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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54화 (54/74)
  • 〈 54화 〉 17세 가을(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농사의 규모를 확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전부터 생각한 대로, 의논한 대로 계획대로 움직인 것이다.

    영주의 것이었던 마법가방 안에도 엄청난 양의 보리가 들어 있었다.

    그러니 굳이 농사를 열심히 지을 필요도 없다.

    그저 세금 내고 가족들 먹고 살 정도면 충분하다.

    지금처럼 농사는 조금 짓고, 가을 수확 철에 이웃에게서 넉넉히 구입해 둔다.

    그걸 이용해 봄과 가을에 여기저기 빌려주며 재산을 불린다.

    시골 살면서 농사조차 짓지 않으면 당연히 이상하게 본다.

    그러니 그런 정도만 농사를 지을 계획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제 곧 세 식구가 될 존슨의 가족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봄부터 이미 일리나와 그렇게 얘기를 해두어 밀의 파종을 1.2에이커만 뿌려두었다.

    이 정도면 세금 내고나면 다음해 여름까지 먹을 만큼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상관없다.

    너무 농사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너무 힘들고 고달프다는 생각이었다.

    일리나는 살짝 걱정스러워하기는 하지만, 큰아들 존슨의 결정에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데이지나 제티는 내막도 모르니 그저 좀 적게 씨를 뿌리나 보다, 생각할 뿐이다.

    대신 염소나 양 같은 가축은 기르기가 힘들지 않으니 데이지와 제티에게 맡겼다.

    닭과 돼지도 들판에 놓아먹이니 아주 힘들지 않다.

    너무 많으면 좀 괴롭겠지만.

    존슨은 마을의 부자가 누구인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부자라고 해도 막상 현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

    땅이 많고 곡식이 많으면 다 부자라고 말하니까.

    촌장 역시 현금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이런저런 이권에도 개입을 하고 뒤로 생기는 것이 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는 농토다.

    몇 사람을 딱 찍어 살펴봐도 확실히 알 수가 없다.

    그냥 살펴 본 것이 아니라 마법을 동원하여 그 사람들의 집을 뒤졌다.

    현금을 가진 것이 좀 있나, 싶어서 살펴보았다.

    다들 그다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에거시는 자기 땅을 어떻게 판 것일까?

    아무리 싸게 팔았다고는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싹 다 팔아치우고 마을을 떠난 것이다.

    “하하, 다 외상이지.”

    레먼드씨가 말해주었다.

    레먼드씨는 모젤 형의 아버지.

    “외상이요?”

    “그래. 여기는 시골이라 그렇게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별로 없어. 몇 년을 애를 써서 겨우 살 수 있을까 말까지. 매년 두 번씩 영주의 세리가 와서 그 난리를 피우는데 돈을 제대로 가진 사람이 있겠니?”

    그건 레먼드씨의 말이 맞다.

    풍년이 들면 와서 세율을 한계까지 왕창 올려 최대한 박박 긁어간다.

    그러고 그 다음 해 부터는 그 세율을 기준으로 거둬간다.

    그러니 흉년이 들면 난리가 나는 것이다.

    그럴 땐 살짝 세율을 낮춰주는 데 이전의 평시 세율보다 낮아지지는 않는다.

    즉 한 번 올린 세금은 절대로 낮춰주지 않는다.

    그러니 원래 국법에 의해 정해진 세금이 35%였던 것이 이제는 70%에 육박하고 있다.

    그렇게 올려도 살아남는 이유는 농부들도 필사적으로 감추기 때문이다.

    관리들도 그런 정도까지는 거두지 않기 때문이다.

    한 해만 세금 거두고 말 것이라면 다 긁어 갈 것이다.

    내년에도 세금을 거두어야 하니 굶어 죽을 정도로 거두어들이지는 못한다.

    그들도 농부들이 감추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예 미운 털이 박힌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슬슬 봐주기도 하는 것이다.

    뇌물을 받고 눈감아 주기도 하고 분할로 낼 수 있게도 해주는 것이다.

