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49화 (49/74)

〈 49화 〉 17세 봄(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아들이 병이 들었거나 하여간 영주 노릇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겠지? 손자라도 영주가 된다니 다행이긴 하겠지만 이거...’

생각해보니 영지의 관리들이 문제다.

‘내가 만약 영지의 관리라면 이번 봄하고 올 가을에 엄청난 세금을 거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어차피 영주는 이곳에 살지 않고 왕국 수도에 산다고 했다.

영주가 바뀌고 어린 소년이 영주가 되는 혼란한 상황을 맞이한 부패한 관리들이라면?

영주가 수도에서 이 시골까지 굳이 와볼까?

영주도 없다, 오지도 않을거다, 누가 감찰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참에 한 몫 챙기려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번 늦봄에 보리 수확할 때 왕창 뜯어가려는 걸까? 보리라...아니면 세금으로 밀 50자루 정도 매겨놓고 현재 가진 것 거둬가고, 나머지는 가을 추수 때 이자 붙여서 거두는 식으로 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번 보리를 왕창 거두어 갈 가능성이 크다.

밀도 중요한 곡식이지만 평민들 상대라면 보리가 더 많이 소모될 것이다.

이곳 존슨이 깨어난 세상은 그런 불합리한 수작질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곳이다.

세금을 매기고 거기에 이자를 붙이고 그걸 가을에 거둬가고.

한 번이지만 그렇게 하면 농부들은 앞으로 꽤 여러 해 동안 몹시 힘겨운 세월을 살아가야 한다.

빚이 줄지 않고 차차 늘어나게 될 것이다.

영지는 다 망가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패한 관리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배를 불릴 가능성이 크다.

‘가만, 영지 관리들이 가지고 다니던 마법 가방! 그건 어떻게 되는 걸까? 영지 재산이지만 그래도 사용하지 않을까? 어차피 농부들이 자기 세금을 제르넨 성에 갖다 바치지는 못하잖아?’

바칠 수는 있겠지만 여태 그러지 않다가 갑자기 그렇게 하라면 다들 불평 불만이 말도 아니게 많을 것이다.

세금으로 조금 더 내는 게 낫다고 할지도 모른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몬스터에 산적에...

‘그 가방을 어떻게 해봐야겠다. 중간에 잘만 빼돌리면...많은 사람을 죽여야겠지만...’

한국의 장진오였다면 많은 사람을 죽이면서 재물을 탈취하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의 존슨은 서슴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

‘부패한 관리나 그걸 강탈하려는 농부나 마찬가지지지.’

존슨은 이렇게 가볍게 생각을 한 것이다.

관리들이 정상적으로 농부들을 대한다면?

그때는 굳이 욕심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존슨의 예상대로 악랄하게 곡식을 거두어들인다면?

그런 상황이라면 관리들에게 빅 엿을 먹여 버릴 것이다.

존슨의 마법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그 마법아티팩트를 강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에거시 일행을 전멸시킨 것 보다는 어렵겠지만.

‘위치 선정을 잘 해야 하는데. 세곡을 거두러 들리는 마을 순서가 어떻게 되지?’

그때부터 존슨은 그걸 조사하는 데 전력을 다 기울였다.

물론 다른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계획을 획책하는 것부터가 반역죄 비슷한 것이다.

들키는 날에는 큰 일이 나는 것.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는 것이 최상이었다.

존슨은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계획을 세웠다.

늘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면서 머릿속으로는 맹렬하게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았다.

