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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8화 (8/74)

〈 8화 〉 15세 여름(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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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자라면서 발이 커지면 다른 큰 신발로 바꿔 신긴다.

때문에 낡은 조금 작은 신발이 꽤 있는 것이다.

“발에 맞는 걸 찾아봐라. 두 켤레.”

“두 켤레요?”

“그래. 한 켤레로는 불안하지 않니?”

“감사합니다.”

거절하지 않았다.

사양은 넉넉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다.

존슨은 서둘러 신발을 일단 자기 발에 대보았다.

엇비슷하면 신어보는 식으로 빠르게 골랐다.

처음 고른 건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부츠다.

다른 하나는 발목까지 오는 단화다.

아주 딱 맞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약간 크다.

양말이 없는 이쪽 세상에선 발을 천으로 감고 신발을 신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 다 선물로 주마.”

‘갑자기 왠 선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얼른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따로 동전도 아홉 개나 주었다.

“가서 간식이라도 먹고 싶을 때 빈손이면 되게 서운하더라. 잘 간직했다가 맛있는 거 사먹어라.”

아주 큰 액수의 돈은 아니다.

도시에서도 좌판에서 파는 싸구려 음식 두어 번 사먹을 정도의 액수는 되는 돈이다.

“감사합니다, 버틀러씨.”

버틀러씨는 존슨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었다.

어른들의 눈에는 지랄 같은 존 포우에게서 이런 성실한 아들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다들 일리나를 닮은 것이라고 말한다.

늘 고생하는 걸 아니 이렇게라도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존슨이 영지방문 행렬에 끼었다는 것은 그날 중으로 온 마을에 다 소문이 퍼졌다.

존 포우가 밤 늦게 들어와서 지랄을 떨었다.

“야야, 애새끼가 말이야, 그런 일은 부모하고 상의를 해야지 니 맘대로 정하는 게 어디 있어?”

“상의하면?”

존슨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뭐, 뭐?”

존 포우가 살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땅 붙여주는 촌장이 하라는데, 상의는 무슨 개뿔! 내년부터는 농사 안 지으려고? 그 땅?”

존슨의 말이 맞는 말이다.

어디선가 술 몇 잔 마셨는지 얼굴이 시뻘게져서 들어온 존 포우는 계속해서 지랄을 떨어댔다.

존슨이 벌떡 일어났다.

지랄을 해대던 존 포우가 깜짝 놀라 허둥댔다.

그러나 존슨은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슥 한 번 쳐다보고는 방으로 훽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말 상대하기도 짜증 나는 새끼였다.

“애 새끼가 말이야...”

방 밖에서 욕을 해대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존슨은 서랍장 마지막 서랍을 열었다.

침대 밑은 보통 잡다한 것들을 넣어두곤 해서 다들 거기에 뭔가를 감추지만 존슨은 다르다.

존슨의 안에 든 장진오는 상상도 못할 곳에 감춰둔다.

서랍장 마지막 서랍을 빼고 그 밑으로 있는 공간에 납작한 작은 상자를 넣어두었다.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어 열면 그 안에 동전이 잔뜩 들어 있다.

은전은 달랑 세 개.

나머지는 동전이지만 은전으로 치면 대여섯 개 정도 되는 금액.

주머니에 들어 있던 버틀러씨에게 받은 동전도 그 안에 넣어 도로 서랍장 안에 넣어두었다.

‘이거 가지고는 필요한 걸 도저히 사지 못하겠는걸! 어쩌나...’

시골 동네라서 돈 될 만 한 일이 거의 없다.

‘그 벌통은 아직 손대기 싫은데...’

목청을 발견해둔 곳이 있다.

아직 꿀이 덜 차있을 것이다.

그래서 망설이는 것이다.

꿀이라면 촌장이건 누구건 다들 환영한다.

단 것이 귀한 곳이기 때문이다.

단 것이라고는 꿀이 거의 유일한 식품이다.

‘조청을 만들어 팔아볼까?’

이 생각도 했지만 포기했다.

존 포우 좋은 일만 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가기 전에 시간이 좀 있으니 노력을 해봐야겠다. 그나마 손이 크기로는 레먼드씨니까...’

존슨은 나름대로 꽤 노력을 했다.

