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챕터 12 첫 출동.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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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로 부족해서 오우거까지 토해내던 균열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렇다고 미사일 폭격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우거와 균열을 향해서 떨어진 미사일들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상식을 벗어난 괴이한 현상에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균열과 오우거가 사라졌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오우거가 어떤 수작을 부려 청담동 어딘가에 숨어 있다.
그렇게 여긴 상부는 초능력자들을 부대로 복귀시키지 않았다.
엉망이 된 청담동 근처에 숙소를 잡고 초능력자들을 대기시켰다.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오우거가 나타나면 초능력자들을 총출동시켜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균열이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상태였던 초능력자들과 군인들이 난리가 났다.
이번에는 오우거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혹은 수백 마리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균열에서 나온 것은 오우거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균열 너머의 세상에서 온 이계인.
말로만 듣던 이계인을 처음 본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계인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렇다고 가까이서 본 것은 아니다.
이계인이 미지의 전염병이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왔을 수도 있다.
정부는 미지의 전염병과 바이러스를 몬스터보다 더 위험하게 여겼다.
정부는 이계인에게 양해를 구해, 균열 근처에 격리시켰다.
그리고 방역팀을 보내 이계인과 그 주변을 철저하게 소독했다.
몬스터에게도 이렇게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각설하고.
이계인으로부터 수백 미터 떨어져 있던 초능력자들은 망원경으로 이계인을 살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계인이 넘어온 균열이 몇 등급이라고 했지?”
조명수 하사의 말에 8소대 초능력자가 대답했다.
“72시간짜리 3등급이라고 하던데.”
“3등급이면 36명?”
균열의 등급은 그냥 정해진 것이 아니다.
몇 명이 균열을 넘어갈 수 있는지에 따라서 균열의 등급이 결정되었다.
균열은 1등급당 최대 12명만 넘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1등급 균열을 13번째 사람이 만질 경우, 균열 너머로 이동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균열을 넘어간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죽으면 13번째 사람도 균열을 넘어갈 수 있다.
참고로.
인원 제한은 지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균열 너머의 세상에도 인원제한이 적용되었다.
오크를 비롯한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다 넘어오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반대편은 인원제한의 폭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크의 경우, 균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인원제한을 늘릴 수 있었다.
“가만! 저쪽에서 한명이 건너왔잖아? 그럼, 여기서 넘어가는 인원이 한명 줄어드는 거 아냐?”
“어! 그러네. 우리 쪽에서 같이 출발하니까, 그 이계인까지 치면 35명이네. 아씨- 그렇지 않아도 TO가 작아서 짜증인데.”
“네가 왜 짜증을 내? TO가 지금의 10배가 되도 못 가는데.”
“아우- 씨! 기껏 초능력을 각성하면 뭐하냐고!”
8소대는 단순히 인성이 나빠서 꼴통 소대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인성만 놓고 보면 8소대보다 더 나쁜 초능력자도 많았다.
8소대가 꼴통 소대라고 불리며 무시당하는 것은, 초능력이 대단치 않거나 아크 에너지의 성장률이 낮기 때문이다.
강력한 초능력자 한명이 아쉬운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TO에 검증(?)된 꼴통을 데려갈 순 없었다.
그래서 매번 8소대는 균열 탐사 팀에서 제외되었다.
“씨발! 우리한테도 기회를 줘야 할 거 아냐!”
“균열 근처도 못 가게 하면서 어떻게 아크 에너지를 높이라는 거야?!”
“미국 놈들 빠지면 우리한테도 기회가 올 줄 알았는데.”
미국이 간섭할 때는 TO의 절반을 미군이 차지했다.
“푸하하하. 야, 저 새끼 하는 말 들었냐? 미국 놈들 빠지면 우리한테도 기회가 올 줄 알았단다.”
“저 새끼는 아직도 현실을 모르네. TO를 비각성자로 채우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한테는 절대 기회가 안와.”
“진짜?”
“너희 집이 재벌이거나 국회의원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런 집안 새끼가 우리 소대에 들어올 리가 없잖아.”
