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56화 (56/74)

〈 56화 〉 17세 가을(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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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이 쫒아 와서 오히려 통사정을 했다.

“얘네 땅도 없어요. 1.5에이커가 전부 입니다. 그걸로 시집간 누나 네도 도와야 하고. 거기 애도 생겼어요.”

마치 자기 아들이나 손자네 변호하듯이 편을 들어주었다.

사실이 그러했고.

“스무 자루라니? 농토 넓이가 있는데 왜 이것 뿐이야? 뒤져 봐.”

세리가 수상하다는 듯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1.5에이커면 못해도 50자루 가까이는 나와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하여간 주먹구구 식이라니까. 재수없으면 왕창 거둬가고 운 좋으면 적게 빼앗기고.’

존슨은 멍하니 서서 눈에 촛점도 흐릿하게 한 채로 그런 세리 일행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병사들이 다들 고개를 흔들며 돌아왔다.

촌장도 옆에서 존슨 가족의 재산에 대해서 장부를 보여주었다.

세리도 따져 보고는 밀 아홉 자루로 해결을 했다.

‘이번에도 스무 자루 이상 가져가면 여길 떠나 버릴까 했더니만. 조금 더 버티고 있어야겠다. 허긴, 봄에 그 난리를 쳐놓고 또 엄청 받아가지는 않겠지만.’

존슨이 이렇게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다는 듯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밀 아홉 자루 납부하라니 마치 노예처럼 아무 생각도 없다는 듯 밀 아홉 자루를 세리의 마차에 실었다.

“쟤 왜 저래?”

오히려 세리가 촌장에게 물었다.

“저놈 아비 죽고 한동안 열심히 하더니 갑자기 애가 넋이 나갔어요,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은데...”

촌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해주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이런 비슷한 일은 종종 생겼다.

이웃들은 모르지만 개개인마다는 다들 그럴 이유가 있었다.

번아웃이 온 것일 수도 있고.

남들 모르게 공격을 받았거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일이 있거나.

하여간 눈앞의 젊은 놈은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그래놓고 뒤로는 일리나를 통해 수확이 끝난 밀을 조금씩 구입했다.

같은 마을 사람이고 일리나와는 친척간이라 은밀하게 거래하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다.

한 농장에서는 그다지 많은 양이 아니지만 그런 농장이 열 군데, 스무 군데가 되면 그 양이 만만치 않게 많은 것이다.

일리나는 개인 간에 은밀하게 거래를 했다.

존슨도 빈 마차로 가서 밀짚이나 싣고 돌아왔다.

그 농장에서 밀이 가득 든 자루를 왕창 싣고 나왔다.

그렇지만 중간에 마법 주머니에 넣어 버린다.

시치미를 뚝 떼고 빈 마차로 다른 농장에 가서 밀짚을 잔뜩 실어오는 식이다.

어차피 밀짚도 많이 필요하니까.

요즘은 땔감 작업도 많이 하지 않는다.

벌채권 도로 가져가라면서 그저 자기네 땔감 만들 때 조금 더 많이 만드는 식이다.

땔감 가져오라면 반 마차 가져다 줄 때도 있고, 없다고 버틸 때도 있다.

그러니 일이 반의 반으로 확 줄었다.

일리나도 몸이 편해지고 데이지나 제티도 살 판이 났다.

헤나와 줄라탄을 위해 기존에 구해주었던 신혼집보다 조금 더 큰 집을 얻었다.

먼저 집도 아예 구입을 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

매년 밀 세 자루 또는 보리 다섯 자루를 내고 쓰는 식이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지주다.

자기 땅에 집이 있으면 남에게 빌려주고 세를 받는다.

안 빌려주면 어차피 점점 망가진다.

그러니 싸게라도 빌려주는 것.

집에 딸린 텃밭은 거저 갈아 먹는다.

결혼할 때 헤나 몫으로 2에이커 정도 되는 땅을 주었다.

이번에 새로 집을 얻어 주면서 다시 1.5에이커의 땅을 더 주었다.

이번엔 토지 대금으로 집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 집을 곧장 다른 마을 주민에게 넘긴 것이다.

즉 존슨 손에 왔다 간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서 다시 넘긴 것이다.

그쪽은 집이 필요했고 존슨은 팔고 싶어해서 딱 맞은 것.

다만 다른 집을 빌릴 수 있도록 주선해 준 것.

