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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30화 (30/74)
  • 〈 30화 〉 16세 새해(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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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참 단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들어온 것이다.

    존슨의 몸도 많이 커지긴 했지만 나이로는 막내다.

    말 그대로 막내 그룹.

    서로 순서를 정해 앞뒤를 바꿔가면서 들어왔다.

    그랬지만 마지막 굴에 도착했을 땐 다들 조금 지친 상태다.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홰를 들고 있긴 하지만 굴이 좁고 높이가 낮아 다들 구부정하게 걸어야 해서 몹시 힘들었다.

    가져온 자루에 쇠붙이들, 빛나는 것들, 뭔가 돈이 될 만하고 팔릴만한 것들을 챙겼다.

    그런 건 별로 없다.

    그나마 쇠붙이가 조금 있는 것.

    존슨 역시 쇠로 만들어진 농기구 같은 것들을 몇 개 챙겼다.

    굴이 여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블린의 굴은 여기저기에 뚫려 있는데 구조가 대부분 비슷하다.

    굴을 빠져나와 다들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광장으로 모였다.

    다들 비슷비슷하다.

    자루에 절반도 채우지 못한 쇠붙이들.

    그나마 가죽들이 조금 나와서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철제 무기나 연장들은 한데 모으고 있다.

    존슨은 갈고리를 이용해 고블린의 사체를 질질 끌어다 쌓아두는 일을 맡았다.

    큰 놈은 성체로, 작은 놈은 암컷과 새끼로 분류하는 것이다.

    움집, 이런저런 목제들을 두 곳에 쌓고 그 나뭇단 위에 고블린의 사체를 올려 쌓는 것이다.

    나중에 한꺼번에 싹 다 태워버릴 것이다.

    몇 곳으로 쌓아둔 나뭇단 위로 차곡차곡 쌓은 고블린의 사체들.

    곧 홰를 이용하여 그 사체를 올려둔 나뭇단과 움막들에 불을 붙였다.

    어지간히 타들어가는 걸 보고 전투 부대의 일부가 남아서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그 나머지 중에서 전투를 직접 한 이들을 포함해 예비대와 보급부대와 함께 각각 자루들을 어깨에 걸쳐 맸다.

    줄줄이 산길을 걸어 전진 기지로 삼았던 오빌 마을로 퇴각을 했다.

    우울하고 힘겨운 퇴각이었다.

    전사자와 부상자들은 먼저 오빌 마을로 돌아 갔다.

    고블린 둥지에서 가장 늦게 퇴각한 존슨 일행이 오빌 마을에 돌아 왔을 땐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미리 전령을 통해 소식을 전해서인지 마을 회당으로 사용하는 건물에 사망자를 나란히 눕혔다.

    오빌 마을의 부상자들은 다시 처치하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다른 마을 사람들은 여러 집에 흩어져 치료를 받았다.

    존 포우도 중상자에 속한다.

    다친 존 포우를 들 것에 실어 동네 형인 모젤이 친구들을 불러 도와줘서 들 것에 실어 오빌 마을로 데려올 수 있었다.

    일부는 주둔했던 곳에 들려서 군수품으로 마련해두었던 짐을 챙겨 오빌 마을로 돌아왔다.

    나중에야 경계 임무를 위해 남았던 예비 부대도 안전하게 퇴각을 해왔다.

    어찌되었건 목표로 했던 고블린 마을을 토벌했으니 해산하기 전에 축제를 벌였다.

    사망자와 중상자가 많아 흥겹지도 않았다.

    그저 피곤하니 오빌 마을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술과 밥을 챙겨 먹는다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조금 푸짐한 식사와 약간의 술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각자의 마을로 흩어져 가기 위해 모였다.

    회수해온 장비들, 수거한 노획품들을 나누었다.

    그동안 수고 했다고 인사를 하며 출발해 집으로 향했다.

    실제 전투는 달랑 하루였지만 준비에 여러 날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기습 당한 것 때문인지 아주 고단한 느낌이었다.

    날도 추웠고 바싹 긴장해서 작전을 펼치느라 더 심신이 피곤했다.

    오빌 마을 촌장이 수고 했다고 격려해주었지만 다친 이들은 침울했다.

