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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33화 (33/74)
  • 〈 33화 〉 16세 새해(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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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병구완을 하느라 신경이 날카롭게 서 있던 주민이 눈알이 시뻘게져서 악을 썼다.

    “야, 니 네만 병자 있냐? 존 포우도 죽을락 말락 해.”

    “씨팔, 그런 새끼 죽거나 말거나 그게 뭔 상관인데!”

    “그러니까 너도 니가 알아서 하라고 씨팔 새끼야!”

    “어따 대고 욕이야?”

    “이런 시러배 잡놈을 봤나! 야, 이, 쌍놈의 새끼야, 이 도둑놈의 새끼 같으니라고!”

    촌장도 신경이 바싹 곤두서 있어서 더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존 포우로부터 시작된 갈등이 존슨을 거쳐 촌장에게로까지 번졌다.

    촌장은 다시 유지들을 모아 회의를 했다.

    “벌채권이 무슨 죄야? 권한을 주면서 마을에 도움이 되라고 의무를 넣어준 거잖아? 자네들 아버지들끼리 합의한 일이고. 물론 내 아버지도 있었지만. 규정 어디에 외상이 가능하다고 한 거야? 땔감을 열 마차씩 받아놓고 1년씩 묵혔다가 주면 어쩌라는 건데?”

    “그렇다고 공급을 끊으면 어떻게 합니까?”

    “다들 알잖아? 존 포우도 환자라고. 목숨이 오늘 내일 한다고. 왜 존 포우에게만 외상 얻는 건데?”

    촌장도 내막은 알지만 대놓고 물으면 존 포우의 병신같은 짓거리에 대해서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마을 유지들에게도 창피한 일이다.

    “에셋, 헨슨, 타테닌, 포테튼, 밀러, 네빗, 콜러드 이렇게 일곱 명이 외상이 많은 이들이야. 친한 사람 있으면 설득 좀 해봐. 존슨이 착한 놈이지만 제 아비 저리되고 그 혼자서 나머지 네 식구 건사해야 하는 처지라고. 악에 받치게 만들어서 뭐가 좋겠어? 어? 사정 좀 봐주라고. 존 포우가 밉건 어쩌건 남은 가족들에게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촌장의 통사정에 유지들도 속으로는 꿍얼거려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을 주민 하나를 완전히 병신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못할 짓이다.

    물론 존 포우가 좋은 놈은 아니다.

    성질도 더럽고 하는 짓도 고블린 같지만 그래도 마을 주민이다.

    더구나 유지들 중에는 일리나와 이리저리 얽힌 사람도 여럿이다.

    먼 친척도 있고 인척 관계인 사람도 있다.

    외상을 한꺼번에 다 갚지는 못해도 열 마차가 넘는 이들도 열 마차 이하로 외상 수준을 낮추었다.

    유지들 일부가 돈이나 곡식을 빌려주어 외상의 일부를 갚도록 권유했다.

    서로 다들 어려운 처지지만 존슨의 처지가 어렵다는 것도 다들  알고는 있다.

    존 포우는 밉더라도 그 가족들까지 다 미운 건 아니었다.

    존슨이 마을 사람들에게 잘 대해 온 것도 크게 기여를 했다.

    존슨이 직접 나서서 돈 내놓으라 했다면 감정이 상했을 것이다.

    촌장을 통해 유지들을 움직여 부드럽게 대처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빚이 많이 남았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땔감 공급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곤란하게 됐다는 점이다.

    존슨은 일단 땔감을 싣고 가서 촌장이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들어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 다음 순서인 사람 대봐요.”

    “왜?”

    “그 집에 이미 열 마차 외상 있거든요? 더 주면 나중에 외상대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보리 다섯 자루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촌장은 그 집의 농토를 생각했다.

    보리를 뿌리기는 했지만 과연 외상값으로 보리 다섯 자루를 갚을 수 있을까?

    어렵다.

    보통이라면 가능했겠지만 중환자가 있다.

    존 포우처럼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중환자다.

    돈이 얼마나 더 들어가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존슨에게 그 집의 살림을 떠맡으라고 권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다른 벌채권을 가진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이들 편만 들어주면 그 집은 요리도 난방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건 또 그대로 곤란한 일이다.

