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18세 봄(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이리저리 가공해 놓고 겨우내 먹을 것을 마련한 것이다.
생고기는 즉시 도축하면 될 일이니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닭, 비둘기, 개, 염소, 양 같은 크기의 동물이다.
꿩, 메추라기, 자고, 오리, 거위 같은 동물은 사냥을 해야 한다.
큰 새들 중 일부는 겨울이면 북쪽에서 날아와 강이나 호수에 머물곤 했다.
그러다 훌쩍 날아가 버리기도 하고.
때로 사람들이 그런 오리나 거위를 잡아 날개를 부러뜨리거나 해서 키우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모피를 위해 잡는 동물이지만 냄새가 심하다고 고기를 그냥 버리는 경우는 드물다.
늑대, 여우, 족제비, 오소리, 너구리, 담비, 삵, 시라소니 같은 아주 크지 않은 동물들이다.
그중 늑대가 가장 덩치가 크다.
다행이 이쪽 마을 근처로는 말승냥이는 없는 것 같다.
존슨이 이 근처에서 본 늑대는 대부분 개승냥이라고 불리는 체구가 좀 작은 늑대들이다.
늑대와 승냥이는 다른 종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같은 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늑대, 승냥이, 코요테, 이리, 들개는 다 비슷하지만 어떻게 다른지는 불확실하다.
뭉뚱그려 다 늑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세세하게 나누기도 하는데 어떤 지역에서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존슨의 속에는 한국인이었던 사람의 기억과 의식이 들어 있다.
전체는 아니고 약60~70% 비중인 것처럼 느껴진다.
존슨의 원래 의식이나 기억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30~40% 정도는 들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존슨은 늑대나 개고기를 떨떠름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늑대 고기를 거부하지 않는 것은 한국인의 의식 때문이다.
‘이런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뭐는 먹고 뭐는 안 먹는 게 말이 되나? 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면 다 먹는 게 정상이지.’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늑대나 오소리나 너구리도 사냥하면 가죽을 벗겨내고 고기를 되도록 먹는다.
야생 짐승이고 잡식성이나 육식성이라 냄새가 좀 난다.
여러가지 방법을 이용해 냄새를 제거한다.
그런 야생 동물이 아닌 가축에서도 냄새는 나게 마련이다.
돼지도 숫퇘지 도축하면 고기에서 냄새가 말도 못하게 난다.
누린내라고 부르는 냄새다.
염소나 양고기에서도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난다.
거꾸로 매달아 피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피를 빼낸 후 가죽을 벗긴다.
양이나 염소는 냄새가 특히 더 심해서 아예 도축 전에 입안에 강제로 굵은 소금을 집어넣어 몸과 입을 묶어둔다.
그런 후 거꾸로 매달면 입과 코로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는 누런 액체를 줄줄 토해낸다.
위액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사실은 정체를 잘 모른다.
그걸 잔뜩 토해내게 만든 후 그 상태에서 피를 빼내고 가죽을 벗기는 것이다.
죽이면 피가 굳어지니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가 중요하다.
야생 동물도 마찬가지다.
활이나 창으로 죽이면 개울가에서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재빨리 도축해야 한다.
괜히 피 냄새 오래나면 맹수들이나 모일 뿐이다.
얼른 피를 빼내고 가죽 벗겨 큰 부위별로 토막을 내서 마법동전주머니에 넣어둔다.
다른 사냥꾼들이 사냥한 동물에 비해서 냄새가 덜 한 이유다.
보통의 사냥꾼들이 사냥해서 그걸 가져오려면 몸도 딱딱하게 굳어 있다.
피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름 피를 좀 빼내기는 하지만 바로 도축하지 않기 때문에 살이나 핏줄이나 내장에 피가 고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더라도 바로 마법동전주머니에 넣어두면 굳어지지 않는다.
꺼내보면 바로 사냥한 것 같다.
집에 가져와서 거꾸로 매달고 피를 빼도 충분하다.
사냥을 할 때 마법도 사용하지만 정령을 이용해 보기도 한다.
