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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61화 (61/74)
  • 〈 61화 〉 17세 겨울(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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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 인원은 15명.

    하루에 두 끼니 180카퍼.

    목재 가격을 많이 쳐주지 못하면서 이쪽으로 값을 쳐준 셈이다.

    동전 아홉 개라지만 돈으로 직접 주는 것은 아니다.

    열흘 단위로 계산하면서 곡식으로 대신 치른다.

    아직 밀 값이 싼 편이라 밀로 계산을 치루기를 원했다.

    그 덕분에 집에 밀이 풍성해졌다.

    빵은 보리와 밀을 반반 섞는 식이다.

    영주의 마법 가방에 들어있던 보리가 아직도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실제로는 보리를 더 많이 섞는다.

    일부는 곡식 가격이 비쌀 때 찔끔찔끔 팔아서 살림에 보탰다.

    그런데도 대놓고 팔기 어려우니 아직 많이 남은 것.

    밀은 모아서 한 자루가 가득차면 마법동전주머니에 넣어둔다.

    봄에 곡식이 귀할 때 보리와 함께 좋은 가격에 팔려는 것이다.

    소도 도축하고, 돼지도 잡았다.

    사냥으로 보충해주면 좋겠지만 제재소 일을 해야 해서 포기.

    제티도 슬슬 작업에서 빠졌다.

    온 식구가 다 달라붙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식비나 목재 값을 치루는 곡식은 마을회의나 자경단에서 지급해주니 굳이 괜히 공짜 노동할 필요가 없다.

    헤나와 줄라탄도 그렇게 그럭저럭 슬슬 빠지면서 일리나를 돕도록 했다.

    모젤 형이 잘 말해서 헤나는 일리나의 일을 돕기로 했다.

    줄라탄만 자경단에서 비용을 대신 내주기로 하고 고용을 했다.

    모젤형의 아버지인 레먼드 씨가 주선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줄라탄은 아내의 남동생 일을 돕다가 얼결에 부업을 하게 된 것이다.

    농사일도 없는 겨울에 돈 벌 구멍이 생기니 즐거워진 것이다.

    “고마워.”

    헤나가 존슨에게만 슬쩍 말했다.

    “뭘?”

    “줄라탄 말이야.”

    “그게 뭐. 당연한 거지. 우리 형제잖아?”

    “그렇긴 하지.”

    굳이 헤나나 줄라탄을 부르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불렀다.

    헤나와 줄라탄 부부도 농부라 겨울이면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빈둥거린다.

    밥만 축내는 생활이다.

    자잔한 생활 노동이야 있지만 돈될 일은 없는 것.

    그런데 존슨이 불렀다.

    자기 작업을 도와 달라는 것.

    그거야 말 그대로 형제 사이이니 불러서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다.

    서로 그런 식으로 돕는 것.

    그런데 그 작업이 금방 마을 일이 되었다.

    목재 공급을 하자는.

    존슨이 줄라탄을 거기에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원래 자경단에서 지원해주는 인원에 줄라탄은 없었다.

    존슨이 얘기 도중에 끼워 넣은 것.

    식사 제공도 존슨의 아이디어였다.

    일하다 말고 각자 집에 가서 밥 먹고 오라면 비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지 말고, 일리나에게 식사 준비하라고 하고, 재료비에 약간의 수고비를 붙이면 빠르게 식사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일리나와 데이지가 빠지고 헤나와 제티도 빠져나온 것.

    주방에 테이블을 하나 더 만들어 기존 것에 붙이면 15명이 한꺼번에 식사가 가능해졌다.

    그들이 식사 한 후 빠지고 나면 그때 가족들이 먹어도 되는 일이니까.

    존슨은 그렇게 식사를 제공해주는 일을 하면서 그걸 가격이 싼 밀로 받기를 원했다.

    자경단과 마을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꼬박꼬박 돈으로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을에 돌아다니는 동전을 다 끌어 모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걸 간단하게 해결한 것.

    대신 현 시세대로 넉넉히 계산해 달라고 부탁한 것.

    목재는 빠르게 생산이 되었다.

    작업을 하는 자경단원들도 모두 깜짝 놀랄 정도로.

