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38화 (38/81)
  • 〈 38화 〉 챕터 11 내가 없는 동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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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살이었다.

    용인의 놀이공원에 간 8살의 박유나는, 놀이공원 내에 마련되어 있던 작은 콘서트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던 아이돌을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이돌, 자신은 아이돌이 될 운명이라는 것을.

    부모님을 끈질기게 설득한 후 아이돌을 전문으로 키우는 회사의 연습생이 된 박유나는 아이돌 데뷔를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 노력이 빛을 발했다.

    ‘핑크러브’ 라고 하는 다소 유치한 이름의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것이다.

    연습생 시절에는 데뷔만 하면 꽃길이 열릴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다.

    1년에 데뷔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만 해도 200팀이 넘었다.

    다시 말하지만 200명이 아니라 200팀이다.

    그중에 1년 이상 그룹을 유지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중에 이름을 알리고 방송을 한번이라도 타는 팀은 양손에 꼽힐 정도다.

    게다가 박유나가 속한 핑크러브가 데뷔할 때는 대한민국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데뷔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발생한 운석 사태를 시작으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그와 관련된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어둡다 못해 암울했다.

    그렇다고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데뷔를 중단할 수는 없었다.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핑크러브의 데뷔를 미룰수록 회사가 입는 손해만 커질 뿐이다.

    거의 다 뽑은 칼을 다시 넣을 수 없었던 회사는 핑크러브의 데뷔를 강행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대중의 관심은 크리스털과 그 크리스털로 초능력을 각성한 초능력자에게 쏠려 있었다.

    회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PR을 했지만 핑크러브의 데뷔는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그나마 눈이 부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는 박유나가 있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끌 수 있었다.

    박유나가 아니었다면··· 폭망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망한 다른 그룹처럼 먼지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버티자, 버티면 사람들의 관심이 아이돌에게로 다시 돌아올 거다.

    그렇게 되뇌며 겨우 버티고 있던 박유나와 회사에 악재가 터졌다.

    아니 그 악재는 그들만의 악재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모두의 악재였다.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았던 사회 분위기가 더 나빠졌다.

    몇 개 안되던, 아이돌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다 중단되었다.

    그 빈자리를 균열과 몬스터 그리고 초능력자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이 차지했다.

    방송 프로그램만 중단된 것이 아니다.

    회사를 근근이 유지하게 해주던, 몇 안 되는 행사마저도 중단되었다.

    이젠 핑크러브의 해체는 물론이고 회사의 문을 닫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정도였다.

    그렇게 핑크러브와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을 때 한줄기 빛과 같은 지방 행사가 잡혔다.

    갈증이 너무 심해서 바닷물이라도 마셔야 했던 회사로써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상 활동중단 상태였던 박유나와 핑크러브도 오랜만에 밝은 표정을 지으며 행사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핑크러브가 공연하던 무대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박유나를 비롯한 핑크러브와 무대 주변에 있던 스텝들이 균열 너머로 강제 이동되었다.

    균열 기사와 방송을 지겹도록 봐온 사람들은 재빨리 이성을 되찾았다.

    균열을 다시 넘어가면 행사장이다.

    그렇게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균열 너머의 행사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균열 지역에는 오크가 있었다.

    그것도 100여 마리나.

    아직 균열 너머의 지구로 넘어가지 않은 오크들이 사람들을 공격했다.

    오크를 발견한 사람들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평범한 사람이 오크의 손을 벗어난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오크에게 사로잡힌 사람들은, 그게 자신들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오크에게 잡힌 사람들은 기도했다.

    고통 없이 단번에 죽게 해달라고.

    그리고 그 기도에 응답하듯 기적이 일어났다.

    그 기적이란···.

    균열은 단순히 세상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 균열을 넘어가면 높은 확률로 초능력을 각성하게 된다.

    최초로 균열을 넘어간 약초꾼을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이 몸소 증명한 사실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몬스터에게 죽지 않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을 때를 말한다.

    아무리 초능력을 각성해도 몬스터에게 죽으면···.

    어쨌든 그때의 일을 계기로 박유나는 초능력을 각성했고 초능력자 특별법에 의거하여 초능력자 부대에 강제 입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오빠처럼 여기던 이세우를 만나게 되었다.

    참고로.

    오늘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의무 격리 기간이 끝난 이세우가 초능력자 부대에 강제 입대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대장에게 부탁해서, 타이밍 좋게 이세우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세우 하사, 초능 부대에 온 것을 환영하오. 나님은 박유나 소위. 그대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로 까마득하게 높은 장교계의 꽃이라오.”

    허리와 목을 꼿꼿이 세운 박유나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오늘 막 입대한 햇병아리 중에 햇병아리 이세우 하사. 하늘 같이 높으신 장교계의 꽃, 그 중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박유나 소위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비록 두 번째 입대하는 거지만 신병이라고 여기시고 잘 봐주십시오.”

    박유나의 장난에 맞춰, 허리를 굽실거리며 이상한 말투를 사용하는 이세우.

    “오호호호!”

    “푸하하하!”

    그렇게 자기들만의 이상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 박유나와 이세우가 동시에 웃음을, 그것도 대소(大笑)를 터뜨렸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는 ‘쟤들 왜 저래?’ 싶지만 박유나와 이세우는 그게 재미있나보다.

    ‘저 새끼야? 나의 유나가 대대장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만나려고 했던 놈이? 대체 저놈이 누구기에 나한테는 차가운 얼굴만 보여주던 유나가 웃는 얼굴을···.’