토끼도 몇 마리 잡아 레먼드씨에게 건네주었다.

레먼드씨도 존슨이 제르넨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존슨이 뜬금없이 산토끼 세 마리를 가져오니 처음엔 반가웠다.

곧 의아함을 느꼈고 곧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당장 뭔가를 준 것은 아니다.

그저 고맙다고 받은 것뿐이다.

존슨은 버틀러 씨에게도 산비둘기 두 마리를 갖다 주었다.

저번에 준 신발 값으로 봐도 될 것이다.

그렇겠지만 그나마 먹고 살만한 레먼드씨나 버틀러씨였다.

아직 완전한 어른도 아닌 존슨의 호의에 모른 척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존슨은 마을의 먹고 살만한 이들에게 산토끼나 꿩이나 비둘기를 선물했다.

그 보답은 출발 며칠 전에 존슨을 부르는 것으로 보답을 받았다.

어떤 이는 단단하게 무두질 해서 만든 가죽자켓을 주었다.

어떤 이는 반짝이는 은전을 몇 개 주었다.

또 다른 이는 가죽을 아주 얇게 펴서 왁스로 방수칠을 한 로브를 주기도 했다.

존 포우는 촌장에게 불려가 그의 마차를 마을 일에 사용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존 포우는 찍소리도 하지 못한 채 그러겠다고 했다.

존 포우는 신경질을 내면서도 촌장의 부탁을 존슨에게 전해주었다.

“새 마차와 그레이펄을 달아 내일 새벽에 촌장댁으로 가라.”

그레이펄은 이번에 새로 구한 튼튼한 말이다.

“마차를 가져오랍니까?”

“그래. 씨팔!”

빌려는 주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니 욕을 해대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존슨은 일리나와 헤나와 데이지와 제티에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었다.

필요한 것을 구해주려는 것이다.

그 덕에 일리나에게 은화 몇 개를 받았다.

질 좋은 바늘과 수선할 실을 사다 달라고 했다.

헤나는 빗을, 데이지는 머리끈을 사다달라고 했다.

제티는 한참 고민하더니 간식거리나 주머니칼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슬슬 주머니칼이 필요한 시점이 되기는 했다.

‘그런 건 원래 아버지가 사줘야 하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존슨은 꼬치꼬치 캐물었다.

교환이나 환불이 안되는 곳이다.

나중에 바꿀 일이 생기지 않게 철저하게 물은 것이다.

그러면서 존 포우에게는 따로 묻지도 않으니 점점 더 화가 나는 존 포우였다.

자기만 따돌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욕을 해대는 존 포우에게 존슨이 말했다.

“그렇게 가고 싶으면 본인이 가겠다고 하던지. 촌장한테 말해줘?”

존슨의 말에 입을 딱 닫아 버렸다.

존 포우의 입장에서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오고 가는데도 힘들고 불편한데 도시에 가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여기저기에서 시비 걸리고 쥐어 터지고, 그러고도 욕먹으면서 굽실거려야 했다.

태어나고 자란 시골 동네와는 전혀 다른 곳이다.

말 한 마디로 존 포우의 입을 닥치게 만들었다.

존슨은 일리나와 헤나와 데이지와 제티에게 꼭 기억하고 사오겠다고 말했다

헤럴드씨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듣고 나오려 했다.

그때 헤럴드 부인이 물어왔다.

가는 길에 버틀러 씨 댁에 들려 문건을 전해줄 수 있겠냐고.

“물론입니다, 부인.”

존슨이 공손하게 대답하자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미안한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사실 짐이 좀 크다.

아주 무겁진 않은데 커서 들기가 애매하다.

물론 헤럴드 씨에게도 아들들이 있지만 하필 지금 아무도 없다.

그래서 헤럴드 부인이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이리 주세요.”

존슨은 받아서 바닥에 놓고 이리저리 가늠을 해보더니 어깨에 올렸다.

균형이 맞질 않아 좀 위태롭긴 하지만 그럭저럭 들고 갈 만했다.

즉시 뭔가를 쥐어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개는 나중에 집으로 뭔가를 보내거나 일리나에게 뭔가를 전해준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지만 존슨은 별다른 불만은 없다.

존슨으로 깨어나 힘은 좋아졌고 아주 죽을 것처럼 힘든 것도 아니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 들려서 가도 그만이다.

