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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70화 (70/74)
  • 〈 70화 〉 18세 가을(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서둘러 밀짚을 수확하고 그 밭은 재빨리 갈아엎었다.

    이것도 낮에 슬슬 갈기도 하지만 밤에 나와 마법으로 재빨리 완벽하게 파 뒤집어 엎어 버리다.

    그런 후에 그 위에 녹초를 윈드 마법으로 잘게 잘라 흩어 뿌려두었다.

    누가 봐도 건초 마련을 위해 쉬는 밭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넓은 곳은 아예 산에서 모아 온 마른 나뭇잎을 깔아둔다.

    그냥 숲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서두르고 서둘러 거의 다 수확을 했을 무렵이었다.

    영지의 세금 관리들이 기사와 병사들과 함께 마을에 나타났다.

    “가족들이 번갈아 아팠어요. 신전에 한 번 가고 치료사에게 세 번 갔더니 빚이 늘어 도저히 견디지 못해 밭을 팔았어요. 차액으로 빚 갚고 남은 밭이 이게 전부예요.”

    밀을 심었던 밭은 고작해야 1에이커도 되지 않는다.

    “소작은?”

    “올해는 가족들이 다들 아파서 소작도 제대로 얻지 못했어요.”

    매번 그러하듯이 세금 관리에게 염소 새끼의 목줄을 쥐어주었다.

    가축도 몇 마리 남지 않았다.

    벌목장의 식당에 공급하느라 그리 된 것이다.

    밭도 확 줄어들어 있었다.

    건초를 만들 녹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나마 베어 놓은 녹초는 아직 마르지도 않았다.

    창고를 다 뒤지고 집 안과 부엌과 축사까지 다 뒤지고서야 판정을 내렸다.

    “밀 열 자루.”

    “아이고, 나리, 열 자루 세금 내고나면 남는게 고작해야 다섯 자루도 안 남는데 그래서는 굶어 죽습니다. 밭에 남은 걸 보세요.”

    “그래도 그 이하로는 안돼.”

    “밭 넓이가 고작 1에이커인데 열 자루라니요?”

    옆에서 촌장이 거들어 이리저리 애원 했다.

    눈물 콧물 다 뺀 후에야 일곱 자루로 낮춰 주었다.

    마차에 쌓아둔 것과 집의 마당에 펼쳐 말리는 것을 다 쓸어 모아 겨우 일곱 자루를 만들어 건네주었다.

    남은 것은 밭에 반도 채 남지 않은 밀 뿐이었다.

    다 모아봐야 열 자루도 채 되지 않는 분량이다.

    물론 촌장은 존슨의 집에서 여러 날 전부터 밀을 수확했고 그걸 잘 감춘 것을 알고 있다.

    마을 주민 치고 촌장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얼마나 농사를 지었는지 대충은 다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리들이 걷어가는 양이 너무 많으니 세리들을 쫓아다니면서 가급적 줄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세리들만이 아니라 촌장 역시 세리들의 눈을 피해 해가 저문 후에 새끼 염소를 따로 받거나 닭이나 오리를 받기도 했다.

    절대로 맨입으로 하는 고생이 아니다.

    촌장에게 밉보이면 괴로운 이유 중의 하나다.

    존슨으로서는 그런 통사정과 애원도 다 재미로 여기려고 애를 쓴다.

    이게 고역이라고 느끼면 살 재미가 없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도시에서 장사를 하거나 농사를 아예 걷어치워야 할 것이다.

    그것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이 넘게 걷어가려 하다니! 나쁜 새끼들.’

    속으로만 욕하고 말았다.

    이미 수확해 놓은 것이 서른 자루가 넘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도 다들 우울하다.

    올해 농사가 잘 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농사가 풍년이었던 3년 전의 기준으로 세금을 거두어가기 때문이다.

    ‘대도시는 조금 나을까? 제르넨 시는 아무리 백작령이라지만 너무 작고 지저분하단 말이야. 다른 도시를 가볼까? 큰 도시가 근처에 어디 있나?’

    추수를 마쳐가니 또 슬슬 딴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늘 봄가을로 딴 생각이 들곤 했다.

    어차피 겨울에는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마을의 농부들도 아주 부지런한 사람이나 다음 해 농사지을 준비를 한다.

    대부분은 그냥 놀고먹는다.

    사실 또 그래야하기도 하고.

