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27화 (27/74)

〈 27화 〉 16세 새해(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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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과 기타 부산물들까지 거두고 나면 1년 농사는 거의 끝나는 것이다.

거기에다 가축의 도축도 끝났다.

그것으로 햄을 만들고 나니 사실상 농사는 다 끝난 것이다.

새해가 되었지만 나머지 일은 차차 해결하면 되는 것들.

혹시 지난 해에 빌린 것이 있다면 갚고, 내야 할 것들은 낸다.

자경단에 몸으로도 복무해야 하지만 밀이나 보리 몇 자루씩 따로 내야 한다.

자경단은 말 그대로 스스로를 지키려는 조직이다.

그랬기에 재물도 내고 몸으로도 때워야 하는 것이다.

그 비율을 정해두어 온전히 재물로만 때우려면 많이 내야 한다.

온전히 몸으로만 때우려면 오래 복무해야 한다.

해가 넘어가도 이전 해의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1.5배로 더 긴 기간을 근무해야 한다.

아니면 1.5배 만큼 더 많은 곡식을 내야 한다는 벌칙 규정도 있다고 들었다.

또 기간은 기간으로만, 찬조는 찬조로만 해결 한다.

이걸 이 때 와서 다르게 하려면 거기에다가 다시 두 배를 더하는 식으로 차차 더 많은 가중치를 준다고 했던가?

아니면 아예 전적으로 자경단에 복무하는 수도 있다.

자경단장, 다섯 명의 부단장, 조장들 중에서 열 명이 그들이다.

그들은 1년간 다른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전적으로 자경단의 일만 한다.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유지들은 서로 아름아름 주고받는 식으로 자기 하고 싶은 것을 골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동네형들에게 들었다.

상시 근무이기 때문에 자경단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한 단비에서 그들에게 급료 형식으로 지급해준다.

열 명의 조장은 상시 근무.

나머지 자경단원들은 의무적으로 1년에 30일씩 열흘 단위로 근무해야 한다.

그러면서 1년에 밀 2자루 또는 보리 여섯 자루를 내야 한다.

그렇게 모인 재물로 상시 근무자들에게 급료를 준다.

자경단 장비도 보수하고 유지하고 구입한다.

그저 평범한 시골 농촌의 전형적인 겨울 모습 그대로 아주 조용하게 겨울을 지내고 있었다.

그랬는데 이 빌어먹을 몬스터들이 도와주지를 않는다.

처음엔 그저 마을 밖의 들판을 서성이기만 했다.

사실 그때부터 마을에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

연일 회의가 열렸다.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나서서 토벌할까, 아니면 몰려 올 때를 대비하여 준비를 할까?

이웃 마을에 연통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영주성에 도움을 청할 것인가?

자경단을 언제 소집하고 얼마나 소집을 해야 하나?

의논할 것 투성이다.

촌장이라고 해서 유지들을 싹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이리저리 할 수도 없다.

촌장은 똑똑한 사람이다.

유지들로 이루어진 자치회에 이 귀찮은 문제를 던져 놓았다.

그래놓고 자신은 자경단장과 함께 자경단의 물품을 검수하고 모자라는 것을 정리해 채울 준비를 했다.

또 마을의 사냥꾼인 버밀과 케머린을 불렀다.

그들에게 의뢰하여 마을 밖에서 눈에 띈 몬스터 고블린의 둥지를 찾아봐 달라고 했다.

자경단 근무를 하면서 고블린의 흔적을 찾아냈다 하여 출동하게 되었다.

자경단의 고참단원들이 고블린임을 확신했다.

발자국의 모양이나 흔적으로 봐서 고블린이 분명하다고 했다.

당장 추적조가 편성되었다.

존슨도 어차피 올해 배당되는 기일을 채워야 했으니 자청했다.

토벌시의 출동은 의무였지만 평시의 근무와는 별개였다.

아직 토벌 전이니 이럴 때 의무 근무 시간을 때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매일은 아니라도 며칠에 한 번 정도는 들어갈 수 있으니 자원을 한 것이다.

