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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68화 (68/74)
  • 〈 68화 〉 18세 여름(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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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새벽에 일찍 나가봐야 해.”

    존슨은 일리나에게만 슬쩍 일러주었다.

    여름이 되고부터는 사냥은 거의 가지 않았다.

    농사일이 바빠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농사지을 농토가 확 줄어들고부터 농사는 그리 바쁜 일이 아니다.

    오랜만에 사냥을 가나보다 싶어서 그런지 일리나는 그저 고개를 끄떡였다.

    “내일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길어지면 2~3일 걸릴 수도 있고.”

    “멀리 가?”

    “그냥. 작은 몬스터가 자주 눈에 뜨더라고. 어디 둥지가 생겼나 싶어서.”

    “알았어.”

    존 포우가 죽기 전부터도 일리나는 존슨이 하자고 하거나, 한다고 하면, 어지간해서는 말리지 않았다.

    위험할 것 같은 경우에만 다시 생각을 해보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존슨은 새벽 닭이 울자 곧장 일어나 전날 미리 준비해놓은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고 무장을 갖추고 집을 나섰다.

    밭을 가로질러 숲으로 접어들어서 조금 가다가 사람의 기척을 살피고는 자기 몸에 마법을 걸었다.

    몇 가지 마법을 걸어 몸을 가볍게 하고 민첩하게 만들며 지치지 않도록 했다.

    주위를 멀리까지 살펴 위험 요소를 미리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높은 나무의 꼭대기로 올라가 은신 마법을 펼친 후 곧장 제르넨을 향해 달렸다.

    ‘굳이 제르넨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지리를 잘 몰라서 그럴 뿐이지, 실제로는 다른 큰 영지에 간다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지 않겠어?’

    물론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정도였지 그런 곳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정보가 없다.

    그러니 그저 상상만 하는 셈이다.

    ‘지도를 구해봐야 하는 걸까?’

    제대로 된 지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도가 있다면 꼭 구하고 싶었다.

    정오가 되기 전에 영주성 제르넨 시에 도착했다.

    제르넨 성이 저만치 보이는 곳에서 멈추고 나무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천천히 걸으니 거의 한 시간 정도 가까이 걸렸다.

    숲 바깥은 숲의 경계에서부터 제르넨까지 전부 들판이고, 그 들판엔 밀이 자라고 있었다.

    ‘생각보다 꽤 비옥한 땅인가 보네?’

    성인식 끝나고 발급 받은 신분증을 가져왔지만 그걸 보자고 하지도 않았다.

    맨 몸에 반 자루 정도의 보리를 가지고 오는 시골 소년을 잡을 이유가 없었다.

    큰 길로만 다녔다.

    상인 조합, 용병 길드, 시장통의 곡물상과 잡화점과 대장간 등을 둘러보았다.

    이전에 자경단으로 왔을 때나 그 후에 볼 일 때문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아니다.

    달라졌다.

    매장에 전시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 꽤 많아졌다.

    ‘창고에는 더 많이 비축해놓았겠지? 이들도 축제 기간에 장사가 잘되는 것을 아는 거지.’

    모르면 안보일 그런 변화들이 느껴졌다.

    일단 좀 알아보려고 하롯 마을 출신으로 저번에 왔을 때 몇 번이나 인사를 했던 사람에게 가서 이리저리 물어보았다.

    “너도 장사를 해보려고?”

    “네. 당장은 아니더라도 농사로는 도무지 해답이 보이질 않더라고요.”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좌판이라...쉽지 않은데.”

    “길을 알려 주시면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말로 하는 두리뭉술한 약속이라 쉽게 말이 나왔다.

    그 마을 출신 상인이 해주는 얘기를 귀담아 들었다.

    “상인 조합이나 길드 같은 것은 없습니까?”

    “있기는 한데 그저 돈만 받아가지 도움 되는 일은 별로 없단다. 조합장이 영주의 먼 친척이란 얘기도 있어.”

    “가장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인 방법은 없는 걸까요?”

    “좋기로는 내정관에게 잘 보이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내 보기에는 내정관 밑에 보거트씨라고 있는데 그 사람과 얘기가 통하면 잘 해결될 것 같아.”