“그렇지? 고로··· 우린 다~ 망했다, 이거야.”
“아씨- 기회가 될 때 미국으로 이민 갔어야 했는데···.”
“미국 놈들이 약을 먹어도 넌 안 받아줘. 초능력자 이민은 아무나 가는 줄 아나.”
균열이 발생하기 이전 그러니까 크리스털로만 초능력을 각성할 수 있고 또 아크 에너지를 성장시킬 수 없었던 시절에는 초능력자의 가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시 초능력자의 연봉이 낮다는 뜻이 아니다.
일반인의 연봉과 비교하면 높은 편에 속했다.
가치가 낮다는 것은, 균열 이후의 초능력자의 몸값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균열이 발생하기 전에도 여러 국가들과 기업들이 초능력자를 영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도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미국이 손을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시의 미국이 초능력자들을 미국으로 데려간 것은 아니었다.
이세우가 있던 센터를 비롯한 한국 정부의 기관에 예속시켰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돈을 아끼는 것은 물론이고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능력자 연구로 얻은 과실은 과실대로 얻을 수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절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좋았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균열을 통하면 크리스털이 없어도 초능력을 각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초능력을 각성한 초능력자의 아크 에너지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이 말인즉 초능력자의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초능력자의 수도 점점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한국 정부 아니 미국 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초능력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육사의 손에서 자란 맹수는 사육사에게만큼은 순한 양이 된다.
뭐, 모든 맹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것을 자각한 미국 정부는 사육사의 손에서 자란 맹수처럼 초능력자들을 직접 조련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봐왔던, 능력이 좋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능력자들에게 높은 연봉과 혜택을 제시하며 미국 시민권자로 만들었다.
많은 초능력자들이 미국 시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모든 초능력자들이 미국의 영입에 넘어간 것은 아니다.
모든 초능력자가 인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극소수지만 애국심이 투철한 초능력자도 있었다.
그리고 미국 시민이 될 수 없는, 아니 한국 국적을 유지해야 하는 초능력자들도 제법 많았다.
그런 초능력자들은 한국에 남아, 한국인으로써 한국을 지키는데 전력을 다했다.
“근데 미국 놈들은 왜 완전히 손을 뗀 거지?”
“완전히 손을 뗐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균열 탐사 팀에 미군을 끼워 넣었잖아. 근데 언제부터인가 균열 탐사 팀에서 미군이 쏙 빠졌잖아.”
“그거야 지들 땅에 생긴 균열로 정신이 없으니까. 그런 거지.”
“그래서 하는 말이야. 네 말대로, 지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잖아. 그리고 그 불을 끄려면 초능력자가 더 필요하고. 크리스털을 어디서 찍어내지 않는 이상 아니 찍어낸다고 해도 균열을 통해서 초능력자를 더 만들고 성장시켜야 하잖아? 그런데 20여일 전부터 단 한명도 안 끼워 넣고 있잖아?”
“어! 그러네.”
“지금 그게 중요해? 미국 놈들이 끼든 안 끼든 우리한테는 기회가 없다는 게 중요하지.”
“하- 저 새끼가 또 뼈를 때리네.”
“아, 나도 균열 넘어가고 싶다. 나도 균열만 넘어가면 아크 에너지 높일 수 있는데. 왜 나한테는 기회를 안줘!”
조명수 하사를 비롯한 8소대의 초능력자들이 아쉬움을 드러낼 때 다른 소대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갔던 8소대의 초능력자가 달려왔다.
“야! 너희들 명단 봤어?”
“명단? 아! 이번에 균열 넘어가는 팀의 명단? 그게 벌써 나왔어?”
“그 명단에 누가 있는지 알아?”
그렇지 않아도 누가 균열을 넘어가는지 궁금했다.
“괜히 뜸들이지 말고 그냥 바로 다 말해. 누가 넘어가는데?”
“우리 신병.”
“응? 누구?”
