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63화 (63/81)
  • 〈 63화 〉 챕터 15 우주요새 네이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  ※  ※

    “에이전트 X, 수고 했다! 우리 파비온 가문은 그대의 노고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코스모스 연맹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파비온 가문이 다스리는 은하계로 돌아온 물라크는 영웅이 되었다.

    그렇다고 물라크의 명성이 코스모스 연맹 전체에 알려진 것은 아니다.

    심지어 파비온 가문 내에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왜?

    물라크가 가져온 정보들이 너무 귀중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물라크의 능력을 인정하게 된 수뇌부는 물라크를 현장직에 계속 남겨두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라크의 진짜 정체를 아는 사람이 많으면 안 되었다.

    이런 이유로, 물라크는 파비온 가문을 빛낸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고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예? 저도 함께 가란 말씀입니까?”

    “윗분들의 뜻이다.”

    초능력자와 크리스털 그리고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는 균열에 대해서 알게 된 파비온 가문의 수뇌부는 지구를 독차지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에 남아 있는 승무원들을 그것도 단시간에 처리해야 한다.

    괜히 시간을 끌다가, 승무원들이 다른 가문과 통신이라도 하게 되면 지구 독차지는 물 건너가게 된다.

    파비온 가문의 수뇌부는 물라크를 앞세워 숨어 있는 승무원들을 유인한 후 처리하기로 했다.

    “정말로 발락사 가문의 글란더 선··· 아니 글란더가 복귀하지 않았습니까?”

    글란더 선장과 시리안 부관이 코스모스 연맹으로 복귀했다면 파비온 가문은 지구를 독차지할 수 없다.

    지구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괜히 불안했던 물라크는 글란더 선장을 핑계 삼아, 코스모스 연맹에 남아 있으려고 했다.

    “또 그 소리. 모든 라인을 동원해서 조사했지만 글란더와 시리안··· 크흠- 돌아오지 않았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시리안 부관을 언급할 때 동요를 보이던 상관은 재빨리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꼭 가야한다면··· 하는 수 없죠.”

    상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던 물라크는 어쩔 수 없이 지구로 향하는 우주요새 네이스에 탑승했다.

    지름 35km의 우주 요새 네이스가 웜홀을 통해서 지구에 나타났다.

    우주요새 네이스는 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했다.

    [지구인 여러분. 우리는 코스모스 연맹입니다. 우리는 평화의 목적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우리는 지구인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구인 여러분을, 친구를 도울 수 있게 해주십시오.]

    달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달과 똑같이 생긴 우주요새 네이스가 갑자기 등장했다.

    지구가 발칵 뒤집히는 것이 당연했다.

    코스모스 연맹 아니 파비온 가문은 평화가 어쩌니 친구가 어쩌니 하고 떠들었다.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만간에 외계인의 대침공이 시작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전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떠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코스모스 연맹은 진짜 평화의 목적으로 왔다는 듯, 지구로 내려오지 않았다.

    자신들의 착륙을 허가한 나라에만 우주선을 내려 보내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대신 무인 우주선으로, 지구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장치와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들을 보냈다.

    지구인들 사이에서 코스모스 연맹을 좋게 보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그건 진실을 모르는 자들의 크나큰 착각이다.

    평화의 목적으로 왔다고 말하며 허가하지 않으면 착륙하지 않겠다고 하던 코스모스 연맹의 외계인들은 일반인들 몰래 지구로 내려왔다.

    그들의 은밀한 방문을 받게 된 고위층 인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그들은 이세우가 과거에 착용했던 개목걸이를 강제로 착용하게 되었다.

    [박유나 소위와 이세우 하사를 확인했습니다.]

    [함께 온 일행들 중에 로자니라고 알려진 이계인과 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사용하던 균열 레이더 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외계 레이더가 이세우 등의 등장을 포착했다.

    “이세우 하사로 알려진 인물은 다양한 초능력을 각성할 걸로 추정된다. 또 로자니라는 이계인은 지구인들이 균열이라고 부르는, 유사 웜홀을 자유롭게 발생시키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위협을 느끼고 다른 세계로 도망칠 수도 있다. 그들이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게 해서도 안 되고 도망칠 시간을 줘서도 안 된다. 그들에게 친근한 이대수 대위를 보내 그들을 안심시켜라.”