    하롯 마을에서만 다섯 명이 죽었고 다수의 부상자가 생겼다.

    그 사이에도 중상자 중에서 두 명이나 더 죽은 것이다.

    오빌 마을에선 스무 명이 죽었다고 했다.

    군수품을 나르기 위해 가져왔던 하롯마을 마차에 전사자와 부상자를 싣고 오빌마을을 떠났다.

    우울하고 슬픈 퇴각이었다.

    맨 앞 마차에 다섯 명의 사망자가 실려 가고 있었다.

    그 뒤의 마차에는 중상을 입거나 걷기 어려운 부상자들이 실렸다.

    마차에 실었던 짐의 대부분은 그나마 멀쩡한 자경단원들이 나누어 졌다.

    일리나와 헤나는 말을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나마 존슨이 멀쩡해서 다행이었다.

    마을로 돌아온 자경단원들은 촌장으로부터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각자의 집으로 해산했다.

    자경단의 비상대기조 인원들이 나섰지만 사망한 사람들을 매장하기 위해 무덤을 파지 못했다.

    땅이 이미 꽁꽁 얼어 있었다.

    “임시로 모셔 놓을 통나무 집이라도 지어놓지.”

    촌장이 자경단원에게 일렀다.

    다들 나서서 숲에서 통나무를 베어 끌어내려왔다.

    눈도 내려서 죽을 고생을 했다.

    중상을 입은 존 포우는 그때부터 겨울 동안 내내 앓았다.

    이미 부상을 당한 때서부터 화농이 된 상태이다.

    패혈증인지 파상풍에 의한 것인지 모르지만 얼굴색이 새까맣게 변하면서 차차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약?

    그딴 것은 없다.

    존슨은 일리나와 헤나 등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았다.

    촌장은 자신의 약점을 잡고 있는 자들에게 대항하는 것을 두려워 했다.

    그렇지만 두려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고 마을의 다른 누군가와 의논할 수도 없고.

    촌장 입장에서는 누가 자기 편이고 누가 적인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존슨의 의견은 그럴 듯했다.

    “일단 확실한 적을 먼저 쳐내야하지 않겠습니까? 불확실한 적은 곁에 두고 더 살펴봐야 하고.”

    일이라는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지만은 않는다.

    그렇지만 일단 그럴 듯한 계획이라도 있어야 다듬어볼 여지라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엔 좋은 생각이나 계획이 아예 없어서 질질 끌려 다녔다.

    있어도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

    그렇지만 이제는 빌미가 생긴 것이다.

    원래라면 존슨이나 존 포우의 나이로는 토벌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그걸 우겨서 나이를 낮추거나 높여서 둘 다 포함되도록 한 것은 그쪽 놈들이다.

    에거시, 케머시 잔튼, 로테인 등이 포함된 세력이다.

    촌장도 그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을에 몇 개의 파벌이 있다.

    촌장은 그들 파벌들 간의 정치적인 협상에 의해 세워지는 법이니까.

    그 중에서 에거시가 속한 파벌은 마을 일을 해나갈 때 사사건건 방해하는 자들이니까.

    “마을 목책 세우는 일도 그들의 반대와 방해 때문에 몇 년씩 질질 끌게 된 거지.”

    촌장도 그들의 방해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원래 어느 조직이나 파벌은 있게 마련이지만, 자기들끼리 놀면 누가 뭐라나! 날 해코지하려는 놈들까지 봐줄 필요는 없지!’

    존슨의 처지는 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촌장과는 몇 번은 따로 은밀하게 만나 계획을 세우고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

    “음, 서류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류?”

    촌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저도 몇 사람 건너건너 들은 얘기인데요...”

    그러면서 에거시와 케머시 잔튼과 로테인이 짜고 수작 부리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었다.

    “아시다시피 아버지나 저나 글을 모르는데 그들이 서류에 무슨 짓을 해놓았는지 알게 뭡니까? 어쩌면 니네 가족 전부 노예로 팔기로 한다는 식으로 서류를 만들었을지 알게 뭡니까? 그럴 바에는 저들의 계획을 거꾸로 이용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어떻게?”

