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20화 (20/74)

〈 20화 〉 15세가을(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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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은 그렇게 돼지와 양과 소의 앞다리나 대가리나 꼬리 같은 것을 많이 받아왔다.

이번엔 그것 말고도 심장, 간, 내장 같은 것도 따로 챙겼다.

다들 버리는 것이기에 달라면 그냥 가져가라고 준다.

가죽 같은 것은 몰라도 대가리, 내장, 무릎 아래 족, 꼬리, 갈비나 골반, 척추 같은 것들은 발골하여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살을 발라낸 뼈도 대부분 버린다.

존슨이 보기에는 살이 아직 많이 붙어 있다.

존슨은 일단 그것도 다 받아왔다.

가축을 도축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겨우내 먹을 햄이나 소시지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곡식이나 사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적절한 수의 가축만 남기고 나머지는 도축하는 것이다.

건초를 많이 장만했다.

잡곡을 많이 저장했다.

그렇지만 가축이 겨우내 먹는 곡식의 양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가축용 곡물이라도 많이 저장했다가 봄에 식량이 떨어지면 사람도 그 곡식을 먹는 것이다.

그 때문에 영주성의 세금 관리도 밀과 보리가 아닌 다른 잡곡에 대해서는 대충 눈감아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마저 거두어가면 정말 굶어죽는 사람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금은 오직 밀과 보리로만 거두는 것이다.

돈으로도 내면 좋은데 관리들은 그걸 싫어한다.

마음대로 거두거나 중간에 빼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존슨의 농장에서도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돼지를 비롯한 가축을 잡아야 한다.

살코기가 많은 돼지를 도축해 햄과 소시지를 만들어야 한다.

먹기 위함이지만 사실 그 속내는 다르다.

겨울에는 돼지를 먹일 사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 먹을 식량도 부족한데 돼지에게 줄 사료를 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러 마리의 돼지를 도축하여 염장하고 훈제해야 한다.

그래야 겨우내 먹을 수 있다.

또 잡고기와 피와 내장을 이용해 소시지를 만들어야 한다.

돼지 세 마리, 양 여섯 마리, 소 한 마리를 도축했다.

사이가 극도로 나쁘긴 하지만 가정의 일에 대해서는 협력해야 한다.

존 포우와 존슨은 가축을 도살하고 정리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었다.

빨리 해결해야할 일이었다.

거꾸로 매달아 피를 뽑는다.

내장을 파내고 가죽을 벗겨낸다.

대가리와 발목과 꼬리를 잘라내고 부위별로 살을 떼어낸다.

다른 집에 비한다면 좀 적은 편이다.

이번에는 내장이나 대가리 같은 부속물을 굳이 어쩌네 마네 할 필요없다.

그저 큰 들통에 넣었다가 자기가 버리는 것처럼 하면서 가져가 마법 동전주머니에 넣고 돌아오면 끝이다.

아예 먹지 않는 내장들, 위장, 직장, 지라, 콩팥 같은 것은 버린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것은 일단 보관해둔다.

위장과 콩팥은 먹어도 봤고 먹어도 되겠지만 어떻게 조리할지를 잘 모른다.

염장할 것, 훈제할 것을 따로 구분해두면 일리나와 헤나와 데이지가 달려 들어 소금을 뿌리고 고리에 걸어 말린다.

훈제실을 만들어 두어 거기에 가져가 고리에 걸어 매달면 한꺼번에 불을 피운다.

훈제는 불 보다는 연기가 중요하다.

봄에 베어둔 사과나무, 체리나무, 참나무 같은 것들을 잘게 썰어 물에 불려둔다.

불 옆에 올려두면 많은 연기를 내면서 탄다.

불이 붙지 않도록 조심해가면서 며칠을 그렇게 연기를 쐬면 연기 냄새가 나는 스모크 햄이 완성되는 것이다.

겨울이 되기 전에, 눈이 내리기 전에 준비해두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직 서리는 그나마 괜찮다.

아침에 해가 뜨면 금방 녹으니까.

그러나 눈은 쉽지 않다.

