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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25화 (25/74)

〈 25화 〉 15세 초겨울(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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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쉽게 소개해줄만한 집은...없는데?”

모젤의 집에서도 노예를 부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러면 됐고. 나도 꼭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그렇게 하면 수익이 좀 늘까 싶어서 알아보고 싶은거니까.”

“음, 그렇구나.”

“저번에 형네는 괜찮아? 우리는 수확한 거 세리가 와서 왕창 쓸어가는 바람에 좀 걱정스럽더라고.”

“휴우, 우리라고 다르겠냐? 다들 비슷하지.”

“그런데 말이야...세리들 왕창 거둬서 갔는데 마을 떠날 때 보니까 마차가 텅텅 비었던데...다 어디 간 거야? 마을에 따로 창고 있는 거야?”

“어? 아! 그거! 창고 없어. 걔들이 다 가져가는 거야.”

“빈 마차던데?”

“마법 가방이 있대. 나도 들은 얘긴데 곡식 거둔 거 마법 가방에 다 때려 넣고 간다는데? 우리 마을만이 아니라 다른 마을에도 들려서 왔을 테고 갈 때도 다른 마을에 더 들리지 않겠어? 그 많은 곡식을 어떻게 다 마차에 싣고 다니겠어? 마법을 걸어둔 가방이 있는데 거기에 다 들어간대.”

“마법?”

존슨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자기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처음 듣는 얘기인 것처럼 입을 딱 벌리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마법에 대한 얘기는 몇 번 들어서 알고 있다.

세금을 그런 식으로 걷어갈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모젤에게서 그 얘기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대단한 비밀, 극비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시골의 젊은 자경단원도 알고 있다니 신기한 것이다.

“마법이라....마법...”

“하하, 얘가 넋이 빠졌네. 우리 자경단에도 마법 무기 있는거 아니?”

“에에? 그런게 있어?”

자기 것이 아님에도 모젤이 어깨를 으쓱 하며 말했다.

이건 더 신기한 얘기였다.

마법동전주머니야 자신의 것이니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시골의 자경단에 마법 무기가 있다니 이거야 말로 믿어지지 않는 얘기였다.

“불바다 만드는 거라더라.”

“불바다?”

“어, 몬스터가 왕창 몰려서 도저히 어떻게 처리할 수 없을 때 그걸 쓰면 그 범위 안에 있는 몬스터를 몽땅 불태울 수 있다더라.”

“우와, 정말?”

“몰라, 나도 예전에 어디서 듣기만 했으니까. 아직도 있겠지. 한 번도 쓴 걸 보지 못했으니까.”

“엄청나게 비싸겠지?”

“그럴거야. 아주 오래전에 우리 마을을 지나던 마법사님이 선물로 준거라던데? 마을에 위기가 닥쳐오면 그때 쓰라고.”

“고마운 분도 다 있네.”

“그러게 말이야. 엄청나게 비싼 걸텐데.”

날이 저물기 전에 훈련과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다.

집의 일을 하느냐 마을 자경단의 일을 하느냐 그 차이일 뿐.

집에 오니 존 포우가 보이질 않는다.

데이지에게 눈짓을 하니 막내 제티가 금방 말해준다.

“에거시 부단장 집에 가신댔어.”

에거시 부단장은 자경단의 부단장이다.

예전엔 단장도 했었다.

단장이나 부단장은 어차피 다 마을 사람들이니 어떨 땐 단장도 했다가 나중엔 부단장도 하는데 별 상관을 하지 않는다.

단장 하라고 해도 자기 농사가 바쁘면 단장 거절하고 부단장을 하기도 하니까.

‘왜지?’

역시 수상하다니까!

특별히 둘 사이에 대단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방문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문득 이전에 버틀러 씨 부부가 은밀하게 나눈 이야기가 생각났다.

촌장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리나에 대한 것까지.

‘에거시가 벌써 수작을 부리는 걸까? 농토를 매각한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뭔가 다른 수작을 부리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다독이기 위해? 어어, 저번처럼 단순 심부름? 노름에 빠지도록?’

저녁을 먹고 눈발은 날렸지만 쌓이지 않아 먼지가 날리는 길을 걸어 모젤의 집으로 향했다.

