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72화 (72/74)

〈 72화 〉 18세 가을(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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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들이 확인한 곳을 빼고 확인하지 못한 장소만 살펴보는 정찰이다.

굳이 존슨이 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마을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존슨은 마을의 외각에 살고 있고 집에는 두 여자와 아직 어린 막내가 살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그냥 내버려 두면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법이지.’

노인네다운 말을 중얼거려가면서 눈여겨 보며 다녔다.

점심 때도 호젓한 작은 골짜기에서 혼자 뜨거운 음식으로 식사를 했다.

첫날에나 먹을 걸로 예상하고 만들어준 도시락 바구니였다.

빵 반 개, 셀러드, 햄과 치즈, 버터, 포도주, 아니면 구운 닭 반 마리나 양념하여 익힌 돼지고기 같은 음식이 들어 있는 갈대 바구니였다.

숲에는 존슨만 사용하는 이런 은밀한 장소가 몇 곳이 있다.

주로 동굴이나 큰 나무의 밑에 구멍 난 곳이다.

입구를 나무 또는 바위로 막아두어 필요할 때만 열고 사용하는 곳이다.

그래봐야 그곳엔 마른 나무 약간, 돌로 쌓은 화덕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래도 추위나 비나 눈이 올 때 몸을 피할 긴요한 피난처 역할을 하는 곳이다.

때로 사냥을 하기도 했지만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니 대개는 그냥 동물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움직였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몬스터의 둥지를 찾는 것.

물론 그것은 어머니 일리나와 자경단에게 말한 이유다.

존슨 역시 그 임무를 건성하려는 것은 아니다.

몬스터의 소재 파악은 어쨌든 중요한 일이니까.

다만 그 목적만은 아닌 것.

며칠 동안 날이 푸근해졌다지만 숲에서는 그다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춥다.

그래도 마법을 익힌데다 몸을 단련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너끈히 견딜만 했다.

굳이 멀리가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쪽 어딘가에 있다는 큰 도시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낮 동안에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은신 마법을 자기 몸에 걸고 높은 나무의 맨 꼭대기 낭창거리는 나뭇가지를 밟고 저 멀리 떨어진 다른 나무의 꼭대기로 몸을 날리는 방식으로 숲을 가로질렀다.

지형, 하늘에 뜬 태양의 위치 등을 고려하여 방향을 잡고 달렸다.

‘저기가 도로로구나. 동쪽으로 가면 제르넨 시로 향하는 길인가? 그렇다면 서쪽으로 가야하는 구나.’

눈이 많이 내린 숲에서 방향을 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제르넨 시에서 구한 질 좋은 쇠로 만든 바늘을 구해 그걸로 자석을 만들었다.

실에 바늘 허리를 묶어 늘어뜨리면 바늘이 방향을 가리킨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그걸로 미루어 짐작해보는 것이다.

도로의 흔적을 따라 서쪽으로 움직였다.

도로는 하루 종일 봐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

오래전에 지나다닌 마차와 발자국 흔적만 있을 뿐이다.

이런 추위에, 이런 눈 속을 움직이는 여행자가 있을 리가 없는 세상이다.

이곳 세상의 주인은 몬스터다.

인간이 주인이 아니다.

인간은 그저 도시나 마을을 점하고 있을 뿐이고 저런 희미한 도로를 따라 서로 교류하며 살아갈 뿐이다.

대부분의 너른 산지와 들판과 황무지는 몬스터와 맹수와 야생동물의 세상이라는 뜻이다.

존슨은 서쪽으로 이틀을 더 가서야 도시를 만났지만 그가 생각했던 큰 도시는 아니었다.

영지의 상인에게 구했던 지도를 펼쳐보니 아마 모네아 자작이란 귀족의 영주부가 있는 도시인 것 같았다.

‘이 정도 거리가 이틀이 걸린다면 이 크게 표시된 베베이터스 후작의 영지까지는 못해도 닷새는 더 걸리겠구나. 내가 이동한 방식으로 이틀이니 걸어서 간다면 못해도 이레는 넘게 걸리겠지. 아냐, 길을 헷갈려서 좀 헤매기도 했잖아? 어어, 후작령까지는 17~18일쯤 잡아야 하는 걸까? 제르넨 시에서부터 따지면 거의 20일쯤? 거리가 얼마나 먼 거야? 거의 몇백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것일까?’

