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78화 (78/81)
  • 〈 78화 〉 챕터 17 재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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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세우스의 레어에서 챙겨온 폴리모프 아티펙트로 모습을 바꾼 이세우가 쓰레기 집하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나서 더러웠다. 다시는 보지 말자.”

    이번에는 기필코 호노렛 내부의 좌표를 저장할 것이다.

    ‘태세우스, 폴리모프 마법은 못 쓰는 거야?’

    폴로모프 마법은 거대한 드래곤도 손바닥만한 다람쥐로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기적 같은 마법이다.

    [안된다고 몇 번이나 말 하냐. 그냥 아티펙트로 만족해라.]

    아티펙트를 사용하는 것과 마법을 펼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아티펙트는 부서질 수도 있고 잃어버릴 수도 있다.

    내가 직접 펼치는 마법은 그럴 일이 없다.

    에너지만 충분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드래곤 아일랜드에 가게 되면 몇 개 더 구해야겠다.’

    지금 사용하는 폴리모프 아티펙트는 태세우스가 반쯤 장난삼아 만든 것으로, 지금은 1개 밖에 없다.

    1개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이세우는 여분의 폴리모프 아티펙트를 더 챙겨놓기로 다짐했다.

    [네 마음대로 하세요.]

    클린 마법으로 오물과 악취를 없앤 이세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쯤에 있다고 했는데···.”

    코스모스 연맹에서는 ‘룬달’ 이라고 하는 공용 전자 화폐를 사용한다.

    그렇다고 다른 화폐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코스모스 연맹에 속한 문명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보니 쓰이는 화폐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 제각각의 화폐나 가치를 지닌 물건을 ‘교환소’라고 하는 곳에서 룬달로 교환해줬다.

    이세우는 그 교환소를 찾고 있었다.

    그렇다고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교환소를 찾는 것은 아니다.

    코스모스 연맹에서 통용되는 신분증이 없다보니 신분증이 필요한 합법 시설은 이용할 수 없었다.

    그 말인즉 신분증이 필요 없는 불법 교환소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말로만 들어서 그런가? 되게 헷갈리네.”

    불법 교환소의 위치는, 아크 광산의 노예로부터 들었다.

    호노렛의 지리를 잘 모르는데다가, 말로만 설명을 들어서 그런지, 불법 교환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이, 형씨. 뭐 찾아?”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골목이라서 그런가?

    지구의 양아치를 떠올리게 하는, 불량한 외계인들이 보였다.

    참고로.

    불량한 외계인의 피부는 초콜릿색으로, 기름을 바른 것처럼 번질번질했다.

    그리고 온몸에 털이 하나도 없었다.

    대머리라는 뜻이다.

    외계인의 특징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이마와 주먹 그리고 팔꿈치와 무릎에 손톱 크기의 돌기들이 나 있었다.

    이 돌기들은 평소에는 말랑말랑한 상태로 있다가 한순간에 돌처럼 단단하게 변한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래서 모르나? 이 구역에서는 우릴 통해야지만 물건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긴 보는 눈이 있으니까, 저쪽으로 가자고.”

    “그래. 뭘 찾는지 모르겠지만 저쪽으로 가자고.”

    골목에는 듀갈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세우와 불량한 외계인 3명밖에 없었다.

    다른 외계인은 없었다.

    ‘아하-’

    외계인이 말하는, 보는 눈이 뭔지 알았다.

    지금 있는 곳의 구석에 CCTV 같은 감시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어디요? 저쪽이요?”

    순진한 표정의 이세우가 더 으슥한 곳으로 걸어갔다.

    감시 장치가 없는 곳에 도착하자, 외계인들이 본색을 드러냈다.

    “이 형씨는 우리의 뭘 믿고 이렇게 순순히 따라온데?”

    “가끔 이런 사람이 있다니까. 겁도 없이 우리가 가자는 데로 가는 멍청이가···.”

    “크크크크. 우리한테야 잘된 일이잖아.”

    “저··· 여기선 여러분을 통해야만 물건을 구할 수 있다고···.”

    “와씨- 이 형씨 말하는 거 들었냐?”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빠악!

    외계인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쓰러졌다.

    “야! 너 지금 뭐···.”

    빠악!

    두 번째 외계인이 쓰러졌다.

    “헉!”