    우주요새 네이스의 최고 사령관인 콰이자크의 명령과 함께 경비 로봇들이 본부라고 알려진 곳을 포위했다.

    ※  ※  ※  ※

    “어? 안 터지네?”

    이세우가 머리 위의 균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균열의 영향권 안에서는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잖아요. 이 개목걸이도 똑같아요.”

    “어휴~ 난 균열이 열린 줄도 모르고···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코스모스 연맹의 짓이죠?”

    이세우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이대수 대위가 소리쳤다.

    “맞아! 코스모스 연맹의 짓이야! 그러니까! 도망쳐!”

    처형단의 수장으로, 강력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라면 과학 기술의 격차를 메울 수 있다.

    그렇게 자신한 이대수 대위는 코스모스 연맹이 보낸 경비 로봇들과 싸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코스모스 연맹이 보낸 경비 로봇 1대는 상대할 수 있었다.

    경비 로봇 2대는 조금 버거웠지만 어찌어찌 무찌를 수 있었다.

    그런데 경비 로봇이 3대가 되자, 싸움 자체가 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던 이대수 대위는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

    경비 로봇의 강함을 몸소 체험한 이대수 대위는 이세우 역시 경비 로봇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다짜고짜 도망치라고 소리친 것이다.

    “뭐해?! 도망치라니까! 이러다가 이 하사까지 잡힌다고!”

    “이미 늦은 것 같은데요.”

    “뭐?!”

    이세우는 느낄 수 있었다.

    일단의 무리가 본부로 몰려오는 것을.

    ‘생명체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코스모스 연맹의 로봇들이 분명하다.]

    이세우와 태세우스는 아크 광산에서 스승 노릇을 하던 올라스를 통해서 코스모스 연맹에 대한 것을 배웠다.

    이대수 대위가 말하는 경비 로봇이 무엇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세우, 어쩔 생각이냐? 이대로 올그트로 넘어갈 거냐?]

    이미 만들어놓은 균열을 향해서 점프하기만 하면 올그트의 드록스 산으로 갈 수 있다.

    ‘이대수 대위와 다른 사람들이 저렇게 된 걸 보니···.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코스모스 연맹은 나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다. 그 말인즉 내가 이대로 사라지면 부모님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세우의 짐작이 맞았다.

    이대수 대위는 지구로 돌아오자마자 이세우에 대해서 보고했다.

    이세우가 단순한 신체 강화 초능력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한국 정부는 이세우에 대한 정보를 일급기밀로 수정한 후 인가받은 소수만 열람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이세우의 부모님께 경호 인력을 배치했다.

    그런데 이런 조치는 지구인들에게나 통하는 것이다.

    월등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코스모스 연맹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승무원의 큐만으로도 정부의 기밀 자료를 해킹하는 것이 가능했다.

    우주요새 네이스의 시스템을 이용하면 더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이미 이세우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크리스털과 균열 그리고 초능력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던 파비온 가문은 이세우를 1급 감시 대상으로 지정하는 한편 이세우의 부모님도 감시하고 있었다.

    이세우가 말한 대로, 이세우가 이대로 사라지면 이세우의 부모님께 안 좋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어쩔 생각이냐?]

    ‘다른 수가 없잖아. 항복해야지.’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일단 균열부터 없애.’

    [세우 너, 정말로···. 알겠다.]

    부모님을 걱정하는 이세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던 태세우스는 이세우가 바라는 대로, 균열을 없앴다.

    “들어와.”

    이세우의 말과 함께 누군가가 본부로 걸어 들어왔다.

    그 누군가는··· 듀갈족의 벤다인이다.

    “헉! 진짜 외계인이다!”

    “어, 엄마. 저 아저씨 이상하게 생겼어. 무서워.”

    박유나를 비롯한 처형단 3인은 물론이고 로자니와 그의 가족들 역시 듀갈족을 보고 크게 놀라워하며 두려움을 드러냈다.

