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81화 (81/81)
  • 〈 81화 〉 챕터 17 재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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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는 우주선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사람은 이세우에게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를 비롯한 다양한 지식을 알려준 올라스다.

    “코르칸, 오랜만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당당하던 코르칸이 유령을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네, 네가 어떻게? 넌 분명히 죽었는데···.”

    “그래. 아크 광산이 폭발하던 날, 죽었지.”

    진지한 어투로 말하던 올라스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안 죽었네?”

    “올라스 너, 어떻게 살아있는 거냐? 아크 광산은 어떻게 나왔어?! 아크 광산이 폭발하기 전에 나왔다면··· 그동안 죽은 척 하고 있던 이유가 뭐냐?”

    아크 광산의 노예로, 아크 광산이 폭발할 때 죽었어야 하는 올라스가 살아있는 걸 보자마자,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살아있으면서도 왜 죽은 척 했냐고?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이냐?!”

    살기가 느껴지는 올라스의 기세에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코르칸.

    ‘설마, 알아차린 건가? 아니야. 올라스가 알아차렸을 리 없어. 그냥 떠보는 거야. 넘어가면 안 돼.’

    “올라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올라스가 말했다.

    “코르칸, 끝까지 시미치를 뗄 셈이냐?!”

    “올라스,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네가 그분을 배신하고 다른 후계자 밑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정말 모를 줄 알았냐?!”

    그때 죽은 줄 알았던 노이나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코르칸! 너 들켰다고!

    “노이나 넌 죽었···.”

    올라스에 이어 노이나까지 되살아나자, 코르칸이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환각제 같은 것을 먹었나?”

    칼건이 말했다.

    “코르칸님, 지금 상황은 꿈도 아니고 환각도 아닙니다. 제 눈에도 두 사람이 보입니다. 지금 이건 현실입니다.”

    “이게 현실이라고?”

    노이나가 말했다.

    “내가 지금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놈에게 당했었다니···. 야! 너 들켰다고! 네가 돈코이와 돈포이를 시켜서 발락사 가문의 하펠리온이 비밀리에 연구하고 있던 아크 파장 차단 물질과 연구 자료를 훔쳐오라고 시켰잖아!”

    그때서야 지금의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된 코르칸이 노이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닥쳐!”

    코르칸이 올라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올라스, 아냐. 난 그런 일 시킨 적이 없어! 나한테 원한이 있는 저 계집이 날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야!”

    “노이나 양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그리고! 내가 아크 광산의 노예가 되게 만든, 그 일도 코르칸 네놈의 짓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발락사 가문과 마찬가지로 파비온 가문 역시 차기 가주를 결정하는, 후계자 경쟁을 펼치고 있다.

    파비온 가문 소속인 올라스와 코르칸은 같은 후계자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후계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듯 그 후계자들 밑에서 일하는 자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올라스에게 경쟁심을 느끼고 있던 코르칸은 올라스가 먼저 치고 나가자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코르칸은 반대 파벌에 정보를 흘려 올라스의 일을 방해했다.

    그리고 이 일로 발목이 잡혀, 반대 파벌의 후계자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코르칸의 수작으로, 모시고 있던 후계자에게 큰 피해를 끼친 올라스는 파비온 가문과 경쟁 관계에 있는 발락사 가문 소유의 아크 광산에서 노예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벌이 아니었다.

    만회(挽回)였다.

    자신이 모시던 후계자에게 큰 손해를 끼친 올라스는 아크 광산에서 획득한 아크 광석을 밀반출하여 자신이 끼친 손해를 만회하려고 했다.

    올라스가 밀반출한 아크 광석은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서 코르칸에게 전달되었다.

    코르칸은 아크 광석을 올라스가 모시는 후계자에게 전달했다.

    자신이 모시는 후계자가 차기 가주만 될 수 있다면 아크 광산의 노예로 죽어도 좋다고 여기던 올라스 앞에 히라칸이 등장했다.

    히라칸의 등장은, 그분(후계자)의 용서나 다름없었다.

