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35화 (35/74)
  • 〈 35화 〉 16세 봄(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우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망자들이 워낙 여러 날 앓다가 죽었기 때문이다.

    다들 지쳐서 늘어질 지경이었다.

    일리나와 헤나도 조금 울긴 했지만 정말 그립고 보고프고 안타까워서 우는 울음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고생한 자신에 대한 위로의 울음, 왜 나만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그런 의미를 가진 서러움의 눈물인지도 모르겠다고 존슨은 생각했다.

    며칠간 소란스럽게 장례를 치르고 마을은 여전히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다들 침울해 있는 상태다.

    존슨은 존 포우가 죽기 전부터, 죽고 난 직후, 촌장을 은밀히 만나 타협을 하고 협상을 했다.

    약속을 받아내고 계획을 확립하고 추진 방향에 대해서 의논을 했다.

    촌장 역시 에거시 일당에게 약점이 단단히 잡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존슨에게까지 그런 얘기는 하지 않지만 껄끄러워하는 건 사실이었다.

    물리쳐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하기는 하지만.

    그건 그대로 진행 될 일이다.

    저쪽에서 아직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움직일 수는 없다.

    그동안 존슨은 단단히 무장을 하고 해도 뜨기 전의 새벽에 집을 나섰다.

    고블린의 둥지로 향한 것이다.

    곧장 간 것은 아니다.

    다른 곳으로 향했다가 이리저리 좀 돌아서 나중에야 그곳에 간 것이다.

    그래야 왜 이곳으로 곧장 갔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블로우 건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독침을 도대체 어떻게 이용하는지 궁금했었다.

    겨우내 내린 눈이 산 그늘이나 골짜기에서는 아직 다 녹지 않았다.

    무너뜨린 동굴 입구를 살피고 뒤쪽의 비탈과 숲을 살펴 보다가 슬금슬금 비탈을 올랐다.

    눈에 찍힌 고블린의 발자국.

    굴러 멈춘 바윗돌 사이로 발자국 흔적이 역력했다.

    얼마 오르지 않아 숲이 우거지고 큰 바위가 굴러 있는 근처에서 흔적을 발견했다.

    며칠 동안 먼 곳에서 관찰했다.

    몸이 좋아지고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시력도 말도 못하게 좋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까마득하게 먼 곳에서 살펴봐도 소상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아아, 저거였구나.’

    존슨의 마법동전주머니에 들어 있던 것 같은 긴 블로우건이 아니었다.

    짧은 갈대 같은 대롱을 세 개 또는 네 개를 이어 연결하여 만든 대롱을 사용했다.

    사냥조 하나에 한 마리 정도가 그 대롱을 사용했다.

    그러고 보니 고블린의 동굴에서 저런 대롱의 파편을 본 것 같기도 했다.

    자세히 살핀 것이 아니었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지나친 것이다.

    철이나 금속이 아니었으니까.

    잠시 생각을 해 본 후에 도로 마을로 돌아왔다.

    사냥꾼 버밀에게 찾아갔다.

    “지난 겨울에 토벌한 고블린 둥지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 왜?”

    “식량이 달랑거려 새나 작은 짐승 사냥해볼까 싶어 숲에 들어갔거든요. 우연히 그 근처로 갔는데...고블린의 발자국이 눈위에 찍혀 있더라고요. 그 발자국 따라가 보니 비탈 위쪽으로 작은 구멍이 있었습니다.”

    “그래?”

    버밀은 잠시 생각해보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굴속에 몇 마리 남아 있었나보다.”

    그걸로 끝이다.

    존슨은 버밀의 집에서 나와 망설이다가 동네 형인 모젤에게로 찾아갔다.

    모젤에게도 같은 말을 했지만 그 역시 대수롭지 않은 투로 넘기려 했다.

    그때 모젤의 아버지인 레먼드 씨가 듣고 존슨을 불렀다.

    “자세히 얘기해 보겠니?”

    “네.”

    버밀에게 했던 대로 자세히 말해주었다.

    다 듣고 난 레먼드씨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다. 내가 조치를 취할 테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거라.”

    “오기 전에 버밀씨 만나서 그 얘기를 했었는데요?”

