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제로 귀농 당한 썰-6화 (6/74)
  • 〈 6화 〉 15세 여름(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여름이 될 때까지 7일에 한 번씩 숲으로 가는 일과를 빼먹지 않았다.

    매번 조금씩이라도 개량된 활과 화살로 연습을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아홉 대의 활을 망가뜨리거나 부러뜨리고서야 겨우 안정을 찾았다.

    산뽕나무 대에 주목과 느릅 나무를 얇게 켠 것을 붙였다.

    그런 식으로 보강하고 손잡이에는 참나무를 덧 댄 것이다.

    탄성이 있는 철을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것을 구하지 못했다.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가급적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만 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시간과 노력을 엄청나게 잡아 먹는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빠르게 완성한 셈이지.’

    그동안 활 쏘는 연습도 엄청나게 했다.

    매번 스무 대에서 서른 대 정도의 활로 70~80번 정도 쏜다.

    회수해 보면 철로 된 화살촉도 깨어지거나 뭉개졌다.

    그것들이야 잘 모아두면 나중에 녹여 쓸 수도 있다.

    그렇지만 흑요석이나 수정은 한 번 깨어지면 버려야 한다.

    보리를 베기 전에 제르넨에 갈 줄 알았다.

    그런데 보리를 베고서도 한동안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존슨도 이유는 알고 있다.

    보리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확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아예 영주부에서 관리들이 실사를 나온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세금을 거두러 왔던 관리들을 감찰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촌장은 그걸 기다리는 것이다.

    존슨의 집은 존슨의 아이디어와 일리나의 재빠른 결단 덕분에 서른 자루 이상의 보리를 감추었다.

    먼 거리를 가는 것이 아니니 최대한 마차위에 올려 실었다.

    숲에 감추고 비나 이슬 맞지 않게 밀짚으로 가려 둔 것이다.

    50kg이 들어가는 곡식 자루다.

    스물네 자루면 무게로는 거의 1톤 반 정도다.

    도정하고 가루를 내면 양이 팍 줄기는 하지만 그래도 열 자루는 넘는다.

    존슨의 일가족 다섯은 거의 7~8개월 정도는 넉넉히 버틸 수 있을 정도다.

    밭에 남아 있던 것들도 수확하고 보니 서른 자루 정도는 되었다.

    흉년인데도 이 정도면 꽤 수확을 한 셈이다.

    아예 반절도 수확하지 못한 집들도 많다.

    강에 가까운 쪽 농토들은 깜부기 병에 걸려 망쳤다.

    뿌리가 썩어 넘어지는 병까지 걸렸다.

    1/3도 채 안되는 양을 수확한 농가도 여럿이다.

    존 포우의 보리밭에도 깜부기는 생겼지만 심하지는 않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라서 질척거리는 비의 피해를 덜 받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가뭄이 들 때면 존슨의 농토가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을에 수확할 밀을 심어두었지만 반대로 가물어 버리면 밀 수확을 망칠 가능성도 있다.

    존슨은 깜부기를 많이 모아 두었다.

    깜부기는 약으로도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보리 깜부기를 간식처럼 먹기도 했었다.

    장진오는 먹어 본 기억이 없다.

    그가 어릴 때에도 동네 애들은 보리 깜부기를 먹곤 다.

    장진오는 그쪽 취향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만 민간처방이긴 하지만 그걸 약에 쓴다는 얘기는 들었다.

    언제가 쓸 일이 생기면 쓰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다른 방법이 없으니 존슨은 활쏘기나 칼 쓰기나 창 쓰기를 혼자서 독학으로 익히고 있었다.

    원래의 존슨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장진오의 영혼인지 기억인지가 들어가 있는 존슨에게는 한 번 해볼만한 일이라는 판단이었다.

    나름의 메뉴얼 또는 커리큘럼을 작성했다.

    하루 중에서 어느 시간에 어떤 운동을 어떠한 방식으로 얼마나 할지 정하고 그에 따라 진행했다.

