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챕터 12 첫 출동.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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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마동석과 비슷하게 생긴 덩치가 초능력자를 보며 말했다.
“야, 조명수.”
이세우에게는 있는 허세 없는 허세 다 부리던 초능력자가 뱀 앞의 개구리라도 된 듯 부동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하사! 조명수!”
“내가 나갈 때 뭐라고 했냐?”
“조용히 쉬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어느새 조명수라고 하는, 초능력자 앞에 다가간 덩치가 조명수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넌 이게 조용히 쉬는 거야?”
“아, 아닙니다.”
“근데 왜 생활관을 이꼬라지로 만든 거야?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내 말이 우스워?”
“아닙니다!”
“이것들은 북어새끼도 아닌데···. 어떻게 3일을 넘기는 법이 없냐?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덩치.
“전원, 연병장으로 집합.”
조명수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이 입을 맞췄다는 듯 동시에 소리쳤다.
“전원! 연병장으로 집합!”
조명수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이 생활관 밖으로 우르르! 달려 나갔다.
생활관에는 이세우와 덩치만 남았다.
덩치가 이세우를 보며 말했다.
“그쪽이 오늘 온다던 이세우 하사?”
“···예.”
보아하니 덩치가 이세우가 속한 소대의 소대장 같다.
그래서 일단 대답을 하기는 했다.
“난 8소대, 소대장을 맡고 있는 이도형 소위. 만나서 반가워.”
덩치 아니 이도형 소위가 이세우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이세우도 손을 내밀어, 이도형 소위와 악수했다.
“관등성명.”
“예?”
“이 하사,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면서?”
하사 계급의 초능력자들은 이세우의 신상을 바로 알기 어려웠다.
이세우의 상관이 된 이도형 소위는 달랐다.
이도형 소위는 이세우를 비롯한 소대원들의 신상을 의무적으로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소대원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었다.
“상관한데 관등성명 대는 법, 벌써 까먹었어?”
“아, 아닙니다. 하사, 이세우.”
군대 물이 덜 빠졌는지 아니 군대 물이 다시 차기 시작했는지, 바로 관등성명을 대는 이세우.
“그래, 앞으로도 이렇게 해. 근데 이 하사는 왜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
“예?”
“내가 아까 뭐라고 했어?”
“전원, 연병장으로 집합하라고···.”
“근데 왜 여기 이러고 있어?”
이도형 소위가 말한 전원에는 이세우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 갑니다.”
뻗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래봤자, 오늘부터 다시 시작된 군 생활만 피곤해질 것 같았다.
소대장인 이도형 소위의 명령을 따르는 것과 조명수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의 신고식을 거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충성!”
연병장 한쪽에서 대기 중이던 조명수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이도형 소위를 보고 군례를 올렸다.
“8소대, 총원 9명 아니 10명! 전원 집합, 완료!”
이도형 소위가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는 초능력자들을 훑은 후 말했다.
“쉬어.”
조명수가 초능력자들을 향해서 뒤로 돈 후에 말했다.
“전원, 쉬어.”
그러자 초능력자들이 열중쉬어자세를 취했다.
이도형 소위가 조명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조 하사.”
“하사! 조명수!”
“내가 없을 때는 조 하사가 뭐다?”
“이도형! 소대장님을 대신해서 소대를 이끕니다!”
“그래. 내가 자리를 비우면 조 하사가 우리 8소대를 이끌어야 해. 그런데!”
이도형 소위가 힘을 주며 말을 끊었다. 그러자 조명수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조명수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유전의 기름처럼 솟구쳤다.
멋모르는 사람이 이 장면만 봤으면 이도형 소위가 조명수의 명치를 존나 세게 때린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도형 소위는 조명수의 털끝도 건드리지 않았다.
“다른 소대원들을 조용히 시켜도 모자랄 놈이 앞장서서 난장판을 만들어?! 네가 그러고도! 분대장이야!”
