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19화 (19/74)
  • 〈 19화 〉 15세가을(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창고의 곡식 자루도 오늘 새벽에 마차 집어넣었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려 서른 자루 이상을 마법 동전주머니에 집어넣어 버렸다.

    그렇게 해서 마법 동전주머니에 들어간 통밀은 거의 100자루 이상이다.

    꽤 많은 양이지만 서둘러 작업하면서 조금씩 빼돌린 것이라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풍년이라고 말한다.

    그에 비해서 수확량이 많이 모자라긴 한다.

    하지만 눈에 확 띄게 줄어든 것이 아니니 애매한 것이다.

    그렇지만 예상보다는 너무 확 줄어 있어서 존포우는 어리둥절한 것 같았다.

    잔뜩 쌓아두고 절반쯤 확 없애면 티가 확 난다.

    그렇지만 매일 몇 자루씩 그때그때 마다 조금씩 빼돌리면 모르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자락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나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그중 열 자루 정도는 도로 빼내 존 포우에게 돌려줄 것이다.

    80자루 이상에다 따로 조금 더 구입하여 보관 할 것이다.

    나중에 농토나 가축을 구입하거나 돈으로 바꿀 계획인데 그건 일단 나중 얘기다.

    아직 추수가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는 낙곡이 생기지 않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 시기다.

    밀 이삭은 나날이 황금색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이제 푸른 기운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섯 사람이 달라 붙어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할 정도로 서두르고 서둘렀다.

    그래도 계획했던 닷새 안에 끝내지 못 했다.

    마지막 엿새 째 되는 날에는 해도 뜨기 전엔 새벽에 일어났다.

    축축한 새벽 이슬을 맞아가면서 밀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추수 직전에 잔뜩 구워 놓았던 빵은 거의 다 사라져 있었다.

    엄청나게 딱딱해져 있었지만 모든 걸 감수하고 수확하는 데만 매달렸다.

    추수 전에 대량의 빵을 구웠다.

    스튜 재료, 음식 재료들도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냉장고가 없는 세상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크게 도움 되는 것은 아니다.

    주로 말린 것, 염장한 것, 식초에 담구었던 것, 훈제한 것들이다.

    그것들로 닷새 그리고 엿새 동안 버텨야했다.

    조리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번갈아 한 사람씩 남들보다 조금 빨리 돌아가 준비를 해야 했다.

    밀을 다 수확하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늘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눈이나 비가 내릴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아직 거두지 못한 잡곡들도 있어서 마음이 바쁘다.

    그러나 밀을 다 수확한 오늘만큼은 조금 일찍 돌아가 쉬어야 할 것 같았다.

    여러 날 동안 무리를 했던 것이다.

    일리나가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 준비를 위해서다.

    곧이어 헤나와 데이지와 제티도 돌아갔다.

    밭에는 존슨과 존 포우만 남았다.

    존 포우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였다.

    존슨을 피해 멀리서 작업을 하는 것이 느껴진다.

    존슨이 다가올까 봐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멈추지 않은 채 계속 일하고 있었다.

    사실 이때쯤의 시골에서는 다들 비슷하다.

    마을에서 먼 곳이라면 조금 일찍 끝낸다.

    이처럼 마을에서 가까운 곳이라면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상식이다.

    밀의 수확은 다 끝났다.

    봄에 일찍 뿌린 보리와 콩, 조, 수수, 호밀과 귀리 같은 잡곡의 수확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

    점점 더 어두워져서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어서야 손을 멈추었다.

    머리와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고 검불들로 지저분했다.

    존슨이 일을 멈추자 존 포우도 주춤거리며 다가왔다.

    곡식 자루가 잔뜩 쌓인 마차에 연장을 올려놓는다.

    둘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여 말을 마차에 붙들어 맸다.

    두고 가는 것 없는지 주변을 둘러 보는 등 하다가 집으로 출발했다.

    집에 돌아올 때까지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알아서 움직이는 정도.

    창고 앞에 마차를 대고 마차에 실린 밀 자루들을 창고에 들여 놓는다.

    마차를 놓는 자리로 끌고 가 말과 분리한다.

