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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18화 (18/74)

〈 18화 〉 15세 가을(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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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가 다 갖추어졌다.

평생을 해온데다 매년 되풀이되는 추수지만 매년 여러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매년 또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존슨은 일리나에게만 일러 두었다.

“올 가을에도 적당히 감춰보자. 저번 보리 수확 때 보다 더 많이.”

존슨은 마법동전주머니 믿고 큰소리 한 번 쳐보는 것이다.

“그래, 지난해보다 풍년이니 훨씬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더 많이 감춰도 되겠지. 그런데 어디에 어떻게?”

일리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수확 중에는 자루를 세지 않을 테니 밤마다 내가 적당히 빼낼게. 일리나가 존을 막아줘야지.”

존슨의 말에 일리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일리나가 존을 막을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작년처럼 한 마차만 하지 않고?”

“이번엔 한꺼번에 빼내지 말고 매일 조금씩 빼내야지. 작년 기억 때문에 존이 주의를 기울일지도 몰라.”

존슨의 말에 일리나가 고개를 끄떡였다.

계획은 모의되었고 합의는 이루어졌다.

일리나와 존슨만의 계획이다.

이렇게 생겨난 잉여 곡식은 가족을 위한 비상금 또는 여유 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다.

밀의 수확에는 가족 모두가 달려들었다.

일리나와 헤나는 물론이고 올해 13살의 소녀인 데이지와 10살인 제티까지 총 출동이다.

밀은 사실 완전하게 건조된 상태가 아니다.

약간의 습기를 갖고 있다.

그래야 수확 중에 낙곡 되지 않는다.

너무 건조되어 있으면 바삭해져서 수확 중에 많은 손실이 발생한다.

농부들은 그 때를 정확하게 잡기 위해 매일 아침과 오후에 밭에 나가 확인을 한다.

수확이 당일에 다 끝나면 좋겠지만 이곳은 기계화된 세상이 아니다.

또한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다.

다들 자기 밭의 밀을 수확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며칠, 보통은 닷새 정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다 매달려 수확을 해야 한다.

그저 베어내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모아서 탈곡해서 자루에 채워 그것도 운반하여 창고에 쌓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확이 끝난 후에도 그냥 끝이 아니다.

창고에 있는 자루들을 꺼내 건조한 가을 햇빛에 말려야 한다.

수분 함량이 3~5% 정도가 되도록 말려줘야 한다.

그래야 장기 보관이 가능해진다.

그러지 못하면 곰팡이가 피거나 썩는다.

아직 한낮엔 뜨거우니까.

존슨은 마법 동전주머니안의 물건은 상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최근에 알게 된 것이다.

오래전에 넣어두었을 것이 확실한 차가운 음료도 발견했고 뜨거운 물통도 발견했다.

존슨이 구입한 것만도 여러 달 전, 그 상점에서도 여러 달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여러 해.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으니까.

고블린의 쓰레기 장에서는 또 얼마나 오래 있었을까?

그런데 여태 뜨겁고 차가웠다.

그 말은 상하지 않는다는 뜻.

아직도 멀쩡한 말랑한 빵도 나왔다.

뚜껑달린 그릇에 들어 있는 따뜻한 스프도 발견했다.

그러니 조금 습기가 있는 정도의 통밀자루 정도는 썩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수확에 소요되는 예정 시간은 닷새.

존슨은 매일 5~10자루 정도를 빼돌릴 생각이었다.

봄에 밀을 넓은 면적에 뿌리기도 했다.

날씨도 좋아서 풍년이기도 했고.

존슨은 전통적인 방식, 그러니까 밀짚 채로 베는 것 보다는 새로운 방식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즉 자루나 망태를 어깨에 가로질러 옆구리에 매고 짧은 낫으로 밀 이삭을 베어 담는 식이다

문제는 존 포우가 무슨 똥고집인지 몰라도 굳이 밀짚 채로 베어야 한다고 악을 쓰는 것이다.

존 포우의 다섯 식구는 꼭두 새벽부터 밤이 늦도록 수확에 매달렸다.

