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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71화 (71/74)

〈 71화 〉 18세 가을(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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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존슨의 가족들은 모두 부른 배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존슨은 그때부터 마법도전주머니에 들어 있는 내장을 꺼내 손질을 시작 했다.

마법동전주머니는 그 안에 차가운 것을 넣어두면 내내 차갑고 뜨거운 것을 넣어두면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어 꺼내도 뜨거움이 그대로 유지되는 신기한 물건이다.

그래서 이런 싱싱한 내장들은 넣어두면 아주 잘 보관이 된다.

내장의 겉에 붙은 얇은 막을 제거하고 지방을 때어내 두어야 한다.

동물 내장의 지방은 따로 모아 나중에 기름을 내두면 호롱에 연료로도 쓰고 요리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핏줄이나 얇은 내막들만 떼어내 모아두었다가 태우거나 묻으면 된다.

뼈에 붙은 살코기들을 따로 떼어내 모아둔다.

내장은 구분하여 두꺼운 것들은 뒤집어 밀가루 등으로 주물러 씻어 잘라 둔다.

그랬다가 나중에 구이나 볶음으로 해 먹는다.

소장은 뒤집어 씻어 두었다가 잡고기와 피를 섞어 양념해서 내장에 채워 소시지를 만들 것이다.

여기 말로 소시지지 한국식으로는 고기순대다.

뼈들은 그렇게 붙은 살을 대충 떼어낸다.

나중에 푹푹 고아 스튜나 스프 등 국물 요리의 육수로 쓰거나 할 것이다.

데이지나 제티도 이전에 몇 번이나 존슨이 만든 소시지를 먹은 적이 있다.

절대 비밀이라고 말해놓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존슨이 야생동물의 부산물을 버리러 가는 걸 보고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었다.

가축의 뼈나 내장도 그런 식으로 먹곤 했다.

가축과는 또 다른 맛이지만 데이지나 제티도 그 맛을 충분히 알고 있다.

존슨은 일단 다 손질해서 마법동전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나중에 족발을 해먹거나 도가니탕을 끓이거나 순대를 쪄서 먹거나 할 것이다.

‘한국에서 같으면 돼지는 고사하고 닭 잡는 것도 끔찍하게 생각했을텐데.’

이렇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장진오는 어려서 시골 살 때 아버지나 동네 어른들과 함께 닭이나 개나 오리는 여러 번 잡아 손질해 보았다.

잡아서 손질하는 것과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잡아 손질하면서도 속으로는 징그럽게 여겼다.

여기서는 줄라탄이 이런 일에 질색을 했다.

그 기분은 이해하지만 헤나는 존슨에게 줄라탄도 벌목장에서 빼내 도축하는데 끼워 넣으라고 눈짓을 하곤 했다.

어쨌거나 하루 푸짐하게 먹고 푹 쉰 후 다시 일을 시작했다.

아무리 힘들고 추워도 일을 마쳐야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겨우내 내버려두었다가 봄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봄에는 봄대로 농사 준비로 바쁘기 때문이다.

강력한 한파가 몰려오기 직전에야 겨우 목책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손상된지 여러 해 만에 마을을 완전히 두른 목책이 완공되었다.

엄청난 추위가 몰려 왔지만 완공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였다.

촌장이 소 한 마리를 냈다.

자경단장도 별도로 소 한 마리를 냈다.

이런저런 직책을 가진 이들이나 유지들도 돼지를 내거나 양이나 염소를 냈다.

존슨이야 아무런 직책도 없고 아직 어리니 그냥 입을 싹 씻고 있었다.

오히려 유지들이 낸 가축을 도축하는 일에 끼어들었다.

‘이번 겨울에는 내내 내장과 부속물로 기름진 겨울을 보낼 수 있겠다!’

엄청난 추위가 며칠째 계속되다가 눈보라도 그치고 차차 날이 풀리고 있었다.

“어휴, 올해는 여름부터 내내 힘들었어.”

일리나도 살짝 지친 표정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상하게 올해는 일이 많았어.”

결국은 목책 때문이었지만 그 덕분에 안전해지긴 했다.

“어제부터 날이 풀리니 내일쯤엔 며칠 숲에 가봐야겠어.”

존슨이 일리나를 보며 말했다.

“숲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름의 숲도 위험하지만 겨울의 숲은 더 위험하다.

굶주린 맹수들이 드글거리는 곳이다.

“위험한데 왜?”