아까는 자경단 사무실이었고.

모젤의 아버지에게 몇 가지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 어서 와.”

저녁 먹고 간다고 말해두기는 했었다.

레먼즈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안녕하세요, 레먼드씨.”

모젤의 아버지에게도 인사를 했다.

“어서 와라.”

“네, 감사합니다.”

“그래. 저녁은 먹었니?”

“네, 먹고 왔습니다.”

“알겠다. 일 봐라.”

“네. 참 레먼드씨 혹시 케머린 씨를 잘 아세요?”

“사냥꾼 케머린?”

“네. 사냥꾼.”

“그런데?”

“잘 아신다면 혹시 그분께 활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겠습니까?”

성격이 지랄 맞아도 소개해준 사람에 따라 좀 다를 까 싶어 물어 본 것이다.

“케머린은 활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지 못할 것 같은데?”

이건 또 뜻밖의 사실이다.

“그렇습니까?”

“활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그런 것인가?”

“네.”

“활이라면...토미 바렛이 더 나을 걸?”

“토미 바렛...”

존슨의 기억에 없는 사람이다.

맹렬하게 기억을 쥐어 짜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누구지요?”

“어, 그런가? 아, 그렇구나. 지난 해 겨울에 마을에 정착한 사람이니 모를 수도 있겠다.”

“지난 해 겨울이라면...그 유민 가족...”

“그래, 그 유민 가족의 장남이지.”

존슨은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물었다.

“제대로 자리는 잡은 겁니까?”

“슐츠 노바딘이 살던 집에 머물고 있다네. 내가 듣기로 그의 아버지는 이전에 그가 살던 영지의 궁사였다고 했다네.”

“아아, 궁사.”

궁병과는 다르다.

영지군의 궁병도 직업군인이지만 궁사는 영주에게 속한 별정직의 하급 관리 비슷한 존재들이다.

없는 영지도 있고 있는 영지도 있다.

하여간 영주가 사냥하거나 할 때 옆에서 보조해주는 활을 아주 잘 쏘는 사람이다.

활로 따지면 한 영지에서 가장 활을 잘 쏘는 몇 사람 중의 한 사람쯤 된다고 보면 된다.

토미 바렛이 그런 존재는 아니다.

그의 아버지가 궁사.

그는 궁사의 맡아들.

대체로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 받아 대대로 한 직업을 이어가는 것이 이곳의 풍습이다.

‘아아, 궁사라는 그 사람, 팔이 잘렸지 않았나?’

원래 존슨의 기억엔 그러했다.

그래서 물었다.

“그 토미 바렛이라는 사람의 아버지가 외팔이 아니었나요?”

“외팔이는 아니고 손목이 잘렸지.”

‘뭔가 죄를 지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둑질 했다가 잡히면 손목을 자를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렴 어떠랴 싶었다.

그가 도둑이었다 하더라도 활만 잘 배울 수 있다면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럼 그 토미 바렛이란 사람도 사냥꾼인 가요?”

“케머린과 버밀이 합의를 하지 못해 아직은 사냥을 하지 못한다네.”

버밀도 사냥꾼이다.

아주 성질이 더러운 사냥꾼.

케머린 보다 더하면 더 했지 절대 덜하지 않는 아주 고약하고 심술 궂은 사냥꾼이다.

현재 마을에서 공식적으로 사냥을 하도록 허가받은 두 사람이 합의를 해서 허락을 해야 작은 동물이라도 잡을 것이다.

그 둘이 합의를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버밀이 케머린 보다 더 하다는 사람도 있고 좀 덜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하여간 막상막하 성질 더러운 개망나니.

보통은 존슨처럼 원래 마을 주민이 자기 가족들 먹기 위해 사냥하는 정도는 묵인을 해준다.

마을 주민인데 못하게 한다면 그게 더 난리 나는 일이다.

그러나 외지인이 들어와 사냥으로 밥벌이를 하려 한다면 영주의 허가증이 있기 전에는 마을의 사냥꾼들이 만장일치로 허가 또는 묵인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둘 중 누구인지가 반대를 하는 모양이었다.