야생 동물은 대체로 불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그걸 이용한 방법을 고안해 사용해 보았다.
때로는 실패하고, 어떨 때는 성공한다.
아직 상상력이 좀 부족한 모양이다.
존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기묘한 방법이 있을지를 찾는 중이다.
정령의 힘이 미약하다는 건 자신의 정령을 다루는 힘이나 공급하는 힘이 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그 힘을 키우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자주 불러내서 친밀감을 높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거나 자주 뭔가를 부탁해 힘을 써보도록 하는 것이 괜찮을 것도 같다.
그것 말고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요즘은 사냥은 덜 하는 거야?”
데이지가 물었다.
“어, 왜?”
“그냥. 나갔다가도 그냥 오기도 하니까.”
“음, 두루 다니면서 실력을 쌓는 중이지. 굳이 사냥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야 그렇지. 그래도 맨 손으로 들어오는 건 좀 이상해서.”
한동안은 늘 양손에 푸짐하게 짐승을 잡아오기도 했었다.
“쓸 만큼만 잡는 걸로 바뀐 거지. 예전엔 실력이 없으니까 눈에 띄는 대로 무조건 잡아야 했어. 다음엔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좀 다르잖아? 언제든지 잡을 수 있으니 굳이 그렇게 무리해서 잡을 필요가 없는 거지. 언제든지 꼭 필요하거나 마음이 내키기만 하면 잡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실력이 좋은 거야?”
“그렇지, 이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
“진짜 사냥꾼처럼?”
“그렇지.”
데이지는 그저 고개를 끄떡였다.
요즘 데이지는 약혼 얘기가 오가고 있다.
그래서 일리나는 열심히 살림을 가르치고 있다.
존슨도 데이지에게 너무 힘들거나 험한 일은 시키지 않는다.
마법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제르넨에서 구입한 화장품을 면밀히 살폈다.
마법을 이용하여 그 안에서 여러가지 성분을 빼내 버렸다.
수은, 황, 청산가리, 알루미늄, 비소 같은 것들.
오래전부터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던 재료들이다.
그 원소 자체가 아니라 그런 것들이 함유된 재료를 사용하는 것들.
사용하면 당장은 얼굴이 하얗게 보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곧 수은으로 인해 새파랗게 변할 것이다.
온갖 병증에 시달리다가 중독으로 사망할 것이다.
마법을 이용한다 해도 특정한 성분을 빼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존슨은 기필코 그런 마법을 익혔다.
앞으로 마법 실험을 하거나 무슨 작업을 하더라도 필요한 마법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화장품에서 뽑아낸 수은이나 비소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오오, 이거 뭐야?”
일리나에게도 화장품을 쥐어준다.
물론 곧 결혼할 데이지의 것이 더 많지만.
사용 방법과 효능을 알려준다.
“이건 클린싱...어..얼굴의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거야.”
쉬운 말로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얼굴과 손과 피부를 관리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머리카락을 관리하는 방법도 주지시켜둔다.
손톱과 발톱을 깍고 관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그러고 보니 누나인 헤나에게는 이런 것을 지원해주지도 못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던게 존슨도 마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런 고급 마법을 쓸 줄도 몰랐다.
“이건 나중에 일리나가 헤나에게도 좀 주라고.”
머리와 피부를 관리하는 화장품이다.
사실 존슨은 이런 걸 모른다.
장진오 역시 남자라서 이런 걸 모른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것은 안다.
자연 산물 중에서도 어떤 것이 어디에 좋다는 정도는 아는 부분도 있다.
그걸 마법으로 추출해내거나 안전하게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 케이스에 들어 있다고 다 같은 게 아니야. 제르넨 같은데서 이 케이스 안에 든 화장품 있지만 그건 독이야. 당장 몇 번은 괜찮겠지만 금방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피부가 상하고 망가지는 거야.”
“어,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일리나가 예전에 본 어떤 부자집 마나님 얘기를 했다.