    대대장실로 향하는 복도의 반대편 코너에 몸을 숨긴 채 박유나와 이세우를 훔쳐보는 사람이 있었다.

    “젠장! 저 새끼 누구야? 유나랑 마주보고 말하는 것도 거슬리는데, 같이 웃어?!”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 속으로 중얼거리던 사내는 분통을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런데 그 소리가 박유나와 이세우에게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왜?

    박유나와 이세우를 보며 분통을 터뜨리는 사내 옆에 있던 또 다른 사내 때문이다.

    그가 초능력을 발동시켜 사내의 말이 박유나와 이세우에게 전해지지 않게 한 것이다.

    “이름은 이세우, 1년 전에 실종된 초능력자야.”

    “실종된 초능력자?”

    “센터 몰라? 센터에서 실종된···.”

    이세우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던 사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내가 그런 것까지 다 알아야 해?”

    “아, 아냐. 무진아, 내가 잘못했어. 네가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어. 내가 왜 있는데···.”

    무진이라는 이름의 사내와 똑같은 소위 계급을 달고 있던 그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게 저 사람, 신상(身上)이야.”

    그 휴대폰에는 이세우의 신원 정보가 적힌 문서가 찍혀 있었다.

    무진이 인상을 쓰며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이세우? 대한민국 1세대 초능력자로, 1년 전에 측정한 아크 에너지가 3990이라고?”

    이세우의 신상이 적힌 문서의 윗부분만 본 무진이 말했다.

    “그럼, 지금은···.”

    이세우가 실종되기 전의 1세대 초능력자의 평균 아크 에너지 수치는 1500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균열이 발생한지 1년이 되는, 현재의 1세대 초능력자의 평균 수치는 무려 7000이나 된다.

    이 말인즉 1세대에서도 독보적인 수치를 자랑하던 이세우의 현재 아크 에너지 수치가 10000을 넘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진이 알기로는 10000이 되는 초능력자는 한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리고 그들은 무진이라고 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에잇. 마음에 안 들어.”

    무진이 섣부른 판단을 내리자, 옆에 있던 사내가 문서의 아랫부분을 가리켰다.

    “무진아. 여기, 이 부분을 봐봐.”

    “뭘 또 보라··· 응?! 아크 수치가 그대로라고?”

    10000 아니 하다못해 7000은 넘을 줄 알았던 이세우의 현재 아크 에너지 수치는 3990이었다.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이거 잘못된 거 아니지? 이거, 맞는 거지?”

    “나도 처음 이거 보고, 측정이 잘못되었나 싶어서 몇 번이나 재확인했어. 잘못 측정된 거 아니래. 실종된 1년 동안, 균열 너머에 있었는데도 아크 수치가 전혀 바뀌지 않았데.”

    균열을 넘어가면 높은 확률로 초능력을 각성한다.

    그리고 균열 너머의 세상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크 에너지도 상승한다.

    그렇다고 모든 초능력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균열을 넘어가고도 초능력을 각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균열 너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도 아크 에너지가 상승하지 않는, 말 그대로 성장하지 않는 초능력자도 있었다.

    무진은 이세우가 그런 부류라고 여겼다.

    “훗. 이제 보니 반푼이였네.”

    초능력을 각성하고도 아크 에너지가 성장하지 않는 사람을 반푼이라고 불렀다.

    “이것도 한번 봐봐.”

    옆의 사내가 이세우의 신상이 적힌 문서의 한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이세우의 초능력이 무엇인지 기록되어 있었다.

    “신체 강화 계열? 반푼이인 것도 모자라서, 쓰레기 계열을 각성했네. 푸하하하!”

    괜히 기분이 좋아진 사내가 폭소를 터뜨렸다.

    웃음소리가 제법 컸다.

    원래라면 박유나와 이세우의 귀에 그 웃음소리가 들려야 했다.

    그런데 고무진 옆에 있는 사내의 초능력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무진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경계하던 이세우가 사실은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고무진이 복도의 코너 밖으로 나갔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이세우가 고무진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세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박유나가 이세우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박유나도 복도 코너에 있던 고무진을 보았다.

    ‘고무진!’

    한눈에 고무진을 알아본 박유나의 눈이 차갑게 번뜩였다.

    하지만 그건 찰나에 불과했다.

    고무진을 쳐다보던 이세우가 박유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박유나도 재빨리 표정 관리를 하며 시선을 돌렸다.

    이세우와 박유나는, 고무진에게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자기들끼리 ‘하하 호호’ 웃으며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저!”

    그 모습을 본 고무진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자신의 실수(?)로 자신의 존재가 드러났다고 여긴 고무진이 어금니를 뿌드득! 하고 갈았다.

    실수든 뭐든, 자신의 존재가 드러났으니 신경을 쓸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세우는 눈곱만큼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없던 사람 취급했다.

    그게 더 화가 났다.

    “저! 반푼이 쓰레기가 감히 날 무시해?!”

    복도의 코너에 숨어 있던 고무진을 알아본 것은 이세우만이 아니었다.

    박유나도 고무진을 알아보고 무시했다.

    무시의 정도로 따지면 박유나가 더 심했다.

    고무진도 그걸 느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박유나가 자신에게 보이는 애정의 표현이라고 여겼다.

    자신에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박유나 밖에 없다.

    다른 놈이 그러면···.

    “그것도 내 유나 앞에서?! 너 내가 가만 안 둔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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