대놓고 케머린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레먼드씨니까 가능하고 존슨은 아직 좀 어렵다.

“일단 알겠습니다. 제가 말을 해보죠.”

시골 마을에서의 말과 행동과 관계는 매우 미묘하고도 복잡하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도 있겠다.

서로 돕고 도와주는 관계도 있지만 원수처럼 지내는 사이도 많다.

대대로 집안끼리 사이가 나쁘기도 하고 서로 혼인이나 친분으로 얽힌 밀접한 집안도 있게 마련이다.

내내 계속되는 건 아니고 이리 얽혔다가 저리 묶였다 하면서 계속 변화한다.

존 포우의 관계나 계열은 어떻게 되는가?

좀 복잡하다.

혈통으로는 존 포우의 증조할아버지의 형제 계통부터 할아버지의 형제, 아버지의 형제와 존 포우의 형제까지 뒤엉켜 있다.

거기에 결혼으로 인한 혼맥까지 따지면 더 복잡해진다.

사실 그 동네 자체가 두어 단계만 건너면 다 얽혀 있다시피 한 것이다.

그의 아들인 존슨 역시 마찬가지다.

존 포우네는 좀 작은 편이지만.

존 포우와 일리나의 혈족, 그쪽으로 혼맥, 이런 식이면 이 마을만이 아니라 이웃한 몇 개 마을까지 다 인연의 줄기가 뻗어 있다.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네. 외지에서 들어온 이들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얽혀 있다는 뜻이니까. 눈 앞의 레먼드 씨만 해도 그냥 이웃이고 모젤 형의 아버지이지만 위로 올라가면서 따져 보면 혈맥과 혼맥으로 엮여 있잖아.’

그런 생각이 드니 부풀어 올랐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 앉는 그런 기분이 느껴졌다.

모젤 형과도 몇 가지 화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 후 너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이상하단 말이야. 존 포우하고 에거시가 가까울 이유가 거의 없는데. 그 새끼, 저번에 들은 대화가 진짜일까? 제놈도 마누라 있고 자식도 있는 새끼가 왜 남의 마누라는 탐내는 거야? 그냥 소문뿐이기를 바랬는데...그냥 놔둬서는 안되겠는 걸?’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대놓고 물을 수가 없으니 그저 눈치만 보고 다른 얘기만 하고 돌아왔다.

그동안 조사만 해놓고 증거가 없어서 그냥 소문이려니 싶어 놔두었는데 그냥 둬서는 안될 것 같은 예감이 팍 들었다.

‘조금 서둘러 봐야겠다. 에거시 새끼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멍청한 존 포우는 그것도 모르고 헬렐레 하면서 따라 다니는 건가?’

자경단 근무하면 자연스럽게 서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마을 청년들처럼 존슨 역시 글을 모르니 그저 방을 꾸미는 물건의 하나로만 인식한다.

그렇지만 문자 하나를 따로 떼어 글을 알만한 사람에게 슬쩍 물어보면 무심코 알려준다.

존슨은 그렇게 20여 일 동안 자경단에 근무하면서 하루에 두세 글자씩 각기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하나씩 떼어 발음과 뜻을 알고 그렇게 기억하게 된 문자들로 이루어진 단어에서 자신이 모르는 문자를 또 다른 사람에게 묻는 식으로 기본 구조를 파악한 후 그 단어를 발음해보면 그가 아는 단어일 가능성이 높다.

모르는 단어라면 슬쩍 또 다른 사람에게 물으면 된다.

‘아하, 역시. 소리문자로구나! 이러면 내가 말을 할 줄 아니 배우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겠구나.’

존슨은 한문처럼 표의문자가 아니라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뜻글자라도 자주 쓰는 문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지만 그래도 뜻글자는 골치 아프다.

소리글자는 한글이나 영어처럼 스펠과 단어로 이루어졌지만 스펠이나 단어 자체에 어떤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뜻글자는 한문처럼 문자 하나마다 뜻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걸 모아 또 다른 뜻의 단어를 만드는 방식이다.

존슨은 남들 모르게 달랑 20여 일 만에 알파벳을 다 외우고 숫자와 기호도 대부분 다 외워 버렸다.

능숙하지는 못해도 단어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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