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챕터 16 드래곤 아일랜드.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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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암!”
기지개를 피며 깨어나는 이세우.
“잘 잤··· 아!”
개운하다는 표정을 짓던 이세우가 얼굴을 구겼다.
자신이 평범하게 잠을 잔 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었던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내가 얼마나 잔거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48시간 동안 죽은 듯이 잠만 잤어.”
이세우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나?”
“세우 오빠, 괜찮아? 어디 아프거나하진 않지?”
“네가 왜 거기 있냐. 근데 내가 얼마나 잤다고? 이틀?”
“어. 오빤 이틀 동안 죽은 듯이 잠만 잤어! 오빠가 쓰러졌을 땐 진짜 문제 생긴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심각한 표정의 박유나와 달리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이세우.
“어-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
‘태세우스, 유나 말이 진짜야? 내가 이틀 동안 의식불명이었어?’
금방 대답할 줄 알았던 태세우스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나도, 방금 깨어났다.]
태세우스의 말에 너무 놀란 이세우가 입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뭐?!”
“오빠, 갑자기 왜 소리를 질러? 혹시 어디 아파? 의사 선생님 불러올까?”
“응? 아, 아냐. 아직 잠이 덜 깨서 나도 모르게 헛소리가 나온 거야.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마.”
‘태세우스, 너 원래 잠 안 자잖아?’
[균열들을 연쇄폭발 시키는 마법이 그만큼 힘들었다는 뜻이다. 과도한 정신력의 소모 때문에 의식을 잃었던 것뿐이다. 너나 나한테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마라.]
‘정말 괜찮은 거지?’
[이세우, 네가 걱정해야할 문제는 따로 있다.]
‘내가 걱정해야할 문제는 따로 있다고? 그게 뭔데?’
[코스모스 연맹이다. 이번에는 악마의 입 덕분에 잘 해결됐지만···.]
태세우스의 설명을 길게 듣지 않아도 뭘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근데 다른 수가 없잖아? 코스모스 연맹에서 지구의 좌표를 알아버린 이상, 코스모스 연맹이 또 쳐들어오는 건 시간문제잖아?’
[그렇지. 그리고 그땐 더 강력한 그리고 더 많은 우주선을 이끌고 오겠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태세우스가 잠시 뜸을 들인 후 말했다.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것 같다.]
‘업그레이드라니? 뭘?’
[날 업그레이드해야할 것 같다.]
태세우스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던 이세우가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기억나지? 구난도 센터장이 너와 다른 초능력자들을 강제로 웜홀로 데려가려고 했던 때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센터의 방공호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다른 초능력자들의 영혼에 빙의해있던 나의 일부분들이 하나로 합체됐다.]
‘그러니까, 그때처럼 다른 초능력자의 영혼에 빙의하고 있는, 또 다른 너를 흡수하겠다는 거야?’
[그래.]
‘근데 그게 가능해? 방공호 때는 구난도 센터장이··· 그래! 이미소라는 초능력자의 능력을 사용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지금은 구난도 센터장도 없고 이미소라는 초능력자도 없는데···.’
[확실히 그때는 내 힘으로 또 다른 나의 일부를 흡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세우 너의 능력이 그때와 다르다.]
‘응?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쉽게 설명하면···.]
태세우스가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이세우는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다.
태세우스가 아는 마법이 있어도, 이세우의 능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마법은 발현되지 않는다.
이걸 바꿔 말하면 이세우의 능력만 따라주면 이전에는 펼칠 수 없었던 마법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 능력이 방공호 때보다 더 상승해서 가능하다는 거야?’
[간단히 말하면··· 그렇다.]
‘근데 다른 문제는 없는 거야?’
[무슨 뜻이냐?]
‘다른 정신체를 흡수할 경우, 너의 인격이 달라진다거나 기억을 잃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서···.’
[그런 일은 없으니 안심해라.]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근데···.’
[또 뭐냐?]
‘다른 정신체들을 흡수하면 코스모스 연맹의 침공을 이겨낼 방법이 생기는 거야?’
태세우스의 마법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수백 개의 은하계가 뭉친 코스모스 연맹의 침공을 이길 것 같지 않았다.