그래서 무엇이든 눈 내리기 전에 제대로 정리를 해놔야 하는 것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식량이지만 그와 버금 가는 것이 땔감이다.

난방과 취사를 땔감에 의지해야하기 때문이다.

여름 동안에도 수시로 틈이 생길 때마다 나무를 베어 가져와 잘라 쌓아두었었다.

그렇지만 여름에도 취사는 해야하기 때문에 소모되는 양이 적지 않다.

겨울 동안에는 더 하다.

도끼로 쪼개 장작의 산을 몇 개나 만들어 두어도 안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마을에도 팔아야 한다.

마을에는 땔감을 장만할 수 없는 사람들이 꽤 살고 있다.

존 포우처럼 마을과 바깥의 경계에 사는 사람들이 나무를 공급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 조건으로 주위의 산에서 나무를 마음대로 벨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처음엔 아무 산이나 가서 마구 베어내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다.

또한 사료로도 사용하는 잡곡을 수확해야 한다.

밀과 보리만 수확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호밀, 귀리, 수수, 조, 콩 같은 작물을 수확해야 한다.

그 외에도 채소를 수확해 말려야 하고 과일도 채취하여 말리거나 잼을 만들어야 한다.

벌집을 따야 하고 그걸로 꿀을 내리고 밀도 많이 준비해놔야 한다.

소와 양에게서 우유를 짜서 치즈와 버터도 만들어야 한다.

장진오도 고등학교까지는 시골에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농사 일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의 눈에 불합리한 것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하라는 대로 하고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원래 존슨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 역시 지금의 존슨이나 비슷하게 시키는 일만 했던 것 같았다.

그 외의 나날은 겨울 준비다.

부지런을 떨고 서둘러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은 끝나지 않았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언제라도 눈이 내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추위가 빨리 몰려왔다.

베어낸 나무를 대충 잔가지만 쳐내고 무조건 마차에 실릴 정도로만 잘라 굴렸다.

존 포우와 존슨 둘이서 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많이 베어 놓는게 중요하다.

정 안되면 내년 봄에라도 가져갈 수 있으니까.

존슨은 조금 생각해 보고는 그 전날 저녁때 집의 로프란 로프는 모조리 마차에 실어 두었다.

“이건 뭐야?”

“나무를 그냥 산에서 굴려서는 잘 안내려가니 말에게 연결해서 끌어내릴 거야.”

“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데이지, 제티, 내일은 같이 가자. 말 고삐만 잡아주면 되는 거야.”

“그래, 존슨.”

“어, 형.”

존 포우는 여전히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다음날 산에 도착한 존슨은 마차를 풀고 말을 끌고 산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냥 직선으로 연결하면 자칫 말이 다칠 수도 있으니 나무 하나를 경유하여 로프가 연결되도록 했다.

그리고 베어 가지를 다듬고 잘라놓은 통나무를 로프로 연결했다.

“데이지, 당겨!”

“이럇!”

데이지가 말 고삐를 쥐고 당겼다.

말의 힘으로 당기니 어제 굴리다가 다른 나무에 끼어서 꼼짝도 하지 않던 통나무가 들썩거리더니 휙 빠져 구른다.

“어어...”

존 포우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그런 존슨을 쳐다보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 한다고 야단이나 치려했다가 할 말이 쑥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오전 내내 통나무들을 산 아래로 끌어 내렸다.

어차피 땔감용의 나무도 아주 굵은 것은 사용하기 곤란하다.

그래도 기본적인 굵기가 있으니 아주 무겁다.

말 한 마리로도 쩔쩔 매는 그런 굵은 나무들도 많다.

그래도 그동안 꼼짝도 하지 않던 통나무들을 대부분 산 아래로 굴릴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로프를 몇 번이나 끊어야 했다.

“제티, 잘라!”

제티의 임무는 정글도 들고 있다가 자르라고 할 때 칼을 내리쳐 자르는 것.

갑자기 확 구르면 자칫 말이 딸려 갈 수 있다.

그래서 제티에게 정글도를 주고 여차하여 그럴 상황이 되면 말에게 연결된 줄을 끊으라고 했다.

