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52화 (52/81)
  • 〈 52화 〉 챕터 13 균열 너머의 세상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  ※  ※

    로자니가 균열을 넘어가는 것을 본 기사가 말했다.

    “단장님. 로자니가 정말로 성녀···를 사칭하는 이계인을 데려올까요?”

    검은 돌풍 기사단의 단장으로 있는 하인스가 말했다.

    “데려와야지. 아내와 자식들을 살리려면 어떻게든 데려와야지.”

    기사가 하인스 단장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박유나라고 했던가요? 성녀를 사칭하는 이계인을 데려와도 문제 아닙니까?”

    “문제? 무슨 문제?”

    “성녀 사칭이 중죄이기는 합니다만 저희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온전히 교단의 몫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단순 신고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단의 협조 요청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상대는 다른 세계의 사람입니다. 저희 마음대로 죄를 물었다가, 교단에서 자기들의 고유 권한을 침범했다고 역정을 낼 수도 있습니다. 교단이 그런 것에 엄청 민감하지 않습니까.”

    “설마하니 이번 일이 영주님의 독단인 것 같으냐? 악마의 입의 출처가 영주님인 것 같아?”

    “그 말씀은···.”

    “거기까지. 너희는 더 알 필요 없다. 너희는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어쩐지···. 죄송합니다. 단장님. 영주님과 단장님께서 다 알아서 하고 계셨는데. 저희가 쓸데없는 걱정을···.”

    “뭐, 그럴 수 있지.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성녀를 사칭하는 이계인을 체포하여 이단 심문관에게 넘기는 것이다. 너희는 그것만 명심하면 된다.”

    “아, 벌써 이단 심문관까지···.”

    “이단 심문관까지 출동했다면 사실상 다 끝난 거군요?”

    “헌데 이단 심문관이 여기까지 올까요?”

    하인스 단장이 광룡 태세우스가 살고 있다고 알려진 드록스 산을 보며 말했다.

    “흥! 이단 심문관이 어떤 놈들인데···. 그들과는 영주 성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말씀은, 성녀를 사칭하는 이계인을 직영지까지 데려가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래. 그게 이 계획의 가장 귀찮은 점이자, 어려운 점이다.”

    “확실히···.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검은 돌풍 기사단이 로자니와 박유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 일단의 무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단장님! 저길 보십시오! 누군가가 빠르게 접근해오고 있습니다. 록슬리 경일 수도 있습니다. 록슬리 경이 우리 일을 방해하기 위해서···.”

    “영주님의 부름을 받고 영주 성으로 간 록슬리가 벌써 나타날 리 없다. 아마도 몬스터일거다.”

    하인스 단장의 말이 맞았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것이 오크 무리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3~400마리는 될 것 같습니다.”

    “하여튼, 여긴 몬스터가 너무 많아.”

    “광룡 태세우스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이 근방의 몬스터들은 다른 지역의 몬스터보다 강합니다.”

    “나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크 따위가 우리 검은 돌풍 기사단의 상대가 될 순 없다.”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오크 따위가 어찌 저희의 상대가 되겠습니까.”

    “허면 여기서 오크들을 다 처리할까요?”

    “···아니. 자리를 옮긴다.”

    “예?”

    “로자니가 데려올 성녀 사칭범이 오크의 피 냄새와 시체를 보고 균열로 도망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아직 시간이 많으니, 오크들을 먼 곳으로 유인하여 처리한다.”

    “예! 알겠습니다.”

    입고 있는 갑옷처럼 시커먼 색의 말을 타고 있던 검은 돌풍 기사단이 균열 반대편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크롸!”

    불빛을 향해서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균열로 돌진하던 오크들이 방향을 돌려 검은 돌풍 기사단의 뒤를 쫓았다.

    검은 돌풍 기사단과 오크 무리가 사라지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박유나를 데리러갔던 로자니가 균열을 넘어왔다.

    그리고 블랙 오크가 이끄는 수천마리의 오크무리가 한국인들을 공격했다.