존슨은 부동산은 차차 줄이는 중이다.

언제든지 떨쳐 버리고 떠날 수 있도록.

땅이나 집은 팔기가 어렵다.

제값 받기도 힘들고 제 때에 팔기 어려운 것.

에거시 역시 그 때문에 할부로 팔고 물물교환 방식으로 팔았다.

그래서 존슨은 미리 다 처분하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남은 1.5에이커의 농토와 살고 있는 집과 강변의 언덕까지 다 팔아치울 생각이다.

헤나와 줄라탄에게는 말도 한 마리 구해 주었다.

밀을 수확하면서 땅값 잔금으로 받은 밀을 헤나의 집 창고에 채워 주었다.

빻지 않은 통밀로 쉰 자루.

마차 두 대 가득히 채운 분량이다.

나머지도 받았지만 그건 마법 주머니로 직행 했다.

분명히 땅값 잔금을 받았을 텐데 존슨은 늘 몰골이 추레하다.

촌장이 궁금해서 물으면 없다고만 한다.

그럴리가 없으니 자꾸 빌려주라고 말해 본다.

하지만 존슨은 고개를 내젓기만 한다.

세금 거둘 때 가 봐도 창고가 비어 있다.

병사들이 집 뒤지고 창고도 다 뒤진다.

그런데도 발견하지 못한다.

‘비밀 창고가 있는 거야!’

있다는 건 짐작하지만 찾지 못하니 비밀 창고인 것이다.

그래놓고 존슨은 사냥을 다닌다.

일리나와 데이지와 제티는 늘 행복한 표정이다.

일에 치이지 않으니 살만해진 것이다.

제티는 존슨에게도 배우고 다른 동네 형들에게도 이런저런 것들을 배운다

한창 배울 때다.

존슨과 함께 토미 바렛에게서 활을 배우고 있다.

창이나 다른 것은 다른 형들에게서 배울 수도 있지만 활은 배우기 어려운 기술이다.

명목은 토미 바렛에게 배우지만 실제는 그의 아버지인 요크 바렛이 가르치는 것이다.

토미 바렛은 요크 바렛의 시범 조교 비슷한 역할을 한다.

요크 바렛의 손목이 잘려 있으니 그를 대신해서 자세를 잡는다.

그 폼을 존슨과 제티 형제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요크 바렛은 한쪽 손은 멀쩡하다.

그러니 긴 막대를 잡고 활을 당기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아들 토미의 팔꿈치를 툭툭 쳐서 더 올리거나 내린다.

다리도 더 벌리거나 구부린다.

물론 그 직후 존슨과 제티가 자세를 잡으면 똑 같이 팔이나 다리의 위치, 자세들을 툭툭 쳐서 올리고 내리는 식으로 교정을 해준다.

교정도 어렵지만 자세를 잡은 상태에서 교정해주기 때문에 같은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더 어렵디.

제티는 팔과 다리의 힘을 더 기르라고 조언해주었다.

존슨은 제티보다는 크고 튼튼하니 그런 얘기는 없었다.

그렇지만 수준 높은 기술을 배우려면 자세가 더 안정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수를 일찍 끝낸 가장 큰 이유다.

그렇게 존슨과 제티는 오전엔 활을 배우러 다닌다.

오후엔 농장과 집의 일을 한다.

일리나와 데이지도 바쁘다.

예전처럼 겨울나기나 농장의 일 때문만은 아니다.

여자들의 일을 해야한다.

양털이나 염소털로 실을 자아내는 것.

그걸로 실을 만들고 그 실로 천을 짜내는 것.

아주 고난도의 기술들이다.

헤나도 어려서부터 익혔다.

지금은 신혼이라 하지 않고 있지만.

14살인 데이지도 벌써 배웠어야 하지만 살짝 배울 때가 넘었다.

빨리 배워야 하고, 그래야 결혼을 할 수 있다.

일리나를 통해 여기저기에서 데이지의 혼담이 들어온다.

존슨이 보기에는 데이지는 아직 어려 보인다.

이쪽 세상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요리, 바느질, 수놓기, 길쌈 같은 것을 배워둬야 한다.

데이지의 친구 중에는 벌써 결혼을 한 애도 있다.

존슨에게도 데이지 또래 여자 애들과 혼인을 얘기하기도 한다.

존슨은 질색을 하지만.

존슨 또래의 여자애들 중에서 미혼인 애들은 거의 없다.

