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32화 (32/74)

〈 32화 〉 16세 새해(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그래서 그런 예시들을 외우고 마법을 수련하면서 열심히 마나를 느끼려고 애를 썼다.

파이어, 워터, 윈드, 어쓰, 라이트, 일렉트론라이트, 슬립, 디그, 스피드업, 파워업, 에로우, 스피어, 실드 같은 가장 기초적인 마법들을 익혔다.

이론상으로만.

그리고 마나를 느끼고 그걸 이용하여 처음으로 마법을 성공시킨 것은 마법서의 추천대로 파이어 마법이었다.

손바닥 위에 탁구공 크기의 불의 공을 만들어 냈다.

갑자기 기분이 확 좋아지면서 그때부터 마법의 실력이 팍팍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혼자 타는 것은 꽤 어렵지만 한 번 혼자 타고나니 그때부터는 자연스럽게 자전거에 익숙해진 것이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 같았다.

낮 동안에는 존 포우를 돌보고 농장을 돌보는 일을 해야한다.

겨울이라도 매일 해야 할 일이 있다.

먹고 사는 일과 가축을 돌보는 일은 빼놓을 수 없다.

하루에 한 번이지만 양과 염소와 소의 젖을 짠다.

하루에 두 번 먹이를 주고 물을 주고 바닥을 치워줘야 한다.

생활을 위해서는 우물을 길어 주방의 물동이에 채워야 한다.

땔감으로 쌓아둔 더미에서 쪼개놓은 장작을 주방에 가져다 두어야 한다.

그걸로 난방, 요리 등에 사용한다.

그 외에도 쌓아놓은 장작으로 매일 한 번씩 가득 채워 마을의 촌장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

순번에 따라 촌장이 지정해 주는 집에 장작을 내려놓고 보리, 귀리, 호밀, 콩 같은 곡물을 받아간다.

보리는 반 자루, 귀리와 호밀은 한 자루, 콩은 두 자루를 내놓는다.

마을 사람들이 구입해 주는 것이다.

그건 마을의 공동 소유인 숲의 일부에서 나무를 베어낼 수 있는 권리 안에 포함된 의무다.

여름엔 사흘에 한 마차, 겨울엔 하루 한 마차.

그렇지만 식량이 달릴 때는 아예 두 마차를 가져간다.

먹고 살만한 집은 장작을 여유 있게 들여놓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면 외상이다.

외상은 보리 수확 때 주면 두 배, 밀 수확 때까지 기다리면 네 배를 줘야한다.

즉 한 마차에 보리 한 자루, 밀은 보리의 두 배로 계산해준다.

가을에 주게 되면 밀 한 자루다.

땔감 한 마차에 밀 한 자루면 엄청나게 비싸다.

그 대신 거의 1년을 외상으로 하는 것이니 불만을 말하지 못한다.

밀 수확 했는데도 해결하지 못하면 촌장에게로 넘어간다.

촌장은 대신 해결해줘야 한다.

어떤 방식이 되었건.

이미 그 정도면 대금 받기는 틀린 일이다.

외상으로 받아 쓴 땔감이 한 마차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집이면 보통 대여섯 마차에서 때로는 열 마차를 넘어간다.

존 포우는 거절하지 못하고 다 대주다가 떼이기도 한다.

촌장이 해결해줄 수 있는 범위가 훌쩍 넘어가기 때문이다.

촌장은 순번이나 요청에 따라 갈 곳을 정해준다.

농사를 망치거나 완전히 쫄딱 망해버린 농가의 빚까지 다 받아주지는 못한다.

대신 그런 집은 다시는 땔감 공급을 받지 못한다.

마을 공금에서 일부, 촌장이 일부, 이런 식으로 반의 반도 채 안되는 댓가를 받고 포기해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존 포우가 앓고 있지만 다른 집들도 그러한 집들이 좀 있다.

그런 집이라고 땔감 공급을 존슨 마음대로 거절할 수는 없다.

아무리 촌장과 자주 만나 의논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기 가족들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냥 공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떻게든 해결해주세요.”