    힘들게 블랙 오크를 쓰러뜨린 한국인들이 한계에 달했다싶을 때 검은 돌풍 기사단이 돌아왔다.

    “오크 따위가 우리의 앞을 가로막을 순 없다!”

    하인스 단장을 필두로 하는 검은 돌풍 기사단은 초인 같은 능력을 발휘하며 오크 무리를 쓸어버렸다.

    블랙 오크에 이어 수천 마리의 오크들과 싸우느라, 기진맥진해 있던 이대수 대위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고맙···.”

    처음부터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던 하인스 단장이 박유나에게 검을 겨누었다.

    “박유나 널 성녀님을 사칭한 죄로 체포한다.”

    이대수 대위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이대수 대위가 박유나 옆에 있는 로자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로자니 경.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검은 돌풍 기사단이 등장할 때부터 제정신이 아닌 것 같던 로자니가 고장 난 라디오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로자니 경?”

    “로자니도 너희들과 똑같은 죄인이다. 사교에 빠져 성녀 사칭을 도운 로자니 역시 중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인스 단장과 이대수 대위가 대치하는 사이, 검은 돌풍 기사단의 기사들이 한국인들을 포위했다.

    뒤늦게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이대수 대위는 팀원들과 함께 균열로 후퇴하려고 했다.

    하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초능력을 발동시킬 수도 없었고 포위망을 뚫을 힘도 없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항복할 수도 없었다.

    “발사!”

    초능력을 발동시킬 순 없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가능했다.

    타다다다다당!!!!

    그렇지 않아도 검은 돌풍 기사단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한국인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수백발의 총탄이 검은 돌풍 기사단에게 쏟아졌다.

    “너희들의 하찮은 무기는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

    하인스 단장이 오러를 끌어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다른 기사들도 오러를 사용하며 총탄을 막아냈다.

    “헉!”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사람이 총알을···.”

    “오크 목을 무처럼 자를 때부터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봤지만···.”

    하인스 단장을 비롯한 기사들은 자신들이 내뱉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수백발의 총탄을 검으로 막거나 피했다.

    철컥- 철컥-

    순식간에 총알이 바닥났다.

    빈 격발음만 공허하게 울렸다.

    “다 끝났느냐? 그럼, 이제 우리 차례다!”

    하인스 단장이 오러 블레이드가 덧씌워진 검으로 한국인들을 해치려고 할 찰나.

    “항복! 항복하겠소. 그러니 사람들을 해치지마시오.”

    이대수 대위가 그렇게 말하며 쥐고 있던 총을 내려놓았다.

    이러다가 진짜 죽을 수도 있다고 여긴 다른 사람들도 총을 내려놓았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하인스 단장이 뒤에 있던 부하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부하가 허리에 차고 있던 마법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냈다.

    지구의 수갑보다 몇 배나 두껍고 무거워 보이는 수갑이 이대수 대위의 양팔에 철컥! 하고 채워졌다.

    “윽!”

    수갑은 3~4kg 정도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실제 무게는 그 이상이었다. 수갑에 채워진 이대수 대위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무거웠다.

    “이계 놈들은 하나같이 약해빠졌군.”

    비웃음을 머금은 기사가 다른 사람에게도 수갑을 채웠다.

    “응?! 단장님! 여길 보십시오!”

    박유나를 음흉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하인스 단장이 부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나?”

    “블랙 오큽니다. 블랙 오크의 사체가 있습니다.”

    “뭐?! 블랙 오크가 여기 있다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하인스 단장.

    “진짜군! 진짜 블랙 오크의 사체가···.”

    하인스 단장이 죽을죄를 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로자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로자니,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왜 블랙 오크가···. 누구냐? 누가 블랙 오크를 잡은 거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넋이 나간 것 같은 로자니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에잉.”

    하인스 단장이 이대수 대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설마, 너희들이 블랙 오크를 잡은 것이냐?”

    “···그래. 우리가 잡았다.”

    “헛소리! 약해빠진 너희가 무슨 수로 블랙 오크를 잡았단 말이냐! 블랙 오크는···.”

    부하가 말했다.

