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16세 봄(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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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가볍게 만들고 민첩하게 만들었다.
지속적으로 힘을 쓸 수 있도록 하며 근력을 보강하는 마법들이다.
중첩하여 몸에 마법을 건 존슨은 숲을 빠르게 달렸다.
날아갈 듯이 숲을 통과한 존슨은 해가 떠오를 무렵에는 이미 마을 하나를 지났다.
하늘을 쳐다보고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그러면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달리기를 반복했다.
길 따라서 구불구불 가는 것이 아니다.
산의 능선을 따라 달리거나 옆 사면을 가로질러 거의 직선으로 영주부를 향해 달렸다.
지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몸에 이런저런 마법들을 걸었다.
몸을 가볍게 한 후에 다시 달리기를 반복했다.
숲 사이로 구불구불 난 도로가 언듯언듯 드러난 곳을 지나는 에거시 일행을 확인했다.
아직은 호위를 하고 있었다.
제르넨에 가기 전의 마지막 마을에 다가선 위치였다.
‘마을에 들러서 쉬고 식사도 한 후에 움직이겠지? 자경단도 이 마을에서 마을로 돌아갈테고. 에거시 일행은 이 마을에서 하룻밤 머물지는 않을 거야. 빨리 제르넨으로 들어가야 안전할테니까. 제르넨까지는 어차피 두세 시간이면 될테고.’
예상을 해본 존슨은 미리 마지막 마을과 제르넨 사이에 적당한 곳을 골랐다.
두세 군데 있는데 그나마 제르넨 보다는 마지막 마을 쪽에 가까운 곳을 골랐다.
제르넨 가까운 곳은 영주의 병사들이 간혹 순찰을 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들과 마주쳐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아주 좋은 지형은 아니지만 존슨 입장에서는 최고의 위치다.
마지막 마을을 향해 열린 완만한 골짜기, 그러니까 에거시 일행은 언덕을 헐떡거리며 올라가야 한다.
마지막 마을에서는 몇 번의 굽이를 돌아 있어서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다.
봄이라지만 농사에 바쁜 시골 농민들이 굳이 제르넨으로 갈 일도 없다.
즉 오가는 행인도 거의 없을 것이다.
존슨은 온 몸의 감각이 좋아지면서 눈도 좋아졌다.
먼 곳의 대상도 정확하게 잘 보인다.
골짜기 너무 가까이 있다면 좀 위험할 수도 있다.
완만한 골짜기라서 그렇다.
시야가 좋기 때문에 들킬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골짜기가 훤히 다 보이는 낮은 언덕 위에 듬성듬성 서 있는 침엽수에 올라가 기다렸다.
이 뒤로는 숲이 우거져 시야가 나오질 않았다.
미리 들어가 살펴 보고 이리저리 움직여 가장 적당한 위치의 나무를 찾은 것이다.
시야가 적당히 가려져 있어서 아랫쪽에서는 존슨이 보이지 않는다.
존슨 앞쪽으로 나무들이 자라 있기 때문이다.
아래서는 보이지 않지만 존슨의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다.
높이 올라 앉아 있어서다.
거리가 거의 수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그렇지만 존슨의 블로우 건은 충분히 저격이 가능한 거리였다.
제르넨에 오늘 도착하니 무조건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바람도 불고 있으니 그것도 감안해야 하고, 위력을 낮추기 보다는 그냥 쏴야겠다.’
새로 만든 독침 자루도 다 꺼내 놓았다.
독침 자루만 다섯.
안에 든 독침은 거의 100여 발.
에거시 일행을 다 쏘고도 남는다.
존슨은 저번에 통아에 대해서 떠올린 후에 직접 통아를 만들어 사용을 해보았다.
어렵다.
처음엔 계속 실패.
손도 많이 다쳤다.
그러다 차차로 익숙해져가고 있다.
여차하면 통아를 쏴 볼 생각이다.
거리가 가물거리지만 바람의 마법에 실어 보낼 수도 있다.
이건 혹시 들키더라도 고블린이나 요정이 쏜 화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촉은 고블린의 둥지를 토벌할 때 수거하면서 슬쩍해 놓은 흑요석 촉이다.
깃털 역시 숲에서 사는 새의 것.
더구나 인간은 이렇게 한 뼘이나 한 뼘 반 정도의 짧은 화살은 사용하지 않는다.