    딱딱 규격에 맞춰 잘라내도록 해두어서 기계적으로 나무만 작업대에 올려 슥슥 밀어주기만 하면 나무가 팍팍 잘려 나갔다.

    당연히 밖에서는 소 두 마리가 계속해서 연자방아를 돌려주었다.

    촌장도, 유지들도 연자방아와 연결하여 작동하는 톱을 보며 감탄을 했다.

    엄청나게 굵은 나무도 슥슥 잘리거나 길게 켜져서 판자가 되는게 너무 신기했던 것이다.

    톱니와 크랭크는 모두 땅속으로 설치되어 있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장진오는 오래전 수동 기어 차량으로 운전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 자기 익숙한 대로 만들려 했다.

    클러치를 발로 밟으면 연결이 끊어지고, 발을 떼면 연결이 이어지는 식.

    어차피 연결이 될 때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했다.

    그 반대여도 고정 장치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

    그러니 어느 쪽이건 상관이 없다.

    그랬는데 안전을 생각하니 밟으면 연결되고, 떼면 끊기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았다.

    장진오로서는 익숙한 것의 반대라서 헷갈리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밟건 떼건 다 고정 장치는 필요하기는 하다.

    스프링을 만들었지만 이런 장치에까지 써야 하나를 잠깐 고민했다.

    당장은 그냥 추를 대신할 무거운 것을 달아놓는 것으로 설치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테니까.

    당연히 지하에 설치한 시설에는 스프링을 연결해두었다.

    즉 지상의 무게추가 아니더라도 작동이 되어야 안전할테니까.

    하여간 제재소는 겨우내 호황이었다.

    존슨으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렇게 자경단원들이 숲에서 나무를 베어와 마당 한쪽 쌓아두었다.

    존슨이 나무 굵기를 지정해주고, 나무 종류도 정해주었다.

    목질이 약한 나무는 가구를 만들거나 할 때는 좋다.

    건물을 지을 때 기둥이나 대들보로 쓰기는 나쁘다.

    용도에 따라 필요한 나무를 지정해주면 자경단원들이 크기와 종류를 확인하고 베어 낸다.

    잔가지를 쳐내고 정해진 길이에 맞춰 잘라 작업장으로 가져온다.

    예전에는 일단 껍질을 벗겨 가공했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둥근 기둥으로 사용하는 것은 진짜 기둥 용도 말고는 없다.

    그것만 껍질을 벗기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사방을 잘라내어 각목이나 판자로 만드는 것.

    자경단원들의 손에 작업이 익숙해지자 존슨은 때때로 사냥을 나갔다.

    기껏해야 꿩, 비둘기, 토끼 같은 작은 동물을 몇 마리 잡아오는 수준.

    그러나 마법동전 주머니에 노루, 멧돼지, 곰 같은 동물을 사냥해 가져왔다.

    산에서 매달아 피를 빼내고, 내장과 모피를 제거한다.

    살을 크게 다리나 몸통 등으로 구분해 잘라 넣어 가져와 주방 지하에 만들어둔 창고에 넣어둔다.

    한 겨울이라 덜 상하지만 그래도 오래 둘 수는 없다.

    그렇게 사냥으로 고기를 모아놓는다.

    소나 돼지를 도축한 날 사냥했던 고기를 적당히 섞어 염장하거나 훈제를 한다.

    “구워 먹는 것도 좋지만...”

    존슨은 같은 음식이라도 양을 늘려 공급하자고 권했다.

    큰 무쇠솥을 걸고 채소를 잔뜩 넣고 고기도 뻑뻑하게 많이 넣어 끓이도록 권했다.

    “큰 식당에서는 이렇게 한대. 겨우 내내 계속 스튜를 공급하는 거지. 남으면 다음날 거기에 고기와 채소를 더 넣고 또 끓이는 거야.”

    겨울이라 춥기도 하고, 매일 끓이기 때문에 상하지도 않고.

    특정한 맛은 나지 않지만 고기가 넉넉하고 채소에서 우러난 단맛도 있어 먹을만한 스투가 된다.