    말은 마구간에 데려가 물과 여물을 주고 문을 닫는다.

    다행이 우물이 있는 집이다.

    몸을 털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발에 물을 끼얹는다.

    그래봤자 물로 헹구는 수준.

    그래도 땀과 먼지로 뒤범벅 되어 있던 상태라 이정도만 해도 개운하다.

    샤워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게 불편하다.

    이러니 몸에서 늘 노린내와 시큼한 땀 냄새와 구릿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식탁은 차려져 있다.

    다들 둘러 앉아 오래만에 느긋하게 뜨거운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기분은 살짝 들떠 있지만 내일이라고 일이 없는게 아니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초롱초롱하다.

    딱히 어떤 고민이 있다거나 근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왜 잠이 안 오지?’

    살짝 그런 생각을 해보지만 안오면 어쩔 수 없지, 라고 편하게 마음 먹고 이런저런 생각이나 궁리를 했다.

    새벽부터 다시 일이 시작된다.

    그래도 오늘은 일단 일리나는 집에서 정리하고 준비를 해야 했다.

    정오가 지나서부터는 일리나까지 모두 나서서 가을걷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바쁠 땐 존슨 역시 엿새 일하고 하루 쉬자고 하지 않는다.

    ‘일 바쁠 땐 휴일 근무고 야근이고 해야 하는 거지.’

    남의 일도 아니고 가족의 일이니 이렇게 마음먹은 것이다.

    거의 한 달 가까이 그렇게 바쁘게 지냈다.

    농사를 잘 짓는 것도 중요하다.

    제 때 잘 거두어 손질해서 오랫동안 상하지 않게 잘 보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곰팡이, 무르거나 썩는 것, 상하거나 쥐 같은 동물이 갉는 것.

    그러는 와중에 콩, 수수, 조, 보리의 곡식 자루도 틈나는 대로 티 나지 않게 마법동전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밀?”

    일리나가 되물었다.

    “응, 요즘이 밀 가격이 가장 쌀 때라면서?”

    “그야 그렇지.”

    “내가 여유 돈이 좀 있으니 미리 구해두려고.”

    “우리, 식량 모자라지는 않는데?”

    일리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식량 때문만은 아니야.”

    그러면서 일리나에게 왜 밀을 구입해야 하는지 얘기해 주었다.

    “지금 밀 한 자루에 얼마나 할까?”

    “음, 동전 열두 닢?”

    한참 밀을 추수하고 그걸 팔아서 빚을 갚거나 필요한 것들을 구입해야하니 형편없이 싸진 것이다.

    이러다가 겨울이 지나며 차차 오르던 밀 가격은 봄이 되면서 보리 수확 직전까지 가파르게 치솟는다.

    때로는 10배, 심한 경우에는 20배까지도 차이가 난다.

    일리나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어깨를 으쓱 했다.

    아무려나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구하려면 구할 수는 있지만 존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더구나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존에게는 말하지 말아야지. 상대에게는 그저 일리나가 개인적으로 조금 필요해서 구한다고 하면 될 거야. 아님 존이 모르는 사람에게 말해보던지. 보관 장소는 내가 알아서 할게.”

    “금액이 얼마나 되는 거야?”

    “음, 정확히 87실버.”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런 시골 소년이 갖고 있기에는 꽤 큰 금액이다.

    원래는 훨씬 적었지만 마법동전주머니 안에서 돈을 꺼내두었다.

    대부분 금화라서 은화가 오히려 드물어서 한참을 찾아야 했다.

    일리나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번과 그 저번 제르넨에 갈 때...”

    미리 구상해 놓았던 몇 가지 스토리를 얘기해 주었다.

    선물로 받은 물건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납득하는 것 같았다.

    또 심부름은 잔뜩 한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좀 많은 금액이긴 하지만...일단 알았어. 액수가 좀 크네. 한 곳에서 다 구하지는 못할 것 같아.”

    “상관없어.”

    일리나가 애를 썼다.