수시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혹시 비라도 올까 싶어 불안한 것이다.

존슨은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존 포우와 말 섞는 것도 싫고, 그가 부자가 되는 것도 싫었다.

밀짚을 베어내고 단으로 묶어 주욱 늘어놓으면 데이지와 제티 등이 그걸 모아 마차로 가서 차곡차곡 쌓아둔다.

어차피 잠깐씩 쉬면서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존슨은 어차피 수확한 다발을 쉽게 셀 수 없다는 걸 안다.

아예 물 마시러 마차에 갈 때마다 단으로 20~30단씩 마법동전주머니에 넣는다.

하나의 로프로 묶으면 한 단으로 인식하고 한꺼번에 들어간다.

남겨둔 나머지는 조금 뒤죽박죽으로 쌓아둔다.

어지간히 차면 제티나 데이지에게 집에 가서 내려 놓으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정확한 수량을 파악하기 더욱 힘들다.

존슨은 추수를 시작하고 사흘 내내 그렇게 했다.

또한 일리나와 의논했던 대로 집의 건초 창고 한쪽에 쌓아둔 자루에 대해서도 손을 댔다.

해가 저문 후에 집에 돌아와 이삭을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부벼서 털어낸 씨앗을 자루에 담아둔 것이다.

매일 두세 자루에서 많게는 너댓 자루 정도 수준.

그래봐야 거의 스무 자루.

더구나 그것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집 뒤의 작은 숲속에 미리 갖다 둔 낡은 마차에 15자루 정도를 얹어 밀짚이엉을 덮어 두었다.

일리나에게도 말했듯이 존 포우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걸 발견하고 의기양양해 할 존 포우.

그 대신 뒤로 빼돌린 70자루 가까이 되는 밀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사흘 째 되는 날 밤에는 일리나의 도움으로 존 포우에게 잔뜩 술을 먹였다.

먼저 첫날 수확했던 밭을 갈아 엎고 마굿간과 건초 창고에서 마른 풀을 가져다 뿌려두었다.

“저게 뭐야?”

다음날 존 포우가 버럭 화를 내며 지랄을 떨어댔지만 존슨과 일리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밭의 밀짚 전체를 못 쓰게 되었다.

건초 창고에 있던 지난 해와 올 여름에 마련한 건초 역시 다 흩어 뿌려버렸으니까.

입을 다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상대도 하지 않았다.

존 포우가 지랄을 떨어댈 때 마을로 영주의 세금 징수 관리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어...”

존 포우도 멀리서 보고는 어릿한 신음 소릴 냈다.

그제야 존슨이 갈아엎었을 것이 뻔한 건초로 뒤덮힌 밭과 존슨을 번갈아 보았다.

존 포우의 가족은 그를 제외하고 모두 밀을 수확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존 포우는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허둥댔다.

허둥대는 존 포우가 수상해 보인 걸까?

영주의 세금 관리는 더 철저하게 존 포우의 집을 수색했다.

존 포우는 다른 때 보다 더 맞았으며 모욕을 당했고 발길질 당했다.

모욕감과 두려움과 창피함과 손바닥으로 맞은 뺨 때문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되었다.

영주의 세금 관리들에게 말 한 마디 제대로 대꾸하지 못한다.

입안으로 말려드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세금 관리의 존 포우를 희롱하는 말에 호위하는 병사들이 와르르 웃었다.

그게 더 창피하고 모욕적으로 여겨졌다.

일리나와 헤나는 지저분하고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있다.

몸을 굽힌 채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저만치 먼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마치 여자 노예처럼.

가까이로는 13살인 데이지와 제티와 존슨뿐이었다.

그마저도 존슨은 데이지의 등을 밀어 어머니 일리나와 언니 헤나가 있는 쪽으로 밀어냈다.

13살이면 아이로 취급해주기는 한다.

그렇지만 여자에 눈먼 병사 놈들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견물생심이라고, 가급적 눈에 안띄도록 하는 것이 최고지!’