    “듣기로는 경비병들이나 불량배들도 간섭을 한다고 하던데 그에 대해서는 좀 아세요?”

    “글세, 난 처음부터 점포를 구해 장사를 해서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보거트씨라고 하셨나요? 어떻게든 알아보겠습니다.”

    점포를 가진 상인과 좌판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

    마을 출신으로 경비대에 있는 사람에게 얘기를 들으니 거기서는 또 딴 얘기를 했다.

    ‘하여간, 이놈의 동네는!’

    욕 나오는 상황이지만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애를 썼다.

    다들 자기네 입장에서 말을 하는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무작정 영지의 관리를 찾아가기도 어려운 일.

    아무리 하급의 관리라 해도 평민에 비해서 권위를 내세우거나 거만을 떨 가능성도 있다.

    상점이 아니라 그까짓 좌판이기 때문이다.

    ‘어디 한곳이라도 제대로 합법적으로 자리를 맡은 후에 나머지는 우격다짐이 되었건 어쩌건 버텨봐야 하는 걸까?’

    해결책이 보이질 않으니 짜증이 슬슬 나기 시작했다.

    ‘확 집어치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런 귀찮은 짓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그저 쥐 죽은 듯이 엎드려 시골에서 농사짓는 시늉이나 내면서 지내고 짬짬이 사냥이나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겠다, 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게 아니면 돈이 넉넉하니 상점을 구해서 해도 좋겠다.

    다만 이렇게 장사를 해보겠다는 것은 그 목적이 불분명하다.

    굳이 말하자면 그저 해보고 싶어서, 라는 것.

    한국 땅에서 사업하던, 시골에서 농사짓기 싫어 도시로 향한 후 나이가 들어서도 시골을 찾지 않던 장진오였다.

    시골에서 살기 싫어서 시골 근처에 얼씬도 않던 그가 강제로건 억지로건 시골에서 계속 살아야 할 상황이다.

    그게 싫어 그나마 도시 꼴을 갖춘 제르넨 시에서 어떻게 살아볼까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렇게까지 복잡하고 귀찮아서야 의욕이 완전히 상실 되는 것이다.

    그 다음날까지 다 살펴보고 물어 본 후에 고개를 흔들며 성문을 나섰다.

    포기 상태였다.

    ‘왜 이런 짓을 벌여서는!’

    후회가 되었다.

    ‘도시에서 살던 버릇 때문일까? 도시라고 시궁창 같은 곳인데. 환경이 좋은 시골에 비한다면 정말 더러운 곳인데 이런 곳에서 어머니와 아이들을 살게 하려고?’

    생각할수록 후회되는 이유 투성이다.

    날이 저물어갈 무렵에 성문을 나섰기 때문에 서둘러 숲으로 이어진 곳으로 들어갔다.

    은신 마법, 민첩, 페더폴 같은 이동에 도움이 되는 마법들을 자신의 몸에 걸고 땅을 박차 나무 위로 올라갔다.

    맨 꼭대기 나뭇가지에 올라서서 마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집에 돌아온 것은 자정이 거의 다 되어서였다.

    다들 잠들어 있었는데 일리나만 문이 열리는 기척에 깨어 내다보았다.

    “왔어요.”

    “늦었구나. 너도 얼른 자라.”

    그는 고개를 끄떡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후회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기 발로 가서 자기 귀와 눈으로 다시 한 번 확인을 했으니 더 이상의 아쉬움은 없었다.

    도시는 대체로 주거 환경이 아주 나쁘다.

    현대 한국처럼 위생적인 곳이 아니다.

    사람과 가축의 분변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그걸 치우는 사람도 거의 없다.

    냄새는 말할 것도 없고 파리며 모기도 들끓는다.

    그에 비해 농장은 벌레가 좀 있긴 하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저 평범한 시골일 뿐이다.

    마법의 힘이 아니라도 살짝만 노력하면 아주 쾌적한 기분으로 살 수 있는 곳이다.

    어차피 벌레가 너무 없어도 살기 힘들다.

    벌이 없다면 과일이 맺히지 못할 것이고 나비가 없다면 아름답지 못할 것이다.