    “내가 듣기로 매년 보리 수확 때 30~40자루, 밀 수확할 때 20~30자루 정도씩 제해 나간다고 그러더라. 한 5년 정도 그리하면 다 갚지 않겠어?”

    땅의 주인인 에거시 그 놈은 죽었는데 그의 재산을 상속 받는 누군가가 있을 테니 그쪽으로 주는 건가?

    “그렇군요.”

    “그런 건 왜 궁금한 건데?”

    “에거시씨에게 받은 농토가 말입니다...”

    힘에 겨워 팔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구나. 힘에 겹기는 하지만 그래도 몇 해 잘 농사지으면 꽤 거두지 않을까?”

    “그러면 뭐합니까? 괜히 세율만 올라 이전 밭에는 55%였던 세율이 이제는 65%까지 올랐단 말입니다.”

    “그렇구나. 하아!”

    이해가 되는지 크게 고개를 끄떡였다.

    “어찌되었건 팔아서 작은 것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살 사람이 눈에 띄질 않아서 말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야. 굳이 돈이 아니라 에거시처럼 조건을 달리해 본다면 혹시 또 모르겠지만.”

    “돈 말고 다른 걸 낼 사람은 있을까요?”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런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그렇다고 다른 마을 사람에게 팔수도 없고.

    촌장과도 의논해봤지만 그 역시 고개를 흔들었다.

    “레먼드 씨 말로는 조건을 달리해보라고 권하긴 하던데. 그럴 조건을 가진 이가 있을까요?”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야.”

    촌장과의 만남에서는 별 소득이 없었다.

    대신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존슨은 마을 사람 몇 명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존슨이 조금 손해를 봐도 괜찮다면 잘 하면 성사될 것 같기도 했다.

    각 사람의 조건을 잘만 맞출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중간에 누군가가 틀기라도 하는 날엔 다 엉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존슨의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몇 사람을 만나 얘기를 해보고는 도저히 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만나서 얘기를 해보기 전에는 잘만 말하면 될 것도 같았다.

    그랬는데 각 사람의 처지나 형편이나 마음이 다 다르다는 것만 확인하고 말았다.

    ‘세상에 쉬운 일 하나도 없네!’

    삶의 지혜를 얻은 것으로 만족했다.

    장진오가 한국 땅에서 60여 년을 살았지만 그가 잘 아는 것은 직장, 공장, 회사의 일일 뿐이다.

    농사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알지 못한다.

    더구나 이런 전혀 다른 환경을 가진 이세계의 농부들의 속내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사람 사이에는,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기 어려운 것이 많다는 걸 깨달은 셈이다.

    ‘그저 장사로 나가야지, 농사는 비전이 없어!’

    존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

    작년에 무슨 명목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지의 축제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한가하고 목가적인 작은 영지라고 생각했었다.

    백작의 영지라지만 낙후되고 쇠락한 영지라고도 생각했다.

    변경이라 인구도 적고 그저 물에 물탄 듯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영지민이 엄청나게 많이 모인 건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주로 상인들, 광대들, 음유시인이나 가수들, 악기 연주가, 점쟁이, 차력이나 약을 파는 자들로 북적거렸다.

    광장이나 시장 가까운 쪽으로는 자리 하나에 은화를 받고 빌려준다고도 했다.

    예전엔 상인 조합 또는 영주부의 관리, 또는 영지 경비대 등에서 주관했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영주가 직접 관리를 하겠다고 했다.

    물론 명분만 그럴 뿐 실제로는 영주부의 관리들이 해먹겠다는 짓거리였지만.

    자리 하나마다 은화를 받아 챙기는 이익 사업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지병들을 동원하여 자리를 지켜주기도 하고 불량배를 쫒아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량배들이 와서 자릿세를 내놓으라고 을러댄다고도 했다.

    ‘불량배와 싸우는 것쯤이야 어찌한다 해도 영지병 놈들까지 와서 수고비니 청소비니 받아간다던데...’

    그런 것 생각하면 장사 하나마나다.