    “그러니, 알겠다.”

    레먼드 씨는 옷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괜한 얘기를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달리 생각하면 미리 몬스터의 숫자도 적을 때 손을 써두는 것이 낫지 않나 싶기도 했다.

    일단 마을의 유지라 할 수 있는 레먼드씨에게 알렸으니 나머지는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존슨은 일단 기다렸다.

    사실 슬슬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좀 막막한 기분이 들어서 어떻게 할지를 살펴 보고 있는 중이다.

    땅이 서류상으로 에거시씨에게 넘어 갔다는 것은 가족 중에서는 존슨 알고 있다.

    존 포우가 있을 때야 욕을 하네 어쩌네 해도 방패막이가 되었다.

    그가 사라지고 나니 어쩐지 좀 썰렁한 그런 느낌이었다.

    소수의 고블린 때문에 대규모로 병력을 일으킬 수는 없다.

    숫한 사람이 죽은 토벌이었고 겨우내 앓다가 죽은 이만도 여럿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있는 걸 알면서도 놔둘 수는 없었다.

    레먼드씨가 발의하여 몇몇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케머린과 버밀에게 상황을 살펴봐 달라고 의뢰 했다.

    사냥꾼이라지만 아무렇게나 막 부릴 수는 없다.

    정중하게 제의를 하고 소정의 수고료를 지불한다.

    마을에서 이렇게 정중하게 대해주는데 삐딱하게 굴면 그들에게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러니 그들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마을에서 부탁하는 일은 대충 처리하거나 거절하기가 어렵다.

    속으로야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촌장과 자경단의 부탁이었다.

    별 수 없이 토벌했던 고블린의 둥지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존슨이 확인한 대로 소수의 고블린이 살아남았다는 걸 발견했다.

    비상구였던 걸로 추정되는 굴에 머물고 있다는 것도 확인 했다.

    “제가 봤을 땐 대낮이어서인지 대여섯 마리 뿐이었습니다.”

    버밀이 먼저 대답했다.

    케머린은 달리 말했다.

    “전 새벽에 확인 했는데 제가 본 것만 스무 마리 정도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시각이면 하도 왔다갔다 할 시간이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버밀과 너무 차이가 나니 나름대로 변명한답시고 그렇게 말했다.

    경험 많은 사냥꾼이 없는 까닭이다.

    버밀이나 케머린은 모두 젊다.

    그들은 30대 초반이다.

    경험 많은 그들의 아버지는 이미 은퇴했다.

    그 아들들인 그들이 대를 이어 사냥꾼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버밀은 활과 창으로, 케머린은 독약과 덫과 창으로 사냥을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케머린이 활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버밀이라고 덫이나 독을 전혀 사용치 않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차피 오빌마을 쪽으로 치우쳐 있는 곳이니 그 마을에 통보해주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버밀의 말이었다.

    자기 사냥 구역 방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근처까지 가서 사냥하지는 않는다.

    즉 사냥 구역 바깥이란 뜻이다.

    “일단 오빌마을에 통보는 해주겠지만...그쪽도 피해가 커서 어떨지 모르겠네.”

    버밀의 제안에 이런저런 의견이 난무했다.

    존슨은 슬그머니 자경단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원래 가을부터 외삼촌에게 글을 배우려 했는데 몬스터 토벌로 인해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게다가 마을 주민들이 여럿 죽는 큰 사건이었으니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존슨의 집에도 우환이 있었고.

    그래서 존슨은 여전히 글자를 모르는 문맹의 흉내를 내야만 했다.

    그리고 드디어 장례식이 끝나고 며칠이 더 지난 후, 정산의 날이 돌아왔다.

    촌장과 의논하여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죽은 존 포우에게 빚지거나 그의 것을 빌린 사람을 수소문했다.

    존 포우 이전에 죽은 자경단원도 그와 같은 일을 거쳤다.

    원래는 죽고 장사를 치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열리는 행사다.

    죽은 자가 빚지고 있거나 남에게 빌려 준 것들을 깨끗하게 정산하는 의식이었다.