존슨은 촌장에게 대놓고 요구했다.

촌장도 존슨이 왜 그러는지 알고 있다.

존 포우가 돈을 박박 긁어다 썼다.

자가 경작하던 밭을 팔아 치운 것도 알고 있다.

존슨과 일리나가 곡물을 감춘 것은 짐작도 하지 못한다.

존 포우의 성정을 알기 때문에 세리들에게 질질 싸다가 호되게 세금 두들겨 맞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일리나가 다른 농가에서 구입한 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함구해주기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다들 존 포우의 성격을 아니 입을 다물어 준 것이다.

일리나와 존슨이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것이다.

촌장은 난감했다.

울며 통사정하는 마을 사람들의 사정도 딱하지만 존슨의 처지도 난감했기 때문이다.

가족이 앓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존슨의 사정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존슨이라고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잖아? 다만 일부라도 줘야 그 집도 치료비로도 쓰고 먹고 살 거 아냐?”

“그러라고 벌채권을 준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벌채권을 주었다고 무료 봉사하라는 건 아니잖아?”

“무료 봉사라뇨? 내년에 수확하면 준다니까요?”

처지가 어려우니 떼를 쓰기 시작한다.

“그때 가서 존슨에 식구 다 굶어 죽으면?”

“안 굶어죽는다고요.”

“존 포우도 너네나 마찬가지로 중상이란 말이야.”

그 주민도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라서 좋은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존슨도 그 다음날에 촌장을 찾아와 하소연을 한다.

“그 집만 벌써 여덟 마차예요. 보리만으로도 네 자루란 말입니다. 하아! 외상이라니? 내가 그 집 돈을 빌리기라도 한 겁니까? 그러면 아예 벌채권 회수하세요. 외상 다 받아내고요. 어차피 존 저리 되서 내년부터는 나무 베지도 못해요. 아시잖아요? 제티랑 나랑 둘이서는 나무 베기 어렵다는 거.”

“하아!”

촌장도 답답했다.

대가를 치루어야 할 사람이 뻗대는데 촌장이라고 다 책임지겠다는 소리를 하지 못한다.

그 집도 사정이 어렵긴 하다.

그렇지만 존슨의 집도 사정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존슨의 경우는 에거시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니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을 공동 자금으로 어찌 다 해결해줄 수도 없다.

그 돈은 어떻든 공동자금이라 마을 유지 전체의 찬성을 얻어내야만 쓸 수 있는 돈이었다.

“여태는 외상으로 주긴 했지만 아시다시피 빚을 1년씩 안 갚고 버틴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죠? 작년 겨울에 공급한 장작 값을 아직도 안 갚은 사람이 여럿이란 말입니다. 일단 그것부터 해결해주세요. 그 전에는 땔감 오늘 가져온 걸로 끝입니다. 벌채권도 회수하시고요.”

벌채권이라는 것이 꼭 그 사람만 나무를 벨 수 있게 허락한 것은 아니다.

그저 숲 가까이 사니 나무를 벨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이다.

그 중 일부를 마을 사람들에게 싸게 팔라는 의무도 맡긴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외상은 원래 계획엔 없던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리고 존 포우가 비실거리며 빚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면서 질질 늘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원래 규정에는 외상은 없었다는 뜻.

존슨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 이상 못하겠다고 버틴 것이다.

그저 자기 집 땔감을 구하는 정도는 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굵은 통나무를 베어 가져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존 포우처럼 오래도록 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잔가지나 주워 모아오고 낙엽이나 긁어오는 정도가 아니라면.

존 포우가 땔감을 공급하던 집이 거의 30여 가구나 된다.

마을 변두리에 거주하는 10가구 정도가 벌채권을 받았다.

그 중 몇 가구는 벌채권을 반납하겠다고 통보했다.

거기도 자녀가 독립하거나 가장이 나이가 들어서다.

이번 토벌전 영향으로 벌채권 가진 집에서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한 가구가 존 포우를 포함하여 넷이다.