[정신체가 다 합체한다고 해도··· 아니 내가 온전한 드래곤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코스모스 연맹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다른 방법이 없기에 조각난 내 정신체라도 하나로 합체시키려고 하는 거다.]
사실 이세우도 알고 있었다.
태세우스와 자신이 지금보다 10배 아니 100배 더 강해진다고 해도 코스모스 연맹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래도 혹시 몰라서 한번 물어본 것이다.
[코스모스 연맹으로부터 지구를 구할 순 없지만 이세우 너의 부모님과 지인들은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어떻게 하면 부모님을 구할 수 있는데?’
[방법을 알려주마.]
태세우스가 부모님을 구할 방법을 이야기하려고 할 찰나.
“오빠? 오빠! 세우오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이세우를 부르던 박유나가 이세우의 몸을 흔들었다.
“어? 나 불렀어?”
“오빠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아까부터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대답도 안하고. 멍하니 허공만 보고 있고···. 안 되겠다. 의사 선생님 모셔와야지.”
올그트의 이계인들부터 성녀라고 불리는 박유나지만 성물이 없으면 기적이라고 불리는 그 대단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외상 그것도 조금 베인 상처만 치료할 수 있었다.
그 말인즉 이세우가 정말로 아프다면 의사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유나야.”
이세우가 손을 뻗어,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박유나의 팔을 잡았다.
“오, 오빠···.”
박유나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수줍게 말했다.
“오빠, 아무리 급해도 병실에서···.”
“응? 뭐? 병실에서? 그게 무슨 말이야?”
“어? 아, 아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창피함으로 뒤덮인 박유나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근데 손은 왜 잡은 거야?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그게···.”
이세우의 설명을 들은 박유나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뭐? 그런 게 가능하다고? 정말로?!”
“그래. 그러니까 이대수 대위님한테 말해서···.”
“나는?”
“응? 너는, 뭐?”
“오빠가 말한 그거, 나는 안 되는 거야?”
박유나는 크리스털로 초능력을 각성한 것이 아니다.
올그트에 있는 셀레리스를 흡수하여 초능력을 각성했다.
박유나의 영혼에는 태세우스의 정신체가 없다는 뜻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크리스털로 각성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적용이 안 돼.”
“히잉-”
아쉬움을 애교로 표시하던 박유나가 병실 밖으로 사라졌다.
“이 하사!”
잠시 후 이대수 대위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박 소위에게 들었네. 그게 정말인가?”
태세우스의 존재를 드러낼 순 없다.
그리고 크리스털로 초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갈 수도 없다.
그러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언제 코스모스 연맹이 다시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세우가 찾아간다고 해서 사람들이 협조할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시간 낭비도 줄이고 시람들의 협조도 얻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크리스털로 각성한 초능력자의 아크 에너지를 높여준다고 하면 된다.
그러면 제 발로 찾아올 것이다.
지금 병실로 뛰어 들어온 이대수 대위처럼.
“그러고 보니 이 대위님도 크리스털로 각성하셨죠?”
이대수 대위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확인하시겠습니까? 그게 제일 확실하잖아요.”
“그렇지. 그게 제일 확실하지.”
대적불가였던 오크 로드는 물론이고 코스모스 연맹의 경비 로봇들도 상대하기 어려웠다.
그런 적들과 싸우다보니 보다 강한 힘을 갈구하게 되었다.
설사 그런 적들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아크 에너지를 높이고 싶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그리고 몬스터가 나오면 넘어가기도 힘든 균열을 통하지 않고도 아크 에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그러면 눈을 감고 가만히 계세요. 제가 됐다고 할 때까지 그 상태로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아픈 건 아니지?”
“왜요? 그러면 안 하실 겁니까?”
“···할 거야. 죽을 것처럼 아파도··· 할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괜히 겁이 났던 이대수 대위가 눈을 꼭! 감으며 작게 말했다.
“살살 부탁하네.”
이대수 대위의 그런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던 이세우가 피식- 하고 웃으며 이대수 대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럼, 시작합니다. 간질거리는 느낌이 나도 참으세요.”
눈을 꼭 감고 있던 이대수 대위의 얼굴이 더 심하게 구겨졌다.