‘기사가 하나, 또는 둘인 경우도 있다던가? 기사 하나면 수련 기사가 둘쯤 붙고. 종자가 너댓은 될테고. 관리가 셋 정도 왔던가? 넷이었나? 병사들이 스물에서 서른 사이. 총 마흔 명 정도로 보면 되겠다. 일단 최대한 많은 쪽으로 계획을 세워야지. 적게 예상했다 많으면 곤란하지만 많다고 예상했다가 적으면 부담이 확 줄지. 아침에 일찍 마을을 출발하면 저녁 때 다음 마을에 도착해서 머물겠지? 한 마을에서 이틀 정도나 사흘을 머물고 다음 마을로 떠나고. 그렇다면 한 마을에 사흘 또는 나흘이 걸리는 거고. 영주부에서 떠나고 열흘 정도 걸리나? 아아, 아니구나. 그건 우리가 최단거리로 다닌 길이지! 세금을 거두려면...어...그 두 배쯤 걸리나? 그러면 다들 곡식을 거둔 후가 아닌가?’

그런 부분이 애매했다.

‘좀 미리 알아보고...하여간 우리 마을 가까이에서 일 벌이면 안 되겠지? 가급적 먼 곳으로...아! 다 거두어서...제르넨시에 들어서기 직전에 해결해볼까? 음, 그래야겠구나. 그래야 가방에 세곡이 가득히 들어 있을테니. 봄에 보리 수확한 걸 거둬가는 걸 탈취해야 하나? 음, 밀 수확할 때는 호위가 더 많겠지? 보리 수확 때는 수도 적고. 지금이 한창 어수선할 때니까. 이번 보리 때 해야겠다.’

강도질 할 생각에 가슴은 설레서 두근거리고 머릿속으로 계획이 무성하다.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쯤은 범죄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대놓고 살인, 강도질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탈세, 횡령, 배임 같은 건 기본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

또 사기, 협잡, 공갈, 협박 같은 건 자연스럽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걸 할 줄 알지만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일 뿐이다.

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남의 그런 짓에 당할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즉 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면 막을 방도가 생긴다는 뜻.

그래도 수많은 기업들이 사기에 당하고 협박에 당한다.

정치권과 얽혀서 좋을 일은 없다.

다만 그렇지 않고서는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가 어렵다.

돈을 뜯으려 하거나 방해나 안하면 다행이다.

존슨은 계획대로 움직이기 위해서 정보가 필요하다.

이곳은 아주 궁벽한 시골 마을이라 정보를 알 길이 없었다.

‘그렇다면...’

직접 움직이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조금 위험하기는 하지만...’

마법에 능숙해지고 있어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그 때문에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일리나와 가족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칠 사냥을 하려고 해.”

“며칠?”

일리나가 깜짝 놀라 존슨을 쳐다보았다.

“놀랄 일은 아니고. 여태는 아침에 가서 저녁 때는 돌아오는 식이었는데 그래서는 귀한 짐승을 잡기 어려울 것 같아.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어. 숲에 안전한 장소에 근거지도 만들 생각이야. 거기 머물고 덫을 여러 개 놓아 귀한 짐승을 잡을 거야.”

일리나는 말렸지만 존슨은 땅을 더 늘리고 싶다고 했다.

사실과는 다른 말이라 일리나도 믿어지지 않았다.

창고의 곡식만 적절히 처분해도 땅을 구할 수 있을 것을 안다.

그런데도 저리 말하는 걸로 봐서는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있던 땅도 처분하거나 헤나에게 떼어 주었으면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너무 위험해.”

“나도 알아. 그렇지만 꼭 필요한 일이야. 일리나.”

“휴우!”

일리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중에라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여러 날 집을 비운 걸 아무도 몰랐으면 해.”

“응?”

일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이라고 들었을 땐 가슴이 철렁 했다.

뒷말은 그녀의 예상과 달랐다.

일리나가 의혹이 가득한 눈으로 존슨을 쳐다 보았다.

“애들에게는 며칠 동안 새벽 일찍 나갔다가 밤 늦게 돌아온다고 말해줘.”

일리나의 눈동자가 불빛에 흔들렸다.

존슨은 일리나의 손을 잡고 말했다.

“부탁해. 이리나.”

일리나는 잘 생긴 큰 아들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일리나와 존 포우의 아들인데도 존 포우의 얼굴 흔적은 거의 없었다.