수색대를 이끄는 사냥꾼으로는 버밀이 뽑혔다.

그의 사냥 허가 구역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경단에서 고참 단원 다섯, 신참 단원 열 명으로 추적조를 만들었다.

고참 1명에 신참 2명씩 다섯 개의 조를 편성해 흔적을 추적하고 다른 흔적을 수색했다.

존슨은 고참 단원인 테브론의 뒤를 따랐다.

같은 마을 사람이니 다 아는 사이.

“네가 일리나의 아들이구나?”

“어머니를 아세요?”

“알지. 내 어머니 쪽으로 먼 친척이기도 하고.”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더 묻지 않았다.

다른 조에서 먼저 고블린의 마을을 찾아냈다.

수색 중에 다른 조는 고블린 정찰대와 만나게 되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인지 존슨의 조는 그런 일이 없었다.

대신 성과도 없었다.

존슨은 자신이 막내인 것을 단단히 자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 좀 이상한 것이 보여도 말하지 않고 그저 테브론의 뒤만 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고참 자경단원 앞에서 신참이 떠들어봐야 좋은 소리 듣기는 어렵다.

고블린의 둥지를 발견한 것을 놓고 마을이 시끌벅적해졌다.

즉시 토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

촌장은 마을 사람들이 충분히 얘기를 나눌 때까지 기다렸다.

이런 일은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놔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블린은 어린아이 체구 같은 작은 몸집을 가진 이족 보행형의 몬스터다.

넓적하고 크지만 끝이 뾰족한 귀와 약간 파르스름한 체색을 가진 괴물이다.

날카로운 이와 손톱을 가지고 있지만 그 보다는 단검이나 짧은 창이나 독침을 주로 사용한다.

하여간 고블린의 독침은 유명하다.

사람을 죽일 정도는 아니지만 빠르게 마비시킨다.

마비된 사람을 둥지로 끌고 가 산채로 뜯어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토굴 속에 살며 질이 낮긴 하지만 철을 두들겨 조잡한 연장을 만들 줄도 안다고 했다.

주로 사용하는 연장은 흑요석을 깨뜨린 것이지만.

몸집은 작지만 위험한 몬스터다.

마을이나 여행자를 공격 할 때는 최소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가 달려든다고 했다.

이 마을 역시 오래 전에 그렇게 고블린의 공격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일리나는 걱정이 태산이다.

큰 아들 존슨과 남편 존 포우가 자경단원이라 둘 다 출전을 하기기 때문이다.

토벌이 시작되면 어떻게든 출동하게 될 것이다.

자칫하면 죽거나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고참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 같은 애들을 앞세우겠어?”

존슨은 태연하게 일리나를 위로해 주었다.

물론 토벌에 나이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지휘관이 몇 번 십인대 앞장서, 이러면 앞장 서는 것일뿐이다.

그래도 걱정이 많은 일리나에게 그런 얘기를 해줄 필요는 없다.

“육포를 조금 더 만들어야겠어.”

기껏 생각한 것이 아들의 배를 덜 주리게 할 음식의 준비였다.

일과가 끝난 시간을 이용해 존슨이 나서서 돼지를 도축했다.

겨울 초입에 잉여 돼지를 도축했다지만 그래도 아주 딱 맞춘 것은 아니다.

겨울 동안에도 수시로 고기를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잡아 보관 중인 것과 바로 잡아서 식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차이가 났다.

그동안 만들어 두었던 소시지와 걸쭉하게 끓여둔 뼈육수도 따로 나무 통에 담아 놓았다.

돼지기름을 짜내어 굳힌 라드도 따로 담았다.

존슨은 굳이 해라, 하지 말라 말하지 않았다.

일리나의 마음일 뿐이다.

도울 건 돕고 그저 감사하게 받아주면 그걸로 일리나는 만족하는 것이다.

투덜거리기나 하고 훼방이나 놓던 존 포우도 출전이 임박하니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존슨을 향해 신경질부리는 것이 줄어들었다.

