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55화 (55/81)
  • 〈 55화 〉 챕터 13 균열 너머의 세상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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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손으로 직접 만지지 않고 눈으로 보기만 하는데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비단 같은 옷을 입고 있는 20대 초반의 사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기어코 이곳까지 왔군요.”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 좋아 보이는 50대의 사내가 말했다.

    “하하하. 제노미오 형제, 이것도 다 좋은 경험이 될 걸세.”

    옆에 있던 30후반의 사내가 말했다.

    “암요. 대륙의 끝이라고 알려진 테무론 영지 아닙니까. 한번쯤은 경험삼아 와볼만 하지요.”

    그들이 입고 있는 옷처럼 호화스러운 장식을 달고 있는 말들이 영주성을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갔다.

    “빛의 신 아그레파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며! 대지의 신 쥴리어스님은 우리의 든든한 지지목이시네! 바다의 신 헤이달님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시니! 어찌 삼신을 경배하지 않으리. 위대하고 찬란한 삼신을 숭배하고 찬양하는 것은 우리의 기쁨이자 권리이니. 삼신을 위해 무언들 못하리. 세상의 모든 형제자매여! 삼신을 위해 우리의 몸과 영혼을 바치자.”

    호화스러운 옷차림의 3인을 뒤따르는 백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한 목소리가 되어 노래 같기도 하고 랩 같기도 한 묘한 운율로 찬양가를 읊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영지민들이 오른팔과 왼팔을 ‘X’ 자로 교차시킨 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수행원들이 떠들던 찬양가를 읊조렸다.

    그 모습을 본, 호화스러운 옷차림의 이단 심문관 3인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알미니님.”

    그때 영주성 방향에서 누군가가 달려왔다. 그런데 그의 옷차림이 3인과 똑같았다.

    그 역시 이단 심문관이었던 것이다.

    “파티안 형제.”

    알미니라고 불린 50대의 사내가 밝은 표정으로, 파티안이라는 이름의 이단 심문관을 맞이해주었다.

    “파티안 형제님.”

    “파티안 형제님.”

    알미니 옆에 있던 20대와 30대의 이단 심문관들이 파티안을 향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노미오 형제님. 렉티온 형제님.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파티안도 알미니가 이끄는 팀의 일원이다.

    평소에는 함께 움직이다가 일이 발생하면 선발대 개념으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여 현장에 먼저 도착하여 이런 저런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 선발대는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이제 막 이단 심문관이 된 제노미오와 팀을 이끄는 알미니를 제외한 렉티온과 파티안이 번갈아가며 선발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파티안의 차례였다.

    “제가 영주성까지 모시겠습니다.”

    알미니가 말했다.

    “아니네. 영주성이야···.”

    직영지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영주성은 직영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직영지 어디에서든 잘 보인다는 뜻이다.

    그 말은, 길치가 아닌 이상, 안내인이 없어도 잘 찾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테무론까지 오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네. 더 이상 시간을 낭비했다가···. 자칫하다가 그들이 개입···. 으흠- 로자니라고 했던가? 사교에 빠져 성녀님 사칭을 도운 자가?”

    “예. 원래는 검은 돌풍 기사단의 기사였습니다. 이곳 테무론의 영주님께서 그 사실을 아시고 기사 작위를 박탈했습니다.”

    “그 자의 가족들을 붙잡아두고 있다고 들었네. 내가 직접 이단들을 심판할 걸세. 그들을 영주성으로 데려오게.”

    “예. 지금 바로 데려가겠습니다.”

    알미니가 선두에서 삼지창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던 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자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영주성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알미니 등을 태우고 있던 말들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여 명의 수행원들도 아까 크게 외치던 찬양가를 읊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희는 날 따른다.”

    파티안이 로자니의 가족들이 붙잡혀 있는 외곽의 저택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알미니를 따라왔던 수행원 20여명이 파티안의 뒤를 따랐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파티안이 직영지 외곽에 있는 저택에 가까워질 때 총성이 울렸다.

    “설마?!”

    그렇지 않아도 하인스 단장이 돌아오지 않아서 약간 불안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총성의 방향이 인질들이 있는 저택이다.

    “서둘러라!”