    이때가 지난 후에는 문제를 제기해봐야 소용이 없다.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달랑 하루에 끝날 수도 있지만 여러 날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존슨은 그동안 땔감으로 인한 빚도 이미 다 해결을 했다.

    받아낼 것은 받아냈다.

    남은 것은 다른 방식으로 곡식을 빌린 것으로 서류를 꾸몄다.

    촌장이 나서서 윽박지르고 해결을 종용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그나마 이런 정도까지 해결이 된 것이다.

    이도저도 안되는 막다른 골목에 있던 한 가족은 결국 촌장과 마을 유지 몇 명이 빚의 일부를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

    존슨도 절반 정도는 빚을 탕감해주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집은 도무지 살아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존슨도 그 집 사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니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처리 했다.

    나중에 며칠 지나서 일리나와 의논하여 그 집에 콩과 호밀을 한 자루씩 갖다 주었다.

    아무도 존 포우에게 빚이 있다거나 빚졌다고 나서지 않는데 에거시가 나섰다.

    ‘그럴 줄 알았다, 이 새끼야!’

    존슨은 오래전부터 이럴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많은 준비를 해두었다.

    촌장과도 여러 번 의논을 했다.

    존슨이 알고 있는 내용으로 그걸 뒤집거나 해결할 방법에 대해서 방법을 제시했다.

    촌장도 존슨의 해결책을 듣고 신중히 고민한 끝에 동의를 했다.

    촌장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두었다.

    자기는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면서 에거시 또는 그 일파를 무찌를 준비를 갖추었다.

    존슨이 글을 모른다는 것을 이용해 함정을 파놓은 것이다.

    그런 조건들로 은밀한 협정을 맺어 둔 것이다.

    촌장도 면죄부 받고 재산 증식하고 존슨도 모함으로부터 위기 벗어나며 재산 챙기는 것으로 작전을 세우고 약속을 해놓은 것이다.

    아마 촌장도 그런 와중에 한 몫을 챙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은 존 포우와 은원이 없는가?”

    촌장이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사실 존 포우 같은 인간에게 돈을 빌려 준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도박빚이라면 모르겠지만.

    도박장을 운영하던 이들도 입을 딱 다물고 있었다.

    에거시의 주장에 의하면 존 포우가 에거시에게 돈을 빌렸다고 했다.

    존 포우가 빌린 돈은 금화 일곱 개.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에거시는 증거 서류를 내밀었다.

    촌장이 내용을 확인해보니 그런 내용이 맞았다.

    물론 이 자리에는 촌장만이 아니라 여러 파벌에 속한 마을 유지 여럿이 공증인 자격으로 함께하고 있었다.

    촌장은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하는 척만 해주면 촌장의 일이나 존슨의 일이나 모두 해결될 일이다.

    서류가 유지들에게로 한 바퀴 돌았다.

    “에거시 부단장님의 말씀에 이의가 있습니다.”

    존슨이 나섰다.

    “말해보게나.”

    촌장이 모르는 척을 하며 말했다.

    “아버지가 그 돈을 빌려 뭘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큰 돈을 쓸 일도 없고 뭔가를 구입하거나 일을 벌이지도 않았습니다. 이웃들에게 물으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그런 갑작스러운 큰 일이 있었습니까?”

    “에거시 씨는 할 말이 있나?”

    촌장이 옆에서 대신 물었다.

    “네. 자네는 그리 말하지만 자네 아버지 존 포우는 내게 분명히 돈을 빌렸네. 그가 무엇에 쓰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그 증거일세.”

    “촌장님, 그 서류에 그리 쓰여 있습니까?”

    촌장은 에거시 씨가 제출한 계약서를 보며 확인을 했다.

    “그렇다네. 존 포우가 에거시에게 지난해 가을에 금화 일곱 개를 빌렸고 다 갚을 때까지 매달 은화 다섯 개씩을 이자로 지불하겠다는 내용일세.”

    “으음, 저도 그렇지만 아버지 존 포우는 글을 모릅니다. 글을 모르는 아버지가 과연 이 증서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 계셨을까요?”

    “내가 그에게 직접 내용을 읽어 주었고 그가 서명을 했네.”

    에거시가 대답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