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77화 (77/81)
  • 〈 77화 〉 챕터 17 재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박유나의 집 2층.

    “세우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아들, 이게 다 무슨 말이야?”

    이세우로부터 코스모스 연맹의 진면목과 드래곤 아일랜드로의 이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이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평범한(?)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하나같이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아버님, 어머님. 세우 오빠, 이야기는 전부 사실이에요.”

    다양한 치료제와 최첨단 장비로 대중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한 우주요새 네이스의 실체를 알고 있던 박유나가 부연 설명을 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어머나, 세상에 그런 일이···.”

    이세우의 아버지 이동구가 말했다.

    “그러면 드래곤 아일랜드? 하여튼 거기는 안전하냐? 신문이고 방송이고 균열 너머의 세상은 몬스터 천지라서 위험하다고 하던데···.”

    균열을 넘어가면 높은 확률로 초능력을 각성할 수 있다.

    이 사실은 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다.

    또 초능력만 각성하면 높은 연봉과 혜택을 받는다는 것 역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건 눈앞에서 균열이 발생하면 그 균열로 뛰어들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건 정부가 반기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초능력자로 인한 범죄로 골치가 아프던 참이다.

    정부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초능력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로인한 범죄도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균열에는 인원제한이 있다.

    균열을 먼저 발견한 민간인들이 균열을 넘어가버리면 나중에 도착한 정부 요원이나 군인이 균열을 넘어갈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정부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균열을 넘어가면 높은 확률로 초능력을 각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후다.

    이제 와서 그게 거짓이라고 말해봤자, 통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던 정부는, 균열 너머의 세상은 몬스터가 득시글거려서 매우 위험하다는 언론 플레이를 했다.

    균열에서 종종 나타나는 몬스터 덕분인지, 정부의 언론 플레이는 큰 효과를 보였다.

    이세우의 부모님처럼 대부분의 시민들이 균열 너머의 세상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균열이 발생하면 도망치거나 신고를 할뿐, 균열로 넘어가지 않았다.

    “당신도 참. 안전하겠죠. 우리 세우가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우릴 데려가겠어요? 당신, 우리 세우 못 믿어요?”

    “당연히 믿지. 우리 세우는 믿는데···. 그래. 세우 네가 다 알아보고 하는 말이겠지. 내가 노파심에 쓸데없는 말을 했다. 못들은 걸로 해라. 그러면 이주 준비는 언제까지 하면 되냐?”

    “5일이요. 5일 후에 드래곤 아일랜드로 떠날 거예요. 그때까지 이주 준비 마치면 돼요.”

    박유나의 2층 집에는 이세우의 부모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박유나와 그녀의 부모님도 계셨다.

    그들 역시 이세우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박유나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부모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 세우 오빠 말 들었죠? 5일 후에는··· 한국을 떠나야 하니까, 꼭 필요한 거만 챙겨두세요.”

    박유나의 아버지 박도술이 말했다.

    “세우야, 다른··· 사람은 안 되냐?”

    “예? 뭐가요?”

    “드래곤 아일랜드라는 곳, 우리만 갈 수 있는 거냐? 다른 사람들은 데려갈 수 없어?”

    “데려갈 수 있어요. 다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드래곤 아일랜드에 들어가면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 힘들 거예요.”

    “세우 네가 말한 코스모스 연맹인지 뭔지 하는 외계인들이 다시 쳐들어온다면···.”

    코스모스 연맹이 다시 나타나는 날이 인류의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다.

    지구가 지옥으로 변하면 누구라도 돌아오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진짜 말 그대로 이주(移住)구나. 그러면 준비해야할 것도 많겠는데?”

    “예. 그렇다고 너무 많이 준비하실 필요는 없어요. 꼭 필요한 것만 챙기세요. 사실은 우릴 도와주시는 분이 있어요.”

    “도와주는 분이 있다고? 그게 누구냐?”

    “이대수 대위님이라고···.”

    박도술이 박유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대수 대위라면?”

    “아빠, 맞아. 그 이대수 대위님이야.”

    처형단의 팀장으로, 군대는 물론이고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도 막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이대수 대위에 대해서 알고 있던 박도술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세우야, 이 대위의 가족도 우리랑 같이 넘어가는 거냐?”

    이세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같이 갈 거예요. 생필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물자는 이대수 대위님이 책임지기로 했어요.”

    개인이 그것도 5일이라는 제한된 시간동안 준비하다보면 여러모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드래곤 아일랜드에 며칠 아니 몇 달 머무는 거라면 준비가 미흡해도 괜찮다.

    그런데 박도술 등은 몇 달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영 살러가는 것이다.

