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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귀농 당한 썰-2화 (2/74)
  • 〈 2화 〉 15세 초봄-각성(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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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슨의 기억은 그대로다.

    다만 거기에 장진오의 기억이 섞여 있어서 헷갈릴 뿐이다.

    존슨을 깨우러 온 여자 아이는 존슨의 누나인 헤나다.

    존슨과 헤나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존 포우는 무뚝뚝한데다 몹시 거칠고 무식한 자였다.

    ‘뭐, 이쪽 세상 남자들의 태반이 그렇겠지만.’

    아주 독특한 사람은 아니다.

    처음엔 그저 흔한 농부, 그 중에서 남들보다 조금 더 무뚝뚝한 줄 알았다.

    조금 더 거칠고 조금 더 무식하며 조금 더 고집스러울 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정상적인, 평범한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도가 지났다.

    뭐든 말만하면 버럭 화를 내거나 욕을 했다.

    심지어는 때리기 까지 했다.

    그렇다!

    이 몸에 다른 사람의 의식인지 영혼인지가 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이 몸의 주인인 아이가 죽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비에게 맞아서.

    대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자식을 패죽이다니!

    그렇다고 당장 존 포우에게 극단의 원한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나쁜 새끼, 개새끼 속으로 욕을 할 뿐이다.

    그저 전해 들은 남의 얘기 같은 기분이기 때문이다.

    ‘젠장!’

    고생문이 훤하게 열렸다는 뜻이다.

    마을에는 조금 더 부드럽고 착실하며 온유한 사람도 있다.

    운 나쁘게도 존 포우는 거칠고 고집스럽고 무뚝뚝한 쪽으로 극소수에 속한 사람이다.

    남들이 보기에 그렇다는 의미다.

    실제로는 사이코패스에 분노조절 장애, 이중인격 등등 안좋은 미친 증상을 다수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어머니 일리나는 마을 여자들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미녀다.

    이런 미녀가 왜 이 따위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다행이 존슨과 헤나와 데이지, 제티는 존 포우가 아닌 일리나의 유전자를 이어 받았다.

    ‘천만 다행이지!’

    존 포우는 키도 작고 마른 몸매에 얼굴도 쥐상에 이목구비도 뭔가 언발란스하다.

    성격은 더 말 할 나위 없이 더럽고 고약했다.

    ‘설마 강간 당 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한 걸까? 아니면 약탈혼?’

    오죽하면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비슷한 사례가 많은 세상일 것 같은 분위기다.

    식탁에 슬그머니 가서 앉았다.

    곧 밖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면서 존 포우가 들어왔다.

    힐끗거리며 존슨을 쳐다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존슨의 기억 그대로다.

    15세가 된 존슨은 몇 해 전부터 존 포우에게 슬슬 대들거나 맞서고 있었다.

    한국 나이로 치자면 16세 또는 17세다.

    사춘기 행동을 하는 걸로 봐서는 15세가 맞는 것 같았다.

    13세부터 시작해서 나이 먹을수록 점점 증상이 심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며칠 전에도 심하게 두들겨 맞았다.

    부모만 아니라면 이렇게 맞을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버지를 두들겨 팰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맞은 것이다.

    설마, 하는 마음에 대들었다가 기습적으로 두들겨 패는 바람에 준비 없이 맞았다.

    ‘아마 그것 때문에 존슨이 죽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죽은 존슨의 몸에 장진오의 영혼이 들어오게 된 것일걸. 결국 저 새끼가 아들인 존슨을 패 죽인 거잖아? 쓰레기 같은 개자식일세!’

    존슨은 존 포우를 노려보았다.

    존 포우도 자기가 심하게 두들겨 팬 것이 꺼려지는지 존슨과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예전엔 눈이 딱 마주치면 뭘 쳐다보냐면서 욕을 했었다.

    오늘은 힐끔거리며 감시하는 눈길이지 대놓고 딱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근래 들어 존슨의 키와 체구가 점점 커져 존 포우를 넘어서려 하고 있었다.

    ‘겁쟁이 새끼로구나. 자식이나 가족에게만 거칠고 잔인하게 대하는 쓰레기 새끼네!’

    딱 견적이 나왔다.

    장진오는 서울로 올라온 대학생 때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을 직장과 사업에 매진했던 사람이다.