어느 날 부터인가 피부가 점점 파랗게 변하더니 결국 나중엔 얼굴이 썪는 것처럼 변했단다.
그리고는 맥없이 죽어 버렸다.
“그게 바르는 화장품의 독소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게 공기 중에 퍼져서 그걸 코로 마셔서 그럴 수도 있고. 먹었을 수도 있어. 먹으면 더 치명적이지.”
존슨의 말에 데이지도 깜짝 놀라 화장품을 들여다 본다.
“이건 내가 제르넨의 마법사님께 부탁해서 독소를 없앤 거야. 그러니 누가 제르넨에서 뭔가 화장품을 사온다 해도 그냥 사용해서는 안 되는 거야.”
일리나와 데이지가 동시에 고개를 끄떡였다.
존슨이 이상하게 변한 건 정확하지는 않지만 꽤 여러 해 전의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냥도 잘하고, 뭔가 좀 잘 아는 사람처럼 말하곤 했다.
몸도 좋아지고 안하던 짓도 한다.
화만 내고 짜증만 내던 존슨이 그 무렵부터 점차 말이 없어졌다.
대신 짜증이 줄고 화도 자주 내지 않았다.
그러고 생각하니 존 포우가 가족을 위협 할 때만 화를 냈던 것 같다.
일리나나 데이지에게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예전에 어릴 때는 간혹 화를 내긴 했지만.
존 포우가 죽은 후로는 화내는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에거시 사건 때는 화를 냈던가?’
데이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은 승마를 해 볼까 생각 중이다.
농장에 말이 있으니 이전부터도 말을 타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시골의 말은 대체로 노역마라 하여 쟁기를 끌거나 마차를 끄는 역할이 주다.
승마용으로 쓰려면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제르넨에 갔을 때 구경도 하고 묻기도 했다.
그런 것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물어물어 예전에 목장에서 승마 훈련시키는 걸 보조했던 사람을 찾아 술 한 잔 사주면서 알아냈다.
그 사람이야 지금은 목장 일을 하지 않으니 자기가 보고 들은 것들을 주절주절 얘기를 해주었다.
존슨도 영화에서나 봤지 제대로 훈련시키는 걸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
‘서부영화에서 보면 인디언들은 담요 한 장 깔고 그냥 타기도 하는데...안장을 사자니 생각보다 비싸단 말이야...’
살짝 고민을 했다.
어차피 말을 타기로 하면 안장이 있어야 한다.
잠깐 연습만 할 것이면 굳이 필요하지 않고.
‘어어, 내 경우는...혼자 움직일 때면 마법으로 빠르게, 직선으로 움직이니 굳이 승마가 필요 없지. 잠을 잔다 해도 나무 꼭대기에서 자는 게 안전하니까. 말이 있다면...말을 보호하면서 바닥에서 자야한다는 뜻인데. 귀찮은 일이 되는 걸까? 아니면 애초에 훈련이 다 된 승마용의 말을 구하는 것이 나을까? 내가 얼마나 타고 다닐거라고!’
가성비를 따지면서 쓸모와 욕심사이에서 살짝 방황을 했다.
‘내가 돈도 많은데!’
이렇게도 생각을 했다.
좀 비싸도 승마용 말을 사서 좀 타다가 영 탈 일이 없으면 농마나 노역마로 쓸까?
이런 방법도 궁리를 해보았다.
뭐든 한 가지에 쑥 빠져서 허우적거려서는 안된다.
그걸 알기 때문에 머릿속이 늘 복잡한 것이다.
한쪽에선 승마를 해볼 생각을 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여전히 활 쏘는 연습을 한다.
그러면서 사냥도 꾸준히 잊지 않도록 하면서 가정의 살림에 조금 보탬이 된다.
숲에 들어가면 정령을 불러내어 마음껏 돌아다니거나 놀도록 해준다.
한참을 그러고 나면 존슨이 지친다.
정령도 존슨의 마나가 고갈 될까봐 얼른 돌아가버린다.
한참 지나 힘이 좀 생기면 또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