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48화 (48/81)
  • 〈 48화 〉 챕터 12 첫 출동.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성녀? 그러니까 박유나···소위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고?”

    한인국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송창식 비서실장.

    “예.”

    “흠-”

    한인국 대통령이 검지로 테이블을 탁탁- 하고 두드렸다.

    생각에 잠긴 한인국 대통령의 머릿속으로 박유나의 각성 보고서가 떠올랐다.

    박유나가 초능력을 각성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7개월 전이다.

    당시 재정이 좋지 않았던 박유나의 회사는 해동건설의 행사제안을 ‘옳다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해동건설은 국내 건설사 순위 3위로, 본사는 서울의 용산구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본사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해동건설의 시작지점은 대전의 비래동이다.

    15년 전에 노환으로 사망한 해동건설의 창업주는 그곳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핑크러브가 공연을 하기로 한 날이, 해동건설의 첫 사업일이기도 했다.

    해동건설은 대전의 비래동에서, 매년 이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해왔다.

    균열의 발생과 그 균열에서 나온 몬스터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당분간은 행사를 중단하려고 했다.

    그런데 회장의 손자인 고무진이 회장을 설득하여 행사를 원래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더불어 핑크러브라고 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을 직접 섭외하기도 했다.

    각설하고.

    핑크러브가 공연을 할 때 균열이 발생했다.

    핑크러브는 물론이고 공연장에 있던 스텝들 그리고 핑크러브 아니 박유나를 가까이서 보려고 무대 바로 앞에 있던 고무진과 전대오가 균열로 넘어갔다.

    균열 너머에는 다수의 오크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작은 반항도 하지 못하고 오크에게 잡히고 말았다.

    이대로 오크들의 먹이가 되나 싶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균열의 발생 이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던 이계인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계인들은 당연하다는 듯 박유나 등을 구해주었다.

    이계인들은 총으로도 잡기 어려운 오크를 칼과 창으로 간단하게 쓰러뜨렸다.

    박유나를 비롯한 지구인들은 이계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려고 했다.

    그런데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박유나를 비롯한 지구인들이 이계의 언어를 알 리 없었다.

    이건 이계인도 마찬가지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까?

    지구에서는 고맙다는 말과 제스처가, 이계에서는 욕을 뜻할 수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밥 먹었냐는 말의 발음이 한국인에게는 욕처럼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상대는 무시무시한 오크도 간단하게 죽인 이계인들이다.

    의도치 않은 말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지구인들은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박유나를 비롯한 지구인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있을 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이계인이 유창하게 한국말을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진짜 한국말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이계인은 가문대대로 내려오는 통역 아티펙트 목걸이를 일종의 보호 부적처럼 가지고 있었다.

    그 통역 아티펙트 덕분에 언어가 통했던 것이다.

    “부탁해봅시다.”

    “사람들이 참 착해 보이네요. 우리 부탁을 들어줄 겁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란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계인들에게 구조 받은 사람들은 균열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화를 통해서 이계인들이 순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이계인들에게 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이런 부탁을 한 것일까?

    이제는 지겹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너무 많은 균열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 균열 기사들을 통해서, 균열을 넘어가면 초능력을 각성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균열을 넘어가면 바로 각성하는 것은 아니었다.

    최소 12시간 최대 24시간은 균열 너머의 세상에 있어야 초능력을 각성한다.

    만약 시간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으로 복귀하게 되면 균열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잡히게 된다.

    그리고 군인들은 박유나 등이 다시 균열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박유나 등을 위험으로부터 지킨다는 명분하에.

    그렇게 되면 초능력 각성은 영영 물 건너가게 된다.

    뭐, 운이 좋아 크리스털이라도 발견하면 또 모를까.

    이번이 초능력을 각성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 사람들은 염치불구하고 이계인들에게 보호를 요청했다.

    이계인들은 정말 착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부탁을 순순히 들어주었다.

    사람들이 초능력을 각성할 때까지 지켜주겠다고 했다.

    이계인들의 보호를 받은 지 12시간이 지났다.

    초능력 로또를 기대하던 사람들이 초능력을 각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박유나를 비롯한 몇 명은 초능력을 각성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각성하는데, 자신들만 각성하지 못하자,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균열 너머의 세상에서 며칠을 지내고도 초능력을 각성하지 못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이러다가 나만 초능력을 각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불안해할 때 초능력을 각성했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 초능력의 각성 순간에 몸이 조금 아픈 정도에서 끝났다.

    고통의 정도를 1에서 10으로 나눈다면 1단계 정도?

    물론 숫자가 낮을수록 통증도 약하다.

    그리고 그 고통의 시간도 짧았다.

    길어봤자 1분이었다.

    그런데 박유나는 달랐다.

    박유나는 최고 수준인 10 단계의 고통을 느꼈다.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고통의 시간도 10분이나 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른 초능력자에게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우유색의 빛이 박유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던 지구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구인들과 달리 이계인들은 이런 일이 발생할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이계인들이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이렇게 말했다.

    [신성하고 정의로운 빛으로 내 몸과 영혼을 불태우니. 빛의 신 아그레파시여! 우리를 모그레이(천국)로 이끌어주소서!]

    [세상 그 무엇보다 찬란하신 아그레파의 화신이자, 모그레이의 인도자인 성녀님께 우리의 영혼을 바칩니다.]

    ※  ※  ※  ※

    “대통령님?!”

