늦게 올 수도 있고. 여기는 일찍 결혼하니 늦게 와도 그냥 성질 더러운 놈쯤으로 알겠지. 여기라고 사춘기 없겠어? 다들 그렇게 억누르며 사는 거지.’

앞으로 몇 십 년은 창창하게 살아갈 날이 남아 있다.

이미 수십 년을 살아 본 경험이 있다.

비록 대단하지 못한 그저그런 비루한 삶이었지만.

그저 남 보기에 평범하게 살면서 자기 하고 싶은 마법 수련과 연구나 실컷하면 아주 행복한 삶이다.

젊은 놈이 노인네 같은 소원을 품고 있다 말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사실 속내는 노인네가 맞으니 변명의 여지는 없다.

정령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만 불러낸다.

존슨에게 여러 비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환생과 마법과 정령은 가장 내밀한 비밀인 것이다.

‘그거 말고 다른 비밀이 있나?’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사람의 대부분이 비밀이라니!

그러나 존슨은 그런 것도 재미로 알고 살자고 다짐한 사람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재미로 대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니 이런 좀 비밀스럽고 재있는 것쯤이야 당연히 간질거리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쉬지 않고, 거르지 않고 마법 수련과 연구와 공부에 매달렸다.

그 때문에 가족들은 살짝 불만이다.

함께 생활하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하니까.

일리나만 이해를 해주고, 존슨에게 따로 시간을 내주려고 애를 쓴다.

특히 이렇게 농사일이 한가한 계절이면 데이지와 제티만 데리고 해도 충분하다.

일리나가 그렇게 도와주고, 존슨은 마법에 몰두하는 것이다.

“근데 방에서 뭐하는 건데?”

데이지나 제티가 묻는다.

“나중에 말해줄게.”

존슨은 그렇게 말하고 만다.

“나도 모르지.”

일리나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우리 농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야. 그렇게만 알고 있어. 남에게 말하지는 말고.”

일리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궁금하지만 문은 잠겨있다.

아예 열어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때로 존슨이 불러서 그의 방에 들어가봐도 아무 것도 없다.

다른 방과 다른 점은 작은 테이블이 하나 더 있다는 정도.

방에 슥 들어서면서 훑어 봐도 이상한 부분은 없다.

그러니 묻기도 애매하다.

“손으로 뭘 하겠니? 머릿속으로 하는 거지.”

데이지나 제티의 궁금증을 아는지 존슨은 이렇게만 말하고 말았다.

“그런데 왜 엄마는 방해하지 말라는 거야?”

제티가 물었다.

“음, 그건 말이야...사람 생각이라는 것이 갑자기 뭔가 좋은 생각이 날 수도 있지만 다른 생각을 이리저리 하다가 연관되어 뭔가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거든?”

“어, 응.”

잘은 모르겠지만 형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싶어서 어물거리며 대답했다.

“그런데 그게 중간에 다른 이유로 끊기면...”

“끊기면?”

“처음부터 다시 하거나, 아예 다른쪽으로 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해야한단 말이지. 여태 했던 일이 다 소용없어지는 거라고. 그러면 좋겠냐?”

제티가 존슨의 물음에 고개를 살레살레 흔든다.

존 포우가 하던 짓이다.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지.”

“그렇지. 엄청 화가 나겠지?”

“그런 거야.”

“아하, 그렇구나.”

제티가 크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데 그거 엄마나 나나 제티와 의논하면서 하면 안 되는 거야?”

데이지가 옆에 있다가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

“그게 서운했어? 그랬구나. 그렇지만...”

일리나가 옆에서 조곤조곤 설명을 해준다.

가장이라는 것, 이 집의 주인이라는 것, 물론 데이지가 결혼하면 바뀌겠지만.

그 전까지는 주인으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엄마도?”

“물론이지. 남편을 주인으로 알고 살아야 하는 거야.”

그래서 존 포우를 대할 때 그랬던가?