‘태세우스. 시작해.’
[금방 끝날 거다.]
이대수 대위의 영혼에 빙의하고 있던 태세우스의 정신체 조각을 흡수하는 일은 10초도 안 되서 금방 끝났다.
그렇다고 모든 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세우가 말한, 크리스털로 각성한 초능력자의 아크 에너지를 높여주는 작업이 남아 있었다.
이대수 대위가 눈을 감고 있는 것을 재확인 이세우가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우주요새 네이스에서 죽인 블랙 오크의 코어다.
이 블랙 오크의 코어를 사용해서 이대수 대위의 아크 에너지를 높일 것이다.
그렇다고 블랙 오크의 코어가 셀레리스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태세우스가 완전한 드래곤일 때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블랙 오크의 코어는 어디에 쓰는 걸까?
이대수 대위의 몸에 축적되어 있는 셀레리스를 자극하는데 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대수 대위의 몸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은, 몸 안에 쌓여있기만 한 셀레리스를 자극하여 완전히 흡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끝났습니다.”
끝났다는 말에 살며시 눈을 뜨는 이대수 대위.
“저, 정말? 이렇게 간단하다고? 별로 아프지도 않았는데···.”
블랙 오크의 코어를 이용해서 이대수 대위의 셀레리스를 자극하는데 걸린 시간은 3분이다.
최소 1시간 그리고 상당한 고통이 뒤따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이대수 대위로써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제 말이 안 믿기면 아크 에너지 측정기로 측정해보세요.”
“아하하하- 이 하사 말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을 늘어놓는 이대수 대위.
“어이구. 그러고 보니 아크 에너지가 늘어난 게 느껴지네. 하하하- 내가 많이 둔감해서. 이제야 느껴지네. 이 하사, 고마워. 이 은혜는 꼭 갚을게. 아참! 오늘 중으로 대대장님께 보고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그걸 깜빡했네. 대대장님이 기다리실 텐데. 이 하사, 미안해. 내가 지금 급하게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아크 에너지가 늘어난 것이 느껴지지 않았던 이대수 대위가 이세우의 눈치를 살피며 병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크 에너지 측정기가 있는 곳으로 후다닥! 하고 달려갔다.
“헉! 진짜다! 진짜로 아크 에너지가 늘어났어!”
아크 에너지 측정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 이대수 대위는 곧바로 측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세우의 말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했다.
“상부에 보고를···.”
이대수 대위의 보고를 받은 상부는 크리스털로 초능력을 각성한 초능력자들을 이세우에게 보냈다.
이대수 대위의 아크 에너지가 상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초능력자들은 앞을 다투며 이세우를 찾았다.
3일 후.
“드디어 도착했다!”
태세우스의 능력이 상승하면서 순간이동 마법의 이동범위가 늘어났다.
장거리 이동이 가능해진 이세우는 상대할 수 없는 위험한 몬스터나 너무 많은 수의 몬스터가 나타날 때마다 순간이동 마법으로, 그 자리를 피하며 이동하고 또 이동했다.
원래라면 수많은 난관을 헤치며 힘겹게 도착해야 하는 레어에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태세우스의 레어에 바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레어 입구에는 출입을 차단하는 마법이 설치되어 있다.
태세우스가 설정해놓은 마법 암호를 모르면 레어로 들어갈 수 없다.
아니 들어가지 못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법 암호를 모르는 사람이 강제로 들어가려고 하면 공격 마법이 발동된다.
사람은 이 공격 마법을 막거나 피할 수 없다.
강제 침입을 시도하는 순간 그냥 다 죽는다고 보면 된다.
이세우 역시 영혼에 빙의하고 있는 태세우스가 아니었다면 공격 마법에 죽었을 것이다.
“우주선에서 코어를 확보하지 못했으면···.”
우주요새 네이스에서 제법 많은 수의 블랙 오크를 사냥했다.
그때 얻은 코어들을 사용하여 순간이동 마법을 계속 펼칠 수 있었다.
“어?”
아무도 없어야 하는 태세우스의 레어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 누군가가 말했다.
“태세우스, 대체 어딜 그렇게 싸돌··· 응? 태세우스가 아니네? 누구냐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