    ‘하아! 이 영감탱이, 정말 뇌를 쓰지도 않으려는 걸까? 완전히 거저먹으려고 드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지만 목마른 놈이 우물판다고, 슬쩍 궁리해두었던 계획을 말해주었다.

    “아하, 그렇게 뒤집는다고?”

    존슨의 얘기를 다 듣고 난 촌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아버지가 소유한 소중한 땅을 굳이 팔아서 그걸 에거시씨에게 줄 필요가 있을까요?”

    “어어, 그건 그러네? 달리 들은 얘기는 없고?”

    ‘진짜 완전히 거저 먹으려 드는 구나, 개새끼!’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뭐, 제대로 들은 건지는 모르지만 푸른 소금이라고 얘기했다는데...”

    “푸른...소금...아아...그건가?”

    촌장은 맹렬하게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에거시가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그게 뭡니까?”

    존슨이 물었지만 촌장은 머뭇거렸다.

    “쉽게 얘기할 그런 건 아니야. 아주 복잡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얘기를 해줄게. 일단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알고 있으라고.”

    “그야 그렇겠지요. 그러니까 그가 아버지에게 그 소금에 대한 어떤 권리를 주겠다는 서류를 작성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내용은 그게 아니라도.”

    “아...음...그렇지.”

    “그러니 그걸 뒤집을 서류가 필요합니다.”

    “그걸 그리 쉽게 둘리가 있나?”

    ‘정말 이런 공짜 좋아하는 영감이랑 같이 일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촌장이다.

    “만들어야죠.”

    “어엉?”

    “아까 말 한대로 뒤집을만한 서류를 만들어야죠.”

    “아아아...”

    이제야 아는 척을 한다.

    ‘진짜 이런 새끼 믿고 일을 계속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서류를 만들고 사인을 위조하는 건 촌장이 맡기로 했다.

    글도 모르는 존슨에게 맡길 수는 없으니까.

    대신 어떤 상황을 만들어야 하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그 서류를 써먹어야 할지에 대해서 많은 의논을 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저들이 어떻게 나올지 확실하지 않은데 그것을 어떻게 예상하고 준비할 것인가?

    “그렇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주장이나 방법은 몇 가지 되지 않을 겁니다.”

    존슨이 촌장에게 설명을 했다.

    촌장은 그에 대해 몇 개의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게 많은 서류가 과연 필요하기나 할까?”

    촌장은 너무 많은 준비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서류를 준비했다.

    존슨의 의견은 이걸로도 부족할지 모른다, 였다.

    “에거시 씨는 그렇다 쳐도 케머시나 로테인씨는 어떻게 할 겁니까?”

    “그놈들은 에거시에 기대어 날뛰는 놈들이야. 에거시만 제거하면 그놈들은 납작하게 엎드릴 껄?”

    “그러면 그냥 둘 겁니까?”

    “어...그래야하지 않을까?”

    “밭의 잡초를 그냥두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너는?”

    “잡초는 뿌리를 뽑아도 내년이면 다시 돋아납니다. 하물며 잎만 따버린다고 잡초가 그냥 있을까요? 자칫하면 확 퍼지는 수도 있습니다.”

    “그렇긴 해도 촌장 입장에서 마을의 유지 여럿을 한꺼번에 몰아내는 건 곤란하다고.”

    “뭐, 그건 촌장님이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일단 저와 제 가족들을 압박할 것이 확실한 한 사람만 처리하면 그만이니까요.”

    “일단 네가 원하는 바는 알았으니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지. 다만 에거시를 어떻게 할지는 생각을 해둬야 해.”

    “그러면 촌장님은 그를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자네 말대로라면 뿌리를 캐야겠지.”

    “뿌리를 캔다는 것이 굳이 목숨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 가족이 안전하기만을 바랄 뿐이죠.”

    촌장은 존슨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방법으로?”

    존슨 역시 굳이 마을 사람들끼리의 처형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합의했다지만 마을 주민을 처형한다면 두고두고 큰 우환으로 작용할 것이다.

    마을의 주된 주민이 아닌, 살짝 겉도는 부류인 존슨의 가족으로서는 그런 상황은 좋지 않다.

    “그를 추방 하는 벌칙을 주면 되겠지요.”

    “추방?”

    촌장은 존슨의 말을 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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