    송창식 비서실장의 부름에 회상에서 깨어나는 한인국 대통령.

    “박유나 소위의 각성 이야기는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 성물이라고 했던가? 박유나 소위가 사용하던 목걸이 말이야.”

    “이계인들이 박유나 소위를 성녀님이라고 칭하며 준 목걸이 말씀입니까?”

    “그래, 그거. 처형단과 군인들을 구할 때 사라졌다면서?”

    오크 로드의 포효를 들은 처형단과 초능력자들 그리고 군인들의 심장이 정지되었다.

    그때 박유나가 성물의 힘을 빌려 그들을 되살렸다. 그리고 안전한 장소로 공간 이동시켰다.

    그 과정에서 성물이라고 불리는 목걸이가 소멸되었다.

    “그 성물 말이야, 또 구할 수 없데?”

    이계인들로부터 성녀라고 추앙받고 있는 박유나는 치료 능력을 각성했다.

    그 치료 능력을 사용하면 외상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한 번에 여러 명을 치료하진 못했다.

    또 내상에는 효과가 없었다.

    전염병을 비롯한 질병이나 심장 마비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계인들이 준 성물을 사용하면 한 번에 수백 명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도 외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질병을 비롯한 전염병도 치료가 가능했다.

    심지어 죽은 지 10분이 안된 사람을 되살리는 것도 가능했다.

    말 그대로 기적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 성물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초능력자는 물론이고 성물을 가지고 있던 이계인도 쓸 수 없었다.

    오직 박유나만 쓸 수 있었다.

    이계인들이 괜히 박유나를 성녀라고 추앙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성물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새로운 성물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성물을 얻을 수 있다고?! 정말?!”

    “예. 분명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기적을 행하는 성물을 또 얻을 수 있다는 말에 흥분한 모습을 보이던 한인국 대통령이 이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저쪽 세상에서도 구하기 힘든 게 성물이라면서? 저번에는 진짜 운이 좋았던 거고. 그런 성물을 쉽게 얻을 리 없지. 분명··· 위험이 동반될 거야. 박유나 소위를 위험에 노출시킬 순 없어.”

    “대통령님. 리스크는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그렇긴 하지.”

    “그리고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벌써 미국을 잊으신 겁니까? 로자니 경이 균열을 넘어온 것을 알게 되면···. 미국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로자니 경은 물론이고 박유나 소위까지 미국으로 데려가려고 할 겁니다. 어쩌면 우리 한국에 대한 간섭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로자니 경이란, 이번에 균열을 통해서 등장한 30대 초반의 이계인을 말한다.

    “그래. 미국이 있었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결정은 미국이 내렸다.

    감히 미국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던 한인국 대통령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그때의 무력감과 굴욕감이란···.

    임기 3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지지율이 바닥인 것도 모자라 레임덕까지 걱정해야 하는 것도 미국 때문이다.

    ‘그래, 탄핵 이야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젊은 시절 미국 정부에 큰 신세를 지기도 했고 또 이런 저런 약점들이 잡혀 있어서 순한 양처럼 따른 것이 사실이다.

    그 약점들이 공개되면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탄핵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이미 전임 대통령이 탄핵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난 것은 물론이고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한인국 대통령이라고 해서 똑같은 꼴을 당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탄핵당할 수도 있다.

    반전이 필요하다.

    한인국 대통령은 로자니를 비롯한 이계인들이 그 반전의 주역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죽 써서 개(미국)줄 순 없지. 좋아. 진행시켜.”

    “예!”

    한인국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낸 송창식 비서실장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접니다. 대통령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이 끼어들 확률이 높으니, 지금 바로 진행해주십시오. 예. 그러면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  ※  ※  ※

    송창식 비서실장과의 통화를 끝낸 최충렬 국방부 장관이 눈앞의 서류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중얼거렸다.

    “그래. 시간을 끌면 미국이 끼어들 거야. 그전에 진행시켜야 해. 그나저나···.”

    최충렬 국방부 장관의 시선이 향하는 서류에는 누군가의 신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 누군가는 바로 이세우다.

    “이세우 이 친구는 왜 하필 신체 강화 초능력을 각성해서···. 하다못해 성장 가능성이라도 있던가. 무려 1세대 초능력자인데 아크 에너지가··· 하아~”

    로자니 경이 원하는 것은 박유나다.

    한인국 대통령이 허락을 했다고 해도 박유나가 안가겠다고 하면 진행시킬 수 없었다.

    박유나가 칼자루를 쥔 셈이다.

    그 박유나가 한인국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기 전부터 조건을 달았다.

    이번에 균열을 넘어가는 팀에 이세우를 포함시켜달라는 조건이다.

    균열을 넘어갈 수 있는 인원에는 제한이 있다.

    이 제한은 한국이나 미국이 정한 것이 아니다.

    균열 자체에 걸린 제한이다.

    한 사람의 초능력자가 아쉬운 판에 이세우 같은, 큰 쓸모가 없는 신체 강화 초능력자를, 그것도 성장 가능성이 ‘0’인 초능력자를 데려갈 순 없다.

    만약 부탁한 사람이 박유나가 아니었다면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하는 수 없군. 시간을 끌다가 미국이 개입하는 것보다는 낫지.”

    최충렬 국방부 장관이 보안 회선이 깔린 유선 전화기의 단축번호를 눌렀다.

    “그래. 나다. 대통령님의 재가가 떨어졌다. 지금 바로 진행해. 그래, 이세우 하사도···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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