    그것도 차원이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불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정부의 힘을 쓸 수 있는, 이대수 대위도 이번 일에 함께 라고 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건 박도술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박도술의 아내는 물론이고 이세우의 부모님도 똑같았다.

    이세우를 믿지만 이세우의 능력을 직접 본적이 없다보니 그런 것이다.

    “유나야, 잠깐 나 좀 보자.”

    부모님들이 각자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넣는 것을 본 이세우가 박유나를 집밖으로 불러냈다.

    “오빠, 왜?”

    “왜긴, 유나 너한테 부탁할게 있어서 그러지. 유나야, 네 역할이 중요해. 나 대신 우리 부모님을··· 사람들을 잘 보살펴줘. 부탁한다.”

    “오빠, 나 따라가면 안 돼? 오빠 혼자 보내는 거 불안한데···.”

    태어나고 자란 지구를 떠나 차원이 다른 세상으로 이주하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걱정이 한 가득인 부모님께 3년 안에 파편 8개를 모으지 못하면 지구와 올그트가 파멸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정말 한숨도 못 주무실 거다.

    그리고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아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모르시는 게 나았다.

    그래서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비밀로 할 수는 없었다.

    날 대신해서 사람들을 보살펴야 하는 유나에게는 사실대로 말해야만 했다.

    “오빠.”

    부모님이 걱정되기도 했고 이세우가 걱정되기도 했던 박유나는 결정을 내렸다.

    이세우를 대신해서 드래곤 아일랜드의 인간들을 잘 보살피기로.

    그게 결과적으로 이세우와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했다.

    “오빠, 드래곤 아일랜드는 나한테 맡겨. 내가 잘 케어할 게. 오빠는 그 파편인지 뭔지 모으는데 집중해. 그리고···.”

    방금 전까지 이세우에 대한 걱정이 한 가득이었던 박유나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

    “한눈팔면 용서 못해!”

    박유나가 드래곤 아일랜드에 묶여 있는 동안 이세우는 올그트 곳곳을 누비고 다닐 것이다.

    사람 만날 일이 많다는 뜻이다.

    이세우처럼 능력이 출중한 사람을, 여자들이 그냥 둘 리 없다.

    “아- 하하하- 유나 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 주제에···.”

    “뭐? 오빠가 어디가 어때서? 이정도면 잘 생겼지.”

    전혀 아니었다.

    대한민국 평균의 외모를 가졌다.

    “키도 크지.”

    이세우의 원래 키는 175cm다.

    그런데 초능력을 각성한 후 닫혀있던 성장판이 다시 열렸는지, 조금씩 자라더니 이제 185cm 가 되었다.

    “게다가 능력도 쩔잖아.”

    이건 맞는 말이다.

    “다시 경고하는데, 한눈팔면 용서 안 해! 오빠, 알지? 나 화나면 무서운 거.”

    “알지. 잘 알지. 근데 유나야···,”

    냉기를 풀풀 풍기던 박유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달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오빠?”

    “우리가 언제부터 사귀는 사이가 된 거냐?”

    기억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유나와 사귀기로 한 기억은 없다.

    그런데 유나는, 우리가 이미 사귀는 사이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뭐, 여신이나 다름없는 유나가 나랑 사귀어주겠다고 하면 땡큐 베리마치지만.

    “오늘부터 1일? 에헤헤-”

    바보처럼 웃는 박유나의 모습을 본 태세우스가 말했다.

    [가만 보면 이년도 정상은 아니야.]

    ※  ※  ※  ※

    [세우, 이제 어디로 갈 거냐? 너와 네 부모가 쓸 생필품을 구하러 갈 거냐? 아니면··· 미국으로 갈 거냐?]

    이세우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둘 다 아니야.’

    [둘 다 아니라고? 그러면 올그트로 넘어갈 거냐?]

    ‘거기도 아니야.’

    [올그트도 아니라고? 그러면 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거냐?]

    ‘코스모스 연맹.’

    [뭐? 어디?]

    ‘코스모스 연맹으로 갈 거야.’

    태세우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코스모스 연맹은 왜? 지금은 드래곤 아일랜드로의 이주에 집중해야 할 때잖아? 코스모스 연맹에 가고 싶으면 5일 후에 가도 되잖아?]

    ‘아니. 지금 가야해.’

    [그러니까 왜?]

    ‘올그트에서는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지구에서는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이건 코스모스 연맹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거야.’

    지구보다 과학기술이 월등히 발달한 코스모스 연맹이라면 지구에서는 구하기 힘든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구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확실히···.]

