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44화 (44/74)
  • 〈 44화 〉 16세 가을(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뜻밖에도 이런저런 장애로 인해 실패하거나 중도에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되곤 했다.

    마법으로 쇠를 단련하여 강철로 만드는 일도 마법의 능력으로 쉽게 될 것 같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세상 일이 다 그런 거지. 기본 기술이나 지식이 없으니...잘 될 것 같았는데...쩝!’

    스스로에 대해 아주 관대하게 평가했다.

    마법이 전능의 능력인 것 같지만 제약이나 제한이 많다.

    또한 존슨 자신의 마법 능력 자체가 그다지 높지 않다보니 되는 것 보다는 안되는 것이 많은 것이다.

    즉 눈은 높은데 실력은 따르지 못하는 상황.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

    늘 비슷한 나날들이다.

    농사, 집안일, 가축 돌보고, 집에 새로운 건물을 만들거나 허물어서 정리하는 일, 사냥하거나 숲을 둘러 보는 일, 어쩌다 자경단 근무, 때로 제르넨에 오가는 것, 그리고 해 떨어지면 방에 처박혀 마법 수련하는 것이 존슨의 평소 생활이었다.

    방 아래의 지하에 대해서는 우선은 일리나에게만 말해놓았다.

    헤나, 데이지, 제티에게는 차차 말하기로.

    어차피 밀 수확하면서 밀자루를 감추려면 다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까.

    가족들에게까지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감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법아티팩트에 대해서만 일리나에게 이전에 얼핏 말했었다.

    아티팩트에 곡식을 감추었다, 그걸로 지하에 창고를 만들었다, 하는 식으로.

    다른 한 편으로는 가정에 큰 일을 진행 중이다.

    올해로 18살이 된 헤나의 혼인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전에 결혼을 약속해놓기는 했었지만 상대측에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대놓고 미뤘다면 딱 잘라 혼인을 할 거냐 말거냐 따져 묻기라도 했을텐데 애매하게 말하고 행동했었다.

    그런데 존 포우가 올 초에 죽고 여름이 지나며 마을이 안정되어지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혼사에 대한 얘기가 진행되었다.

    ‘역시 존 포우 새끼가 문제였다니까!’

    존슨은 그리 생각하면서 일리나에게 모든 걸 맡겼다.

    결혼을 약속한 줄라탄과는 이미 2~3년 전에 결혼을 약속했었다.

    그동안 줄라탄과 헤나도 남들 눈을 피해 연애를 했었다.

    그렇다고 결혼한 사이도 아니니 대놓고 행동하지도 못했다.

    장진오가 존슨의 몸으로 깨어나서 처음엔 어리벙벙하게 지내다 정신을 차린 후의 일이다.

    우연히 줄라탄과 만났을 때 결혼할 때까지 행실 똑바로 하라고 을러댔었다.

    체구는 존슨이 더 크니 겉으로는 아닌 척 해도 줄라탄 역시 살짝 겁을 먹었다.

    그래도 워낙 착한 놈이라 존슨의 말이 아니었어도 크게 소문날 정도의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동안 줄라탄은 열심히 재물을 모으고 있다.

    살짝 약탈혼의 관습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자의 집에 많은 돈을 건네주는 습속이 있었다.

    ‘어디는 여자가 지참금을 가지고 가야했는데...’

    나라와 민족과 종족에 따라 습속도 다 제각각이다.

    줄라탄은 큰 아들은 아니다.

    그래서 결혼하면서 독립을 해야 하거나 아니면 여러 해 동안 줄라탄의 부모 밑에서 지내야 했다.

    “일리나, 그래서 헤나는 어떻게 할 거야? 줄라탄과 얘기 해본 거야?”

    “줄라탄이 그동안 모은 것과 그 부모의 것을 합쳐 재물을 보내올 거야. 그런데 그게 그 집의 여유가 아니라 한계거든? 집을 따로 마련해서 독립시키는 건 좀 어렵지 않을까 싶어.”

    “그렇다면 저번에 에거시에게 받은 밭 중에서 오거스틴 집 북쪽 긴 밭을 헤나에게 주면 어때? 오거스틴의 집 옆에도 빈 집 하나 있는 걸로 아는데...그건 누구 소유지?”

    “어어, 잘 모르겠네. 알아볼게.”