    그제야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세 번째 외계인이 골목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어딜!”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세우에게 뒷목을 잡히고 말았다.

    “아이고. 형님. 선생님. 어르신. 한번만 봐주십시오. 제가 눈이 많이 안 좋아서 어르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 눈, 필요 없지?”

    이세우가 외계인의 눈을 파낼 것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히익! 이, 이 눈은 안 됩니다. 뭐든, 뭐든 할 테니.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좋아. 기회를 주지. 이 근처에 교환소가 있다고 하던데?”

    “아! 교환소를 찾고 계셨군요? 교환소는···.”

    “거기였어? 고맙다.”

    빠악!

    눈물을 쥐어짜내며 애원하던 세 번째 외계인이 쓰러졌다.

    “거지새끼들.”

    쓰러진 외계인들의 몸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코스모스 연맹의 외계인이라면 누구나 차고 있는 팔찌가 전부였다.

    입고 있는 옷?

    그냥 평범한 옷이다.

    “이쪽인가?”

    외계인이 말해준 곳에는 허름해 보이는 술집이 있었다.

    이세우가 그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술집의 종업원이 이세우를 맞이했다.

    종업원이 안내하는 테이블에 착석한 이세우가 테이블의 한쪽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러자 홀로그램으로 된 메뉴가 떠올랐다.

    아크 광산의 노예로부터 불법 교환소의 거래 암호를 배운 이세우가 메뉴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러자 아까 이세우를 맞이해주었던 종업원이 다시 다가왔다.

    “손님. 화장실은 저쪽입니다.”

    화장실의 ‘화’자도 꺼내지 않았던 이세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세우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화장실의 벽이 스르륵- 하고 열렸다.

    이세우가 그 벽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교환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듀갈족 외계인이 이세우를 맞이했다.

    “화폐교환입니까? 아니면 물건교환입니까?”

    화폐교환은 다른 문명에서 사용하는 화폐를 공용화폐인 룬달로 교환하거나 룬달을 다른 문명의 화폐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물건교환은 에너지 스톤을 비롯한 고가치 물건을 룬달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거.”

    이세우가 태세우스의 레어에서 가져온 주먹크기의 다이아몬드를 꺼냈다.

    “오! 제법 큰 보석이군요. 감정해보겠습니다.”

    듀갈족 외계인이 소형 스캐너를 가져왔다.

    “음- 에너지가 없는, 일반 보석이군요.”

    코스모스 연맹에서 유통되고 있는 보석들 중에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보석도 제법 많았다.

    그런 보석들은 일반(?) 보석보다 비싸게 거래되었다.

    “가공도 잘 되어있고 크기도 이만하면···. 일반 보석치고는 품질도 우수하군요.”

    “그래서, 얼마나 쳐줄 수 있는데?”

    “12만 룬달입니다.”

    “뭐?! 그거 밖에 안준다고?!”

    “손님. 여기가 어딘지 잊으셨습니까?”

    불법으로 운영되는 교환소다.

    물건의 출처를 비롯해서 그 어떤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환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많이 떼 가는 곳이다.

    “쳇. 교환하지.”

    듀갈족 외계인이 영업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큐로 바로 쏴드릴까요?”

    “뭐?! 여기서 내 계좌를 드러내라고?! 그럴 거면 여기 오지도 않았어! 일회용 카드로 줘!”

    이세우가 지금 차고 있는 팔찌는 작동자체를 안하고 있다.

    설사 작동한다고 해도, 이세우의 계좌가 없기에 계좌이체가 되지 않았다.

    “여기, 일회용 카듭니다.”

    코스모스 연맹은 팔찌에 내장되어 있는 큐로 거래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큐로만 거래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거래 수단도 제법 많았다.

    방금 이세우가 받은, 손바닥 크기의 일회용 카드도 다른 거래 수단 중에 하나다.

    “혹시 용무가 더 있으십니까?”

    “이 근처에 신분증 판매소가 있다고 하던데?”

    이 신분증 판매소도 합법이 아닌 불법 판매소를 말한다.

    “신분증 판매소 말입니까? 거긴 여길 나가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아, 거기?”

    “좋은 교환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찾아와주십시오.”

    듀갈족 외계인의 배웅을 받으며 술집 밖으로 나오는 이세우.

    “응?”