있어도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거나.

시골이라 더 빨리 혼인한다.

어차피 보낼 것, 일찍 보내야 입 하나 던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시가 쪽에서도 얼른 일꾼 하나 더 생기니 더 좋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고.

본심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존 포우가 죽은 후 그럭저럭 살림이 불어난 것을 느끼는 것 같았다.

데이지를 며느리로 원하는 곳이 여럿이다.

“그건 일리나와 데이지가 의논해서 결정하는게 어때?”

존슨에게 묻길래 그렇게 대답해 주었다.

“그건 아니지. 이제는 존슨이 가장인걸? 이젠 존슨이라고 하면 안되는 걸까?”

데이지가 얘길 하다가 갑자기 엉뚱한 걸 물었다.

“어어, 그러네?”

일리나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동조했다.

“이제는 베일이라고 불러야 하려나?”

일리나의 말에 데이지가 중얼거린다.

“베일, 베일...어, 좀 낯설다.”

“그건 그렇지?”

“도대체 무슨 소리야. 그냥 부르던 대로 불러. 괜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게 그러지 말고.”

“히힛! 그건 좀 그렇지?”

“그래. 나중에 언제 공식적인 뭔가를 기록할 때는 그렇게 하더라도 집에서까지 달리 부르는 건 좀 이상하다고.”

실제로 자경단에서 공식적인 서류에는 베일 세드릭 포우로 되어 있다.

즉 포우와 세드릭의 아들 베일이라는 의미다.

제티 역시 제티 세드릭 포우.

제티는 막내니까 그렇다 치지만 큰 아들은 존의 아들이라는 의미로 존슨이라 불리던 것이 아예 이름처럼 변한 것이다.

마을을 떠날 일이 없을 것 같으니 그냥 부르던 대로 부르는 것이 익숙하다.

이제는 겨울 준비만 남았는데 올해는 특별히 더 할 일을 만들지 않았다.

애초에 추수를 일찍 끝내면서 후딱 돼지 다섯 마리를 도축했다.

돼지는 이미 봄에 존슨이 거세를 시켜 놓았던 놈들이다.

숫퇘지 중에서 체구도 크고 형질이 좋아 보이는 놈만 남겼다.

나머지 숫놈들은 모조리 거세를 해버렸다.

그런 후 신경을 써서 키웠더니 덩치가 아주 커졌다.

마지막 가까워서는 제티와 데이지까지 모두 산에서 도토리를 많이 주워 모았다.

깊은 산에 가면 더 많겠지만 가까운 곳에도 도토리 나무는 많다.

존슨이 미리 나무 밑에 낡은 천으로 넓게 경사를 주어 매달아 놓았다.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나무 하나에서 몇 들통의 도토리를 주워 모을 수 있다.

나무를 서른 그루 쯤 천을 펼쳐 놓아 엄청난 양을 긁어 모았다.

자루에 담아 마법주머니에 넣어 보관 중이다.

겨우내 다른 돼지들도 먹일 계획이었다.

밤나무에도 이렇게 천을 펼쳐 놓았다.

존슨이 제르넨에서 싸구려 천을 꽤 사왔다.

사실 천 가격은 좀 비싼 편.

그렇지만 때로 아주 싸게 팔 때도 있다.

천을 짠 사람이 직접 들고 나왔을 때.

뭔가 매끄럽지 못하고 흠집이 있거나 색이 좀 이상할 때.

이런 걸 싸게 구입해두면 나중에 다시 염색을 해서 써도 된다.

그러거나 겉옷 안에 받쳐 입는 그런 옷으로 만들거나 안감으로 써도 좋다.

존슨은 그 천을 이런 식으로도 사용한다.

도토리나 밤을 굳이 허리 굽혀 주워 모으지 않고 자동으로 모여들도록 나무 밑에 넓게 펼쳐 놓는 것.

도토리나 밤이 떨어지면 데굴데굴 굴러 한쪽으로 모여든다.

그 아래에 입구가 좁은 통을 놓아두면 다람쥐나 다른 동물이 훔쳐가기가 어렵다.

밤이나 도토리는 들어가고 새나 다람쥐는 못들어가게 만드는 것.

나뭇잎이나 밤송이 같은 것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그건 좀 신경을 써야 한다.

아침과 저녁, 때로는 낮에도 한 바퀴 돌면 꽤 많이 모여든다.

어차피 100% 다 주워 모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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