    적당한 수준에서 파리나 모기, 이나 벼룩 같은 해충을 적절하게 제어해주면 살기가 좋아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보았던 모기 포집기를 떠올렸다.

    기술적으로는 만들기 어렵다.

    모터, 전기, 압전기 같은 것들.

    그러나 마법으로 적당히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를 피울 수도 있다.

    모기가 좋아하는 주파수를 발생 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나 개념이 문제이지 실행은 마법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어디선가 읽어 본 그런 소설 비슷한 걸! 탄압 받는 흑마법사나 또는 고레벨의 마법사가 시골 마을에 은거하며 신분을 감춘 채 지낸다는...크크. 나도 집 밑을 팠잖아. 던전을 만든 것이나 비슷한 거지. 물리적으로 가기는 어렵지만 마법적으로 오갈 수 있는 그런 던전이라도 만들어 볼까? 에이, 아서라! 괜히 귀찮은 일 만들지 말고. 그냥 이대로 조용히 살자.’

    속으로는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도 존슨은 그저 평범한 시골 소년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일 년에 몇 주는 자경단 훈련과 근무를 하고.

    가축을 돌보고 농사를 지어 가족을 건사한다.

    새벽에 일어나 몸 단련 하고 밤늦게는 마법 수련하는 걸 제외한다면 남들 보기에는 평범한 농부였다.

    대부분의 동네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그러다 저기 공동묘지에 묻히는 거지. 존 포우 곁에 묻히는 것만 아니라면...’

    그건 정말 싫었다.

    ‘나중에 유언으로 그걸 꼭 말해야겠다. 존 포우 가까이에는 묻지 말라고. 큭큭.’

    서둘러 모기포집기를 만들었다.

    원리는 알고 있으니 그런 기능을 할 수 있게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원리를 잘 모르면 이리저리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이건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숫모기 소릴 흉내 내는 것 보다는 그저 모기가 환장하게 좋아하는 냄새를 풍기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우와!”

    제티가 놀라 입을 딱 벌렸다.

    일리나와 데이지 역시 마찬가지다.

    두 개를 만들어 하나는 실내에 달아매고 또 하나는 문 밖의 의자들을 놔두는 데크 위에 달아 놓았다.

    사방에서 암모기들이 몰려들어 포집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암모기 뿐만 아니라 사람의 피를 빨거나 피부에 앉아 귀찮게 만드는 벌레들이 모조리 빨려 들어간다.

    빨려 들어가면 빠져 나오지 못하고 그 안에 있는 미약한 일렉트론썬더 마법에 감전되어 떨어진다.

    밑의 큰 그릇에 가득차면 비워주면 그만이다.

    금방 실내에서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던 모기들이 싹 사라졌다.

    그것 말고 밖에서 일할 때 사용할 숫모기 날개짓 소리를 흉내 내는 장치를 만들어 목걸이로 만들어 가족들의 목에 걸어주었다.

    개울에서 주운 그저 그런 수정에 새긴 마법진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수정 목걸이다.

    그걸 걸고 있으면 모기가 달려들지 않는다고 하니 다들 좋아한다.

    밖에서 일할 때도 얼마나 모기에게 뜯기는지 말로 다 할 수 없다.

    연막 소독하는 것도 만들었다.

    문을 다 닫아 둔 채로 집안에서 연기를 피워놓으면 집안에 있던 벌레들이 싹 다 죽는 것.

    인체에 무해한 연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골머리를 썩히기는 했지만 일단 성공해서 마음이 뿌듯해졌다.

    존슨은 시골이 싫고 농사가 싫긴 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이런 게 좋았다.

    이렇게 조용하게 시골에 묻혀 사는 것.

    아주 번잡하고 더러운 도시 보다는.

    ‘도시에서 평생을 살아봐서 전생과는 좀 달라진 걸까? 아니면 마법 덕분에 좀 편안해지고 안전해져서?’

    별 다른 사건 없이,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사는 것이 좋았다.

    물론 그 사이에도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다.

    작은 몬스터들이 공격을 해오기도 했고 소규모의 산적들이 대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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