남은 네 가구만으로 마을 전체의 땔감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자 알아서 해결하기 전에는.

다른 벌채권 가진 집들은 외상이 거의 없다.

존 포우만 유독 외상이 많은 것이다.

존슨은 앞으로는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이다.

벌채권 필요 없다고 딱 버티는 것이다.

마을 유지 여럿이 모여 의논을 했다.

“존 포우 등 사망자와 부상자가 생긴 가구를 빼고 남은 집은 넷이오. 그 네 가구로 마을의 땔감 해결할 수 있을까?”

촌장의 말에 다들 고민스러운 표정이다.

촌장이 미리 전에 있었던 얘기를 했기 때문에 고민이 깊은 것이다.

각자 개인 간의 거래형식이지만 벌채권은 마을 공동의 재산에 대한 사용 권한이다.

돈으로 받을 수 없으니 거기에 살짝 의무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런 의무에 대한 대가를 외상으로 처리하여 1년씩 질질 끄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다만 그런 사람들 중 일부는 이번 토벌전에서 가족이 죽었거나 부상당한 이들이다.

그러니 존슨도 그들에게 대놓고 넌 못준다, 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기네도 가장이 앓아누웠는데 외상으로 달라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촌장은 존슨과 의논하면서 나중에 에거시 일당을 처리하며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회유해보려 했지만 존슨은 딱 잘라 거절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촌장님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영주님 생신이라고 밀 열 자루 보냈습니다, 그런데 촌장 임명 기념으로 밀 스무 자루 내라면 기분이 좋겠습니까?”

생각해보니 불쾌했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제 기분은 그렇다는 겁니다. 존은 마을 일로 인해 다쳐서 숨이 오락가락하는데 그런 제게 꼭 외상으로 땔감 공급을 받아야겠답니까? 아직 작년 외상 받지 못한 것도 많은데?”

“그러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벌채권 내놓겠다니까요. 어차피 앞으로는 못해요. 존이 다 회복되기 전에는.”

존슨도 촌장도 알고 있다.

존 포우는 회복하기 어렵다는 걸.

지금도 패혈증 때문인지 온 몸이 점점 새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상처에서는 진물이 끊이질 않고.

누워 있는 등과 엉덩이는 다 짓물러 고름이 흐르고 있었다.

욕창에 대해서 알면서도 존슨은 모르는 척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진즉에 말해서 자주 뒤집어 주고 소독해주기만 했어도 생기지 않았을 욕창이다.

그렇지만 존슨은 입을 다문 것이다.

“이러다가 존에게 안 좋은 일 생기면 입 싹 닦을 사람 많을 걸요?”

어차피 글도 모르니 외상 장부도 없다.

계약서도, 영수증도 없다.

구두로만 거래하는 사이다.

1년씩 지나면 정확하게 몇 마차였는지 제대로 기억도 못할 것이다.

그러니 존슨이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는 것이다.

“나도 돈 들여 좋은 치료약 구하고 싶단 말입니다.”

존슨이 딱딱 끊어지는 지극히 어색하고 거친 말투로 요구했다.

마을의 벌채권을 받은 다른 가구에서도 외상에 대한 불만은 늘 나오는 것이다.

촌장이야 오는 순서대로, 요청한 순서대로 지정해주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촌장이다.

“일단 알겠다. 말을 해 볼 테니 돌아가 봐라.”

“알겠습니다.”

존슨은 이번 마차에 싣고 온 땔감을 촌장의 집 마당 한구석에 다 내려 놓았다.

돌아가는 존슨을 바라보는 촌장의 마음이 착잡하다.

촌장은 존슨이 말해준 외상으로 받은 이들을 불렀다.

“너희는 땔감 순서에서 뺄 거야.”

“왜요?”

“니네가 알아서 땔감 마련하던지.”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요!”

“너 같으면 외상이 밀 몇 자루나 되는데 계속 외상 주고 싶겠냐? 규정 어디에 외상으로 받아도 된다고 써 있어?”

“여태 그래왔는데 갑자기 촌장님이 왜 그러는 건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