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16세 새해(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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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은 자신이 구상한 몇 가지 방법 중의 하나를 말해주었다.
그가 어떤 식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다.
허지만 한 번의 공격으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을 짐작했다.
그래서 그가 다시 들고 나올만한 건수에 대해서 조사를 해두었다.
존슨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난 촌장이 고개를 끄떡였다.
추방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목숨은 건질 수 있고, 조금 더 관대하게 재산까지 보존해준다면 에거시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는 존슨이 생각해보지 못한 다른 것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존슨에게 답을 구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질문이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의논을 하자는 의미였다.
서로 마찬가지다.
존슨 역시 오랜 경륜을 가진 촌장의 고집에 반박하지 않고 선선이 받아들였다.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하여 그에 맞는 답을 준비한다.
뜻밖의 사정이 생길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논의를 해두었다.
미리 준비할 것도, 촌장과 존슨이 나눠서 서로 준비를 하도록 합의를 했다.
하루이틀 사이에 끝날 일은 아니라 며칠에 한 번 정도씩 은밀하게 만나 의논을 나누었다.
존슨도 가족들이 존 포우를 병간호해야하기 때문에 촌장과 매일 만날 수도 없었다.
파상풍이나 패혈증을 이런 낙후된 세상의 시골 촌동네에서 뭘로 고친단 말인가?
그저 증상을 경감시키려는 약초뿐이다.
존슨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현대 한국에 살던 장진오의 기억이 있다지만 그가 한의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데 그런 걸 알 턱이 없다.
그저 일리나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하라는 대로만 할 뿐이다.
겨울이고, 집에 중환자가 있다.
자잔한 농사일, 생활, 가축을 돌보는 것 말고는 다들 존 포우에게 매달려 있다.
존슨은 자기 차례 아니면 침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촌장을 만날 때 외에는 집밖에 외출도 않는다.
병구완 중에 교대하여 침실에서 쉴 때마다 동전주머니에서 마법책을 꺼내어 들여다 보았다.
대륙 공용 문자로 작성된 책이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런 건 대부분 역사책이나 소설책들뿐이다.
마법서, 마법책, 마법텍스트 등 연관된 단어로 불러낸 모든 책은 존슨이 알지 못하는 문자로 적혀 있었다.
“마법문자 배우는 교본?”
반응이 없다.
“마법문자 배우기.”
역시 마찬가지다.
“마법문자 비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혹시 마법 문자를 혼자 독학으로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려 온갖 제목의 책을 다 불러냈다.
결국 찾아낸 것은 너무 허무했다.
[마법문독본]
최소한 100번 이상은 다른 이름을 대었다.
그것도 훨씬 넘고 난 후에야 겨우 떠올린 제목이었다.
그리고 그때 책이 손에 닿았을 때의 감격이라니!
존슨은 정말 기뻐했다.
침실에서 존 포우는 끙끙거리며 앓으면서 점차 죽어가는 데 환성을 지를 수는 없었다.
‘개새끼, 죽으려면 빨랑 죽던지. 끈질기게 버티네! 허긴, 원래 제 목숨은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눈치는 더럽게 빠른 새끼였지!’
그때부터 마법 문자를 익히는데 전력을 다했다.
“제기랄!”
표음문자인 대륙공용어에 비해 마법 문자는 한문처럼 표의문자였다.
즉 한 글자, 한 글자를 다 배우고 외워야 한다는 뜻이다.
“설마 한문처럼 엄청나서, 한도 끝도 없이 많지는 않겠지?”
이렇게 중얼거렸지만 어디에도 마법문자가 총 몇 글자인지 적혀 있는 곳이 없었다.
엄청나게 좋아진 감각처럼 기억력도 좋아진 게 분명했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도 새록새록 생각난다.
이전 것은 물론이고 눈앞의 것을 새로이 기억하는 능력도 엄청나게 좋아졌다.
마법 문자는 순서없이 뒤죽박죽 표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어떤 법칙이나 규칙을 가지고 서술되어 있었다.