“저번에 확인하지 못한 몬스터 둥지를 확인해야지. 진즉 가을에 했었어야 했는데 바빠서 그러질 못했잖아?”

“자경단에서도 알아 본다고 하지 않았어?”

벌목장에도 작은 몬스터들이 종종 나타났기에 그런 논의가 있긴 했다.

“그랬는데 자경단에서도 내내 벌목하고 일하느라 알아볼 틈이 없었어.”

“혼자?”

“그래야지, 누가 있으면 움직임만 더 느려지니까.”

일리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걱정하지 말어. 며칠 걸릴테니 그리 알고.”

“며칠씩이나?”

“하루에 알아낼 수 있을 거리는 아닌 것 같아. 거리가 문제인지 은밀한 곳에 숨어 있는 것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눈 위에 발자국이 남아 있을테니 추적은 쉬울 거야. 그러니 이틀 정도면 되겠지만 만약의 사태가 있을 수 있으니 며칠 더 여유를 둬야지.”

일리나가 이것저것 챙겨놓는다.

밀이 많이 섞인 빵 자루.

새로 구운 부드러운 빵들이다.

며칠 후엔 딱딱해지겠지만 그래도 빵이 있다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챙겨놓은 것이다.

존슨의 마법동전주머니에 넣어두면 마지막까지 부드럽고 따뜻할 것이다.

가을에 바쁜 틈에 짬을 내서 만들어 둔 햄, 치즈, 버터 등도 챙겨 놓았다.

데이지가 주로 신경 써서 만든 육포도 있다.

돼지고기 중에서 살이 많은 뒷다리살이나 엉덩이 살로 만든 육포다.

비스킷, 소시지, 나무통에 담은 포도주, 말린 과일과 말린 채소 같은 것도 챙겨준다.

짐이 많지만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마법동전주머니에 넣고 맨몸으로 다닐테니까.

마법동전주머니 안에는 두꺼운 담요도 여럿 들어 있고 모피나 가죽 깔개도 들어 있다.

천막처럼 사용하기 위해서 가죽으로 만든 직사각 천과 곧은 나무로 잘 다듬어 창대처럼 만든 나무도 들어 있다.

사슴 가죽으로 만든 침낭도 있다.

사슴 가죽이 겉으로 나오고 모피가 안으로 들어가게 만든 후에 안쪽에 별도로 솜을 누벼서 만든 침낭을 넣어 두 겹으로 만든 겨울용 침낭이었다.

양털로 만든 바지와 셔츠, 솜으로 누빈 바지와 짧은 코트, 모직의 긴 코트와 로브 같은 것도 챙겨 두었다.

양털 양말과 장갑, 사슴가죽으로 만든 장갑도 있다.

쇠가죽으로 만든 신발도 몇 켤레나 마련해두었다.

바닥엔 징을 박거나 스파이크를 박아 둔 것들이다.

눈에 미끄러지지 말라고 스파이크를 단단히 박아 두었다.

모피 모자, 면 마스크 등도 마련해두었다.

마법동전주머니 안에는 별별 것이 다 들어 있다.

무쇠로 만든 작은 화덕, 그 화덕에 사용하는 굴뚝, 작은 냄비들, 하다못해 잘 말린 참나무 장작과 기름에 재웠다가 말려둔 불쏘시개도 있다.

기름에 적셔 말리기를 반복해 아주 작은 불꽃에도 불이 붙어 잘 꺼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부싯돌도 여럿이고 부싯깃도 많이 마련해 두었다.

탄화면, 솜, 펄프, 보풀이 많은 거친 종이, 마른 쑥으로 만든 섬유질 같은 것들이다.

또 삽, 낫, 도끼, 톱을 별도로 마련해서 마법동전주머니 안에 넣어 두었다.

여러 자루의 단검, 넉넉한 화살, 활도 여럿, 창, 칼, 방패, 투구, 그리고 제르넨 시에서 따로 부품으로 의뢰해 가져와 조립한 플레일이 들어 있다.

플레일은 도리깨다.

손잡이는 가벼운 나무지만 두들기는 추는 철판으로 감아 보강한 놈이라 어지간한 동물이나 몬스터는 맞으면 골이 깨질 정도로 단단하고 묵직한 놈이다.

높은 나무를 쉽게 올라가기 위해 몇 가지 기구도 준비해 놓았다.

사다리로 하나 들어 있다.