    술집으로 위장하고 있는 불법 교환소를 나오니, 아까 쓰러뜨렸던 외계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저놈입니다! 저놈이 우리를···.”

    이제 보니 아까 쓰러뜨렸던 3명에 1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형씨야? 우리 애들을 쓰러뜨린 게?”

    “귀찮은 거 질색인데.”

    다른 외계인과 감시 장치가 없는 걸 확인한 이세우가 주먹의 관절을 풀었다.

    “자, 잠깐! 난 싸우러 온 게 아니야.”

    “뭐?”

    “이 멍청이들이 실수한 것 같은데. 대신 사과하지.”

    “형님!”

    딱!

    형님이라고 불린 외계인이 언성을 높인 외계인의 뒤통수를 갈겼다.

    “넌 닥치고 있어! 사람들 모으라고 했더니···.”

    외계인이 이세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시간돼? 제법 짭짤한 건수가 있는데, 해볼 생각 없어? 아! 함정 같은 거 아니니까 안심해.”

    저 말을 순순히 믿을 사람이 있을까?

    “하- 이 멍청이들 때문에···. 믿기 어렵겠지? 그냥 못들은 걸로 해.”

    “짭짤하다는 것이 정확하게 얼마를 말하는 거야?”

    [저놈 말을 믿는 거냐?]

    몸을 돌려서 가려고 하던 외계인이 술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길거리에서 계속 이러고 있는 것도 그렇고. 한잔 하면서 듣는 게 어때? 아, 물론 내가 사는 거야.”

    “좋지.”

    [세우, 진짜 어쩔 생각이냐?]

    ‘어쩌면 이게 기회일지도 몰라.’

    [기회?]

    ‘우리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합법적으로 시작할 수 없잖아.’

    [그래서, 저 수상한 외계인들의 도움을 받자고?]

    ‘일단은, 이렇게 시작하는 거지.’

    [이게 다 함정이면?]

    ‘저런 놈들이 꾸민 함정이면 뻔하지 않겠어?’

    [그렇긴 한데···.]

    이세우의 말대로, 뒷골목 깡패가 꾸미는 함정은 뻔하다.

    설사 생각했던 것 이상의 대단한 함정이라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감당할 수 없으면 균열을 이용해서 지구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뭐 마실래?”

    “독하지만 않으면 돼.”

    코스모스 연맹의 술에 대해서 모르니, 정확한 술의 이름을 말할 수 없었다.

    피수-

    외계인이 홀로그램 메뉴를 누르고 큐로 결재하자, 테이블에서 구멍이 열렸다.

    그 구멍에서 외계인이 시킨 술이 담긴 술잔들이 스르륵- 하고 올라왔다.

    외계인이 술잔들 중에 하나로 손을 뻗었다.

    이세우 역시 구멍에서 올라온 술잔에 손을 뻗었다.

    “아까 말한, 짭짤하다는 게 얼마를 말하는 거야?”

    “이제 보니 성격이 급하군? 일단 목부터 축이자고.”

    외계인이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세우도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음- 좋은데.’

    술이 아니라 달달하고 부드러운 음료수 같았다.

    그렇다고 알코올이 전혀 안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맥주 정도?

    “원래는 35만인데. 내 동생들이 실수한 것도 있으니까··· 40만 룬달을 주지.”

    “40만?!”

    주먹만한 다이아몬드가 12만 룬달이다.

    그런데 일 하나 해주는 대가로 40만 룬달을 준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생각만큼 위험한 일은 아니야. 내가 지정한 곳에서 소란을 피우면 돼.”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냐고.”

    “경비대 대장의 마누라가 운영하는, 에너지 스톤 거래소야.”

    “야! 누구 죽일 일 있어! 경비대 대장의 마누라가···.”

    “쉿. 목소리 좀 낮춰. 그리고 40만 짜리 일이야. 설마하니 동네 구멍가게 터는 일을 시키겠어?”

    “방금 전에는 위험하지 않다며? 경비대 대장의···. 거길 터는 일이 위험하지 않으면 뭐가 위험한 일인데?”

    “누가 거래소를 털래? 그냥 그 앞에서 소란만 피우라고.”

    거래소를 터는 것과 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외계인의 말대로, 거래소 앞에서 소란만 피우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소란을 피우면 경비대가 출동할 거야. 그러면 경비대에 저항하지 말고 얌전히 체포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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