한참을 더 기다린 존슨은 완만한 골짜기 비탈길을 올라 걷는 사람들을 보았다.
‘역시!’
자경단은 없다.
자경단처럼 무장은 했지만 에거시의 일족이다.
그의 아들들, 사위들, 조카들, 그리고 에거시의 노예들.
그들은 오늘 제르넨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존슨은 신중하게 일행의 맨 뒤를 걸어가는 자의 드러난 목을 향해 블로우 건을 겨누었다.
바람마법을 일으키면서 독침을 불었다.
독침은 바람 마법을 타고 약간의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 목표한 그 자의 드러난 목에 꽂혔다.
봄이지만 걷느라 땀이 찬 목을 드러내고 천을 땀을 닦느라 드러나 있었다.
존슨은 연속해서 빠르게 블로우 건을 불었다.
일행의 뒤쪽부터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서너 명이 쓰러지고서야 발견한 그들이 허둥댄다.
당황하여 일행의 무리가 헝크러졌다.
존슨은 여전히 목이나 얼굴이 드러난 자들을 향해 독침을 쏘았다.
거의 스무 명 가까이 쓰러진 후에야 다들 마차 밑으로 숨거나 바닥에 엎드렸다.
그러나 존슨은 그 보다 훨씬 위쪽에 있기에 그들이 숨은 위치가 훤히 보였다.
마차의 바퀴살 사이로 드러난 맨살에도 독침은 날아가 박혔다.
에거시도 허둥대며 마차에서 내릴 때 독침이 날아가 박혔다.
에거시의 아들, 사위, 조카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행렬에서 벗어나 숲으로 숨으려던 자들도 픽픽 쓰러졌다.
존슨이 보기에는 맞고 3초에서 5초 사이면 픽 쓰러진다.
맞자 마자 침을 빼도 쓰러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마찬가지다.
맞는 순간 이미 독성은 몸 안으로 빠르게 퍼지는 것 같았다.
존슨은 거의 절반 넘게 쓰러뜨린 뒤에 마법을 준비했다.
클라우드 킬.
원래는 허공 중에서 독무를 만들어 보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존슨은 독침이 들어 있던 주머니를 다 열었다.
거기에 고여 있는 독액을 클라우드 킬에 섞었다.
너무 진하게 만들 필요도 없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옅으면서도 몇 번 숨 쉬면서 들이마시면 마비될 정도가 딱 좋다.
어지간한 지휘할만한 사람은 다 맞춰 쓰러뜨렸다.
남은 것은 노예나 애들이나 여자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부상자들이나 마비된 이들.
아직도 멀리 도망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거나 마차 밑에서 엎드려 있다.
존슨은 클라우드 킬을 완성했다.
처음엔 조금 진하게 만들어 약한 바람에 흩어지지 않도록 하여 행렬로 보냈다.
행렬에 다 이르러서는 옅게 퍼지도록 조절했다.
거리가 멀어서 금방이라도 마나의 연결이 끊어질까봐 조마조마했다.
행렬에 클라우드 킬을 뒤집어 씌우고 1~2분 정도 지나고서야 겨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말들도 픽픽 쓰러졌다.
나무에서 내려온 존슨은 일단 얼굴을 천으로 가린 후 빠르게 행렬로 달렸다.
다들 마비되어 있었다.
존슨은 마법동전 주머니에서 고블린의 녹슨 단검, 고블린의 녹슨 창, 고블린의 흑요석 칼이나 몽둥이 등을 꺼냈다.
쓰러진 사람들에게 여러 무기를 이용해 다양한 상처를 내며 찌르거나 베었다.
피가 땅바닥에 흘렀다.
모두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말도 심장을 찔렀다.
존슨에게 에거시의 일을 전해주던 노예 폴린이나, 하녀 에밀리도 앞으로 엎어져 있었다.
죽은 에거시의 몸을 뒤졌다.
돈주머니.
에거시가 타고 있던 마차도 뒤졌다.
에거시와 그의 아내 등이 타고 있던 마차에 귀한 물건이 다 실려 있었다.
존슨은 묵직한 주머니, 슬쩍 열어봐서 장신구나 고급 천이나 철제 무기들이 들어 있는 상자들을 마법동전주머니 안에 넣었다.
‘아니야, 그럴 필요가 없잖아!’