    지켜보다가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와서 빼앗는 놈도 생긴다.

    영지병의 사촌, 영지관리의 조카나 하여간 그런 놈들이다.

    자기가 아는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세를 더 올려 받을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런 놈들까지 다 고려해 봐도 역시 돈이 남으니까 장사를 하는 걸까? 아니면...어...상인조합이나 상인 길드가 있는 걸까? 그럴 가능성도 있겠는걸! 아니면 다른 방법도 있을까? 용병에게 의뢰를 해서...용병을 보디가드로 세우고 장사를 한다...웃기는 발상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 시시한 용병을 세워놓으면 계속 말썽이 나는 걸까? 비싼 용병 고용하기는 좀 무리고.’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일단 용병에 대한 대우나 의뢰에 대해서 좀 알아봐야겠다. 열흘 정도를 기한으로 잡고 고용한다면 든든하긴 하겠다. 문제는 용병이 불량배를 물리칠 수 있느냐 하는 것과 용병이 내가 돈 버는 걸 보고 빼앗으려 든다거나. 용병과 불량배가 결탁해서? 아냐, 그런 고민할 필요가 없지. 헛짓거리하면 뜨거운 맛을 좀 보여주면 되겠지. 일단 영주부에 물어봐서 자리마다 가격 차이가 있는지와 좋은 자리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봐야지. 후미진 자리 잡아봐야 자릿세도 뽑지 못할게 뻔하잖아. 좌판 장사라지만 상인 조합에 가입해서 조합원이 되면 그냥 농민이 자리 신청하는 것과 다를까?’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것이다.

    마을에서 한 번 혼뜨검이 나고 보니 만만하게 여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서 직접 가서 알아보고 확인해보려고 마음 먹었다.

    여름이 지나가고, 밀밭은 바람이 불면 파도 치는 것처럼 온통 일렁거린다.

    여름 끝자락까지도 영주의 기사와 병사들과 관리들이 자주 찾아와 난리를 피우더니 어느 때부터인가 잠잠해졌다.

    존슨은 좀 들은 바가 있다.

    영주부에도 가끔 몰래 가보기 때문에 그쪽 소식을 얻어 들었다.

    영주부의 관리 여럿이 시범케이스로 걸려 사형을 당하거나 투옥되었다.

    그 안에는 마법 가방을 잃은 책임을 지고 투옥된 이도 있다고 했다.

    현장에 가지고 다닌 관리는 죽었다.

    호위하던 기사와 병사들도 다 죽었다.

    죽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무도 없이 몽땅 다 사라졌으니까.

    그 때문에 대대적인 조사를 했다.

    영지 몇 개를 건너서 있는 큰 백작의 영지에서 수사를 전담하는 자들과 마법사가 파견 나왔지만 결국 조사를 포기했다.

    도저히 추적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뒤죽박죽인데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이 세리 일행을 향해 몰려와 아수라장이었다고 한다.

    그 덕에 그 이전의 대지의 기억들이 지워지거나 흐트러진 게 아닌가 싶었다.

    존슨으로서는 다행이었다.

    하여간 세리들이 봄에 보리 수확을 하면서 기준 이상으로, 몇 배에 달하는 세금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각 마을의 촌장과 유지들이 새 영주에게 탄원을 했단다.

    왜 갑자기 세금이 이렇게 많이 올랐느냐고.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엄살을 떨어댄 모양이다.

    아버지를 건너뛰고 새로 영주가 된 이는 20대 초반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갑자기 새로 영주가 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 귀한 마법가방을 잃고 기사와 병사와 관리가 사라졌다니 기도 막히지 않을 정도였다.

    거기에 더해 촌장들까지 탄원을 하니 폭발 직전이었던 모양이다.

    수도에서 데려온 인원에게 조사를 명령했는데, 그러는 중에 세금을 거두는 관리들의 비리가 밝혀진 것이다.

    사라진 팀 말고 다른 루트로 돌았던 세리들에 대한 조사였다.

    그들은 평소의 서너 배에 이르는 곡식을 세금으로 거둔 것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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