    많은 사람을 접하고 만나고 면접을 하고 고용하고 평가했던 사람이다.

    한 눈에 존이 어떤 인간인지를 파악했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이 새끼를 다져 놔야겠다.’

    그런 마음을 먹으니 마음이 느긋해진다.

    어느새 존슨의 기억과 장진오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다 합쳐진데다 차곡차곡 정리가 되었다.

    아무리 마음 속으로 칼을 갈았다 해도 아직은 존 포우가 이 집의 가장인데다 어른이다.

    존슨은 이제 겨우 15살이 된 이 집의 큰아들.

    존 포우는 그런 존슨을 데리고 일을 해야 한다.

    농가에는 할 일이 많다.

    ‘쒸팔! 이런 거 싫어서 도시로 갔고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건만, 이게 무슨 짓인지! 다시 태어나서도 농부의 아들이라니! 이 전 삶에서 농사 짓기 싫어 부모님 버리다시피하고 도시로 도망쳐서 이쪽 삶에서 벌을 받는 건가?’

    시골에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시골에서 살면서 농사 일을 해야 했다.

    한국에서처럼 여기서도 얼른 도시로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존 포우는 농부다.

    자기 농토가 2에이커쯤 되고 매년 남의 농토를 더 빌려서 농사 짓는 넓이가 3~4에이커 정도 된다.

    자기 땅에는 주로 사료 작물을 키운다.

    남의 땅에 곡식을 심는다.

    밀은 많은 비료를 줘야 제대로 여문다.

    그렇지만 이 세상은 비료가 없는 세상이다.

    있긴 하지만 체계적이지 않다.

    땅을 셋 또는 넷으로 나누어 번갈아 쉬게 한다.

    그러면서 중간중간에 콩과 식물을 심는 등 삼포식 농법이 주된 농법이다.

    즉 고작해야 돌려 짓기 정도라는 것.

    연작을 하면 지력이 소모되어 소출이 적다는 것은 경험적, 본능적으로 안다.

    알지만 시비를 더하는 것은 아직 확고하게 알지 못하는 그런 세상이다.

    존슨은 그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빌려 농사짓는 땅이 3~4에이커라도 소출의 1/3은 지주에게, 1/3은 영주의 세리에게 세금으로 내야한다.

    자기 땅이라면 영주에게 1/3만 내면 되지만 항상 더 많이 거두어가니 그게 문제다.

    존의 포악한 성격을 알기 때문에 그가 거름에 대한 그런 말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을 할지 다 짐작이 되었다.

    ‘괜히 욕먹을 필요 없잖아. 더구나 누구 좋으라고 그런 걸 알려주겠어?’

    삼포식 농법 외에는 다른 기술은 그다지 없다.

    그 때문에 늘 가뭄이나 홍수가 아니더라도 몇 해에 한 번 정도는 흉년이 든다.

    깜부기나 쓰러짐 병 같은 것이 유행하기도 한다.

    삼포식 농법은 농토를 셋으로 나누어 1은 밀농사, 2는 초지, 3은 휴경을 한다.

    그걸 매년 돌려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돌려짓기라고도 한다.

    초봄이라 농사를 위한 여러 가지 준비로 바쁘다.

    그게 아니라도 키우는 가축들을 돌보는 것만도 충분히 바쁘다.

    거기에다 잡다한 일도 많다.

    오늘은 담장을 보수했다면 내일은 마차를 손봐야 한다.

    그 다음날은 나무를 베고 그 다음날에는 밭을 갈아야 한다.

    그게 하루에 다 끝낼 수 있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밭가는 일만 해도 존 포우와 함께 달려들어도 여러 날 걸리는 큰 일이다.

    말이 다 늙어 힘이 빠진 한 마리뿐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존슨이 밭을 갈면 존 포우는 다른 일을 한다.

    아니면 반대로 존 포우가 밭을 갈면 존슨이 다른 일을 해야 했다.

    밭은 크고 작은 돌 천지다.

    ‘엄청난 돌짝 밭이네, 젠장!’

    다 골라내지도 못한다.

    그래도 짬날 때마다 골라내야 하지만 그럴 바에는 그 시간에 다른 밭을 조금이라도 더 갈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기 밭이라면 모르지만 남의 밭의 돌까지 골라내기에는 노동력이 너무 부족하다.

    “벌통 찾아봐.”