    말을 타고 있던 파티안이 그렇게 말하며 저택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파티안님의 말씀, 들었지? 서둘러라!”

    말을 타지 않은, 20여명의 수행원들이 점점 멀어지는 파티안의 뒤를 쫓았다.

    “사교 놈들이 기어코···.”

    저택에 도착한 파티안은 볼 수 있었다.

    저택을 지키던 기사들의 시체와 그 기사들을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세우와 그 일행들을.

    “로자니! 결국 그쪽을 선택한 것이냐! 네놈과 네놈의 가족 그리고 널 도운 이계인들은 신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흥분한 파티안은 금방이라도 이세우 등에게 덤빌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무턱대고 덤비지 않았다.

    “허억- 허억- 파티안님. 저희가 왔습니다.”

    전력으로 달려 파티안을 쫓아온 수행원들이 단내를 뿜어냈다.

    “사교에 빠진 로자니가 영주님의 기사들을 죽였다. 이단 심문관으로써 어찌 이것을 좌시할 수 있단 말이냐!”

    “맞는 말씀이십니다.”

    “변방의 영지 테무론의 기사라고 해도 기사는 기사. 오러 나이트들이 당한 것을 보면 사교 무리가 흉악한 수를 쓴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너희들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신성한 결계를 펼치겠습니다.”

    “그래, 지금 바로 시작해라.”

    “예!”

    20여명의 수행원들이 이세우 일행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사교에 빠진 로자니가 영주님의 기사들을 죽였다!”

    “사교 무리가 사악한 술법으로, 기사들을 죽였다!”

    “로자니와 사교 무리를 잡아라!”

    얼핏 보기에는 수행원들이 생각 없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겉보기에만 그런 것이다.

    수행원들은 일정한 법칙을 따르며 움직이고 있었다.

    [아! 당했다! 신성 결계다!]

    뒤늦게 그걸 알아본 태세우스가 소리쳤다.

    ‘무슨 결계?’

    태세우스가 대답을 하려고 할 찰나.

    딸랑!

    방울소리가 울렸다.

    방울소리와 함께 사교니 어쩌니 하면서 시끄럽게 떠들던 수행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빛의 신 아그레파님과 대지의 신 쥴리어스님 그리고 바다의 신 헤이달님으로부터! 사특한 존재를 처단하는 의무를 부여받은, 이단 심문관 파티안이다!”

    이단 심문관 파티안이 방울이 달린 1미터짜리 삼지창으로 로자니를 가리켰다.

    “위대하신 삼신을 대신하여! 사교 무리에게 신벌을 내린다!”

    수행원들이 이세우 일행에게 돌진할 때 말에서 내린 파티안이 삼지창으로 땅을 콕! 하고 찍었다.

    그러자 이세우 일행을 포위하고 있던 수행원들의 몸에서 우유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태세우스가 설명하려고 했던 신성 결계가 발동된 것이다.

    “끄윽-”

    로자니와 그 가족들이 신음을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으윽-”

    이세우를 따라온 처형단 3인도 인상을 쓰며 무릎을 꿇었다.

    “다들, 왜 그러세요?”

    박유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박유나와 이세우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멀쩡하게 서 있었다.

    “박 소위는··· 괜찮아?”

    “그러니까 뭐가요?”

    “끄응-”

    시간이 지날수록 로자니 등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강해졌다.

    “아빠!”

    “으아아앙!”

    로자니의 품에 안겨 있던 그의 딸과 아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태세우스, 이게 신성 결계야?’

    [그래. 신성력의 특성을 이용해서 사람의 정신에 압박을 가하는 술법이다. 로자니와 그 가족은 버티기 힘들 거다.]

    태세우스가 처형단 3인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셀레리스로 메호임한 저들이라면 충분히 저항할 수 있는데···.]

    ‘결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저들인가?’

    [오! 그걸 한 번에 알아봤어?]

    ‘이 정도야···. 저들만 처리하면 결계가 바로 해제되는 건가?’

    [그건 아니다. 결계가 발동되기 전이라면 몰라도, 일단 결계가 발동되면 저들을 처리해도 바로 해제되지 않는다. 저들이 죽은 후에도 일정시간 동안 유지되다가 해제된다. 신성 결계를 바로 해제하려면 결계의 트리거 역할을 한 저 이단 심문관을 처리해야 한다.]

