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챕터 15 우주요새 네이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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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균열의 폭발에 휘말려 잠시 동안 의식을 잃었던 콰이자크가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된 거지?”
삐비비비!!!!
베틀아머에서 기계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었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았던 콰이자크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애썼다.
“왜 이렇게 아프지?”
의식이 뚜렷해질수록 느껴지는 고통이 점점 더 심해졌다.
“도대체··· 응?!”
그때서야 보았다.
이세우가 낑낑- 거리며 무언가를 떼어내려고 하는 것을.
“너··· 무슨···.”
“어, 깼어?”
친구에게 말하듯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이세우.
“본드라도 붙인 거야? 왜 이렇게 안 떨어져?”
이세우가 떼어내려는 것은 콰이자크의 베틀아머다.
이세우의 말대로, 아무리 힘을 줘도 베틀아머가 분리되지 않았다.
“지금 뭐하는 거냐?!”
콰이자크의 고함에 뒤로 물러나는 이세우.
“장난은 여기까지. 이제 그만··· 죽어라.”
“뭐? 아까부터 무슨···. 응? 어디로 사라졌어?”
코앞에 있던 이세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이번 싸움은 이세우가 이겼다.
“또 클로킹한 건가? 하지만 왜?”
왜 마지막 일격을 가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그나저나···.”
균열의 폭발에 휘말린 콰이자크의 베틀아머는 산산이 부서졌다.
넝마처럼 변한 일부만 콰이자크의 몸에 붙어 있었다.
“왜 복구가 되지 않는 거지?”
콰이자크의 베틀아머는 파손된 부분이 생기면 나노봇이 자동으로 복구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나노봇이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이세우가 수작을 부린 건가? 아니면···.”
균열의 폭발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든, 콰이자크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크윽- 이것 때문이었나?”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던 콰이자크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 무언가는 검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콰이자크의 몸에 박힌 검이다.
아마도 저 검 때문에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세우 아니 이세우로 위장하고 있던 스파이는 왜 갑자기 사라진 거지?”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의 콰이자크를 죽이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쉬웠다.
최고 사령관인 콰이자크가 죽으면 우주요새 네이스는 크나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거야말로 스파이가 바라던 것이다.
그런데 그럴 수 있으면서도 그러지 않았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가만!”
불현듯 바로 옆에 있는, 우주요새 네이스의 심장인 아크 원자로가 떠올랐다.
심장 역할을 하는, 아크 원자로가 멈추면 네이스도 멈춘다.
“헉!”
아크 원자로로 향했던 콰이자크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그때서야 이세우의 속셈을 알아차린 것이다.
“안 돼!”
콰이자크가 아픈 몸을 이끌며 아크 원자로로 달려갔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에너지가 누출되고 있던 아크 원자로가 폭발했다.
그 폭발이 얼마나 강력한지, 지름 35km인 우주요새 네이스가 산산이 조각날 정도였다.
우주요새 네이스의 폭발은 우주 저 멀리에서도 관측될 정도였다.
※ ※ ※ ※
코스모스 연맹의 우주 어느 곳.
“아아아아악!”
고함을 지르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쾅! 내리치는 사람은 글란더다.
“왜?! 왜 안 되는 거야?!”
초능력을 각성한 지구인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이식하면 듀갈족을 비롯한 다른 외계인들도 초능력을 각성할 줄 알았다.
지구의 장비로는 불가능하지만 코스모스 연맹의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면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초능력을 유발시키는 유전자를 이식하는데 성공했다싶으면 실험체(외계인)의 몸이 붕괴되며 사망했다.
하펠리온과 약속한 5개월이 지났지만 단 한 번의 성공도 이뤄지지 않았다.
실험에 동원된 외계인 1000여명만 허망하게 사망했다.
제 앞가림하기도 바빴던 하펠리온은 약속한 5개월이 지나자, 불 같이 화를 내며 후원을 끊었다.
하펠리온의 후원이 끊어지면서 실험을 이어가기 힘들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가문에서 축출당할 것이다.