특히 자주 사용하는 문자들이 아무래도 먼저 기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멸망해버린 어떤 나라의 문자는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도 충분했다.
기억력을 최대한 발휘할 필요 조차도 없었다.
문자를 확인하고, 뜻을 헤아린 후 몇 번 써본다.
그런 후에 용법을 기억해두면 된다.
‘하아! 예전엔 영어 단어도 열 번, 스무 번을 읽고 외워도 잘 외워지지 않던 기억력이...어떻게 한두 번 많아야 서너 번만으로 이렇게 확실하게 외워지는 걸까?’
자기 몸이지만 잘 알 수가 없었다.
마법 문자 익히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장 기초적인 마법책들을 꺼내 읽으면서 익히기 시작했다.
‘젠장, 초기에 XT컴퓨터 샀을 때가 생각나네! 부팅한 다음에 베이직 프로그램만 따라와서 도대체 이걸로 뭘 어쩌라는 건지 몰라 막막하고 허망했었는데! 이게 지금 딱 그 꼴이네? 기초마법서에 있는 마법을 먼저 익혀야 앞으로 진도가 나갈 수 있는 것일까?’
앞날이 막막했다.
마법동전주머니 안에 든 마법책은 엄청나게 많다.
다 꺼내보지도 않았고 세어 볼 수도 없었다.
침대가 망가질 정도로 잔뜩 꺼내서 세어보니 300권쯤 되는 것 같았다.
그 이상으로 더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더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시 서둘러 동전주머니 안으로 넣어두었다.
나중에 언젠가 자기 연구실이나 서재나 던전을 만들게 되면 다 꺼내볼 생각을 했다.
틈틈이 동전주머니 안에 또 다른 뭐가 들어 있는지 아는대로 다 불러보곤 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자기가 한 번 불러냈던 것은 따로 종이에 적어두었다.
그 종이 조차 다시 동전주머니에 넣어두었지만.
무기도 온갖 것이 다 들어 있다.
롱소드도 수십 자루가 들어 있다.
모양이나 길이가 다 제각각인 롱소드다.
바스타드 소드, 숏소드 등 칼 종류만 수십 종류다.
그러니 그걸 다 기억나는 대로 불러보았지만 한도 없이 나온다.
도로 다 집어넣고 단검 종류도 한참을 불러보다 도로 집어넣었다.
어지간한 무기는 다 들어 있다.
아예 특이한 무기를 떠올려 불러내보지만 역시 존슨이 알고 있을만한 이쪽 세상 무기는 다 들어있다.
하다못해 오크 종족이 휘둘러 대는 글레이브라는 창과 칼을 합친 것 같은 기형의 무기도 여러 자루가 들어 있다.
“블로우 건?”
혹시나 싶어서 불러봤더니 역시 들어 있었다.
긴 대롱.
몇 종류가 있는데 길이가 제각각이다.
[블로우 건 용 독침주머니.]
[독침주머니.]
[고블린 독침주머니.]
다 등록되어 있고 다 손에 잡혀 나온다
호랑독가시나무의 가시다.
고블린은 가시 자체에 마비 성분의 독이 있는데다 그걸 호랑독가시나무의 뿌리에서 추출해낸 더 독한 독에 담가 성능을 높여 사용한다.
뭔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았다.
‘이 근동의 고블린들에게선 보질 못한 무기이기는 한데. 그래도 고블린들이 독침 공격할 때 뭔가 무기가 있긴 할 거 아냐? 블로우건을 쓰는 게 아닌가? 그럼 뭘로 쓰는 거지?’
생각해보니 궁금해졌다.
궁금한 것은 나중에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당장은 그런 궁금증을 젖혀 두고 당장 눈앞의 급한 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마법에 전력을 기울였다.
앞으로 살아나갈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물론 검술이라거나 궁술 같은 것도 확실한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쪽으로 파고들어 장래성이 얼마나 있나를 생각해보면 확실한 차이가 난다.
당연히 마법은 궁술이나 검술 배우는 것 보다 훨씬, 거의 100배 또는 1000배는 어려울 것이다.
