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36화 (36/74)
  • 〈 36화 〉 16세 봄(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사실 마을의 대부분의 일이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

    글 아는 이가 서류를 꾸미고 그걸 읽어준다.

    듣고 글 모르는 이는 대충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자기만의 표시를 서명이랍시고 하는 것이다.

    “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글도 모르는 그가 내용을 확인하고 자기 이름을 서명했다고요?”

    “그렇다네. 내가 펜을 쥐어주니 이렇게 엉성하게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애를 써서 자기 이름을 썼다네.”

    글 모르는 사람들이 펜을 잡는 시늉을 하며 대답했다.

    “에거시 씨가 존의 이름을 알려주었나요?”

    “아니다. 그는 자기 이름을 알고 있었다.”

    “촌장님, 저는 자경단의 입단 원서에 남아 있는 아버지 존 포우의 서명과 비교해볼 것을 부탁드립니다.”

    촌장이 고개를 끄떡였다.

    자경단장이 오래된 명부를 가져왔다.

    자경단원이 되면 이름, 나이 등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고 서명을 받아둔다.

    “그 서명 이후에 글을 배웠거나 자기 이름을 알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에거시가 촌장에게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자네가 불리한 것도 사실이네.”

    존 포우의 서명은 입단서류의 서명과 달랐다.

    “그렇지 않습니다, 촌장님.”

    에거시 씨는 거듭 강변했다.

    이런저런 증거와 증인을 댔다.

    존슨은 에거시의 모함에 대비하여 이미 많은 준비를 해두었다.

    여러 날이 지난 후 다시 열린 재판에서 존슨은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저는 오히려 집에서 이런 것을 찾았습니다.”

    서류는 거꾸로 에거시 씨가 존 포우에게 금화 일곱 개를 빌렸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는 존 포우의 사인이 아니라 에거시 씨의 사인이 들어 있었다.

    물론 촌장이 아주 세밀하게 만든 가짜였다.

    “뭐라? 이건 가짜다.”

    에거시 씨는 화를 버럭 내면서 가짜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자경단 명부 또는 기타 서류에서 에거시씨의 서명과 대조하여 확인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존슨의 청에 촌장이 오래된 자경단 입부 원서와 최근 자경단 부단장으로 일하면서 서명한 서류들을 가져왔다.

    정확하게 일치했다.

    촌장이 여러 날에 걸쳐 연습하고 아주 그럴 듯하게 서명을 한 것이다.

    “어어...”

    에거시씨가 황당하여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자기가 내 아버지 존 포우씨에게 금화 일곱 개를 빌려 놓고 거꾸로 빌려준 것이라고 하며 가짜 서류를 꾸민 것은 아닙니까? 돈 갚기 싫어서? 글 모르는 아버지를 속여서?”

    마을 주민들이 웅성웅성하며 서로 얼굴을 돌아보며 숙덕거렸다.

    유지로서 마을 사람을 대상으로 그런 속임수를 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주민들이었다.

    “어디서 이런 가짜 증서를 가져다가 거짓말을 하느냐?”

    에거시가 버럭 화를 냈다.

    “가짜 증서라니요? 이건 집의 옷장 밑바닥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찾은 겁니다.”

    물론 아니다.

    저번의 그 사건 이후 존슨이 촌장과 의논한 후 촌장이 정밀하게 만든 가짜다.

    에거시 씨의 글씨체와 서명.

    내용은 정 반대.

    그런데다 가짜 서류를 만든 것은 촌장이다.

    존슨은 글을 모른다고 했다.

    촌장이 존슨과 의논하여 내용을 짜집기 하여 계약서를 만들었으며 서명을 위조했다.

    에거시씨가 아니라고 항변을 했지만 마을 유지들은 그런 에거시씨를 파렴치한 보듯 했다.

    글을 모르는 존슨이 서류를 만들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을 유지들도 존슨이 내민 계약서를 들여다 보았다.

    자경단에서 가져온 에거시의 보고서의 필체 등을 비교해 보았다.