    밥 먹다 말고 뜬금없이 존 포우가 벌통 얘기를 했다.

    “벌써?”

    아직 조금 이른게 아닌가 싶어 되물었다.

    아직 벌레들이 돌아다닐 때도 아닌데 벌통을 찾아보라니 황당했다.

    “가라면 가지, 애새끼가 뭔 말이 그리 많아?”

    뜻밖에 존 포우가 버럭 화를 내며 욕을 퍼부어댔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이 새끼가 사춘기인가? 날 집에서 내보내려는 걸까?’

    그냥 참을까 생각하다가 존슨이 서서히 일어났다.

    요즘 들어 키가 부쩍 크고 있는 존슨은 어느새 존 포우보다 더 컸다.

    후려 팰까 두들겨 팰까 목을 꺾어 버릴까를 고민하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존 포우가 살짝 질린 것처럼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일리나가 존슨의 어깨를 잡아 의자에 앉힌다.

    “밥 먹다 말고 뭐하는 거야? 얼른 밥부터 먹어!”

    필사적으로 존슨에게 눈짓을 해가면서 앉히려고 했다.

    힘으로야 이길 수 있겠지만 일리나와 싸워서 좋을 일이 뭔가 싶어 못이기는 척하면서 앉았다.

    이런 식으로 존 포우는 별 것 아닌 걸 가지고도 버럭 화를 내거나 욕을 퍼부어댔다.

    대화를 하여 타협을 하거나 양보하는 법이 없었다.

    확실히 정신병을 가진 것이다.

    조울증이나 우울증일지도 모른다.

    울컥해서 조져 버릴까 하면 그런 눈치는 또 꽤 빨리 알아차리고 도망치거나 자리를 피했다.

    아니면 지금처럼 일리나가 존슨을 달래거나 다른쪽으로 화제를 돌리거나 했다.

    그래서 근래 들어 차차 존 포우는 아들 존슨과 단 둘이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려 했다.

    일리나나 헤나나 데이지가 곁에 있어야 존슨과 함께해도 덜 불안하다.

    단 둘이만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봐 두려워 하는 것 같았다.

    ‘그럴 것 같으면 평소에 잘하지!’

    하루에도 그런 일이 몇 번씩 생겼다.

    존슨이 존 포우의 친아들이라면 이렇게까지는 반항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존슨의 속에 장진오가 들어와 합쳐진 이후 존슨의 의식과 성격도 남아 있긴 하다.

    허지만 장진오의 의식과 성격도 꽤 많이 섞여 있게 되었다.

    이전에도 사춘기의 시기라서 반항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

    그런 걸 다 떠나서 존슨이 존 포우에게 맞아 죽은 것이 확실해 보이니 더 증오하게 되는 것이다.

    일리나나 헤나는 좀 더 심하게 맞았나보다, 생각할 뿐이다.

    원래 그런 존 포우라서 존슨이 증오심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존 포우나 일리나는 존슨이 자라면서 더 심해진 것이라 느끼지만 사실과는 살짝 달랐다.

    친아버지가 아니다.

    친아버지로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하다.

    이제 얼굴 본지 겨우 며칠 되지 않는다.

    당연히 남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남보다 못한 새끼라는 건 첫 눈에 알아봤다.

    존슨이 딱 노려보는 시선에 존은 속이 벌벌 떨렸다.

    그럴수록 더 악한 마음이 뭉클거린다.

    ‘애 새끼가 말이야! 부모한테 눈깔이나 똑바로 뜨고, 제까짓 것이 노려보면 어쩔 건데? 더 어릴 때부터 더 패줬어야 했나?’

    이렇게 속으로만 생각했다.

    대놓고 말 했다가는 존슨이 확 돌아버릴 것 같았다.

    존슨은 존 포우의 말과 행동에 딱히 대놓고 거부하지는 않는다.

    물론 충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일리나와 헤나나 데이지나 제티에 대해 물리적인 폭력을 휘두르려하면 그때는 나선다.

    그렇다고 존 포우를 두들겨 패거나 욕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

    존 포우도 존슨이 나설 때면 말로만 욕을 퍼부어댈 뿐이다.

    이제는 존슨을 때리거나 하지 못한다.

    존슨이 체구가 더 커진데다 사춘기 사내 아이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존 포우라서 말로만 난리를 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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