    겨울 동안 푹 쉬면서 잘 먹고 지내야 다음해 농사를 지을 때 덜 힘들다.

    그렇지 않고 겨울에도 이런저런 일을 많이 했다가는 다음 해 농사를 지을 때 죽을 고생을 하게 마련이다.

    때로는 그 때문에 여름에 지쳐서 픽픽 쓰러지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나 올해처럼 여름에 석 달 간이나 부역을 하는 해라면 지쳐 쓰러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서둘러 추수를 끝내고 마을 목책 세우는 부역을 다시 시작했다.

    눈 오기 전에 일을 마쳐야하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달리 벌목장의 인원을 줄였다.

    마을 둘레 땅 파고 목책 세우는 쪽으로 인원을 더 배정했다.

    그동안 나무를 베어 놓은 것이 꽤 넉넉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존슨은 벌목장쪽으로 배정되었다.

    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끼로 자르기도 하지만 가지를 쳐낼 때는 톱도 꽤 유용하기 때문이다.

    존슨은 톱으로 나무 가지를 베어내는 일을 맡았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일이다.

    이미 잔뜩 베어둔 나무들 중에서 길이를 맞춰 자르면서 위쪽의 가지를 잘라낸다.

    그러면 로프로 매어 말을 이용하여 산에서 끌어내린다.

    그런 와중에도 덜 잘린 가지들을 잘라내야 한다.

    존슨은 톱은 물론이고 낫이나 도끼도 잘 쓴다.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벌목을 했었기 때문이다.

    상황을 봐서 도끼가 빠를 것 같으면 도끼로 툭툭 쳐서 잘라낸다.

    쳐내고 남은 굵은 것들은 톱으로 슥슥 자른다.

    산 아래로 굴린 가지를 베어낸 통나무들은 차곡차곡 쌓아둔다.

    사람 수가 늘거나 시간이 날 때마다 껍질을 벗겨둔다.

    껍질 벗긴 나무는 땅에 묻히는 쪽을 뾰족하게 다듬고 거기를 불에 그을려 둔다.

    올해는 따로 땔감을 마련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잘라낸 굵은 가지들만 잘 모아도 꽤 좋은 땔감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존슨의 집이야 따로 땔감을 마련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나무가 많다.

    그러니 이런 나무는 다른 사람들이 챙겨가도록 내버려 둔다.

    벌목 중에도 산짐승도 나타나고 몬스터도 출현한다.

    그러면 경계를 서던 자경단원들이 먼저 달려 간다.

    나무를 베던 이들도 자기 장비를 챙겨 나선다.

    작업을 하면서도 창이나 방패 같은 것을 반드시 가까이 두거나 소지하게 되어 있는 이유다.

    고블린, 코볼트, 슬라임 같은 몬스터가 그나마 흔하다.

    이쪽으로는 오크는 거의 볼 수 없다.

    몇 해에 한 번 정도 나타나는 걸로 봐서는 꽤 먼 곳에 둥지가 있는 걸로 추정하지만 아무도 알 수 없다.

    며칠에 한 번 정도 나타난 몬스터와 드잡이질을 하면서도 꾸준히 벌목을 했다.

    그렇게 베어 다듬어진 나무는 세 대의 마차를 연결한 긴 마차에 싣는다.

    대여섯 마리의 말이 끌고 마을로 향한다.

    로프로 감아 이쪽에서 당기고 저쪽에서 밀고 하여 파놓은 구멍에 나무를 세운다.

    옆에 있는 나무와 단단히 연결시키면서 돌과 흙을 채워 넣는다.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는데 아직도 남은 부분이 많다.

    농사일 때문에 번갈아 자경단 근무하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이 3교대로 돌아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름처럼 진척이 빠르지 못하다.

    첫 눈이 내리고서도 여전히 목책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침이면 바깥에 놔둔 물이 얼어붙는 추위가 와도 계속 일을 해야 하니 다들 지치고 힘들어 했다.

    연말이 다가오자 촌장이 버밀, 케머린, 토미 바렛 등 공식 사냥꾼들에게 의뢰를 냈다.

    사냥꾼들과 마을 주민 중에서 사냥을 주업으로 하지는 않지만 몰래 사냥을 하던 이들 중에서 몇 명이 작업을 멈추고 숲으로 향했다.

    존슨은 제외다.