    누가 보아도 에거시의 글씨체와 서명이었다.

    “내가 고작 금화 일곱 개를 빌려 뭣에 쓰겠습니까? 더구나 존 포우가 그런 돈이나 있겠습니까?”

    존슨에게는 또 다른 몇 가지 증거가 있었다.

    다 내놓을 필요는 없다.

    그저 당장 필요한 것이면 된다.

    어찌된 일인지 존 포우는 자기 이름으로 된 농토, 유일한 자경 농토를 팔았다.

    “로테인 씨를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로테인 씨를 불렀다.

    “몇 달 전인 추수 직후에 존 포우 씨의 농토를 구입했습니까?”

    로테인은 에거시가 궁지에 몰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자신 역시 자칫하면 궁지에 몰릴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존 포우에게 준 서류가 토지매매거래 서류잖아. 젠장, 꼼짝도 못하게 생겼네!’

    사실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존슨은 로테인을 쳐다보며 빙글빙글거리고 있었다.

    그걸 보니 다 틀렸다는 판단이 든 로테인이었다.

    “네, 정확히 추수 후가 맞습니다.”

    “그 농토의 대금으로 얼마를 지불했습니까?”

    “금화 일곱 개입니다.”

    “우우우....”

    딱 맞아 떨어지는 금액에 마을 주민들이 에거시 씨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에거시 씨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들통 나서가 아니라 진짜 모함을 받아 화가 난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에거시는 호구 중의 호구 존 포우에게 땅을 팔도록 하고 그 돈을 빌렸다.

    이자 한도도 없고 갚을 기한도 없는 서류를 꾸몄다.

    글을 모르는 존 포우에게 사기를 친 것처럼 서명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래놓고 오히려 가짜 서류를 꾸며 존 포우에게 금화 일곱 개를 빌려주었다고 서류를 만들어 서명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존 포우의 집에서 나온 서류는 무엇일까?

    존슨이 대답해 주었다.

    “제가 알기로는...”

    처음부터 에거시가 존 포우에게 사기를 치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엔 증서를 써주고 그나마 돈을 빌릴테니 농토를 팔라고 권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했다, 라고 설명했다.

    어차피 존 포우는 글을 모르니까 에거시가 서명하라고 하면 그냥 그런 내용인가보다 생각하고 슥슥 서명을 했을 것이다.

    “그냥 빌린게 아닌지도 모릅니다. 뭔가 해주겠다거나 하면서 그 계약금 삼아 돈을 받은게 아닐까요?”

    에거시를 마을에서 쫒아내려면 그저 개인 간의 계약 사기 정도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촌장도 동의 했고 그래서 준비한 것을 내밀었다.

    “해주겠다니?”

    에거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존슨이 촌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에거시 씨의 집을 뒤져보면...우리 마을에서 구입해 먹는 것과 다른 소금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소금?”

    마을 주민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낭패당한 에거시의 표정이 역력했다.

    “소금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에거시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저도 잘은 모릅니다. 존 역시도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고. 그렇지만 언젠가 색이 다른 소금을 가져온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가끔 ‘두고 봐라, 곧 우리는 큰 부자가 될 테니까.’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이런저런 조건들이 들어 맞는 것 같습니다.”

    존 포우에게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얘기지만 존슨은 태연하게 진짜 들은 것처럼 말했다.

    존 포우가 살아 있었고 이 말을 들었다면 기가 막혀서 심장이 멈추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촌장의 표정이 무서워진다.

    왜냐하면 소금에 대한 것은 그저 한 사람의 일탈 정도로 끝날 얘기가 아니다.

    소금은 영주부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전매품목이다.

    즉 소금으로 장난을 친 것이라면 영주의 권위에 도전하는 그런 죄가 되는 것이다.

    즉시 자경단원 몇에게 에거시의 집을 뒤져보도록 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에거시가 벌떡 일어났다.

    “앉게나.”

    촌장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존슨이 이미 에거시의 집을 뒤져 어디에 두었는지 확인해 놓았다.