“이번에 우리 소대로 배치 받은 쓰레··· 이세우, 그놈이 명단에 있다고!”
이세우를 얕잡아보다가 호되게 당하기도 했고 오크들과의 전투에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기도 한 탓에 쓰레기 반푼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뭐?! 이세우가?! 나도 못 가는데, 그 새끼가 간다고?! 왜? 어떻게?! 그 새끼도 집이 재벌이야? 아니면 아버지가 고위직 공무원인가? 그것도 아니면 집안에 정치인이 있나?”
“박유나 소위님.”
“뜬금없이 박유나 소위님 이야기는 왜 꺼내?”
“박유나 소위님이 이세우를 안 끼워주면 안가겠다고 했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세우도 명단에 넣었데.”
이세우가 박유나를 아는 척했던 순간이 떠오른 조명수 하사.
“아! 그러고 보니 이세우 그 자식 박유나 소위님이랑 아는 사이인 것 같던데.”
“와- 씨! 뭐야? 둘이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기에···. 설마, 연인 사이는 아니겠지?”
“야! 그게 말이 되냐! 우리 박유나 소위님이 뭐가 아쉬워서 이세우 같은 놈이랑···. 아니야.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나의 여신님께서 이세우 같은 놈이랑···. 절대 아니야!”
“나도 아니길 바라는데···. 다른 이유가 없잖아? 가족도 아니고 친척도 아닌 완전한 남인 이세우를 그것도 성장 가능성이 ‘0’인 이세우를 굳이 데려가려고 하는 이유가···.”
“박유나 소위님 옆에서 껄떡거리는 고무진 그 새끼도 꼴 보기 싫은데 이세우까지!”
“이세우 그 새끼,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든다 싶더니!”
“아아아악! 씨발!”
8소대의 초능력자들이 상처 입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8소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박유나의 고집으로 쓰레기 반푼이라는 인식이 박힌 이세우가 균열을 넘어간다는 것을 알게 된 다른 초능력자들 역시 이세우를 저주하며 울부짖었다.
“어우, 귀야. 누가 내 욕을 하나?”
귀가 너무 가려워서 검지로 귀를 후비는 이세우.
그런 이세우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사람이 있었다.
고무진이다.
“야! 너! 도대체 유나랑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인데 유나가!”
흥분한 고무진이 이세우의 멱살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고 했다.
이세우가 자신의 멱살을 잡으려고 하는 고무진의 손목을 잡았다.
“난 남자가 내 몸 만지는 거 안 좋아한다.”
이세우가 고무진과 그 옆에 있는 전대오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너야 좋겠지만.”
“뭐?! 야!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야?! 무슨 의미로 한 말이냐고!”
이세우가 고무진의 손목을 뿌리치며 말했다.
“별 뜻 없는데? 그냥 너의 성적취향을 존중할 뿐이야.”
“이 새끼가 진짜!”
화가 난 고무진이 초능력을 발동하려고 할 찰나.
“거기! 조용히 안 해! 계속 시끄럽게 하면 균열 근처도 못 가게 한다!”
고함을 지른 사람은, 처형단에서도 성질이 더럽기로 유명한 이대수 대위다.
미국의 간섭이 심하던 시절, 함께 균열을 넘어가기로 되어 있던 미군이 인종차별 발언을 하자, 죽지 않을 정도로 두들겨 팬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진아···.”
“에잇.”
전대오가 말려서 어쩔 수 없이 참는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고무진.
이세우가 피식- 하고 웃은 후 균열을 넘어갔다.
균열을 넘어가니 엄청나게 커다란 산이 보였다.
산이 얼마나 거대한지, 산중턱에 구름이 끼어 그 위가 보이지 않았다.
“저 산은 진짜 볼 때마다···. 근데 진짜 저 산에 광룡이 있는 거야? 아무리 여기가 판타지 세상이라고 해도 드래곤이 실존한다는 게···. 게다가 그 드래곤이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광룡이라니.”
또 다른 처형단이 말했다.
“그 광룡의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태세우스, 광룡 태세우스라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