말과 마차를 분리했다.
마차에 짐이 실린 채로 마법 동전주머니에 넣었다.
바닥엔 피 흘리며 쓰러져 죽은 사람들과 죽은 말만 남았다.
‘으음...’
잠시 그걸 보며 궁리하던 존슨은 일단 죽은 사람들과 말도 모두 동전 주머니에 넣었다.
길바닥에 떨어진 무기까지 알뜰하게 주워 담았다.
바닥에 흘러 흙에 스며든 핏자국만 남았다.
그것조차 마법으로 싹 지울까 생각했다.
혹시 마법으로 누가 추적하지는 않을지를 고민했다.
‘알게 뭐야! 누가 이런 사건 벌어진 줄 알기나 하겠어? 애초에 이상하게 볼 빌미 자체를 없애는 것이 좋겠지.’
이렇게 편하게 마음먹고 윈드 마법을 이용하여 길 바닥의 먼지를 확 날렸다가 핏자국 위로 가라 앉혔다.
완벽했다.
현장을 슥 살펴 본 존슨은 숲으로 향했다.
숲을 뚫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중간의 깊은 골짜기에서 사람들의 시체를 꺼내 놓았다.
철제 무기와 철갑주들만 따로 벗겨내고 나머지는 주머니만 뒤져본 후 그냥 버려 두었다.
몬스터나 맹수들이 해결해줄 문제였다.
말의 사체도 모두 꺼내 놓았다.
‘괜히 고블린의 이런저런 무기로 찔렀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빠르게 푹푹 찌르고 마는 건데. 아니면 마비된 채로 동전주머니에 넣어도 그만이고. 어차피 생명체는 공기가 없어서라도 금방 죽을텐데. 죽으면서 똥을 싸면 더러우려나? 그건 좀 그렇네. 하여간 괜히 시간 끈 것 같아 찝찝하네.’
찝찝했지만 이렇게 해결하는 것이 완벽했다.
길에 사람 시체가 잔뜩 있다면 금방 조사를 하게 될 것이다.
자칫하면 에거시와 원한 관계가 있는 존슨이 의심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럴 가능성은 1%도 채 안되겠지만.
날이 저물기 전에 마을로 돌아온 존슨은 한참을 숲에서 마을쪽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을 몇 번이고 확인 한 후 아주 은밀하게 집으로 스며들었다.
일리나는 모른 척하고 눈으로만 아는 척 했다.
“형, 어디 갔다 왔어?”
제티가 물었다.
“어, 덫 확인하고 왔어.”
“어, 그렇구나.”
그걸로 끝이다.
존 포우가 죽고 에거시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니 엄청난 재산이 생긴 셈이다.
그게 아니라도 많은 돈이 있지만 이건 공식적인 재산이다.
더구나 오래도록 일리나에 대한 집착을 해결하지 못한 에거시를 제거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몇 달 동안 궁리하고 준비한 보람을 느낀다.
다른 놈들은 천천히 해결할 것이다.
에거시 일행을 처리하고 나니 다른 놈들도 고블린의 독침을 이용해 처리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밭의 대금이었던 금화 일곱 개는 결국 두 배 넘는 밭으로 바뀌었다.
그러고도 많은 돈을 받았다.
개인 당 받은 하나씩 총 다섯 개의 금화만 현금으로 받았다.
생각지도 않았던 덤으로 받은 돈이다.
그 나머지 배상에 대한 금액과 그 액수에 해당하는 밭과 산.
실제로 받은 현금은 개인 당 받은 다섯 개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현물이나 부동산이다.
거기에 예전 밭의 몇 배가 넘는 농토.
소와 다른 가축까지.
일리나는 물론이고 다른 형제들도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
“에거시씨에게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니?”
일리나가 물었지만 존슨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마을을 떠났잖아요. 그리고 에거시가 우리에게 그렇게 한 이유를 모르시겠어요?”
존슨이 물었지만 일리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니?”
“하아, 어머니 책임도 절반은 있으니 그냥 그런 줄 아세요.”
일리나는 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자, 이걸 나눠야 합니다. 이 금화 다섯 개는 원래 개개인에게 준 것이지만 공동 소유로 할지 아니면 나눠 가질지.”
그러면서 존슨이 일리나와 헤나와 데이지와 제티에게 금화 하나씩을 밀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