“끄으윽- 제, 제발···.”
신음을 토하는 조명수.
몸을 부르르 떨던 조명수가 무릎을 꿇었다.
이도형 소위는 그런 조명수를 무시한 채,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고 있던 초능력자들에게 걸어갔다.
“니들, 나 몰래 까마귀 고기 쳐 먹었냐?”
“아닙니다!”
“아냐. 니들은 까마귀 고기를 쳐 먹은 게 확실해.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어. 까마귀 고기 그렇게 맛있어? 내 말을 무시하고 쳐 먹을 정도로 맛있냐고!!!!”
이도형 소위가 언성을 높아지자, 초능력자들의 얼굴에서도 식은땀이 솟구쳤다.
“으으으으!”
겨우 버티고 있던 초능력자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듯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들은 조명수처럼 파르르 떨면서 신음을 토해냈다.
연병장에 서 있는 사람은 이도형 소위와 이세우 밖에 없었다.
“어라? 넌 왜 멀쩡하지?”
“예?”
오늘따라 ‘예?’ 라는 말을 유난히 많이 하는 이세우.
“이 하사, 초능력이 신체 강화로 알고 있는데. 신체 강화 계열은 다 이런가?”
이도형 소위도 신체 강화 계열이 나쁘다는 말만 들었다.
신체 강화 계열에게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해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조명수를 비롯한 다른 초능력자들과 달리 아무렇지 않게 버티고 있는 이세우가 너무 신기했다.
“이 하사는 오늘이 첫날이기도 하고.”
이도형 소위가 여전히 바닥과 하나가 되어 있는 조명수 등을 쳐다보며 말했다.
“먼저 시비 걸고 사고 친 건, 저놈들이니까. 이 하사는 열외.”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조명수를 비롯한 꼴통들과 수개월 지내서 그런가.
이세우를 보자마자, 조명수보다 더한 꼴통이 될 거라는 감이 왔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편한 군 생활을 하려면 초장에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이도형 소위는 이세우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조명수 등에게는 통하는 자신의 초능력이 이세우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건 따로 알아볼 필요가 있겠는데.’
선심 쓰듯 이세우에게 열외라고 말한 이도형 소위가 초능력자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니들은···.”
이도형 소위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할 찰나.
애애애애애애애애앵!!!!
통합막사 전체에 경보음이 울렸다.
“뭐야?”
초능력자 부대가 생긴 이후 통합막사 전체에 경보음이 울린 경우는 처음이다.
[아아! 부대 내의 모든 대원들은 5분 안에 출동 준비를 갖춘 후 연병장으로 집합한다! 이건 훈련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다시 알린다.]
통합 막사 내부와 외부에 있는 모든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야! 뭐해! 방송 못 들었어?!”
이도형 소위가 고함을 질렀다.
바닥에 엎드려 파르르 떨고 있던 초능력자들이 몸을 일으켰다.
“생활관으로, 이동!”
“생활관으로! 이동!”
조명수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이 이도형 소위의 말을 복명복창하며 생활관으로 달려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이세우 역시 초능력자들과 함께 생활관으로 달려갔다.
“뭔 일이야?”
이도형 소위는 생활관이 아닌 행정반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아, 근데 저 새끼는 어쩌지?”
생활관에 도착한 조명수가 이세우를 쳐다보았다.
신고식을 제대로 끝내지 못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오늘이 첫날인 이세우는 아직 보급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출동을 위한 복장을 갖출 수 없었다.
아니 오늘이 첫날인 이세우도 출동 대상에 들어가는지부터 알 수 없었다.
“씨발! 우리가 지금 저 새끼까지 챙길 때야?!”
“소대장 새끼가 알아서 하겠지.”
“우린 우린 꺼만 챙기면 돼.”
“그나저나 이게 다 무슨 일이래?”
“그러게. 이런 경우, 처음 아냐?”
“혹시 전쟁 터진 거 아냐?”