    “으음-”

    신성 결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던 이세우가 인상을 구겼다.

    8살과 6살로 보이는 로자니의 딸과 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신성 결계에 오래 노출되면··· 죽을 수도 있어?’

    [육체는 괜찮지만··· 정신은 죽는다.]

    ‘뇌사한다고?’

    [뇌사라···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 저 어린 아이들이 신경 쓰이나? 그렇다면 서둘러라. 저 상태로 2분 정도 지나면 회복불능 상태가 될 거다.]

    마음이 급해진 이세우가 파티안을 향해서 군용대검을 날렸다.

    “헉!”

    군용대검이 번개처럼 날아오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놀란 파티안이 기함을 토했다.

    까아아앙!

    놀란 파티안의 모습과 달리 군용대검은 파티안에게 아무 데미지도 주지 못했다.

    이제 보니 파티안은 투명한 보호막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쳇.”

    “저 흉악한 사교도 놈이 파티안님을 공격했다!”

    “흉악한 사교도로부터 파티안님을 지켜라!”

    신성 결계는 수행원들의 생명력과 그들이 밟고 있는 땅의 에너지를 신성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신성 결계를 발동시킨 수행원들이 죽은 후에도 신성 결계가 유지되는 것은, 그들이 밟고 있던 땅의 에너지가 계속 유입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영원하진 않았다.

    수행원들이 죽으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땅 에너지의 흡수도 멈춘다.

    그리고 수행원들의 생명력과 땅의 에너지를 신성력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단 심문관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신성 결계가 발동되면 수행원들의 생명력이 신성력으로 전환된다.

    이때 몸을 움직이면 생명력의 소모가 배 이상으로 높아진다.

    그래서 신성 결계가 발동되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스스로의 생명력을 불태워서 신성 결계를 발동시키는 수행원들은 광신도라고 할 수 있다.

    광신도는 말 그대로 종교에 미친 자들이다.

    수행원들은 자신의 목숨보다 이단 심문관의 목숨을 더 우선시했다.

    이세우가 파티안을 공격하자, 자신들의 생명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이세우에게 덤벼들었다.

    “총알을 아끼려고 했더니···.”

    올그트에서는 아크 에너지를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신 총알은 보충할 수 없었다.

    로자니의 가족을 구하고 악마의 입을 손에 넣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태세우스의 레어로 가서 균열의 발생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건 말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블랙 오크를 비롯한 강력한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드록스 산을 뚫고 태세우스의 레어까지 가는 것은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총알을 아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보충되지 않는 총알을 쓰지 않고 군용대검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게 통하지 않았다.

    뭐, 군용대검을 계속 쓰면 방어막을 뚫을 수 있지만···.

    군용대검을 고집하며 시간을 지체하다가 로자니의 자식들이 뇌사할 수도 있다.

    아무 죄 없는, 어린 아이들이 죽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마음이 급했던 이세우는 군용대검보다 빠르게 쓸 수 있는 소총을 아공간에서 꺼냈다.

    그리고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다당!!!!

    수행원들이 이세우를 덮치기 직전에 십여 발의 총탄이 발사되었다.

    티디디디딩!!!

    마법으로 강화된 총탄에 맞은 방어막에서 불꽃이 튀었다.

    방어막은 금방 깨졌다. 총탄이 파티안의 몸에 박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비단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옷에 박혔다.

    파티안이 입고 있는 옷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마법으로 강화된 총알이 하늘거리는 옷을 뚫지 못했다.

    마법으로 강화된 총알이 납작해진 형태가 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파티안에게 아무 데미지도 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크윽!”

    파티안이 고통을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사교도 놈이! 감히 나에게!”

    파티안이 오른손에 쥐고 있던 삼지창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위대하신 삼신이시여! 저 사특한 사교도 놈에게 빛의 심판을 내려주소서!”

    삼지창에서 옅은 빛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마른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졌다.

    “잡았다!”

    “사교도를 잡았다!”

    그사이 이세우에게 돌진했던 수행원들이 이세우를 붙잡았다.

    마른하늘에서 떨어진 번개가, 수행원들에게 붙잡혀 있는 이세우에게로 곧장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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