    아크 광산을 탈출한 올라스는 그분의 발등에 키스하며 그분의 자비에 감사를 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후계자가 올라스를 탈출시킨 데는 이유가 있었다.

    후계자는 진즉부터 배신자와 스파이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배신자와 스파이는 진즉에 색출했다.

    그들이 빼돌리는 정보가 누구의 손을 거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진즉에 파악해 놓았다.

    문제는 그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후계자가 파악하지 못한, 배신자 혹은 스파이가 더 있었다.

    그 쥐새끼가 후계자도 모르는 루트를 통해서 극비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고 있었다.

    이 쥐새끼를 잡지 못하면 다른 배신자들과 스파이들을 제거하는 것이 무의미했다.

    이 쥐새끼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쥐새끼를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후계자는, 아크 광산의 노예로 있는 올라스를 떠올렸다.

    원래 올라스가 이런 일을 잘했다.

    올라스가 아크 광산의 노예가 된 후에도 정보 유출은 계속되었다.

    그 말인즉 올라스는 배신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올라스는 아크 광산의 노예가 되었는데도 후계자를 원망하기는커녕 목숨을 걸고 아크 광석을 밀반출하고 있었다.

    올라스의 충성심을 확인한 후계자는 히라칸을 시켜 올라스를 탈출시켰다.

    그리고 배신자 혹은 스파이 색출에 바로 투입시켰다.

    자신이 죽은 걸로 위장해야 배신자와 스파이 색출에 유리하다.

    그렇게 판단한 올라스는 아크 광산이 폭발할 때 죽은 것으로 위장한 후 색출 작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범인이 얼마나 주도면밀한지 조사에 조사를 거듭해도 나오는 것이 없었다.

    이러다가 후계자를 또 실망시키면 어쩌나 걱정할 때 누군가가 찾아왔다.

    그 누군가는 노이나다.

    노이나는 잠입과 훔치는 일에 독보적이라고 할 만큼 뛰어났다.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노이나는 돈을 받고 물건이나 정보를 빼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호노렛에서 수십 년 동안 암약해온 코르칸은 발락사 가문의 하펠리온이 아크 파장을 차단하는 신물질을 비밀리에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아크 파장에 대한 연구는 코르칸이 속한 파비온 가문에서도 진행 중이다.

    그렇다고 파비온 가문의 연구와 하펠리온의 연구가 동일한 것은 아니었다.

    하펠리온은 파비온 가문과는 다른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코르칸은 노이나를 시켜 연구 자료와 신물질을 훔쳐오게 했다.

    노이나는 때마침 발생한 아크 파장 덕분에 연구 자료와 신물질을 어렵지 않게 훔칠 수 있었다.

    노이나는 연구 자료와 신물질을 넘겨주고 잔금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코르칸은 처음부터 잔금을 줄 생각이 없었다.

    또 노이나가 이번 일을 발설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그리고 죽은 자에게는 잔금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노이나만 죽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돈코이와 돈포이에게 노이나를 죽이라고 지시했다.

    갑자기 등장한 이세우 덕분에 1차 위기를 넘긴 노이나는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했지만 돈코이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죽었다.

    아니 죽은 척했다.

    세상은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비밀을 이용하여 죽은 척하는데 성공한 노이나는 복수를 다짐했다.

    돈코이와 돈포이를 죽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노이나는 그들이 속한 조직 자체를 없애버리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코이와 돈포이가 속한 조직에 대해서 알아야했다.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있던 노이나는 그동안 모은 돈을 사용하여 돈코이와 돈포이가 속한 조직을 조사했다.

    그리하여 이 조직이 아크 광산의 노예와 연결되어 있고.

    그 노예가 밀반출하고 있는 아크 광석을 받아 어딘가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걸 알아내는데, 그동안 번 돈을 다 써버렸다.

    그만큼 알아내기 힘든 비밀이었다.

    돈이 바닥나면서 조사하기 힘들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조사했다.

    시간이 걸렸지만 돈코이의 조직이 파비온 가문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아크 광석을 밀반출하는 사람이 올라스라는 것도 알아냈다.