    ‘지구 물자는 내가 없어도 구할 수 있지만 코스모스 연맹의 물자는 나만 구할 수 있어.’

    부자인 박도술과 이대수 대위가 나서서 물자를 모으고 있다.

    이세우가 합류한다면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없어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렇다면 이세우의 말대로, 코스모스 연맹의 물자를 확보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다.

    ‘마침 코어도 넘칠 만큼 있으니···.’

    [그렇다고 막 쓰진 마라. 지금이야 코어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흥청망청 쓰다보면 한순간에 다 사라질 수도 있다.]

    ‘그놈의 잔소리···.’

    [뭐? 잔소리?! 이건 잔소리가 아니라 세우 네가 걱정돼서 하는, 조언이다! 조언! 잔소리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예. 예.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유익한 조언, 가슴에 잘 새겨놓겠습니다.’

    [세우 너··· 에잇.]

    더 말해봤자, 있지도 않은 입만 아프다는 것을 깨달은 태세우스가 코스모스 연맹의 우주로 향하는 균열을 열었다.

    이세우가 도착한 곳은, 아크 광산이 있던 그리고 우주요새 네이스를 강제 이동시켰던 곳이다.

    “이렇게 됐구나.”

    이세우가 1년 동안 노예 생활을 했던 아크 광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세우가 지구로 향하는 균열을 열었을 때 폭발한 건지.

    아니면 우주요새 네이스가 폭발할 때 같이 폭발했는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우주요새 네이스의 잔해로 보이는 것들뿐이다.

    “응?!”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태세우스.’

    [알았다.]

    태세우스가 급하게 은신 마법을 펼쳤다.

    공기가 가득 들어 있는 보호막을 두르고 있던 이세우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잠시 후 벌처럼 생긴 드론이 날아왔다.

    길이가 1미터인 드론이 조명을 켠 후 360°로 회전했다.

    캄캄한 우주를 밝게 비췄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드론이 조명으로만 주변을 살핀 것은 아니다.

    드론에 내장되어 있는 레이더 역시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레이더에도 이세우는 포착되지 않았다.

    당연했다.

    은신 마법으로 모습을 숨긴 이세우는 순간이동 마법으로 그곳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거기로 갈걸 그랬나?’

    이세우가 말하는 거기란, 최초로 코스모스 연맹의 우주로 넘어왔던 곳을 말한다.

    거기에는 진짜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보니 은신 마법이나 순간이동 마법을 쓸 일도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그곳으로 가지 않고 이곳으로 온 것은, 1년 동안 노예 생활을 했던 아크 광산과 우주요새 네이스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제 그만 호노렛으로 가자.’

    이곳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던 이세우는 목적지인 우주 정거장 호노렛을 향해서 전력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쓰레기 배출구로 들어가야 하나?”

    우주 정거장 호노렛의 입장에서는 이세우가 외계인이다.

    정체불명의 외계인을 그냥 출입하게 해줄 리 없다.

    죽이려고 하거나 생포해서 실험체로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뭐, 그런다고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아니지만.

    다시 말하지만 정식 출입구는 이용할 수 없다.

    그 말인즉 저번에 이용했던 쓰레기 배출구를 또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에잇.”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이세우가 일전에 이용했던 쓰레기 배출구로 향했다.

    “어?!”

    지이이이잉!

    호노렛에서 레이저 빔이 발사되었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호노렛의 이착륙장이 열리더니 전투 드론들이 벌떼처럼 튀어나왔다.

    레이더로 이세우의 접근을 알아차린 것이다.

    ‘태세우스.’

    다시 은신 마법을 펼쳤다.

    은신 마법을 펼치자, 이세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단지 눈에만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레이더에도 이세우가 감지되지 않았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던 레이저 빔이 중단되었다. 이세우를 향해서 빠르게 날아오던 전투 드론들도 멈췄다.

    멈췄던 전투 드론들이 천천히 이동하며 주변을 살폈다.

    그 사이 이세우는 일전에 이용했던 쓰레기 배출구에 도착했다.

    ‘태세우스 네 능력을 업그레이드해놓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예전에는 은신 상태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은신이 자동으로 해제되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다른 초능력자의 영혼에 깃들어 있던 태세우스의 정신체를 흡수하면서 마법 능력이 상승했다.

    이제는 은신 상태에서도 이동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북이가 하품할 정도로, 아주 느리게만 이동할 수 있었다.

    그 이상의 속도를 내면 은신이 자동으로 해제되었다.

    푸수-

    3시간 후에야 쓰레기 배출구가 열렸다.

    이세우는 그때서야 구역질이 날 정도의 역한 냄새가 나는 좁은 통로를 엉금엉금 기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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