아니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젠가 하펠리온이 말한 것처럼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똑똑똑-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분명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가뜩이나 되는 일이 없어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글란더가 고함을 질렀다.
노크한 사람은 글란더의 기분 따윈 상관없다는 듯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리안 너, 내 말을···.”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함께 코스모스 연맹의 우주로 돌아온 시리안 부관이다.
“우리 가문··· 아니 파비온 가문의 우주요새 네이스가 지구로 출발했어요.”
“뭐?! 네이스가 지구로 출발했다고?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지구의 존재는 나와 너 그리고 하펠리온 그 망할 작자만 알고 있잖아? 그런데 어떻게··· 설마!”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던 글란더가 손을 뻗어, 시리안 부관의 목을 잡았다.
“네년 짓이냐?! 기어코 네년이!”
글란더의 광기가 짙어질수록 시리안 부관의 목을 쥐고 있는 손의 힘도 점점 더 세졌다.
“케엑- 켁!”
숨쉬기 어려워진 아니 이러다가 목이 부러질 것 같았던 시리안 부관이 몸부림을 쳤다.
시리안 부관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목을 쥐고 있는 글란더의 팔을 때렸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글란더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진짜 죽겠다싶었던 시리안 부관이 글란더의 뺨을 찰싹! 하고 때렸다.
그때서야 글란더에게서 반응이 왔다.
“응?! 아!”
글란더가 시리안 부관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콜록, 콜록.”
죽다가 살아난 시리안 부관이 기침을 하며 호흡을 골랐다.
“날 배신한 네년을 이렇게 쉽게 죽여선 안 되지. 네년이 보는 앞에서 네 동생···.”
여전히 숨쉬기 어려웠던 시리안 부관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그만!”
글란더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지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에서도 그놈의 동생···.”
“그만 말하라고 했어요! 한번만 더 내 동생을 언급하면 그땐 나도 못 참아요!”
“못 참으면 어쩔 건데?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 우린 이제 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 난 이제···. 가문에서 축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 방법이 남아 있어요.”
“무슨 소리야? 무슨 방법이 남았다는 거야?”
시리안 부관이 자신의 팔찌를 눌렀다. 그러자 글란더의 팔찌에서 띠링- 하는 소리가 울렸다.
“뭐냐?”
“당신 눈으로 직접 확인해요.”
“대체 뭐기에··· 응?! 이건!”
글란더가 팔찌를 누르자, 그의 눈앞에서 홀로그램이 튀어나왔다.
그 홀로그램에는 지구의 좌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가만! 지구의 좌표는 어떻게 알아낸 거지?”
웜홀 2.0 디바이스의 손상된 데이터를 복구하려고 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그 탓에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는 물론이고 지구의 좌표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 손상된 데이터를 복구하는 작업은 글란더가 직접 했다.
데이터 복구에 성공했다고 해도, 시리안을 비롯한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이거 어디서 얻은 거야?”
분명 글란더가 모르는, 다른 루트로 지구의 좌표를 손에 넣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글란더도 모르는 지구의 좌표를 시리안이 아니 파비온 가문이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단 말인가?
“파비온 가문이 멘타인에 심어둔 스파이가 있었어요.”
그건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지구에 있던 그 스파이가 파비온 가문으로 복귀했어요.”
“뭐?! 지구에 있던 스파이가 돌아왔다고?! 어떻게?! 어떻게 돌아왔다는 거야?”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요. 지구인을 초능력자로 만들어준 크리스털과 관련이 있다는 것 밖에는···.”
“크리스털이 관련 있다고? 대체 어떤···. 그래서, 복귀한 스파이가 누구야? 나도 아는 놈이야?”
시리안 부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스파이의 정체는 나도 몰라요. 내 정보원도 그 스파이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어요.”
“시리안 너의 정보원이라면 정보부에 있는, 네 외삼촌을 말하는 건가?”