    “요즘 곡식 가격이 좋으니까, 저번에 구했던 그 곡식으로 값을 치루면 좋을 거야. 집하고 밭 있으니 소작 조금만 더 얻으면 둘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그러면 좋지.”

    “그리고 어차피 저번에 말했듯이 우리 밭 매각 한 것과 여유 돈이 조금 있으니 헤나의 비상금으로 쥐어주면 좋을 것 같아. 살림 장만하는 것은 밀이나 보리로 하고.”

    “잘 생각했어, 존슨.”

    “많이 못해줘서 미안하지. 헤나가 고생이 많았는데.”

    누나였지만 이곳은 형제들 간에 친밀감은 있지만 말투는 친구나 비슷했다.

    “데이지와 제티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

    “허지만 모자라지 않게, 넉넉하게 해줘. 요즘 밀값이 좋으니 밀로 대금 치루면 될 겁니다.”

    지지난 해에 500자루 정도 구입한 밀 자루들은 해마다 추수한 곡식에 살짝 보태어져 매각하면서 조금씩 살림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남들 눈치 채지 못하게 처분하는 것이다.

    가격이 쌀 때는 오히려 조금 더 구입하고, 비쌀 때 몇 자루씩 더 꺼내 좋은 값에 처분하는 것이다.

    쌀 때 안 팔고 구입하고, 비쌀 때 슬슬 팔아치우니 살림이 피어날 수밖에 없다.

    헤나의 혼인을 위해 밀과 보리로 대금을 치루었다.

    존슨 가족의 몫이었던 오거스틴 집 북쪽 긴 밭 1.8에이커를 헤나의 이름으로 바꿔 넘겨 주었다.

    그건 존 포우의 유산 명목이기 때문에 줄라탄의 이름으로 줄 수는 없었다.

    여기서도 세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밭에서 멀지 않은 곳의 빈 집은 땅은 마을 공동 소유인데 건물은 보네트라는 사람의 것이었다.

    반쯤 허물어진 집이라 그에게서 권리를 싸게 매입하였다.

    존슨은 견디기 힘든 수확 전 시기가 다가오는 시기인지라 실력 좋은 이들로만 고용해 건물을 헐고 새 집을 짓기로 했다.

    굳이 돈을 줄 필요도 없다.

    워낙 어려운 처지인 사람들이라 매일 보리 세 되씩 주는 것으로 그들을 고용했다.

    존슨과 제티 뿐 아니라 모젤 형과 그 친구들, 줄라탄의 친구들도 고용한 것이다.

    숲에서 나무를 베고 다듬어 집 지을 터까지 운반을 했다.

    그들에게도 똑같이 보리 세 되씩 주는 것이다.

    마차를 다 동원해 돌과 흙을 채취하도록 했다.

    존슨이 보리와 밀을 내어 사람을 고용한 것이다.

    목재와 돌과 흙 등 재료가 갖춰지면서 빠르게 집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렇더라도 몇 달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당장 올 가을에 혼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고 19살 봄까지 기다리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 조금 난감했다.

    일단 혼인은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가을에 밀 수확 직후나 내년 봄에 보리를 수확하고 나서 치루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마음이 바빴다.

    존슨은 집 집는데도 힘을 보태면서 날이 저물어 집에 오면 그때부터는 제티와 함께 다듬어 놓은 나무로 옷장, 서랍, 화장대, 의자와 탁자 같은 가구들을 만들었다.

    만들어서 매끄럽게 다듬어 기름을 먹여 말리거나 토분을 칠 한 후에 다시 기름을 칠하는 식으로 마무리 했다.

    자연스럽게 제티에게도 목공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서서히 추수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번에 영주부가 자리한 제르넨시에 갔을 때 빈 밀 자루를 만들기 위해 천을 꽤 구입했다.

    일리나와 헤나는 물론이고 존슨과 데이지와 제티까지 달려들어 밀 자루를 만들었다.

    딱 맞는 크기로 해야 무게도 딱 맞는다.

    건조 정도에 따라 약간 차이가 나긴 하지만 겨울을 나기 위해 건조하는 정도로 말려줘야 한다.

    물론 존슨은 그걸 살짝 작게 만들었다.

    그 정도 편차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

    존슨은 일리나와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얘기를 다 해놓는 편이다.