    “단장님. 정상적인 블랙 오크일 리 없습니다. 분명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힘을 다 잃은 늙은 놈이 분명합니다.”

    “그래. 늙은 놈이 분명하다. 건강한 블랙 오크였다면···.”

    하인스 단장이 탐욕어린 시선으로 블랙 오크의 시체를 쳐다보았다.

    “성녀 사칭범에 블랙 오크의 사체라니···. 정말 운이 좋구나. 푸하하하!”

    부하가 블랙 오크가 쓰던 배틀엑스를 집어 들며 말했다.

    “단장님! 보십시오! 아만티움으로 만든 도낍니다.”

    “오!”

    “이정도의 아만티움이면 단장님의 검과 갑옷을 만들고도 남을 겁니다.”

    “하하하하. 오늘은 정말 운이 좋구나.”

    “헉! 이 블랙 오크, 마법 주머니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마법 주머니도 가지고 있다고?!”

    부하가 블랙 오크의 허리에 있던 마법 주머니를 치켜들었다.

    “으하하하하!”

    기분이 째질 것처럼 좋았던 하인스 단장이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때 누군가와 실랑이를 벌리는 부하의 소리가 들렸다.

    “너 진짜 죽고 싶어?!”

    부하의 말이 거슬렸던 하인스 단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무슨 일이냐?”

    “단장님. 이 이계인이···.”

    다른 한국인들은 순순히 수갑을 찼다. 그런데 이세우만 저항을 하고 있었다.

    기사가 이세우의 팔에 수갑을 채우려고 할 때마다 팔을 움직였다.

    그 탓에 아직까지 수갑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다른 한국인들은 다 내려놓은 총을 끝까지 들고 있었다.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이군. 어차피 우리가 필요한 것은···.”

    하인스 단장이 박유나를 힐끔 쳐다본 후 말했다.

    “그놈은 없어도 상관없으니, 그냥 죽여라.”

    “예!”

    기사가 기다렸다는 듯 이세우에게로 검을 휘둘렀다.

    ‘태세우스, 아직이야?’

    [타깃 설정이 완료되었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던 이세우가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다다당!!!!

    “흥!”

    기사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세우를 비롯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총?

    확실히 위력적이다.

    일반인이었다면 무엇에 당하는지도 모르는 채, 속절없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일반인이 아니다.

    초인이라고 불리는 오러 나이트다.

    총격을 막거나 피하는 것이 가능했다.

    실제로, 이대수 대위 등의 총격을 검으로 막아냈다.

    기사는 이번에도 총격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응?!”

    기사를 향해서 직선으로 날아가던 총알이 ‘C’ 자 형태로 휘는가 싶더니 ‘S’ 자 형태로 다시 휘었다.

    퍼억!

    자유롭게 방향을 전환하던 총알이 기사의 검을 피해 기사의 머리에 박혔다.

    기사는 강철처럼 단단한 검은색의 투구를 쓰고 있었다.

    총알은 그 투구를 두부처럼 뚫어버렸다.

    이건 이세우를 공격하려고 했던 기사 한명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퍼어억! 퍼억!! 퍽!!!

    이대수 대위 등에게 수갑을 채우고 방심하고 있던 기사 모두의 머리에 총알이 박혔다.

    철퍼덕-

    방심하고 있던 하인스 단장 역시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적들이···.”

    이세우를 쓰레기 반푼이라고 인식하고 있던 이대수 대위 등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

    기사의 검이 이세우에게 향할 때만 해도, 이세우가 죽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던 박유나가 환하게 웃으며 이세우의 품으로 다이빙했다.

    “말만한 처녀가 사람들 다 보는데서···. 너 이러다가 혼삿길 막힌다.”

    “그럼, 오빠가 날 책···.”

    이세우의 귀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는 박유나.

    “뭐라는 거야? 안 들리잖아.”

    “아무 말 안했어.”

    “··· 그래. 아무 말 안한 걸로 하자. 근데 너, 괜찮냐?”

    “응. 보다시피 난 괜찮아.”