    에거시가 부리는 노예의 입에서 확실하게 들었다.

    그리고 그걸 촌장에게 슬쩍 일러두었으니 찾으러 간 자경단원들이 찾지 못할리가 없다.

    에거시의 장담과는 달리 그의 집 창고 구석에서 낯선 색깔의 소금이 발견되었다.

    3파운드 정도 되는 양인데 조금 거칠긴 하지만 마을에서 먹는 옅은 핑크색의 소금과는 다르다.

    이건 옅은 파란색이 섞인 그런 소금이었다.

    에거시에게 불리한 증언과 증거물이 착착 나왔다.

    촌장과 존슨이 미리 의논하여 준비한 것들이 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촌장과 배심원 격인 마을 주민 대표들은 존슨이 말했던 것보다 더 많은 증거물에 더 이상 에거시를 신뢰할 수 없었다.

    “에거시, 반대 증거 있나?”

    에거시는 이미 반쯤은 자포자기 상태였다.

    맹렬하게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찾아보려 하지만 그런게 있을 턱이 없다.

    에거시의 파란 소금은 원래의 존슨이 언젠가 몰래 엿들은 얘기였다.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찾은 것은 에거시의 노예였지만.

    그게 꼭 에거시가 따로 소금 광산을 찾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을 공금으로 몰래 먼 다른 도시에서 구입한 소금이라고 했었다.

    즉 횡령한 것이다.

    그걸 몰래 감춰두고 아주 조금씩 팔거나 사용을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딘가에 증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걸 에거시의 노예를 통해서 확인을 한 것이다.

    에거시가 가만히 있었다면 존슨이 굳이 그 사실을 떠올려 이런 사달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로테인도 에거시가 없는 자리에서 에거시의 파란 소금에 대해서 얼핏 얘기를 했었다.

    그래서 더 확연하게 떠올린 것이다.

    에거시가 횡령을 했거나 말거나 영주에게 대항을 했거나 말았거나 모른 척하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엉뚱하게 욕심을 내어 죽은 존 포우에게 빚을 지웠다.

    도대체 왜 에거시가 존 포우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는 처음엔 전혀 몰라서 황당했었다.

    존슨은 몰랐지만 원래 존슨의 모든 기억을 다 떠올릴 수 있는 장진오는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맹렬하게 증거를 모으고 증인을 찾아내고 증거물을 조작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

    또 촌장을 엮어서 촌장이 앞장서 나서도록 만들었다.

    서류 위조는 순전히 촌장의 작품이었다.

    존슨은 공식적으로는 글을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촌장이 작성하고 에거시의 사인을 위조했으며 그걸 존슨이 받아다 옷장 밑바닥에 넣어두었던 것을 꺼내 온 것이다.

    에거시의 욕심은 그저 돈이 아니다.

    당연히 소금도 아니다.

    에거시의 목표물은 일리나였다.

    일리나가 에거시의 첫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은밀한 짝사랑인 것은 분명했다.

    원래 존슨은 스쳐지나가듯 한데다 별 관심이 없었기에 에거시의 욕심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장진오가 존슨이 되면서 원래 존슨이 스쳐지나가듯 보고 들은 것도 모두 떠올릴 수 있었다.

    존 포우가 죽으면서 존슨의 가정에 장애가 될만한 일이 무엇일지를 맹렬하게 궁리했다.

    존 포우가 그리 되기 전부터, 그리고 부상으로 인한 상처가 곪아 앓는 겨울 내내 존슨은 그 것들에 대해서 궁리하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언젠가 에거시가 다른 사람과 얼핏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에거시와 만나는 자들을 미행하거나 그들의 모임에서 떠들어대는 소리도 들었다.

    추운 겨울 창밖에 웅크리고 앉아 몇 시간씩 술주정을 듣기도 했었다.

    내용도 꼭 일리나의 이름이 나온 것도 아니다.

    에거시로 여겨지는 놈의 옛사랑,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

    그랬지만 장진오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앞뒤를 맞춰 본 결과 일리나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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