    운동은 검술을 위한 것, 창술을 위한 것, 궁술을 위한 것뿐만 아니다.

    기초 체력을 위한 것, 도주와 공격 어느 쪽에도 필요한 하체 근육 단련을 위한 것 등으로 나누었다.

    검술은 기억나는 대로 일단 내려치기, 빗겨치기, 옆으로 휘두르기, 끊어치기, 찌르기 등을 위주로 회당 100~200개씩 연습을 했다.

    창술은 가장 중요한 것이 찌르기.

    그러니 찌르기 70%에 후려치기 30%의 비율로 훈련을 했다.

    활쏘기는 일단 당기기가 가장 중요하다.

    흔들림 없이 빠르게 당겨 정확한 시점에 놓는 것,

    사격과 비슷하다고 판단하여 사격술 예비 훈련을 떠올리며 조금 변형하여 훈련을 했다.

    사실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불분명하다.

    이런 정도로 실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체력 단련은 확실하다.

    칼이나 창을 휘두르고 찌름에 훨씬 덜 힘들다는 것.

    그것은 정확하게 찌르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을 의미한다.

    활도 점점 실력이 좋아지고 있었다.

    ‘군인들 사격도 많이 쏴본 놈이 아무래도 잘 쏘는 건 당연하지 않나? 활도 마찬가지겠지.’

    화살도 소모품이다.

    한두 번 사용하고 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드물다.

    그러니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다 노동력이고 시간이고 노력이다.

    짬짬이 틈날 때마다 곧게 자란 싸리나무를 베어 껍질을 벗겨 말려둔다.

    화로에 구워 똑바로 펴서 그걸 이리저리 가공해야하니 쉬운 일은 아니다.

    존 포우가 보고 지랄을 떤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놈이 자기를 책임져줄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싹 무시 했다.

    건드리면 죽여 버릴까 했는데 다행이 손을 대지는 않은 것이다.

    그리고 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운 좋게도 존슨은 드디어 활을 이용하여 토끼를 한 마리 잡는데 성공했다.

    거의 실수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의기양양해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일리나도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헤나도 데이지와 제티도 다 반색을 했다.

    존 포우 새끼만 벌레 씹은 표정을 하며 욕을 했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뭐하러 돌아다니나 했더니 겨우 토끼새끼 한 마리 잡으려고 몇 달을 그렇게 지랄 떤 거냐?”

    그러거나 말거나 무시했다.

    “먹기 싫으면 말고.”

    한 마디 대꾸했더니 죽자고 대든다.

    “애새끼가 아버지 말에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대들기나 하고....”

    “어후, 씨팔....”

    존슨이 등에 지고 있던 짧은 창을 꺼내들면서 나직하게 들릴 듯 말 듯 욕을 했다.

    창은 든 손을 슬그머니 구부리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존 포우를 똑바로 쳐다 봤다.

    “집구석이라고 들어오면 씨팔 존나 시끄럽기만 하고...썅, 퇫!”

    나오지도 않는 가래침을 바닥에 탁 밷었다.

    일리나와 헤나의 표정이 불안해하고 겁에 질린 듯했다.

    기울어가는 햇빛에 반사되는 창날이 희번뜩 거린다.

    무쇠로 만든 창날이지만 아주 예리하게 갈아놓아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것이다.

    한 마디만 더 하면 창을 확 던져 죽여 버려야겠다, 라고 마음 먹고 노려보았다.

    존 포우는 역시 눈치가 빠른 쥐새끼였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더니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른 때라면 일리나와 헤나가 있으니 조금 더 욕을 했을 것이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꼬리를 말고 도망간 것이다.

    존슨이 정말 죽이려고 살심을 품기만 하면 귀신처럼 알아차리고 꼬리를 말고 도망친다.

    일리나가 다가와 존슨의 등을 쓰다듬으며 화를 가라 앉히려고 애를 썼다.

    헤나도 존슨의 팔을 안고 제발 그만 두라며 울먹였다.

    그날 밤 존슨은 잠이 오질 않았다.

