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39화 (39/81)
  • 〈 39화 〉 챕터 11 내가 없는 동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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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능력자 부대의 대대장실.

    “이세우씨, 어서 오세요. 아, 이젠 이세우 하사라고 해야 하나요? 하하하-”

    웃는 얼굴로 이세우를 맞이해준 사람은 초능력자 부대의 대대장을 맡고 있는, 강이식 대령이다.

    강이식 대령은 초능력자가 아니다.

    일반인이다.

    초능력자 부대라고 해서 부대의 장을 비롯한 모든 보직을 초능력자로 채울 순 없었다.

    초능력자 부대라고 해서 행정을 비롯한 업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부대보다 더 많았다.

    그런 일을 초능력자들에게 맡기면 하루도 안 지나서 부대가 망할 것이다.

    무엇보다 부대의 장을 검증도 되지 않은 초능력자에게 맡길 순 없었다.

    그랬다간 초능력자 부대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군인을 그 자리에 앉힐 수도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특별법 때문에 강제 입대하게 된 초능력자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군인 티 팍팍 내며 초능력자들을 강압적으로 다루는 사람을 앉혔다가는, 가뜩이나 불만 많은 초능력자들이 난리를 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군인들 중에서도 말투와 행동이 유한 사람을 골랐다.

    그 사람이 강이식 대령이다.

    그렇다고 강이식 대령이 만만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런 사람이 대령이라고?’

    ‘이런 사람이 초능력자 부대의 장을 맡고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술해 보이지만 실속은 제대로 챙기는, 사람 다루는데 능통한 사람이다.

    “이제 군인이고 내가 상관이기도 하니 말을··· 놓겠습니다. 그래도 되지요?”

    “아, 예. 당연히··· 됩니다.”

    좋든 싫든 재입대했다.

    다시 군인이 된 이상, 군대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따를 생각은 아니다.

    만약 그런 명령을 내리면 그땐···.

    그전까지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다가 제대할 생각이다.

    군대에서는 그게 최고다.

    “하하하. 그럼, 그렇게 알고. 이세우 하사, 격리 기간에 설명 들었지? 초능력자가 초능 부대에 입대하게 되면 하사 계급에서 시작한다는 거?”

    강이식 대령의 말대로, 격리 기간에 초능력자 특별법 등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이세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똑같은 말 또 들으면 지겨울 수도 있는데. 위에서 하도 뭐라고 해서 말이야. 강조하는 의미로 다시 설명할 테니까. 지겹더라도 잘~ 들어줘. 사실 나도 신병 올 때마다 똑같은 말 하느라, 입이 아파요. 입이.”

    강이식 대령이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위에 있던 컵의 물을 마셨다.

    “이세우 하사도 이미 알다시피 하사부터 시작하는 초능력자는, 입대 후 6개월 동안은 진급이 안 돼. 그렇다고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닌데···. 그냥 안 된다고 알고 있으면 돼. 그럼, 입대 후 6개월이 지나면 어떻게 되느냐? 아무래도 일반인이 아닌 초능력자이다 보니···.”

    6개월은 회사로 따지면 인턴 기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회사의 경우, 인턴 기간 동안 얼마나 회사에 잘 적응했느냐. 그리고 업무 능력이 어떤가를 평가하여 정직원으로 채용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초능력자 부대의 경우, 6개월이라는 적응 기간 동안 아크 에너지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그리고 초능력의 실효성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살펴서 진급을 결정한다.

    초능력자들이 진짜 군인도 아니고 또 초능력자 한명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할 수 있기에 이런 진급 절차를 만든 것이다.

    이랬든 저랬든 초능력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초능력의 위력이다.

    군대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이세우 하사도 지금은 하사지만 6개월 동안 능력을 키우면 위관 장교 그러니까 소위 중위 대위 이런 계급으로 진급할 수 있다, 이 말이지.”

    사관학교를 나와야 장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초능력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초능력만 뛰어나면 얼마든지 위관 장교가 될 수 있었다.

    반대로 초능력이 형편없으면 제대할 때까지 부사관으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게 제일 중요한데···. 부사관일 때랑 위관 장교일 때랑 나오는 월급이 달라. 부사관 일 때 나오는 월급도 많지만 위관 장교일 때 받는 월급에 비하면···.”

    강이식 대령이 엄청 중요한 비밀이라는 듯 이세우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민 후 작게 속삭였다.

    “아, 글쎄. 초능력자 소위 월급이···. 내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내가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난 왜 초능력을 각성하지 못했나. 한탄을 했다니까. 하하하.”

    강이식 대령이 다시 물을 마신 후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오늘은 여기까지. 아, 내가 말이 너무 많았지? 하하하. 내가 매번 안 그래야지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막상 면담 때만 되면 투머치토커가 돼서. 근데 이세우 하사 표정이···. 누구 만날 사람이라도 있어? 아! 박 소위. 내가 박 소위를 깜빡했네. 내가 눈치 없이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네. 아, 얼른 나가봐.”

    “그럼.”

    박유나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던 이세우가 군대식 경례를 한 후 대대장실을 나갔다.

    “유나야···.”

    대대장실 밖에서 기다리겠다든 박유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박 소위는 긴급호출 받고 원대 복귀했습니다.”

    이세우를 기다리던 사람은 여기까지 안내해온 문찬혁 대위였다.

    “일 끝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연락하겠다고. 박 소위가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럼, 이제 이세우 하사가 생활하게 될 생활관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초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인 문찬혁 대위는 이세우에게 계속 존댓말을 썼다.

    “여깁니다. 여기가 이세우 하사가 앞으로 생활할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이분들이···.”

    생활관에는 9명의 초능력자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 하사 계급을 달고 있었다.