    그리고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아크 광산을 탈출하는데 성공한 올라스가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올라스가 돈코이 조직의 배후는 아니지만 조직의 수장이 누군지는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앞서 언급한대로 돈은 진즉에 바닥났고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심신의 피로가 한계에 달한 노이나는 더 이상 시간 끌지 않고 올라스와 직접 대면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부 정부를 빼돌리고 있는 배신자 혹은 스파이를 찾고 있던 올라스는 노이나를 만나 코르칸의 조직과 노이나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코르칸이 그토록 찾고 있던 배신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르칸이 배신자가 아니라면 노이나가 훔쳐낸 하펠리온의 연구 자료와 신물질은 그가 모시는 후계자에게 전달되어야 했다.

    그런데 하펠리온의 연구 자료와 신물질은 반대 파벌의 후계자에게 넘어갔다.

    반대 파벌의 후계자는 연구 자료와 신물질이 자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가주와 원로들에게 보고했다.

    후계자를 통해서 노이나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올라스는 코르칸이 배신자라는 것을 확신했다.

    또 자신이 실패한 일도 사실은 코르칸이 정보를 유출해서 그렇게 된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르칸! 네놈만큼은 금방 죽이지 않겠다! 그분을 배신하고 날 아크 광산에 처박히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쳇.”

    더 이상 시미치를 떼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코르칸이 팔찌를 만지며 소리쳤다.

    “칼건! 올라스를 죽여라!”

    칼건의 팔이 올라스를 향해서 발사되었다.

    “올라스님!”

    우주선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올라스 한명이다.

    그렇다고 정말로 올라스 혼자 있던 것은 아니다.

    코르칸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 일단의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 한명이 올라스에게로 몸을 날렸다.

    터억!

    올라스의 가슴에 박힐 것 같았던 칼건의 팔이 누군가의 손에 잡혔다.

    올라스가 그 누군가를 보며 말했다.

    “고맙다. 다르마.”

    로켓처럼 날아오던 칼건의 팔을 잡은 사람은 아크 광산에서 감독관 노릇을 하던 코뿔소 외계인 다르마다.

    “칼건.”

    “다르마?! 네가 왜?!”

    칼건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르마는 파비온 가문과 경쟁 관계에 있는 발락사 가문 소속이다.

    발락사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다르마가 파비온 가문의 올라스 밑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다르마 네놈이 왜 올라스 밑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죽어라!”

    다르마가 왜 올라스 밑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다르마와 올라스를 죽이지 못하면 칼건과 코르칸이 죽는 다는 것이다.

    칼건이 다르마를 향해서 돌진했다.

    지이이잉!!!!

    노이나의 패거리를 죽인 구체형 드론에서 레이저 빔이 쏟아졌다.

    “배리어를 작동시켜라!”

    올라스의 외침과 함께 불투명한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드론들이 발사한 레이저 빔은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드론들부터 처리해!”

    올라스의 명령과 함께 방어막 뒤에 있던 부하들이 드론을 향해서 레이저 빔을 발사했다.

    아즐을 비롯한 코르칸의 부하들과 총격전을 펼치고 있던 노이나가 소리쳤다.

    “코르칸! 코르칸이 도망쳐요!”

    방금 전까지 코앞에 있던 코르칸이 보이지 않았다.

    노이나의 말처럼 사람들의 인지를 방해하는 왜곡 장치를 작동시킨 코르칸이 도망친 것이다.

    코르칸의 왜곡 장치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던 노이나가 아니었다면 코르칸이 도망쳤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노이나 저년이!”

    노이나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는 코르칸.

    “배신자 코르칸! 네놈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올라스가 부하 몇 명을 대동한 채, 코르칸의 뒤를 쫓았다.

    현장은 칼건과 다르마 등등이 얽히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 아수라장을 느긋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은신 마법으로 모습을 숨기고 있던 이세우다.

    [세우, 올라스다. 올라스가 살아 있었어. 올라스를 만날 생각이냐?]

    ‘아니. 지금은 아크 광석만 챙길래.’

    [올라스를 만나지 않겠다고?]

    ‘지금은 부모님의 이주에 도움이 되는 물자를 챙기는 게 우선이야. 올라스는···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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