    “내 말은···.”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죽은 것이 아니라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박유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박유나가 사이코패스라서 멀쩡한 것이 아니다.

    초능력의 각성은 몸만 강하게 만들지 않는다. 정신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박유나는 많은 실전을 경험했다.

    수많은 몬스터의 죽음을 목격했다.

    아군의 죽음도 경험했다.

    이런 것들이 쌓인 탓인지, 하인스 단장을 비롯한 검은 돌풍 기사단의 죽음에도 무덤덤했다.

    “···아니다. 네가 괜찮으면 됐다.”

    이세우가 박유나를 조심스럽게 밀어낸 후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소총에 장착이 가능한 군용대검이다.

    이세우가 지급받은 군용대검을 휘둘렀다.

    채앵-

    그러자 박유나의 양팔에 채워져 있던 수갑이 땅으로 떨어졌다.

    “이세우 하사, 나, 나도···.”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대수 대위가 양팔을 내밀었다.

    이세우가 이대수 대위에게 채워져 있는 수갑과 블랙 오크의 사체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저 블랙 오크의 사체, 내가 챙겨도 되겠습니까?”

    “저 오우거? ···그래, 챙겨. 챙겨.”

    그때서야 군용대검을 휘두르는 이세우.

    이대수 대위를 자유의 몸으로 만든 이세우가 블랙 오크의 사체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5미터는 될 것 같은 블랙 오크의 사체와 배틀엑스 그리고 블랙 오크의 마법 주머니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어?!”

    그 모습을 본 이대수 대위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이대수 대위만이 아니었다.

    박유나를 비롯한 한국인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빠, 방금 어떻게 한 거야? 오빠, 신체 강화 초능력자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아까 오빠가 쏜 총알이 요래요래 막 휘던데···.”

    설명을 바란다는 박유나의 표정에 씨익- 하고 웃기만 하는 이세우.

    “오빠, 나 유나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한테는 말해줘도 되잖아?”

    이세우가 ‘응. 아니야.’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오빠, 정말 이러기야? 나라니까, 유나라니까.”

    이세우는 그래도 소용없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끄응- 이게 왜 안 끊어지지?”

    이세우를 흉내 내어 부하의 수갑을 풀어주려고 했던 이대수 대위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용대검으로 부하가 차고 있는 수갑을 몇 번이나 내리쳤다.

    그런데 수갑이 풀리는커녕 작은 흠도 나지 않았다.

    답답했던 이대수 대위가 기사들이 쓰던 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검으로 수갑을 내리쳤다.

    티잉!

    맑은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겼다.

    수갑에 작은 흠만 날뿐, 수갑은 풀리지 않았다.

    “헉! 이 대위님, 이러다가 제 팔이 잘리겠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잘못하다가 진짜로 수갑이 아니라 팔이 잘릴 것 같았다.

    “이거 어떻게 푸는 거야?”

    수갑에 열쇠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인즉 수갑을 채운 기사만이 수갑을 풀 방법을 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기사는 이세우의 손에 죽었다.

    다른 사람들의 수갑을 풀려면 이세우의 도움을 또 받아야 한다.

    “이세우 하사···.”

    “좋습니다. 풀어드리죠. 대신···.”

    이세우가 기사들의 시체를 쳐다보았다.

    기사들의 물건도 챙기겠다는 뜻이다.

    “어차피 이세우 하사 아니었으면···. 마음대로 챙겨.”

    이세우가 군용대검을 휘둘러, 사람들의 수갑을 부쉈다.

    그때 고장 난 라디오처럼 ‘죄송합니다.’ 라는 말만 반복하던 로자니가 다가왔다.

    “도와주십시오.”

    믿었던 로자니에게 배신당했다. 이세우를 비롯한 사람들의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

    “아내와 자식들이 인질로 붙잡혀 있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으니 제 아내와 자식들을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로자니가 무릎을 꿇었다.

    이세우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제 아내와 자식들을 살려주시면 이걸 드리겠습니다.”

    로자니가 꺼낸 물건을 본 태세우스가 소리쳤다.

    [악마의 입! 어떻게 저게 아직 남아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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