“전쟁?”
“듣자하니 북한 사정이 엄청 어렵다고 하던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라고, 작정하고 전쟁 터뜨린 거 아냐?”
“야! 야! 뉴스 떴다! 전쟁 아니래. 균열이야!”
일반 병사는 일과시간에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다.
초능력자는 달랐다.
일과시간에도 휴대폰을 소지할 수 있었다.
초능력자 부대가 발칵 뒤집힐 정도면 큰일이 터진 게 분명하다.
그렇게 판단한 초능력자가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리하여···.
“균열? 지금 이게 균열 때문이라고? 이제껏 균열 터진 게 몇 번인데···.”
심심하면 터지는 게 균열이다.
최고 등급인 5등급 균열도 몇 번 터졌었다.
그런데 그때는 전체 경보가 울리지 않았었다.
“씨발! 서울이다! 그것도 청담동에 균열이 생겼데!”
“뭐?!”
“서울에?”
대중이 몰라서 그렇지 서울에도 균열이 몇 번 발생했었다.
운이 좋았는지, 균열에서 몬스터가 나오지 않았다.
서울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 알려지면.
그 균열에서 몬스터가 나오지 않더라도 큰 피해가 발생한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기본이다.
균열 소리에 패닉에 빠진 사람들로 인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껏 숨겼다.
그런데 이번에 발생한 균열은 숨길 수 없었다.
일단 발생 위치가 좋지 않았다.
서울의 노른자라고 할 수 있는 청담동에 균열이 발생했다.
그걸 수많은 사람이 봤다.
멀리서 균열을 본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했다.
이것만 해도 문제였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4등급으로 측정된 균열에서, 악몽과도 같은 오크 무리가 나온 것이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나온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파악된 오크의 수만 해도 400마리가 넘었다.
그리고 오크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 아니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야! 출동 준비 안하고 뭐해?!”
행정반에서 대략적인 상황을 듣고 돌아온 이도형 소위의 고함 소리가 생활관 안에 쩌렁하게 울렸다.
출동준비를 하다말고 휴대폰을 보고 있던 초능력자들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그렇다고 이도형 소위가 초능력을 발동한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조건반사로, 초능력자들이 겁을 먹은 것이다.
“서둘러!”
“예!”
조명수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이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마치 딴 세상에 있다는 듯, 이세우만 가만히 있었다.
“이 하사. 너도 출동준비 해.”
“저도 출동합니까?”
“원래는 한 달 동안···.”
이세우 같은 신병은 한 달 동안 모든 것에서 열외를 받는다.
부대 분위기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할 시간을 준 것이다.
그런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초능력자 한 명이 아쉬운 판이다.
결국 오늘 입대한 이세우도 소대원들과 함께 출동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이거 받아.”
이도형 소위가 내민 것은, 행정반에서 받아온, 이세우의 소총이다.
“육군 병장 제대니까, 총은 다룰 줄 알지?”
“예.”
“실탄은 나중에 보급할 테니까. 일단 총부터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이거.”
이도형 소위가 일반 전투복 위에 입는, 방탄복을 내밀었다.
“사이즈 안 맞아도··· 그냥 입어.”
앞서 언급했듯이 신병은 한 달 동안 모든 것에서 열외다.
출동할 일이 없다보니 방탄복을 비롯한 몇몇 보급품은 바로 지급되지 않는다.
방탄복 같은 것은 사이즈에 맞는 걸로, 천천히 지급된다.
다시 말해 오늘 입대한 이세우의 방탄복은 준비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탄복 없이 출동시킬 순 없었다.
그래서 창고에 있던, 이도형 소위의 예비 방탄복을 가져왔다.
투다다다다!
이세우가 다소 헐렁한 방탄복을 착용할 때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십여 대의 헬리콥터들이 차례를 지키며 연병장에 착륙했다.
생활관의 창문으로 그걸 본 이도형 소위가 초능력자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 차례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