존 포우는 두들겨 맞고 발에 차이고, 존슨은 어리둥절한 바보 흉내를 냈다.

뭐라 물을 때면 느릿하고 어눌하게 말하고 그럴 때에도 더듬거렸다.

덩치 큰 바보 역할을 잘 해낸 것이다.

존 포우는 그런 존슨은 이상한 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존 포우가 관리나 병사들 앞에서 자기 입으로 떠들어대지만 않는다면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여기서 헛소리 해서 왕창 뜯긴다면 이번엔 존 포우를 확실하게 처리할 생각이다.

괜히 잘난 척 하다가 뺨이나 맞는 것 보다는 바보 취급 받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어차피 가장인 존 포우에게만 관심 있는 관리와 병사들이었다.

존 포우를 모욕하고 괴롭히고 그러면서 말단 병사들은 밭을 둘러 본다.

집과 창고와 헛간을 뒤지는 중이었다.

밭의 넓이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지만 순전히 세금 관리의 자의적인 판단일 뿐이다.

이럴 때 염소 새끼라도 한 마리 은근히 쥐어주면서 잘 달래면 수월하게 넘어가는 걸 수도 없이 본 존슨이다.

그런데 바보 멍청이 존 포우는 그런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저 모욕을 당하면서 얻어 맞고 발길질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존슨은 모른 척하면서 바보 흉내나 내는 것이고.

“그런데 얘는 왜 이렇게 됐어?”

세금 관리가 병사들에게 물었다.

“올 초에 이 새끼한테 호되게 얻어 맞고 반 푼이가 되었다던데요?”

고참 병사가 턱으로 존 포우를 가리키면서 마을 소식을 잘 주워 듣고 다니다가 그걸 말해준다.

“이런 병신 같은 아비한테 맞아서 이 덩치가 바보가 됐다고?”

영주의 세리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네, 마을 사람들 말로는 그렇습니다.”

“허어!”

세상 가장 불쌍한 놈 보듯이 존슨을 쳐다 보았다.

존 포우로서는 어이없는 일이지만 또 입을 열었다가 영주의 병사들에게 두들겨 맞기 싫었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어리벙벙한 부자라서 그랬는지 현재까지 거둔 것과 남아 있는 것을 비교하고 밀 35자루를 징수해갔다.

“씨팔, 개새끼들!”

관리와 병사들이 안보일 정도까지 멀어졌다.

그제서야 존 포우는 욕을 하면서 가래침을 바닥에 밷었다.

그래봤자 비겁한 자의 뒤늦은 거만함이었다.

아무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조금 뻘쭘해진 존 포우는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밀을 수확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한참 일을 하다가 존 포우는 문득 존슨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쫒아와 밀자루를 어디에 감추었는지 물었다.

“그건 알아서 뭐하게?”

존슨은 허리를 펴고 눈 아래로 존 포우를 내리 깔아 보면서 무표정한 얼굴과 느릿한 어조로 물었다.

“감추긴 감춘거지? 보리처럼? 흐흐흐, 개새끼!”

존슨을 쳐다보며 다 안다는 듯이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수확하던 것도 내팽개치고는 숲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한참 있다가 씩씩거리며 쫒아왔다.

“도대체 어디에 감춘거야?”

존슨은 존 포우의 말을 무시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일리나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존슨이 했기에 자신은 모른다고 했다.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완전 애새끼네? 하는 짓이 다 너댓 살 먹은 꼬맹이처럼 유치한 짓거리잖아?’

욕하고 삐치고 화내고 욕심 부리면서 으시대고 자랑하고 턱을 치켜들고 뽐내다가 혼나면 두려워서 벌벌 떨거나 울고.

없을 것이다.

당연히 없어야 한다.

일리나에게도 숲에 감춘다고 했었다.

하지만 오늘 새벽에 가만히 생각하니 보여서 좋을 게 뭔가 싶었다.

견물생심은 어디에나 맞는 얘기니까.

그래서 곡식 자루가 실려 있는 마차 통 채로 마법동전주머니에 집어넣어 버렸다.

그러니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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