존슨은 그제야 일리나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주인이 욕하고 때려도 대항하지 않고 순종하는 것.

일리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존슨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렇다고 자기 입으로 그건 틀렸으니 그러지 말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다.

당장 뭐라 말하면 일리나의 꼴이 우스워지는 것.

다만 일리나의 생각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래서 존슨은 가족들을 일찍 재우고, 거기에 슬립 마법을 걸어 깊이 재운다.

그런 후에 방의 지하에 마련한 실험실 또는 연구실에서 날이 샐 때까지 공부하고 수련하는 것이다.

원래 시골의 생활에서 겨울은 그저 쉬는 계절이다.

곰이 동면하는 것처럼 그냥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움직임 외에는 모두 멈춘다.

그래서 시골의 겨울에는 술을 마시거나 노름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여기도 노름꾼들, 술꾼들 천지다.

특별히 할 일은 없다.

그러니 지루하고 따분한 것이다.

재미를 찾다 보니 만만한게 어울려서 떠들어대며 술을 마시거나 노름을 하는 것.

존슨은 그 어디에도 끼지 않는다.

그런 정도는 이미 전생에서도 해볼만큼 해봤다.

특별한 재주는 없었어도 해봤고, 그 폐해도 잘 알고 있다.

존 포우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술도 잘 못 마시면서 늘 취해 있고, 돈을 맨날 잃으면서도 노름에 탐닉했다.

그러니 그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

갑자기 마을이 어수선해졌다.

“무슨 일이래?”

“몰라. 누가 왔다나봐.”

다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수근거렸다.

곧 자경단의 훈련조가 빠르게 움직였다.

목책을 점검하고, 무기를 꺼내어 수리했다.

“몬스터인가?”

무기 손질하는 자경단원에게 물었다.

“몰라요. 그냥 하래요.”

“뭘 하래?”

“무기 꺼내 손질하고, 울타리 점검하랬어요.”

“나간 애들은 뭐야?”

“그쪽 얘기는 못들었어요.”

물어봐도 확실하지 않다.

존슨은 재빨리 집으로 돌아왔다.

“제티는?”

“애들이랑 노는 것 같던데?”

“데려와줄래?”

데이지에게 부탁했다.

“무슨 일이래?”

“오면 얘기할게요.”

곧 데이지가 제티를 데려왔다.

존슨은 목소리를 낮춰서 가족을 둘러 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정확한 것은 몰라. 그런데 내가 몰래 엿들었어.”

다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세덴 마을이 산적들에게 공격 받았대. 다른 마을은 아직 모르고. 그래서 세덴 마을에서 여러 마을로 연통을 했는데 그게 우리 마을까지 온거지.”

산적들은 순서대로 뭘 하지 않는다.

뻔히 예상되는 곳을 공격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몬스터와 흡사하면서도 더 까다롭다.

“보아하니 사냥꾼들이 사방으로 나가더라고. 어쩌면 나도 나갈 수도 있어. 자, 이리 와봐.”

존슨이 세 사람을 데리고 창고로 쓰는 방으로 향했다.

일리나는 이미 알고 있는 곳.

존 포우가 그리되고 그 후 조금씩 공사를 해서 바닥을 파들어 갔다.

일리나도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존슨은 덮어 둔 것을 들추고 등불을 켜서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세 식구가 입을 딱 벌리고 놀랐다.

내려가는 곳이나 통로는 좁았는데 통로를 조금 걸어가자 방들이 여러 개 나타났다.

딱 봐도 용도를 알 수 있는 방들이다.

침실, 주방, 창고.

그리고 존슨은 몇 개의 비상통로를 알려 주었다.

“여기로 계속 가면 마을 밖이야. 공동묘지 옆에 큰 바위 있잖아? 그 바위 디로 나가는 거야. 끝에 가면 판자가 막고 있는데 그걸 밀면 위에 덮어둔 돌이 굴러. 그러면 열리는 거야.”

그러면서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주의 할 점을 일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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