    그렇게 뜨거운 스튜에 보리가 많이 섞인 큰 빵.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다.

    매일 빵을 굽고, 스튜에 재료를 더하여 끓인다.

    일이 쉽다.

    일리나가 덜 힘들도록 존슨이 유도하는 것이다.

    매일 뭔가 새로운 요리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차피 음식의 종류도 그다지 많지 않고.

    때때로 존슨의 제안에 따라 새로운 것을 한두 가지 섞어주면 그걸로 대 만족이다.

    사실 보리 수확 직전의 보릿고개 기간에는 음식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굶어죽거나 얼어죽기도 하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는 좀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 굳이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사냥을 하겠다고 그러는 것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

    오래전, 에거시가 마을에 살던 그때 존슨이 직접 두 귀로 들었던 이야기들.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지. 특히 나이 먹은 고약한 농부라면.’

    나이 먹은 농부는 아주 고지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집이 말도 못하게 세다.

    거의 가는 귀 먹은 당나귀 수준.

    촌장이 나서고, 마을 주민들이 다 휩쓸려도 어지간해서는 까딱도 하지 않는다.

    다 자기 경험이 있고, 자기 주관이 있어서다.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그렇다.

    케머시 잔튼이나 그 아들은 여전히 존슨을 보면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존슨이라고 먼저 굽히고 들어가 굽실 거릴 이유도 없다.

    ‘저 놈들은 여전히 일리나나 내 가족에 대해서 악감을 품고 있는게 분명한데...’

    그렇다고 대놓고 압박하는 게 아니니 먼저 뭐라 말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늘 불안하다.

    언제 뒤통수를 치거나 나쁜 짓을 할지 알 수 없으니.

    ‘공세적 방어 또는 선제적 방어가 필요한 시점인가?’

    늘 이 문제를 고민했다.

    그냥 두자니 몹시 불안하고.

    먼저 손을 대자니 그것도 찝찝하다.

    거의 1년이 더 지났음에도 여전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표정이 역력하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존 포우 탓인가? 우리가 뭔가 그렇게도 큰 잘못을 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이유가 없다.

    그때 엿들은 말들만 해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일리나가 예쁘다.

    헤나나 데이지도 예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노예로 만들어 팔고, 자기 노예로 만들어 괴롭힐 정도로 뭔가 원한이 있는 걸까?

    노예가 흔한 세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평민을 노예로 만드는 일이 쉽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전문적으로 인신매매를 하거나 하는 자들이 아니라면.

    큰 죄를 짓거나 해서 영주에 의해 노예형이 판결난 것이 아니라면.

    그도 아니면 많은 빚을 지고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청하거나.

    노예가 많은 것이 영지나 나라 전체로 봐서 좋은 면도 있다.

    그렇지만 좋지 않은 면도 분명히 있다.

    그 때문에 그 수위를 조절하는 일이 나라나 영지의 중요한 정책이다.

    추수 후, 겨울로 접어들면서 바쁜 와중에도 케머시 잔튼의 눈초리를 받으면 소름이 오싹 끼친다.

    ‘마법 실력이 좋아지면서 예지 능력이 생긴 걸까? 아니면 감지 능력이 좋아진 건가? 그래서 살기에 반응을 하는 걸까?’

    살기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하여간 노려보거나 증오심이 가득한 눈빛이라거나.

    그럴 사이가 아닌데, 왜 그러는지 잘 모른다.

    특별한 싸움이라거나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조니와 다툰 일도 애들끼리 말다툼 할 수도 있는 문제이니 그 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혹시나 싶어 일리나에게 물어도 모르겠단다.

    일리나도 기억하지 못할 아주 사소한 그런 일이었는지.

    아니면 존 포우가 개인적으로 뭔가 큰 잘못을 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처음 알게 된 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니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의 일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증오, 상대를 죽이려 하고 반드시 파괴하려는 그런 원한이라니!

    장진오가 존슨으로 깨어나기 전에 그럴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존슨은 오랜 고민 끝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

    해결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겠지만 실제로 써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조니와도 얘기를 해봤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 대놓고 물어도 무슨 소리하냐며 그럴 일 없다고 시치미를 딱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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