이곳의 거리 개념이 아직도 머리에 확실하지 않다.

왜냐하면 장진오가 알고 있던 거리와는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장진오의 기억에 서울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은 천안쯤이다.

거의 직선으로 간주해도 좋을, 고속도로를 차로 거의 1시간 반은 가야하는 거리.

시속 100킬로미터로 간다면 1시간이지만 이래저래 빠지는 시간을 치면 30분쯤은 더 걸린다.

걸어서 서울서 천안까지 걸어간다면 얼마나 걸릴까?

사람이 한 시간에 걷는 거리는 3~4킬로미터라고 한다.

그걸 기준으로 장진오는 계산을 해보았다.

하루에 10시간을 걷는다 치면 하루에 30킬로미터.

그러면 천안까지 3일 내지 4일 걸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쪽은 구불구불한데다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훨씬 더 멀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릴 것이다.

‘그 거리는 하롯 마을에서 밀라디 백작의 성인 제르넨 시까지 가는 거리나 비슷하잖아!’

그러니 머리가 혼란스러운 것이다.

제르넨 시는 밀라디 백작 영지의 거의 중심부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천안에 제르넨 시가 있고 하롯마을은 서울쯤에 있는 셈이다.

그 말은 밀러디 백작의 영지가 충청남도와 경기도의 남부를 아우르는 넓이라는 뜻이다.

이게 과연 맞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일개 백작령의 넓이가 그렇게 넓다고?’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밥 먹고 느릿하게 걷는 걸로 쳐서 한 시간에 2킬로미터를 간다 치자고. 하루에 6시간을 걷는다면 하루에 12킬로미터. 제르넨 성까지는 5일이 걸리니까 60킬로미터라는 걸까?’

그것도 이상하다.

서울에서 60킬로미터 거리라면 오산쯤 될 것이다.

수원까지가 거의 40킬로미터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럼 밀러디 백작의 영지가 거의 경기도 남부 전체 넓이만큼 넓다고?’

그것도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더 깊이 생각해보기를 포기했다.

‘아마 산길을 구불구불 가야하고 여기 사람들이 한 시간에 걷는 거리가 1킬로미터밖에 안되나 보다!’ 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넓은 것이니 더 따져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존슨이 사는 하롯 마을에서 밀러디 백작의 영주성인 제르넨 시까지 꼬박 5일을 걸어야 하는 거리이다.

‘지구보다 훨씬 더 크고 넓은 행성인 것일까?’

중간에 대여섯 개의 마을이 존재하고 하루를 꼬박 걸으면 다음 마을을 만난다.

걷는 속도는 말이 마차를 끄는 속도다.

거리와 시간의 차이가 너무 달라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하여간 그런 식으로 따져도 베베이터스 후작의 영지까지는 20일은 넘게 걸린다고 봐야 했다.

그곳까지는 가보고 싶었다.

이 근동에서는 가장 큰 도시라고 했으니까.

모네아 자작의 성이 저 멀리 보이는 지점에서 땅으로 내려섰다.

천천히 걸어 도시의 동문으로 향했다.

검문은 없다.

그저 눈으로만 짐가방을 등에 진 존슨의 몸을 살펴 보고 끝이었다.

태연하게 짐가방을 등에 지고 천천히 성문을 통과해 도시로 들어섰다.

밀러디 백작의 영주성인 제르넨 시보다 훨씬 크고 넓은 도시다.

‘더럽기도 덜 더러운 것 같아.’

느낌상 밀러디 백작령의 제르넨 시는 시골 촌이라면 이곳 모네아 자작의 성은 도시같은 느낌이 들었다.

백작이 더 높은 것 같은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인지 좀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모네아 자작이란 사람이 제대로 잘 다스리고 가꾼 것인지, 아니면 밀러디 백작이 엉망으로 다스린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성 내부를 살펴 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기도 대도시는 아니다.