물라크로부터 글란더와 시리안이 지구인들을 데리고 코스모스 연맹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다는 보고를 받은 파비온 가문은 물라크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했다.
이때는 이미 하펠리온의 보호와 후원이 끊어진 후였다.
파비온 가문이 총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글란더와 시리안 그리고 그들이 데려온 지구인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총력을 다 기울이고도 알아내지 못했다.
왜?
글란더가 말한, 정보부에 있는 시리안의 외삼촌이 정보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정보부의 부책임자들 중에 한명인 네 외삼촌도 스파이의 정체를 모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미친개처럼 날뛰던 글란더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점잖은 모습을 보였다.
글란더는 이런 사람이다.
평소에는 이성적이고 인자한 척하다가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광견병에 걸린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며 지랄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
“시리안, 수고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라. 그러면 너와 네 동생은···.”
글란더의 입에서 또 동생 이야기가 나오자, 시리안의 표정이 만년설보다 더 차갑게 변했다.
“마지막으로 경고하겠어요. 그 입에서 내 동생이 또 언급되면 그땐 나도 죽고 당신도 죽는 거예요.”
“후후후. 알았어. 다신 내 입에서···. 크흠- 쉬고 있어.”
여유를 되찾은 글란더가 팔목의 팔찌를 눌렀다.
그러자 누군가와 통신이 연결되었다.
“아! 하펠리온님. 오랜만입니다.”
“글란더, 아직 살아있었나?”
파비온 가문에서 글란더와 시리안 그리고 그들이 데려온 지구인들을 찾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하펠리온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글란더에게 경고하지 않았다.
글란더가 코스모스 연맹의 우주로 복귀했다는 것을 가문이나 중앙 정부에 알리지도 않았다.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골치가 아팠던 하펠리온은 막대한 손해만 입힌 글란더에 대한 관심 그 자체를 끊어버렸다.
글란더의 복귀를 알리지 않았지만 파비온 가문이라면 금방 찾아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쯤이면 파비온 가문에 잡혀갔거나 죽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멀쩡히 살아 있었다.
“그래도 한때는 동업관계였는데···. 말씀을 그리하시니 섭섭합니다.”
“섭섭이고 뭐고. 자네와 더 이상 할 말 없네. 이만 끊···.”
“지구의 좌표를 알아냈습니다.”
“뭐?! 지구의 좌표를 알아냈다고?! 손상된 데이터를 복구한 건가? 그럼,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도?!”
“안타깝게도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지구의 좌표는 저만 알아낸 것이 아닙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파비온 가문도 지구의 좌표를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외곽 지역에 있던 우주요새 네이스를 지구로 출동시켰습니다.”
“뭐?! 우주요새 네이스를 지구로 출동시켰다고? 그거 확실한 건가?!”
“예. 제 목숨을 걸 정도로 확실한 정봅니다.”
“파비온 가문이 어떻게 지구의 좌표를···. 알았네. 일단 자네가 알아낸 지구의 좌표를 내게 넘기게.”
“제 요구조건을 들어주시면 지구의 좌표를 넘겨드리겠습니다.”
“뭐?! 요구조건?”
“지금쯤이면 네이스가 지구에 도착했을 수도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파비온 가문에게 지구인 초능력자들과 크리스털을 다 빼앗기게 될 겁니다.”
“으음-”
‘지구인 초능력자의 수가 부족해서, 초능력 유전자 이식이 실패한 걸 수도 있다. 초능력자만 충분히 확보되면 초능력 유전자 이식이 성공할 수도 있다. 어쩌면 평범한 지구인에게 초능력을 부여해준 크리스털이 있으면 듀갈족을 비롯한 외계인들도 초능력을 각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하펠리온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아참! 잊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구에는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가 저장되어 있는 백업서버가 있습니다.”
이 말이 결정타였다.
“알겠네. 요구조건을 들어줄 테니. 지구의 좌표를 넘기게.”
“하하하하. 하펠리온님과는 말이 통할 줄 알았습니다. 그럼, 제 요구조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요구조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