    다른 형제들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일리나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다.

    “어어, 그러니까 네가 마법을 부릴 수 있다고?”

    “내가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 있는 물건을 구했어.”

    “그래서 다른 해보다 일찍 수확해서 절반 이상을 감춰두자고?”

    “응.”

    “세리 때문에?”

    “맞아.”

    “저번에 그 창고도 그래서 판 거야?”

    “그것도 그랬고, 그 후에 밀 500자루 구한 것도 그렇고.”

    “아아, 그랬었구나. 어쩐지.”

    밀을 500자루나 구했는데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감췄는지 찾아낼 수가 없었다.

    일부러 찾아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양이라면 감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눈에 띄질 않아 그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었다.

    “산적도 문제고 세리도 피할 수 있다면 다행이고.”

    “밭이 넓어졌는데 그건 어쩌고?”

    “어차피 다른 집들도 삼포식 농법을 사용하지 않나? 얼른 베고 1/3만 남겨도 그들은 모를 거야.”

    “베어낸 흔적은?”

    “갈아 엎어 둬야지. 아니면 다른 흙으로 덮던지.”

    일리나는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장남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세부적인 것을 둘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다.

    하여간 남들보다 거의 일주일 이상 빨리 이삭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가방이나 바구니를 어깨에 가로질러 메고 잘 드는 짧은 낫이나 칼로 이삭만 따서 모으는 것이다.

    이건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동생들도 눈에 보이는 것만 믿기 때문에 잘 모르고 있다.

    존슨은 마법의 힘으로 아주 빠르게 밀 이삭을 잘라 모으고 있었다.

    가족들이 잘 때 어둠 속에서 혼자 나와 넓은 범위를 다 잘라내어 감춰두기도 했다.

    마법 연습도 하면서 작업도 서두르는 것이다.

    그렇게 따 모은 이삭은 자루에 넣어 마차 위에 쌓아둔다.

    오전 내내 작업해봐야 마차 하나 채우기도 버겁다.

    그 대신 존슨이 마법으로 거둔 곡식은 마차의 몇 배나 되는 분량이다.

    그나마 여러 대의 마차에 쌓인 자루들은 집에 가져다 두면 밤에 존슨이 마법동전주머니에 담아 새로 파 놓은 지하 대피소로 가져가 꺼내 놓는다.

    전체를 다 꺼내 놓는 것은 아니다.

    일리나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도만 꺼내놓는다.

    바닥에 닿아 썩지 않도록 돌과 나무로 깔판 처럼 만들어 공중에 띄우고 그 위에 자루들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다.

    서둘러 이삭만 베어내고 밤에 대피소에 넣고는 이삭을 베어낸 밭은 밤이 깊도록 갈아 엎어 버린다.

    작업장 구석에 큰 상자를 놓고 그 밑을 디그 마법으로 파내려 가고 있었다.

    거기서 파낸 흙으로 갈아 엎은 밭에 흙을 흩뿌렸다.

    존슨의 가족이 밀을 거의 다 베어낸 후에 영주성의 세리들이 들이 닥쳤다.

    다른 이들은 막 수확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존슨은 창고와 마법동전주머니에 잔뜩 꽉 채우고도 남은 밭이 1/5도 채 남지 않은 걸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창고에 있는 것은 어제 수확한 스물 몇 자루 정도 뿐이다.

    “그저께부터 시작했어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사실 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했거든요.”

    존슨은 어눌한 말투로 세리에게 죽는 소리를 했다.

    가족들은 모두 재를 얼굴에 살짝 발라두어 핏기가 가신 낯을 하고 있었다.

    “밀짚은 포기하고 이삭만 따는 중이예요.”

    울먹거려 가며 엄살을 떨면서 세리에게 다 자란 숫염소 목줄을 자꾸 쥐어 주었다.

    아버지 존 포우가 몬스터에게 공격 받아 죽은 것을 얘기하며 울먹거렸다.

    이래저래 통밀 20자루로 올해 세금을 내도록 했다.

    밭은 넓어졌지만 아버지가 죽고 올해 16살의 존슨이 혼자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수확이 적다고 했다.

    세리를 따라 온 촌장이 옆에서 자꾸 가장이 죽어서 그렇지 않아도 불쌍한 애들이니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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