약간의 수고로 마을에서 좋은 놈으로 소문나면 그것도 나름 괜찮은 것이다.

존 포우가 워낙 개판이라 그런 막장 같은 놈에게서 어떻게 저런 착한 놈이 태어났을까, 하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듣는다.

대놓고 하지는 않지만 존슨은 귀가 아주 밝아졌다.

다른 감각도 예민해져서 먼곳의 속닥거리는 소리도 잘 들린다.

좀 애를 먹긴 했다.

모양이 어깨에 올리거나 손에 들기가 아주 불편하다.

그래도 거리가 멀지 않아 간신히 버틀러씨 댁까지 도착했다.

“계세요?”

안채 쪽으로 들어갈 때까지 하필 아무도 없다.

버틀러씨나 헤럴드씨의 집은 존슨의 집과는 달리 달랑 한 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넓은 땅위에 본채 또는 안채가 있고 바깥으로 여러 채의 거주하는 건물이 있다.

대가족이기 때문이다.

“어어, 존슨 아니니?”

“네, 안녕하세요, 부인.”

버틀러씨의 아내다.

“헤럴드 부인께서 이걸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어, 그래. 고맙다. 날씨도 더운데...”

“아닙니다. 집에 가는 길이었거든요.”

“이리 와라.”

“아뇨, 괜찮습니다.”

“이리 와. 일리나에게 전해줄 게 있어.”

“아, 네.”

존슨은 바깥의 그늘에 앉아 기다리라고 했다.

나무 위에서는 매미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것 말고는 사방이 다 조용하다.

애들도 다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없다.

그때 안쪽에서 속닥이는 소리가 들린다.

속닥거리는 것 같지만 자기네들끼리 그냥 나누는 대화다.

거리가 멀고 벽이나 창이 가려져서 그렇게 들리는 것이다.

“존슨이라고?”

“네.”

“허어, 그놈 괜찮지?”

“걔야 아주 착하죠.”

“그래, 아마 일리나를 닮은 걸 거야.”

“여보! 아무리 그래도!”

“뭐 어때! 밖에서 들리겠어?”

“그렇진 않지만.”

“일리나가 왜 그런 놈하고 결혼을 했는지...”

“그만 해요, 여보.”

“안타까워서 그렇지. 어디 사내가 없어 존 포우같은 놈이랑.”

잠시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금방 부인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요. 아직도 일리나를 좋아하는 사내들이 많다면서요?”

“그래? 일리나도 서른이 넘지 않았나?”

“그럴걸요.”

“아직도 좋아한다니 그건 그것대로 보통 일이 아니네? 아무리 그래도 결혼해서 남편도 있고 애들도 저렇게 큰데?”

“그러게 말이예요.”

“정신 나간 놈들.”

“그렇게 볼 일도 아니예요. 가정을 꾸린 남자들이란 것이 문제지.”

“가정? 정말? 홀아비 아니고?”

“홀아비가 그랬다고 해도 이상한데, 유부남이 그런다니 문제죠.”

존슨이 듣기에도 황당한 얘기들이었다.

“이걸 좀 갖다 주고 올게요. 얼른 준비해줘요.”

“일리나에게 보내는 거야?”

“네.”

“알았어.”

곧 버틀러 부인이 나와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이거 마시면서 잠깐 기다려. 원래 며칠 후에 보내려고 했는데 이왕 이렇게 네가 왔으니 네 편에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안에서 챙기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네, 부인.”

버틀러 부인이 들어가자 다시 부부가 나누는 얘기가 들렸다.

“참 괜찮지?”

“그러게요. 딸이 있으면 사위 삼고 싶다니까.”

“그래도 존 포우 아들이라 안돼!”

“나도 존 포우가 사돈이라면 그건 싫어요.”

존 포우 인기가 바닥이다.

이러다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나저나 어떤 놈들이 일리나를 탐내는 거야? 위험하지는 않을까?”

알고 보면 버틀러씨도 일리나와 먼 친척간이다.

“예전에 좋아하던 사람들도 있고.”

“아, 일리나 결혼 전에야 그 당시 총각들은 다들 좋아했었지.”

버틀러 씨는 나이 차이가 커서 그러지 않았다는 듯 말했지만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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