    문찬혁 대위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이도형 소위 어디 갔습니까?”

    오늘 처음 본 이세우에게 존댓말을 하던 문찬혁 대위는 생활관에 있던 부사관 초능력자들에게도 존댓말을 했다.

    “모르겠는데.”

    “그 양반이 어디 가는지도 우리가 알아야 해?”

    “올 때 되면 오겠지.”

    문찬혁 대위와 달리 반말로 응대하는 초능력자들.

    문찬혁 대위는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하다는 듯,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생활하게 된 이세우 하사입니다.”

    문찬혁 대위가 그렇게 말한 후 인사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함께 복무하게 된 이세웁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이놈의 생활관, 가뜩이나 좁아서 답답한데···.”

    “왜 하필 여기야? 다른 소대로 보내면 안 돼?”

    “다른데 자리 많다고 하던데···.”

    이세우의 인사를 받아주기는커녕 불만만 토로하는 초능력자들.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던 문찬혁 대위가 이세우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이세우 하사, 전 여기까집니다. 도와드리고 싶어도 제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대로 생활관을 나가려고 하던 문찬혁 대위가 잠시 발을 멈춘 후 속삭였다.

    “도저히 못 참겠다싶으면 대대장님께 바로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못 도와드려도 대대장님은 도와드릴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박유··· 아, 아닙니다. 그럼, 이만.”

    문찬혁 대위가 생활관 밖으로 사라졌다.

    문찬혁 대위가 있을 때도 껄렁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초능력자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늑대처럼 이세우를 둘러쌌다.

    “야, 너 이름이 뭐라고?”

    “이 새끼, 존나 빠졌네!”

    “새로 왔으면 고참들한테 그랜절부터 박아야 할 거 아냐!”

    “하-씨 이래서 요즘 것들은 안 된다니까. 나 때는 말이야···.”

    “아, 혹시 아까 나간 문씨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은 접는 게 좋아. 대위? 씨발- 그거 일반 병사한테나 먹히지, 우리 같은 초능력자한테는 좆도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야, 야, 야. 얘 울겠다. 살살 좀 해라.”

    “푸하하하.”

    이세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세우를 둘러싼 초능력자들은 이세우가 겁을 먹어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전혀 아니었다.

    이세우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초능력자의 정강이를 발로 툭- 하고 차며 말했다.

    “양치도 안하냐? 왜 입에서 시궁창 냄새가 나?”

    “아아악!”

    정강이가 부러진 것처럼 아팠던 초능력자가 비명을 질렀다.

    “뭐? 뭐야?!”

    “저 새끼가 미쳤나?!”

    “저 새끼가 죽을라고!”

    이세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세우가 초능력자의 정강이를 깠다는 것만 눈에 들어왔다.

    “안 되겠다! 넌 좀 맞아야겠다!”

    “야! 저 새끼 조져!”

    그렇지 않아도 이세우를 벼르고 있던 초능력자들이 이세우에게 달려들었다.

    초능력자들은 수의 우세를 믿었는지, 초능력은 사용하지 않았다.

    단순한 주먹질과 발길질만 했다.

    외계인들 중에서도 신체 능력이 탁월하다고 알려진 아크 광산의 노예 신고식을 이겨낸 이세우다.

    아니 단순히 이겨낸 것이 아니라 그곳의 챔피언이 되었다.

    그런 이세우에게 평범한 주먹질과 발길질이 통할 리 없었다.

    퍼버버벅!

    이세우에게 달려들었던 초능력자들이 꼴사납게 너부러졌다.

    “아아악!”

    육체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이세우 한명에게 당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났다.

    “씨발!”

    “신체 강화 계열이라고 하더니···.”

    “쓰레기 반푼이 새끼가!”

    이세우의 신상은 극비(極祕)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손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세우의 신상을 알려면 이런 저런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사 계급의 초능력자들이 손을 쓴다고 해서, 금방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초능력자들은 방금 생활관에 들어온 이세우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었다.

    “너만 초능력 쓸 수 있는 줄 알아?!”

    신체 강화 계열인 이세우가 초능력을 사용하여 자신들을 쓰러뜨렸다고 여긴 초능력자들이 각자의 초능력을 발동시켰다.

    누군가의 주먹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누군가의 몸 주변에서 물로 만든, 화살이 생성되었다.

    누군가의 몸 주변에서···.

    “네가 자초한 거다!”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라. 그러면 팔이나 다리만 부러뜨릴게.”

    그 이야기를 들은 이세우가 콧방귀를 낀 후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이 새끼가 진짜!”

    “안 되겠다. 넌 진짜 뜨거운 맛을 봐야겠다.”

    자신의 주먹에 불꽃을 생성한 초능력자가 불주먹을 날렸다.

    또 다른 초능력자가 이세우의 바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바닥이 빙판이 되면서 균형을 잡기 어려워졌다.

    서 있기도 힘든 이세우가 불주먹에 맞고 나자빠질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빠아악!

    강렬한 소리와 함께 나자빠진 것은 불주먹을 휘둘렀던 초능력자다.

    이세우는 빙판이 된 바닥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오연하게 서 있었다.

    “어?”

    “신체 강화 계열은 다 저런 건가?”

    신체 강화 계열이 쓰레기라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경험한 적은 없다.

    “장소가 좁아서 그래.”

    “맞아. 우리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야! 네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연병장으로 따라나와!”

    “우리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마!”

    이세우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생활관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가는 초능력자들.

    하지만 그들은 발을 멈춰야 했다.

    왜?

    영화배우 마동석과 비슷하게 생긴 덩치가 장판교의 장비처럼 생활관의 문을 떡하니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있던 덩치가 생활관 내부를 쓰윽- 훑으며 말했다.

    “생활관 꼬라지가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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