    오직 한 사람, 이미 듀갈족을 비롯한 다양한 외계인을 본 이세우만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쪽이 이세우라는 인간이겠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난 코스모스 연맹 소속의 2급 전투 지휘관 벤다인이라고 합니다. 미리 말하는데,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 주변은 이미 포위된 상태입니다. 이세우씨와 여러분의 초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포위망은 뚫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세우씨를 비롯한 지구인 여러분의 가족들은 우리 손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불필요한 저항을 하거나 도망치려고 하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시겠지요?”

    벤다인은 뇌파 교류 장치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세우는 물론이고 로자니와 로자니의 가족들까지 벤다인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파비온 가문 출신이군.”

    벤다인의 가슴에 표시된 문양을 본 이세우가 말했다.

    “예?! 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가만! 당신 지금!”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벤다인.

    지구인인 이세우가 파비온 가문의 문양을 알아봤다는 것에 크게 놀랐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랄 일이 있었다.

    그건 이세우가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로 말했다는 것이다.

    “당신 진짜 정체가 뭡니까? 어떻게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를···.”

    “내가 어떻게 파비온 가문을 알고 있을까?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는 또 어떻게 알까? 궁금하지? 궁금하면 날 최고 사령관에게 데려가라. 그러면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겠다.”

    “자,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던 벤다인이 큐로,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알겠습니다.”

    상부와의 통신을 끝낸 벤다인이 이세우를 보며 말했다.

    “당신, 한명입니다. 오직 당신만 나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나머지 인원은···.”

    벤다인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본부를 포위하고 있던 인간형 로봇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너희는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여기서 대기한다.”

    벤다인이 이대수 대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 지구인이 말해줬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경비 로봇들은 당신들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벤다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본부 밖에서 대기하고 있든 듀갈족 외계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슈르츠 지휘관, 이제부터 당신이 이곳의 책임자입니다. 만약 이들이 주제도 모르고 난동을 피운다면 팔과 다리를 다 잘라도 좋습니다. 목숨만 붙여 놓으십시오.”

    박유나 등이 들으라고 뇌파 교류 장치를 통해서 말하는 벤다인.

    “예! 알겠습니다!”

    슈르츠가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며 박유나 등을 훑었다.

    슈르츠의 기세가 얼마나 사나운지 박유나를 비롯한 처형단 3인은 물론이고 로자니까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세우씨 당신은 나와 함께 갑니다.”

    벤다인이 그렇게 말하며 본부 밖으로 나갔다.

    “오빠···.”

    박유나가 걱정 가득한 눈으로 이세우를 바라보았다.

    “금방 돌아올게. 걱정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박유나를 안심시킨 이세우가 본부 밖으로 나갔다.

    본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수송용 헬리콥터가 착륙해 있었다.

    그런데 그건 진짜 헬리콥터가 아니었다.

    코스모스 연맹의 과학기술로 위장해놓은, 우주선이다.

    “잠깐! 탑승하기 전에 그것부터 내놓으십시오.”

    “그거?”

    이세우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벤다인이 ‘흥’ 하고 코웃음을 친 후 말했다.

    “로자니라고 하는 이계인이 준 균열 발생 장치 말입니다. 악마의 입이라고 하던가요?”

    앞서 언급했듯이 파비온 가문은 한국 정부의 기밀자료를 해킹했다.

    이대수 대위의 보고서에 있던 악마의 입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경비 로봇들이 본부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거다.”

    얼굴이 일그러진 이세우가 악마의 입을 내놓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네이스에서 균열을 발생시켜 네이스를 파괴할 생각이었군요?”

    이세우 네 생각 따윈 진즉에 간파하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어떤 장치를 사용하여 악마의 입을 살피는 벤다인.

    “진짜군요.”

    악마의 입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한 벤다인이 미리 준비해둔, 달걀 크기의 악마의 입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상자에 악마의 입을 넣었다.

    그 상자는 특별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악마의 입을 비롯한 아티펙트를 작동불능으로 만든다.

    “최고 사령관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서두르죠.”

    비밀 병기이자, 비상 탈출구라고 할 수 있는 악마의 입을 압수당한 이세우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위장 우주선에 탑승했다.

    이세우와 벤다인을 태운 우주선은 이륙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우주요새 네이스에 도착했다.

    벤다인이 여전히 죽을상을 하고 있는 이세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파비온 가문의 자랑인 우주요새 네이스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이세우씨, 당신이 지구인 최초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