    “네가 얘기 해준 금액으로 원래 280~300자루를 구입할 수 있어. 그런데 수량이 많다보니 한꺼번에 처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더라. 한 번에 100자루씩 팔겠다는 사람이 몇 명이 있어. 그래서 가격을 좀 깎았지. 네 돈과 내가 지니고 있던 걸 합쳐서 모두 500자루를 구입했어. 대충 3대2로 나누는 걸로 하자. 어때?”

    밀이 한창 쏟아져 나올 때라서 가격이 헐하긴 하다.

    “좋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어머니다.

    어느 농장 누구를 찾아가면 되는지 일러주었다.

    존슨은 잘 기억해두었다.

    일리나가 일러준 대로 서둘러 그 농장들을 방문했다.

    건초를 넣은 밀 자루 80개를 만들었다.

    왜 만들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일리나와 헤나와 데이지가 제티와 함께 밀자루처럼 보이도록 자루를 만들었다.

    창고에 쌓아두었는데 존슨은 그걸 마법동전주머니에 넣었다.

    존 포우의 눈을 피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와일러씨 농장으로 가서 마차에 스무 자루를 싣고 나머지는 마법동전주머니에 넣었다.

    마법동전주머니에 들어 있던 건초자루 80개를 꺼내어 밀자루가 있던 곳에 쌓아두었다.

    “나머지는 차차로 가져갈게요.”

    “그렇게 해.”

    테일러씨 농장에서도 그렇게 했다.

    존슨이 밀자루를 가져오는 동안 일리나와 헤나와 데이지와 제티는 낡은 자루들에 건초를 넣어 밀자루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우선 실제 밀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니까 가짜 밀자루가 많이 필요했다.

    집집마다 남는 여분의 낡은 밀자루들을 빌려 건초를 넣었다.

    오하라 씨 농장에서도 그런 식으로 했고 밀턴씨 농장에서도 그렇게 했다.

    실제 밀은 첫 방문 때 다 가져왔다.

    상대 농장의 창고에는 건초로 만든 가짜 밀자루들만 쌓여 있었다.

    그런 후 다시 와일러씨 농장에 가서 부지런히 마차에 스무 자루씩 네 번을 왕복해 끝냈다.

    테일러씨네도 오하라씨 농장도, 마지막엔 밀턴씨 농장에서도 네 번씩 왕복하여 밀 자루를 가져왔다.

    사실은 한 곳을 네 번 계속 간 것은 아니다.

    그래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없다.

    테일러 씨네서 싣고 나가서 마법 주머니에 넣고 빈 마차로 오하라씨 농장에 간다.

    거기서도 싣고 나와 금방 빈마차로 만들어 밀턴씨 농장에 가서 싣고 나온다.

    그렇게 한 바퀴 돌 정도면 시간상으로 테일러 씨네서 싣고 나온 걸 집에 부려놓을 시간 정도가 된다.

    곧장 다시 테일러씨 농장으로 간다.

    매일 할 수 없으니 며칠 동안 하루에 두 번 정도 방문하는 식으로 돌면서 밀을 싹 다 거두었다.

    마법동전주머니를 들키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꼬박 나흘을 그렇게 오락가락 해가면서 밀 자루를 실어 나른 후에 일이 끝났다.

    낡은 밀자루의 건초를 다시 빼냈다.

    자루를 차곡차곡 정리하여 빌린 집들에 돌려주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그걸 존 포우의 눈을 피해서 해야 하니 더 어렵고.

    매일 낮에는 잡곡을 거두거나 채소와 과일을 수확해 씻어 말리고 건조시키는 일을 했다.

    밀의 구입을 다 끝낸 후에야 이웃집들의 돼지나 양을 도축하는 일에 불려 다녔다.

    일을 가르쳐주려는 마음에다 공짜로 일 부려먹으려는 마음이 합쳐져서 이런 일들을 하는 거다.

    그렇다고 아주 공짜는 아니다.

    돼지나 양이나 소를 도축하면서 기술을 알려준다.

    일이 끝나면 정육을 크게 한 덩어리 잘라 주거나 앞다리 같은 것을 잘라 주기도 한다.

    하루에 한 마리만 도축하는게 아니다.

    여러 마리를 도축하기 때문에 비교적 살이 적은 앞다리 하나 정도 주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또 그래야 내년에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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