일리나와 매우 닮았다.

금발,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 가을 하늘 같은 파란 눈동자.

대신 일리나와는 달리 체구가 크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체격이 크지?’

그건 조금 이상한 일 같았다.

존 포우도 체구가 큰 편이 아니다.

일리나는 더욱 체구가 작다.

보통의 여자들보다 가냘프고 작은 편이다.

생긴 건 닮았는데 체구가 크다.

그 때문인지 모르지만 일리나는 요즘 들어 존슨이 친정 아버지나 친정 오빠같은 느낌이 간혹 들곤 했다.

일리나에게 간곡히 부탁을 한 존슨은 그날 밤에 집을 출발했다.

영주부의 세리들이 출발 할 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해가 저물고 조금 지나 집을 나섰다.

존슨은 보름달에 가까워지는 달빛을 조명 삼아 재빨리 농경지를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섰다.

“페더폴!”

나직하게 주문을 외우고 시동어를 읊자 마력이 움직이며 마법이 발동되었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힘껏 발을 굴렀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몸이 움직였다.

이미 많은 연습을 거쳐 매우 익숙하다.

어두운 밤의 숲을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 갔다.

처음엔 바닥으로 뛰다가 차차 나뭇가지들을 밟고 올라 선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의 맨꼭대기 가지들을 밟으며 달렸다.

곧장 직선으로만 달린다.

터벅터벅 하루 종일 걸었던 거리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지나쳤다.

하늘을 날아가는 것이나 비슷하다.

그렇지만 속도는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정도인 것 같았다.

‘제르넨까지는 못해도 100킬로미터는 넘을 거야. 그러니 이런 식으로 달려가면 두세 시간 정도면 도착하지 않을까?’

정확한 시간을 알기는 어려워도 중간에 두 번 쉬어 준 것을 빼면 달린 거리는 120킬로미터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길 따라 걸을 때 5일이 걸리는 거리다.

직선 거리로는 훨씬 가까울 것을 생각한다면 60킬로미터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달빛이 밝은 숲의 맨 꼭대기 나뭇가지를 밟으며 달렸다.

자정이 되기 전에 제르넨에 도착했다.

적당한 위치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몇 번이나 자리를 옮겼다.

마법의 눈으로 보면 한 밤중이라도 대낮처럼 밝게 볼 수 있다.

특히 오늘은 열이틀 날이라 달이 밝다.

며칠 후면 보름이기 때문에 달이 많이 부풀어 있었다.

‘여기 달도 한국에서나 마찬가지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존슨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비슷한 것 같았다.

그곳에서 성의 안팎을 드나들면서 이틀을 기다렸다.

세리들이 제르넨을 출발하는 것을 확인 했다.

곧장 숲을 가로질러 사흘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한두 팀이 아니다.

영지를 몇 개로 분할하여 각각의 루트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하롯마을 방향으로 진행하는 세리 일행을 확인했다.

인원, 무장, 구성원 등등.

중간 확인을 위해 열흘 후의 밤에 다시 집을 떠나 숲을 가로 질렀다.

세리 일행은 마차 십여 대로 움직인다.

밤이면 마차를 한데 모아 놓으니 어느 마을에 머물든지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다.

마법의 눈으로 먼 곳에서, 밤에도 확실하게 보인다.

존슨은 세리 일행을 세덴 마을에서 발견했다.

‘뭐야! 텔더브 마을쯤은 왔을 줄 알았더니, 하루 정도 늦은 건가?’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도 세리 일행은 세덴 마을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와, 엄청나게 긁어 가는걸!’

집집마다 최소한 50 자루 정도는 걷는 것 같았다.

‘서둘러야겠다.’

존슨은 재빨리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부터 더욱 서둘러 보리를 수확했다.

다섯 식구가 다 달려들어 보리 이삭만 잘라 자루에 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