    ‘하아, 마을 일이라는 게 왜 이렇게 개 같으냐!’

    촌장 고츠 와일러는 속으로 길게 탄식을 했다.

    그래도 존슨처럼 열 자루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에에...베머스네 집으로 가라.”

    “네, 촌장님.”

    베머스는 그래도 외상을 요구할 집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존슨은 위태위태하게 버티고 있었다.

    외상을 어느 정도 받을 때까지는 벌채권을 놓을 수는 없다.

    촌장에게는 반납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것도 일단 외상을 다 받아낸 후의 일이다.

    그런 후에 그저 자기 집 땔감이나 적당히 장만해서 살아가면 될 일이다.

    존슨 혼자 슬슬 해도 겨우내 자기네 쓸 땔감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

    낮 동안엔 이런 식으로 괜히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많이 생기고 신경 쓸 일도 많다.

    그런 시간을 보낸 후 저녁을 먹고 나면 존슨은 앓는 소릴 해대는 존 포우 꼴이 보기 싫어 방으로 휙 가버린다.

    아니면 제티나 데이지를 데리고 미진한 바깥 일을 조금 하던지.

    착한 헤나는 일리나를 따라 존 포우를 간병하는 일을 돕고 있다.

    비록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존슨은 존 포우가 저리되고 가끔 그의 상태를 살펴보면서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걸 확신했다.

    속에서 곪아 썩어 들어가는데 약을 제대로 먹이는 것도 아니다.

    상처도 그저 씻어내고 고름이나 닦아내는 정도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존 포우가 죽더라도 가족들은 일단 너무 힘들어 하니 어떻게든 도울 생각을 했다.

    딱히 뭔가를 더 해줄게 없었다.

    가끔 사냥을 해서 새로운 고기를 먹여주는 것이 고작이다.

    가축을 도축하는 정도는 거의 며칠에 한 번 정도씩은 하니 크게 도움이 될 일은 아니다.

    ‘으음, 그렇다면...’

    존슨은 보리를 두어 되 꺼내서 쟁반에 천을 깔고 그 위에 빼곡하게 깔았다.

    미지한 물을 자작하게 부었다.

    따뜻한 난로 근처에 그 쟁반을 두었다.

    “이게 뭐야?”

    헤나가 물었다.

    “어, 내가 뭘 좀 알아보려고.”

    “으음?”

    존슨은 쓸데없는 짓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존슨이 뭔가를 한다니 헤나는 의아한 것이다.

    일리나와 다른 동생들에게도 일러두었다.

    쟁반을 건드리지 말라고.

    존슨은 여전히 방에 들어가면 문을 딱 걸어 잠그고 마법 수련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새벽에 잠들 때까지는 오로지 마법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기억력도 중요하지만 이런 끈기와 굳센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도 존슨에게 마법을 배우고 익히라고 권유하지도 않는다.

    자칫 나태해지기 딱 좋지만 존슨은 이를 악물고 마법 수련에 죽을 힘을 다하고 있었다.

    보리에서 싹이 돋았다.

    싹이 1~2센티미터 정도 자라자 걷어서 방으로 가져갔다.

    최근에 익힌 마법으로 살살 바람을 일으켜 말렸다.

    때로는 워터 마법을 그 보리 가까이에서 펼치기도 했다.

    워터마법 한 번 하고 나면 주변의 수분을 빨아들이는지 보리가 부쩍 마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런 식으로 싹이 난 보리를 말렸다.

    그걸 절구에 넣고 찧어 바스라뜨렸다.

    길금이다.

    다른 말로 엿기름.

    뭘 하던지 가급적 마법으로 해보려 애를 썼다.

    자주 써봐야 조금이라도 실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수수를 물에 불려 거칠게 갈아 물을 넣고 되직하게 죽을 쑨다.

    길금도 전날 미리 물에 불려둔다.

    수수죽에 길금을 짜서 넣어준다.

    끓지 않도록 60~70도 정도로 잘 저어주면서 오래 불을 댄다.

    7시간 정도 삭힌다.

    너무 뜨거우면 효소가 죽어 삭지 않고, 온도가 너무 낮으면 쉰내가 난다.

    다 삭았으면 베보자기나 베자루에 넣고 꼭 눌러 짠다.

    그 물이 엿물이다.