3미터 정도의 사다리만으로도 어지간한 나무는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서 사다리는 끌어 올려 마법동전주머니에 넣으면 그만이다.

나무 위에서 편하게 자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와 장비들도 만들어 두었다.

혼자 숲에 들어가서는 땅을 파고 들어가거나 나무 위에서 자야하기 때문이다.

디그 마법을 이용하여 땅속으로 들어가도 좋겠지만 지쳐서 그러지 못할 때도 대비한 것이다.

알람 마법과 경계 마법 등을 한꺼번에 펼칠 수 있는 아티팩트도 마련해 두었다.

마나석만 부착하여 발동시키면 지름 몇 미터 정도의 안전지대가 저절로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아티팩트다.

그 안으로는 몬스터나 맹수가 들어오지 못하고 감지하지도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불을 피우거나 연기를 피워도 밖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 안전 결계다.

그런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려 이런저런 준비를 엄청나게 해 둔 것이다.

첫닭이 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존슨의 집 문이 살짝 열렸다 닫혔다.

존슨이 자기 몸 크기의 짐을 등에 지고 집을 나선 것이다.

집 울타리를 나가 문을 잠그고 걸어 새로 만든 마을 울타리까지 다가갔다.

“벌써 나가는 거야?”

“어, 형. 추운데 수고가 많네?”

“너야 말로.”

존슨은 자경단에 말해서 사냥을 겸해서 몬스터의 둥지를 정찰하겠다고 말해놓았다.

그 덕에 새벽에 나가는데 사다리를 내려주겠다고 했다.

문을 열기는 위험하니 사다리를 내려주면 존슨이 나가고 사다리를 걷어 올리면 되는 것이다.

모젤은 어둠속에서 잔뜩 무거운 짐을 지고 목책을 내려가는 존슨을 쳐다 보았다.

개인적인 목적도 있지만 몬스터의 둥지를 파악하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다.

공식 사냥꾼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그들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존슨은 어둠속을 조금 더 걸어가 숲과의 경계에 이르자 짐을 벗었다.

내려놓은 짐가방을 마법동전주머니 안에 넣었다.

또한 무기들 중에서 숲에서 사용하기 곤란한 창이나 플레일은 역시 미리 집에서부터 마법동전주머니 안으로 넣어두었다.

입고 있는 옷과 가죽 갑옷 외에 왼팔의 방패와 오른손의 짧은 지팡이만 들었다.

허리에 롱소드를 차고 허벅지에는 대검을 흔들리지 않게 묵어 차고 있고 갑옷 안쪽으로는 얇은 철망, 얇은 철판 등으로 보강해 놓았다.

마스크를 다시 단단히 쓰고 투구의 턱끈을 더 꽉 조였다.

숲으로 걸어들어 온지 두 시간쯤 지났다.

아직도 숲은 어둠뿐이다.

존슨은 늘 머물던 곳에 도착했다.

두 개의 큰 바위가 가운데 쪽으로 쓰러지면서 그 사이에 틈이 생긴 곳이다.

거기를 앞쪽으로 큰 바위 하나를 굴려 막아놓고 위쪽은 나무를 베어 막아 둔 곳이다.

그 안쪽으로 사방 2미터 정도의 좁은 공간이 있다.

그 안으로는 눈도 들이치지 않았고 아주 건조한 그런 장소였다.

바위 밑으로는 저번에 사용하고 남은 장작도 조금 남아 있다.

한쪽으로는 돌을 쌓아 만든 화덕도 있다.

존슨은 굳이 이곳에서 불을 피우지 않을 생각이다.

주전자를 꺼냈다.

아직도 뜨겁다.

찻잔에 주전자에 든 차를 따랐다.

농부들이 먹는 차는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존슨은 보리차 말고도 자기만 아는 풀로 차를 마련해 놓았다.

둥글레라는 덩굴식물의 뿌리를 캐어 잘 씻어 말려두었다가 차로 끓이면 누룽지처럼 구수한 맛이 나는 차가 된다.

그걸 한 주전자 끓여 마법동전주머니에 넣어 가져온 것이다.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 미리 만들어 온 샌드위치를 꺼내 먹었다.

얇게 썬 밀빵 사이에 역시 얇게 썬 햄, 치즈, 계란 프라이 등을 넣어 만든 샌드위치였다.

아직도 따뜻하다.

아침을 든든히 먹은 존슨은 뜨거운 차를 한 잔 더 마시고 짐을 챙겨 일어났다.

다시 눈 속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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