    존슨은 덫으로 사냥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나선 이들은 덫사냥도 하긴 하지만 활, 창, 크로스보우 같은 걸로 큰 짐승을 사냥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토미 바렛은 존슨의 은밀한 도움에 힘입어 어영부영 공식 사냥꾼이 되었다.

    토미는 그런 내막은 잘 모르지만 그 이전부터 존슨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종종 토끼나 꿩이나 자고새 같은 사냥감을 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존슨 역시 그냥 받지 않고 따로 보리 한 말이나 밀 한 되씩 주곤 했다.

    토미 바렛은 존슨이 사냥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의 아버지에게서 활쏘기를 배우고 있으니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도 알고 있다.

    간혹 존슨이 사냥한 토끼 같은 사냥물을 요크 바렛에게 가져오기도 했다.

    활쏘기의 실력을 검증받기 위함이다.

    처음엔 몸통에 맞추는 것도 어려워하더니 곧 정확하게 목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실력을 알지만 굳이 존슨이 나서지도 않는데 먼저 나서서 존슨이 잘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토미와 눈이 마주친 존슨도 고개를 흔들었다.

    존슨은 그저 지금처럼 덫을 놓아 작은 동물을 사냥한다고 알려지는 걸 선호했다.

    존슨에게 동물을 구입할 사람도 없다.

    있다고 해도 어리다 보니 싸게 구입하려는 사람 뿐이다.

    그런 사람들과 얼굴 붉혀가며 싸우느니 그저 작은 동물 잡아 가족이나 먹고 가까운 이웃들에게 선심 베푸는 정도면 만족하다.

    촌장의 의뢰를 받은 사냥꾼들은 일하고 있는 마을 자경단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큰 짐승을 잡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래서 세 명의 사냥꾼들은 마을 사람들을 몰이꾼으로 써가면서 며칠에 걸쳐서 멧돼지와 사슴과 곰 한 마리를 잡았다.

    마을 주민들도 다들 탄성을 내질렀다.

    멧돼지나 사슴은 몰라도 곰은 쉽게 잡을 수 없는 대단한 맹수였기 때문이다.

    작은 몬스터들이 떼로 달려들어도 곰은 사냥하기 어려운 동물이다.

    존슨은 잘 드는 칼 한 자루 가지고 해체하는 조에 끼었다.

    이곳 사람들은 장진오가 알고 있는 보통의 서양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살코기만 먹지 내장은 거의 먹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존슨은 동물들을 거꾸로 매달 때 사슴 한 마리를 배정 받아 삼각으로 세운 틀에 사슴을 거꾸로 매달고 피를 빼낸 후에 껍질을 벗겼다.

    피를 빼낼 때도 밑에 나무 들통을 받쳐 따로 피를 받아냈다.

    그걸 버리는 것처럼 가져가 마법가죽 가방에 담고 다른 나무 들통을 꺼내 가져왔다.

    가죽을 벗겨 그건 촌장에게 건네 주었다.

    내장은 밑에 받쳐둔 나무 통으로 버렸다.

    염통, 간, 허파, 콩팥과 긴 창자들.

    그것도 갖다 버리는 척 하면서 마법동전주머니에 넣고 다른 나무통을 꺼내 가져왔다.

    존슨은 자기만이 아니라 멧돼지와 곰을 해체하는 사람들의 나무통도 그렇게 비워주었다.

    일리나에게도 미리 말해두었다.

    굳이 큰 덩어리 고기 욕심내지 말고 살을 발라내고 남은 잡고기만 챙겨도 충분하다고 했다.

    존슨이 수시로 짐승을 잡아오니 일리나도 존슨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떡였다.

    존슨은 거의 스무 개 정도의 나무통을 치우고 새로 꺼냈다.

    ‘웅담이라니! 이거는 진짜배기 웅담이잖아? 천연의, 자연의, 웅담...흐흐.’

    고기와 살코기가 많이 붙은 뼈를 제외한 나머지 뼈들은 다 버려진다.

    존슨은 수레를 가져와 그렇게 살을 발라낸 뼈들을 다 챙겨 담아 버리러 가서는 마법동전주머니에 담았다.

    존슨의 가족도 마을 잔치에 참여해 고기를 실컷 먹었다.

    구이, 찜, 그리고 뭉텅이로 잘라내 채소 등과 섞어 끓인 껄죽한 스튜도 배불리 먹었다.

    ‘요리하는 방법도 단순해. 평민들이라서 그럴까? 귀족들은 뭔가 별다른 요리를 해서 먹는 걸까?’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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