    그걸 솥에 넣고 은근하게 불을 때며 휘저어가면서 졸인다.

    쭉쭉 늘어지게 해서 젤 상태로 담아두면 조청이다.

    뜨거울 때는 껄쭉하고 식으면 단단해지는 상태에서 굳어지게 만들면 그게 엿이다.

    60~70도의 온도로 삭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밑에 적당히 불을 피우면서 마법으로 유지시켰다.

    존슨은 마력이 고갈되어 죽는 줄 알았다.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도 된다.

    수수로 밥을 지어 엿기름물을 부어넣고 따뜻한 곳에서 삭혀도 된다.

    그것도 하루 밤 정도 삭혀야 한다.

    원리는 똑같다.

    녹말을 엿기름물로 당화가 일어나도록 삭혀서 만들어진 단물을 끓여 증발시켜 굳히는 것이다.

    그 원재료가 수수냐 옥수수냐 쌀이냐 차이일 뿐이다.

    녹말 성분이 있기만 하다면 어떤 곡식이나 큰 상관은 없다.

    녹말 성분이 많으면 좀 더 달고, 적으면 덜 단 정도다.

    그렇게 만들어진 엿을 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라 볶은 콩을 갈아 만든 콩가루에 묻혀 보관 했다.

    힘들어하는 제티나 데이지는 물론이고 헤나나 일리나에게도 한 조각씩 입에 넣어주곤 했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행복해했다.

    “이게 뭐야?”

    다들 물었다.

    “어, 마법?”

    “우와, 정말?”

    “그럴리가. 저번에 제르넨 성에 갔을 때 떠돌이에게 만드는 방법을 배운 거야.”

    존슨이 이걸 만들겠다고 이리저리 움직인 것을 아니 어디서 따로 구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비밀이야.”

    “어? 어. 알았어. 비밀.”

    해보니 마법 없이도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마법을 이리저리 쓴 덕분에 마법 실력이 조금 늘어난 것 같아 그게 더 기꺼웠다.

    원래대로 하자면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해야 했다.

    그러나 불린 수수를 가는 것도 맷돌이나 절구를 사용하지 않고 마법으로 처리했다.

    끓이는 것도, 삭히는 것도 모두 마법으로 했다.

    그래도 한 번 만들어 보니 대충 요령이 생겼다.

    사실 만드는 것을 옆에서 본 기억뿐이라 제대로 잘 될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것도 꽤 어릴 때.

    실패할까 싶어 책에서 본 기억을 토대로 만들었다.

    장진오의 할머니는 수수로 밥을 지어 그걸 삭혀서 엿물을 만드셨다.

    ‘다음엔 그렇게 해봐야겠어. 굳이 갈아서 죽을 쑬 필요도 없이 말이야.’

    실제로도 새로 배운 마법을 이런저런 방법으로 써보는 중이다.

    가족들이나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했다.

    ‘어느 책에서 보니까 바람 마법에 화살을 실어서 멀리 세게 날려 보내는 기술도 있던데. 나도 해볼까?’

    숲에 들어가면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바람 마법 자체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젠장, 바람 마법 먼저 제대로 만들어 뿌릴 수 있어야겠네!’

    바람 마법을 만들고 그걸 화살 형태로 만들어 목표물이나 적에게 날려 보내야 한다.

    마나만으로 화살형태로 만들어 날려 맞추는 것이 매직애로우다.

    마나의 힘만으로 날리는 것 보다는 바람 마법을 일으켜 그걸 화살 형태로 만들어 보내는 것이 더 위력적이다.

    거기에 화살 까지 더 얹으면 더욱 위력적일게 분명했다.

    문제는 두세 가지 마법을 동시에 써야한다는 것.

    맞추기만 한다면 화살 두 대를 한꺼번에 맞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매직애로우도 맞추고 화살도 맞추고.

    ‘아, 이거 통아랑 비슷한데? 물론 통아는 애기살만 날아가는 거지만...그렇다면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도 있을까?’

    이런저런 궁리를 해가면서 여러가지 방법을 시험해보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았다.

    마법과 실세와의 결합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마법만을 사용할 때보다 훨씬 세밀하게 마나를 조절할 수 있도록 노력 했다.

    여러 형태로의 변환도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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