검술이나 궁술 달랑 기술 하나 배우고 익히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다.
마법은 그런 기술들 수십, 수백 배는 더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존슨의 속에 든 장진오에게는 마법에 대한 로망이 살짝 있다.
‘검술도 잘하면 좋고 궁술도 뛰어나면 멋지겠지만...’
그래도 마법에 댈 것은 아니다.
엄청나게 좋아진 기억력, 그에 따른 이해력과 연산을 위한 능력 등등 마법을 익힐 수밖에 없는 당위성은 많다.
그런 능력들이 검술이나 궁술을 배우고 익힐 때도 꼭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마법.
그렇게 정하고 파고 들었다.
어느 학문이건 기술이건 분야건 다 마찬가지겠지만 아주 맨 처음엔 어렵다.
이해하기도 힘들고 진입 자체가 난감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확 실력이 늘어난다.
어느 수준까지는 빠르게 실력이 늘었다.
그러다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벽을 느끼게 된다.
그때부터가 고수가 되느냐 마느냐의 순간인 것이다.
마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진입은 엄청나게 어려웠다.
존슨 자신은 워낙 배움이 없었다.
장진오는 이쪽 세상의 개념에 대해서 부족했다.
그래서 많이 헤매고 방황했다.
장진오로서의 의식이 존슨을 이끌었다.
‘독서백편 의자현.’ 이라거나 ‘안광이 지배를 철한다.’ 라거나 하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파고들었다.
처음엔 뜻도 모르고 의미도 알 수 없는 문장 같았다.
한국말이어도 어려웠겠다.
마법 문자는 전혀 다른 이세계의 문자였다.
거기에 더해서 이미 사멸해버린 것처럼 여겨지는 특수한 문자다.
그걸 배우고 익혀 거기에 맞는 용법과 문법으로 해석한 것을 이해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 외우는 것은 그나마 쉬운 편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문장과 단어들이지만 외웠다.
일단 외우면서 직역을 하고 직역한 것을 의역하려 애썼다.
행간의 의미, 문장의 속 뜻, 감추어진 단어의 본 뜻을 어떻게 간단하게 헤아리겠는가?
그렇지만 초보를 위한 문장이나 단어는 쉬운 것부터 시작하게 마련이다.
‘기초’라거나 ‘초보’라거나 ‘입문’ 같은 단어를 앞에 붙여 기초수준의 마법서를 먼저 추려냈다.
골치 아픈 것은 현대 한국의 색인처럼 중간의 단어 하나만 말해도 연관된 것들이 주르륵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
온전한 단어를 다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소유주들이 그런 방식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즉 ‘마법기초입문.’이라고 발음하며 집어넣은 것은 다른 제목을 아무리 대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존슨은 종이와 펜을 놓고 자기가 부른 책 제목들을 모두 적어가면서 빠지지 않게 다 꺼내보려 노력했다.
기초마법입문, 기초마력, 기초마법, 기초마법서, 기초마력서, 기초마법연구, 기초마법수련, 기초마법연습 등으로 계속 바꿔가면서 책 이름을 대봐야 했다.
마법입문서, 마법입문, 마력입문, 마법입문기본서, 기본마법입문 등으로 연관 단어들을 조합해서 불러내야 했다.
그렇게 꺼낸 책은 수십 권이다.
존슨은 그것들을 정리하여 하나씩 완독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기초서적이지만 그 안에 간단한 마법들은 예시가 되어 있다.
연습용의 주문들이다.
널리 알려진 연습용 마법들 먼저 익히다 보면 기본적인 구조나 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무조건 다 외우고 실제로 실행해 보았다.
당연히 성공하지 못했다.
말로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살짝 실망했다.
마나를 느껴야 하고 마력을 자신의 의지로 이끌어 가공하여 적재적소에 넣어 구동을 시켜야 했다.
예시로 나온 간단한 마법들은 사실 뛰어난 마법들은 아니다.
마나의 낭비가 심하거나 들어가는 마력에 비해 위력이 약하거나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베껴 쓰는 와중에 뭔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존슨의 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