자경단의 작업장에 불을 피우고 미리 준비해놓았던 재료들을 가지고 화살을 더 만들었다.

많은 화살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제르넨에 갔을 때 구입한 질좋은 쇠로 만든 단검도 잘 갈아 날을 바싹 세워두었다.

그곳에서 구한 롱소드도 날을 갈아 세웠다.

‘고블린이 상대라면 통파도 꽤 유용할텐데.’

그런 생각이 들자 통파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그냥 통파가 아니다.

통파 모양으로 다듬은 나무를 세로로 갈라 절반으로 나누었다.

그 안으로 오목한 칼날이 달린 연장을 이용해 파내고 그곳에 철심을 박았다.

나무를 접착제로 붙이고 다듬었다.

양끝을 얇은 철판을 휘어 두들겨 씌웠다.

철심에 달린 곁가지에도 나무로 손잡이를 해 달았다.

전체를 가죽으로 단단히 감싸고 가죽을 단단히 굳혔다.

그 겉을 기름칠을 해두었다.

아주 단단하고 묵직한 통파가 만들어졌다.

통파는 그 손잡이처럼 생긴 곁가지로 인해 다양한 공격과 방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키 작은 고블린을 상대하기에 적당한지 가늠해보기 위해서 마련한 무기다.

그것 말고도 플레일이라 부르는 도리깨도 있다.

모닝스타라 부르는 철퇴 같은 무기도 일단 준비는 해두었다.

존슨은 일단 먼 곳에서 공격하는 활을 주무기로 선택할 것이다.

장진오의 의식 때문인지 가까이에서 괴물들과 드잡이질 하는 건 반대다.

스치거나 베이면 분명히 곪아 버릴 것이다.

이빨이나 발톱은 물론이고 칼이나 창도 잔뜩 녹이 슬어 있기 때문이다.

‘파상풍 걸릴 거야!’

그 때문에 단단히 무장을 했으면서도 가급적 활로 먼 곳에서 쏘아 공격하는 조에 속하려 했다.

아무리 시골 사람들이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농부들이라지만 자기 목숨 중한 것은 안다.

일단 고블린의 둥지를 파악하고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성체가 200마리는 넘습니다. 암놈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일단 보이기는 그렇습니다. 굴 속에 얼마나 더 들어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정찰을 한 사냥꾼과 고참 자경단원들의 보고다.

“성체가 200마리면 작은 무리는 아닌데, 그동안 어떻게 눈에 띄질 않았던 걸까?”

“위치가 이쪽 보다는 오빌마을 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거리상으로는 이쪽이 가깝지만 그놈들의 사냥터는 오빌마을쪽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블린도 그렇고 몬스터들의 대부분은 동물적인 습성과 행태를 꽤 많이 갖고 있다.

고블린은 사냥터와 둥지의 거리가 적당해야 한다.

그 때문에 하롯 마을 쪽은 피해가 덜하고 고블린의 출현도 드문 편이다.

“오빌 마을로도 연락을 해야겠어. 어쩌면 그쪽에서도 알고 있을지도 몰라. 토벌 준비 중일 수도 있고.”

그쪽 마을이 더 피해를 당하는데 우리쪽에서 먼저 나서서 토벌할 필요는 없다.

힘을 합쳐 토벌하면 피해가 덜 할 것이다.

협동 작전을 펼 수 있다면 적은 수고로 큰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있다.

“제버린 마을에도 고블린들이 자주 목격될 것 같습니다. 제버린에도 연락을 해서 세 마을이 합동작전을 펼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곧장 제버린 마을과 오빌 마을 쪽으로 연락을 했다.

그쪽 대표들과 만나 의논을 해야 했다.

세 마을이 합의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존슨의 마을인 하롯은 그다지 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오빌 마을은 급하긴 하지만 자기네가 발견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뒤쳐진다는 생각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제버린 마을은 조금 더 애매한 상태.

자기네 마을로도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많은 자경단을 동원해서 토벌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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