    타작 마당을 가로 질러 목장 울타리 가로 기둥 위에 앉았다.

    달빛에 비치는 가축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인지 삐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당으로 나왔다가 잠시 후 존슨에게로 다가온다.

    발걸음 소리로 보아 일리나였다.

    “존슨.”

    “응.”

    일리나도 나무 기둥 위로 올라오려고 했다.

    존슨이 손을 내밀어 끌어 올려 주었다.

    일리나는 존슨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한참을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앉아 가축들과 달빛이 가득한 목초지를 보던 일리나가 말했다.

    “너무 그러지는 마. 그래도 네 아버지잖아?”

    “하아!”

    존슨은 대답하지 않고 대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목초지를 바라보던 존슨이 문득 물었다.

    “어떻게 결혼을 한 거야?”

    “응?”

    일리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존슨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어떻게 저런 남자를 만나서 살고 있는 걸까?”

    존슨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에도 일리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죽기 전에는 헤어지지 못하겠지?”

    존슨의 차갑고도 담담한 말에 일리나는 부르르 떤다.

    혹시 존슨이 아버지를 어떻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 늘 두려워하던 일리나였다.

    그래서 가슴이 더 떨려 왔다.

    “왜, 왜?”

    살짝 말을 더듬는 일리나에게 존슨은 그저 고개를 흔들었다.

    “조만간 독립할까 해. 아직은 좀 부족하지만.”

    “아아...”

    일리나가 안도의 탄성을 내밷었다.

    “여기 있을 거야, 아니면 나랑 같이 독립할래?”

    살아 있는 남편을 떠나 독립한 자식과 산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남편을 산채로 매장하는 짓이나 다름없다.

    소위 말하는 명예 살인이다.

    헤나나 데이지나 제티나 어느 누구하나 그를 따라 독립할 수 없다.

    여자는 결혼을 해야 독립을 하는 것.

    사실 남자도 결혼을 하고 독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로 독립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존슨은 큰아들이다.

    큰아들이 독립을 한다?

    일리나의 대답은 뻔하다.

    그래도 존슨은 물었다.

    일리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만큼 그녀도 존 포우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했다.

    “알았어. 그렇게 알고 있을게. 상황이 바뀌건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뀌면 대답을 해줘도 좋아.”

    존슨은 뻔뻔스럽게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말에 놀라 존슨의 말에만 대꾸하고 반응했다.

    곧 일리나는 뒤늦게 이상한 것을 느꼈다.

    존 포우와 살다가 그가 죽으면 모두 존슨의 것이 되는 것이다.

    존 포우에게는 존슨은 큰아들, 맡아들이다.

    그런데 존슨이 독립한다고?

    그것 역시 존 포우를 인격적으로, 명예로나,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짓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미 존슨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쫒아가 물을까 말까를 망설이다 존슨을 놓쳤다.

    그러면서 물을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냥 해보는 말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마음 한쪽에서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일 뿐이다.

    안되면 말고!

    물론 존슨도 자신이 존 포우의 큰 아들이다.

    그러니 자신이 독립한다면 존 포우는 개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아비가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이다.

    맏아들도 아비를 욕보이는 짓이니다.

    그래도 정 개떡같이 굴면 한 번 질러 버릴까를 생각했다.

    겁쟁이에 쥐새끼 같은 존 포우가 그걸 알게 된다면 어떨까를 생각해본 것이다.

    두려움에 벌벌 떨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일리나에게 슬쩍 말을 해 놓은 것이다.

    어찌되었건 존 포우와 일리나는 부부간이니 그런 얘기가 오갈 수도 있다.

    일리나가 존 포우에게 말을 해두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

    말하지 않는다는 건 아들인 존슨과 둘 만의 비밀로 해두겠다는 의미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여름이 한창일 때가 되어서야 겨우 제르넨을 다녀올 행렬이 구성되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주의 조사단은 결국 오지 않았다.

    ‘관리들이 자기네 무덤 파는 짓을 할리가 없지.’

    어떻게 영주를 구워 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재빨리 몸을 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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