제르넨보다 좀 낫다는 거지 규모로는 여기도 형편없이 작은 도시였다.

시장 하나, 시장 입구의 번화한 곳에 위치한 광장과 그 광장 주변의 식당, 상점들.

‘주민의 수는 대략 3~4배는 더 많은 것 같아. 상점이나 시장의 규모도 크고. 더 번화하고. 보통의 자작령이 다 이런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도시를 살펴보고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상점을 구경하며 필요한 것을 조금 구입했다.

물건의 품질은 비슷한 것 같았다.

다만 고급 물품들을 판매하는 매장들이 눈에 띄었다.

제르넨 시에는 고급품을 특별히 취급하는 상점은 없다.

그런 것은 상인들이 아예 내놓고 팔지 않고 따로 구입해서 귀족들에게 바치는 식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영지에 잘 내려오지도 않는 영주이니 신경도 안쓰는지도 모를 일이고.

작은 도시지만 제르넨에선 보지 못한 마법 상점도 있었다.

안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이런저런 질문을 했지만 환영받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얘기 끝에 이 상점은 협회에 가입된 마법사만이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마법 물품을 개인에게는 팔지 않는 겁니까?”

“개인이 아니라 일반인에게는 팔지 않습니다.”

“일반인이 가진 마법 물품은 뭡니까?”

“누구요?”

“예를 들자면 영주님의 관리들?”

“그 사람들은 일반인이 아니죠.”

“아아, 그러니까 나 같은 농민에게는 안 판다?”

대답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는 뜻이다.

마법사 협회에 대해서 물었다.

대충 대답해준다.

마법사만 가입할 수 있다.

‘당연히 그렇겠지!’

“마법사라는 것이 마법을 펼칠 수 있다면 다 마법사인 겁니까?”

“그렇지.”

더 이상 들을 얘기가 없다.

그러니까 이곳은 인근의 마법사들이 모이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인 모양이다.

마법 재료도 팔고 마법사들이 만든 물품이나 아티팩트도 거래하고 마법사들이 필요로하는 것들을 구매 대행해주기도 하는 그런 곳인 것 같았다.

협회에서 직영하는 상점인 것 같았다.

딱히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지역의 마법사들을 위해 존재하는 상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협회의 지부라는 뜻이구나. 지부에 매점 있는 식이고.’

마법사 협회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았지만 일반인이 그런 조직에 대해서 알리가 없다.

조금 알아보다가 포기했다.

제대로 대답해주지도 않는다.

여차하면 경비를 부르거나 완드를 꺼낼지도 모른다.

혹시 개구리로 변신하면 그냥 망하는 거다.

자신이 마법사이긴 하지만 굳이 협회에 가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태도 그런 것 없이 잘 해오고 있었다.

마나석 같은 것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나중에 필요해지면 그때 가입하면 되겠지.’

날이 저물기 전에 성을 빠져 나왔다.

그 도시에서 더 머물기 싫었다.

냄새가 코끝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좀 위험하고 춥더라도 숲으로 들어가 머물렀다.

이렇게 낯선 곳에서는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을 장소를 찾아 큰 바위나 큰 나무 밑을 디그 마법을 이용해 파내고 그 안에 머물렀다.

디그 마법에 관해서는 확실히 실력이 팍 늘어 있었다.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갔던 길을 되짚어 돌아왔다.

예상보다 더 여러 날이 걸렸다.

새해가 되도록 부역이 계속되었다.

결국 해가 바뀌고도 보름도 훨씬 넘어서야 대충 마을을 두른 목책이 완성되었다.

껍질을 벗겨낸 나무를 불에 살짝 그슬려 미리 파놓은 땅에 묻어 세운다.

미리 세운 통나무에 바싹 붙여 단단히 엮는다.

이래 놓고 봄이 와서 땅이 녹으면 그때 발로 밟거나 나무 막대로 다져 제대로 세운다.

지금은 온전하게 다질 수도 없고 그저 쓰러지지 않도록 엮어 세우는 것으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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