말이 질질 끌려갈 정도가 되면 제티는 존슨이 시킨대로 가차없이 칼을 휘둘러 로프를 끊었다.

물론 제티도 위험하기 때문에 계속 주의를 주면서 조심하도록 다그쳤다.

제티에게 욕을 하는 존 포우를 죽일 듯이 노려 보았다.

“말이 죽는 게 좋아? 로프를 조금 더 사는 게 좋아?”

“그야...”

말하나 마나 로프 값이 훨씬 더 싸다.

말 한 마리면 정말 큰 재산 취급을 하는 곳이다.

아무리 짐마차 끄는 농마라지만 죽거나 다치면 큰 일인 것이다.

종일 통나무를 끌어낸 불쌍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집에 갈 때는 통나무를 가득 실은 마차를 끌어야 했다.

존 포우와 데이지와 제티에게 마차를 끌고 가라고 먼저 보냈다.

자신은 숲으로 들어가 새벽에 놓은 덫을 살펴보았다.

걸린 동물을 강제로 뜯어간 흔적도 가끔 보인다.

맹수거나 몬스터의 짓일 것이다.

존슨은 아직 직접 몬스터를 본 적은 없다.

원래 존슨이었을 때 딱 한 번 본적이 있었다.

코볼트라는 동물형의 작은 몬스터였다.

그렇지만 여우나 늑대보다 훨씬 사납고 거칠고 억셌다.

게다가 두 발로 걸으며 손에는 짧은 창이나 칼을 쥐고 있기도 했다.

동네 근처라서 거의 눈에 띄지 않기는 한데 아주 가끔 숲에서 마주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숲은 위험한 곳이라고 어른들이 말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늑대만 해도 어지간한 어른이라도 달려들 정도로 사납다.

이곳의 늑대는 개승냥이가 아니라 회색 늑대, 즉 말승냥이라고도 부르는 이리 종류다.

즉 덩치가 크고 숲 깊은 곳에 사는 놈들이다.

애들은 물론이고 어른도 외따로 만난다면 살아남기 어렵다.

숲 깊은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이렇게 들판으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도 위험하다.

오히려 작은 몬스터인 코볼트나 고블린들이 늑대에 쫒겨 들판으로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니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코볼트가 사납다는 사람이 있다.

늑대가 훨씬 더 사납다는 사람도 있다.

어느쪽이 맞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밀의 수확이 끝나면서 아주 급한,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났다.

그렇지만 농사일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밀 수확 후에도 잡곡을 수확하면서 겨울 준비를 해야 한다.

땔감을 만들거나 준비하고, 잡곡을 수확한다.

건초를 만들어 비축하여 가축의 먹이를 장만하는 일도 중요하다.

건초와 밀짚은 시골 농가에서 아주 중요하다.

가축의 주된 먹이일 뿐더러 침상의 매트리스로도 사용하고 가축 우리에 깔아주기도 한다.

급할 땐 난방이나 조리를 위한 땔감의 용도로도 쓴다.

장작더미나 곡식자루 더미를 덮어 놓는 이엉의 역할도 해야 하고 정 급할 땐 비옷 역할도 한다.

그것 말고도 가축을 도축해 염장하거나 훈제도 해놓아야 한다.

과일과 채소도 갈무리 하여 두어야 한다.

집의 새는 곳이나 구멍 난 곳도 메꿔야 한다.

내년 농사를 짓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할일이 천지에 널린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밀의 수확처럼 시간이 아주 촉박하여 어두워질 때까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눈이 내리기 전에 마무리 지어 놓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밀의 수확처럼 당장 오늘 아니면 내일까지 처리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아직 눈이 내리려면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일찍 팍 내릴 수도 있지만.

‘오늘부터라도 시작해야지.’

존슨은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해야 할 일이 많다.

낮에는 당연히 농사일과 집안일을 해야 한다.

해가 저물고 저녁식사를 마치면 그때부터는 개인 시간이다.

자유시간이지만 존 포우의 눈에 띄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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